소설리스트

우주 군벌가 망나니-60화 (60/134)

< 60화 >

착탄 하는 순간 크라켄의 실드 일부를 파쇄하는 특수 미사일.

이는 크라켄의 실드가 전투함처럼 에너지 융합로에 의한 것이 아닌 마력에 의한 마법이었기에 제작 가능한 미사일이었다.

디스펠이라는 마법 무효화 개념.

이는 이미 제국 마법사들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를 미사일에 적용할 생각을 한 연구팀은 우리가 최초였다.

우주 괴물의 마력 실드를 파쇄한다는 발상은 아이디어는 간단하나 그 결과물을 완성하기는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일단 연구 장교 중에 크라켄과 직접 전투를 해본 인원은 연방군을 통틀어 내가 유일했다.

직접 전투를 하며 데이터를 실측한 쪽과 블랙박스와 영상을 통해서만 크라켄을 분석해야 하는 쪽의 차이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설령 다른 인간이 전투 현장에 있었다 한들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뽑아내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진은 자신의 대단함을 알아달라며 어깨를 으쓱했고 그렇게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완성한 물건이 바로 이 디스펠 미사일이었다.

한 발당 60억 크레딧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확실하게 크라켄의 실드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

여기에 전투기에 탑재할 경우 실드파괴 이외에 중급 미사일 정도의 화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부분도 수뇌부에겐 큰 장점으로 작용할 터였다.

함대전을 상정했을 땐 헬파이어나 이클립스 미사일 같은 현존 1티어 무기보단 화력이 조금 부족하겠으나 그래도 그 이하급, 중급 라인 미사일과 비교했을 땐 화력이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이는 크라켄을 비롯한 다수의 적 세력과 교전하게 되었을 때, 무장 교체 없이 곧장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저희는 이 미사일에 D형 이클립스 미사일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비단 크라켄뿐만 아니라 마력으로 실드를 펴는 다양한 방어막 형태에 일정 수준 이상의 타격 효과를 보장합니다.”

“그 말은···한 번에 실드를 파괴하지 못해도 연속으로 두들기면 뚫고 들어간단 이야긴가?”

질문 시간은 이후 따로 마련이 될 텐데도 참지 못한 장성이 급히 질문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특히 융족의 모함의 경우, 플라즈마를 이용한 고출력 방어막과 마력을 이용한 실드를 분리해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같이 복합 실드를 구성하는 적을 상대할 때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자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손뼉을 쳤고 다른 장성들도 정말 괜찮은 물건인 것 같다며 고갤 끄덕였다.

-어이쿠. 아직 안 가셨나? 얼굴이 아주 그냥 썩었네! 썩었어.

진은 통로 구석에 붙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매기대령을 보며 킬킬거렸다.

나는 진의 웃음에 그녀를 슬쩍 살폈고 관심 없는 척하며 제법 매서운 일격을 날려주었다.

“저희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마력핵 200만 사이클급 크라켄의 실드를 완전 무력화시키는 데는 50발, 500만 사이클급이라 하더라도 150발 내외의 미사일이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D형 미사일 50발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3천억 크레딧.

발동 가능성은 둘째 치더라도 소모성 마력팩에만 수천억 크레딧을 들여야 하는 매기 대령의 마력 제한 장치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전략 무기였다.

“훌륭하군.”

아직 시연회가 끝나기도 전이었지만 장성들은 흡족한 듯 박수를 치며 자신들의 만족감을 제스쳐로 표현했다.

누가 봐도 승자가 정해진 상황, 얼굴이 벌게진 매기 대령은 도망치듯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이보게 중령! 저번처럼 시제품을 미리 좀 받아볼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면 나도 좀 받고 싶군.”

“이쪽에도 좀 보내주게.”

장성들이 손을 뻗더니 제품을 보내달라며 러브콜을 보내었다.

이만하면 수뇌부의 채택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젠장. 이렇게 다 쓸어가면 우린 어떡하라고···.”

“조종 특기라면서 해도 너무하는군.”

장성들의 뜨거운 반응에 어깨를 늘어트리고 발길을 돌리는 연구원들.

연구 특기에 있어 이번 개발 건은 쉽게 오지 않는 진급의 기회였으나 그것을 모두 내가 쓸어버렸으니 저들이 크게 상심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공개 프로젝트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법.

저들에게 굳이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승자가 되지 못하면 시장에서 배제된다는 건 시대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팀장님!”

시연회를 마치자 팀원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자자, 아직 채택된 게 아니니까 너무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아닙니다. 팀장님.”

“매기 대령 얼굴 일그러지는 거 보셨지 않습니까.”

“장성들이 눈이 있다면 저희 미사일 대신 다른 걸 채택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맞지.

우리 팀은 이미 프로젝트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분위기였다.

만약 시연회 분위기가 나빴다면 모를까 장성들의 호응도 굉장히 좋았으니 말이다.

“이번 프로젝트만 채택되면! 아니 채택이 안 되어도 불러만 주신다면 평생 충성하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중령님!”

“아니, 부담스럽게 왜 이래.”

베렐 중령 밑에서 오래 연구를 했던 친구들이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나를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나는 괜히 베렐 중령의 기분이 상할까 싶어 그의 눈치를 슬쩍 살폈는데 그는 오히려 자신도 좀 끼워주면 안 되겠느냐며 그간 자신이 진행한 연구물을 들고 오기까지 했다.

-다들 기분 좋아 보이는걸.

그럴 수밖에 없었다.

채택만 되면 군공이 쌓이는 것은 확정이고 심지어 우리 팀은 인원이 아주 적은 편에 속했다.

아무래도 팀 인원이 늘어나면 군공도 잘게 찢어지기 마련인데 우리 팀은 소수 정예 느낌으로 군공을 몰아받을 수 있었으니 다들 마음이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능력이 없는 자들과 끝까지 갈 수는 없는 법.

나는 D형 미사일이 정식으로 채택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연구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피기로 했다.

매일 같이 자신의 연구를 좀 봐달라며 도움을 청하는 이들.

상당수 연구는 이미 완성에 가까운 것인데도 이들은 나를 제1저자로 올리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럼 잠깐만 봐봅시다. 어허. 달라붙진 마시고! 잠깐입니다. 잠깐.”

*

D형 이클립스 미사일 시연회 이후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조금 일찍 테스트 용으로 물건을 받아간 현장의 반응도 무척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수뇌부의 오케이 싸인이 나질 않고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나?’

-문제가 있어도 제품 문제는 아니겠지.

우리의 미사일은 그 어떤 연구팀이 내놓은 물건보다 뛰어났다.

만약 이 미사일을 배제하고 다른 제품을 크라켄 대응 무기로 쓴다면 그것은 수많은 연방군 장성들의 불만을 자아낼 것이 분명했다.

결과 발표가 오래 걸리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그동안 우리 연구팀이 그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눈길이 가는 보고서도 몇 개 있었다.

예를 들면 전투함에 쓰일 신형 트랜지스터 연구 건이라든가.

함대전 우위를 위한 퀀텀 레이더 교란 장치 등은 확실히 손댈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기획으로 보였다.

‘마법으로 어떻게 팍팍 못 만들려나?’

-마법이 만능은 아니지. 그럴 거면 신형 전투함부터 만들자고 했을 거다.

신형 전투함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차세대 합금이다.

남부군과 중앙군의 가장 큰 차이가 어디서 나오겠는가.

바로 이 순수 기술력이었다.

당장 지금 내가 지휘하는 순양함, 엔터프라이즈호만 보더라도 중앙의 전함 장갑에 밀리지 않는 강도를 자랑했다.

무기 출력도 마찬가지다.

순양함 주포 사거리가 전함을 웃돌 정도,

이걸 전부 마법으로 커버하긴 곤란하니 결국 연구 인력을 무한정 갈아 넣는 것만이 답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능력 있는 장교들을 추려 향후 아크 팩토리의 연구실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울 때였다.

대형 프로젝트의 종결로 한동안 가라앉아있던 VV5610에 다시 묘한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곧 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

이 묘한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남방 경계의 거물, 오스카 원수였다.

남방군 전체를 컨트롤하는 최고 사령관.

그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다들 곧 작전이 재개되지 않을까,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원수의 행성 방문일이 되었다.

워낙 전함급 함선이 즐비하고 장군들을 고개만 돌리면 찾을 수 있는 곳인지라 어지간해선 볼 수 없는 의전 행렬이 펼쳐졌다.

천천히 착륙하는 대형 전함.

전장 2500미터에 달하는 화려한 중전함이 위용을 드러내며 지면에 안착했다.

‘이게 원수의 위엄인가.’

-많이도 모였군.

바닥에 깔린 카펫을 중심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군인의 행렬.

그리고 잠시 뒤, 그 붉은 길을 따라 백발의 노인이 수많은 장성을 이끌고 나타났다.

오스카 테오도르, 황제가 직접 임명한 남방군 통수권자.

나이와는 다르게 그의 발걸음엔 강한 기운이 느껴졌고 눈빛엔 총기가 여전했다.

-내가 업적을 대충 살펴봤는데 말이야. 저 양반도 젊을 땐 거의 우리처럼 날뛰었던데?

‘설마 원수도 정령 계약자는 아니겠지?’

-일단 정령 냄새는 안 나지만 말이야.

나야 진이 있었기에 이토록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지만 오스카 원수는 경우가 달랐다.

그는 명문가 출신도 아니었고 정령 계약자도 아니었다.

오직 본인의 능력만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실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시대적 상황과 강한 운도 작용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오스카 원수의 능력을 깎아내릴 거리는 되지 못하였다.

올해 나이 일흔여덟.

숨을 거두거나 황제의 특별한 명이 있기 전까진 종신직에 해당하는 원수이기에 수많은 장군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뒤를 따랐다.

어지간한 병은 다 고칠 수 있는 시대, 별 탈이 없다면 오스카 원수는 앞으로도 2, 30년 정도는 더 자리를 보전할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의전행사를 마치고 복귀하려는데 처음 보는 대령이 헐레벌떡 달려와 나를 찾았다.

“자네가 존 메이어 중령인가?”

“그렇습니다.”

자신을 원수님 밑에서 일하는 행정지원관이라고 밝힌 그는 오스카 원수가 나를 찾는다는 이야길 전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자네를 찾겠다 하셨으니 날 따라오게.”

행정지원관이라 하면 흔히 말하는 비서다.

실제로 장성을 모시는 행정지원관을 비서실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대령 정도면 오스카 원수의 측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은데?

원수가 날 직접 보자고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타이밍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두 번째 프로젝트가 정식 채택되지 않은 상황 아니던가.

나는 어떤 말이 오가게 될지 은근히 기대하며 대령의 뒤를 따랐다.

회의는 생각보다 길었다.

장성들을 모아놓고 장차 군의 방향성을 정하는 자리이니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내가 오스카 원수와 대면하게 된 것은 대령을 따라온 지 꼬박 두 시간이 지나서였다.

“들어가 보게. 원수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예.”

회의를 마치고 지휘선으로 돌아온 원수.

나는 옷깃을 매만진 뒤 노크를 하고 집무실로 들어섰다.

“충성! 예비사단 소속 존 메이어 중령이 원수님을 뵙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졌네.”

“아닙니다!”

“편하게 앉게.”

“예.”

오스카 원수와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 앉게 된 자리.

그는 긴 회의가 답답했는지 정복의 윗단추를 풀며 의자에 앉았다.

“이곳으로 오며 자네에 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네. 연방군이 숙제로 내건 두 개의 프로젝트를 모두 차지했다지?”

“아직 하나는 확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네. 두 개 다 자네 연구팀이 완성한 제품을 채택하기로 결정이 났네.”

-우효~!

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소식이 늦어 조금 걱정이 됐는데 이렇게 원수에게서 확답을 받으니 심신이 순간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원래 연구 특기에 관심이 있었나?”

“조종사가 되지 않았다면 연구 장교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지금껏 보여준 능력에 대해선 나도 보고서를 확인했네. 지금껏 여러 능력 있는 젊은이들을 봐왔지만 자네만 한 재능을 가진 이는 정말 드물었지.”

“감사합니다.”

“자네 덕분에 곧 융족과의 전쟁이 재개될 텐데 현재 자네는 소속 사단이 없더군?”

“그렇습니다.”

“배속을 원하는 곳이 있는가?”

“특무함 호위 전까진 마이클 소장 밑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 소장이라, 참고하겠네. 그건 그렇고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꼭 한번 묻고 싶은 게 있었다네. 조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만, 편히 답해주면 좋겠군.”

“예.”

오스카 원수가 내게 묻고 싶었던 껄끄러운 질문이 대체 뭘까.

그것을 기다리고 있으니 정말로 그가 불쑥 틈을 찌르며 들어왔다.

이런 젠장, 편히 답하라더니 이런 걸 어떻게 편히 답하란 말인가.

내가 크게 긴장했음을 느낀 듯 진도 숨을 죽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단심문관에 얽힌 보고는 받았네. 불온세력과의 내통이라, 그것은 별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네. 자네가 불순한 마음을 품었다면 제국을 위해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성하진 않았을 테지. 내가 궁금한 건 다른 쪽이네. 자네, 중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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