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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군벌가 망나니-57화 (57/134)

< 57화 >

대강당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시연회를 펼치는 연구팀이 우리가 처음인 것도 있지만 장성까지 초대해 배수진을 친 이유가 가장 컸다.

시연회에 장성들을 잔뜩 초빙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만약 발표가 엉망이 될 경우, 해당 연구팀은 그대로 짐 싸서 연구단지에서 방을 빼야 하는 신세가 될 테니 말이다.

드디어 발표 시간이 되자 나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단상 위로 올라섰다.

프로젝트 초기, 팀장직은 베렐 중령이 맡고 있었으나 이번에 기술을 검증하며 그는 스스로 팀장 자릴 내게 양보했다.

나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그는 한사코 고갤 숙이며 내가 리더가 되길 원했다.

“기술을 완성하는 동안 우린 한 게 없네. 모든 골자를 자네가 완성했으니 당연히 리더는 자네가 되어야 마땅하지. 날 더 힘들게 하지 말아 주게.”

베렐 중령은 솔직한 심정으로 너무 한 게 없이 업혀 가기만 해서 미안하다며 뭐든 시킬 일이 있으면 말만 하라며 나를 거의 상전 모시듯 했다.

베렐 중령이 이렇게 나오자 다른 연구원들도 나를 대함에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덕분에 나는 한가롭게 발표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서 무대 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술 발표를 맡게 된 존 메이어 중령이라고 합니다.”

내 발표에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있었다.

조종사 친구가 왜 저기 있느냐는 이야기부터 저 사람이 아크 팩토리 회장이란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길 잠시 기다린 뒤 천천히 발표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설명해 드릴 기술은 융족의 EMP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신형 펄스 방어막입니다. 간략한 내용은 나눠드린 소책자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화면에 떠오른 방어막 장치의 모습.

잠시 뒤, 융족의 전함이 EMP를 터트리자 신형 제품이 방어막을 펼치며 CPU를 비롯한 핵심 부품을 보호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 방어막 장치는 새로운 마법이 적용되어 전자기 펄스만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내는 기능을 지녔습니다.”

“이럴 수가.”

“네메시스 메탈 없이 기술을 개발했다기에 대체 어떤 물건인가 했더니···.”

“이건 숫제 공상 과학 아닌가.”

우주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상 과학을 논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아직 인류에게 있어 마법은 그만큼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중엔 참을 수 없었는지 몇 명이 발언기회를 달라며 손을 열심히 들었지만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발표를 이어나갔다.

질문 시간은 뒤에 따로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슬그머니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방어막 장치에 관한 설명은 계속됐다.

이 제품은 마법 제품이기에 당연히 마력을 소모하고 에너지 융합로의 출력이 아닌 블루 코어를 이용한 소모품 마력팩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현재 시중에서 생산되는 마력팩은 종류가 적고 방어막 장치와는 호환이 되질 않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민간 기업인 아크 팩토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소형 마력 팩을 잡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 않은 신형 마력팩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적의 EMP 공격을 한 번 방어하면 마력 팩을 교환해주어야 하는 게 이 장치의 단점이지만 이 부분은 차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억지로 횟수를 줄여놓고선 말은 잘 하는군.

‘원래 사업이 다 그런 거거든.’

사실 이 마력 팩을 1회성 소모품으로 만든 것은 전적으로 내 아이디어였다.

진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최대한으로 접목하면 훨씬 더 좋은 효율을 낼 수 있을 테지만 기업가의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1회성 소모품이라니.”

“이런 발표를 하려고 장성들을 참석하게 했단 말인가?”

“저 친구 욕심이 과했군.”

많은 사람이 일회성 소모품을 민간 기업에서 사들여 써야 한다는 사실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불만은 이다음에 터졌다.

“이것이 EMP 방어막 장치에 사용된 기술원리입니다.”

그와 동시에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어지러운 형태의 문자들.

마법에 문외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연구진조차도 이게 낙서인지, 룬문자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였다.

의도적으로 기술의 핵심을 알아보지 못하게 나와 진이 조금 손을 본 결과물이었다.

-잘못 건드리면 쓴맛 좀 볼 거다. 크크.

진은 현재 남부에서 활동하는 마법사의 실력으론 절대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으니 아마 방어막 장치의 카피 제품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라 봐도 좋았다.

그리고 이 순간, 대강당의 웅성거림이 극에 달했다.

아무리 봐도 원리를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단 심문관이 괜히 나를 잡으러 나온 게 아니라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내가 정말 불온 세력과 접촉해 수상한 일을 꾸민 건 아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다음으로 제품 시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을 주목해주시겠습니까? 현재 나오는 영상은 실시간으로 연구단지에서 EMP를 재현하는 모습입니다.”

전자파 실험을 위한 연구단지 건물.

큼지막한 격자무늬에 흰색으로 도배된 밀실 공간에 전투함에서 쓰이는 중추 부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천장엔 강력한 전자기 펄스를 방출하기 위한 뾰족한 침이 매달려 있었다.

“해당 건물에선 구축함을 제물로 해서 방출하는 융족의 EMP 출력을 110퍼센트까지 재현할 수 있습니다. 실험에 쓰일 비교군을 설명하겠습니다.”

바닥엔 동일한 종류의 부품이 여럿 놓여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은 CPU였고 두 번째 장치는 중앙의 네메시스 메탈 기술을 적용한 CPU, 세 번째는 이번 전자기 방어막 신기술을 접목한 CPU였다.

참고로 저기 두 번째의 네메시스 메탈이 들어간 중앙제 CPU는 우리 호위 구축함에서 떼온 것이었다.

애초 네메시스 메탈을 이용한 EMP 방호 기술은 중앙 함대에만 우선 적용된 상태였는데 대다수 함이 중앙으로 귀환했고 이제 해당 기술을 가진 전투함이라곤 엔터프라이즈호와 휘하 구축함 두 대가 전부였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총 세 번의 EMP를 일으켜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연구실. 준비됐으면 실험 시작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실험동에 있던 연구원은 긴장이 됐는지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테스트를 시작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모여들며 발사관 끝에 빛이 번쩍거리기 시작하자 장성 일부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융족의 자폭 공격에 관한 트라우마가 떠오른 탓이었다.

그리고 이내 빛이 점멸하며 전자기 펄스가 부품을 강타했다.

현재 남부 연방군이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주력 CPU였다.

공격에 노출된 순간, 요란한 폭음이나 진동이 동반되진 않았지만 멀쩡하게 작동하던 CPU 신호가 대번에 뚝 끊기고 말았다.

EMP공격에 집적회로가 모조리 타버려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후 연구원이 건물 중앙으로 들어가 완전히 죽어버린 CPU를 체크하며 시험 결과를 대강당에 전해주었다.

<이건 말 그대로 폐기물이 되었습니다. 이걸 복구하느니 새 제품으로 교체를 하는 게 더 빠르겠지요. 다음은 2번, 중앙제 CPU입니다.>

네메시스 메탈을 이용한 중앙제 CPU를 두고 다시 한번 EMP를 터트리자 장성들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완전히 뻗어버린 1번과 달리 2번 CPU는 회로 쪽 구조물이 꾸물거리며 다시 제 형상을 복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이십니까? 중앙제 CPU는 현재 자동으로 복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네메시스 메탈의 영향으로 해당 제품은 성능 복구까지는 약 10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10초.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이 오고 가는 전장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공격 한 번에 완전히 뻗어버리는 제품에 비하면 선녀였다.

대강당에선 역시 중앙이라며 고갤 끄덕이기 바빴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테스트.

신기술을 적용한 3번 제품에 EMP를 터트리자 이를 지켜보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CPU를 감싼 작은 보호막, 그리고 테스트 도중 처음으로 전자 신호가 끊기는 일 없이 쭉 이어지고 있었다.

이는 시제품이 중앙의 성능을 뛰어넘어 완벽하게 EMP를 방어해냈음을 의미했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3번 CPU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전자 신호가 꾸준히 잡힙니다. 회로는 무사합니다.>

“중령! 한 번 더 테스트를 해보면 어떻겠나!”

예정에 없던 추가 테스트를 요구하며 목소릴 높이는 장성들.

나는 알겠다며 연구원에게 마력 팩을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검게 변한 마력 팩을 다시 새것으로 교체 후, 추가 EMP 테스트를 진행했다.

“맙소사.”

“이거야말로 진짜 마법이 아닌가.”

“이걸 연구 장교가 아닌 조종사가 개발했다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과는 조금 전에 보여준 그대로였다.

신제품은 완벽한 EMP 방어를 선보이며 그 위용을 자랑했다.

중앙의 기술력을 뛰어넘은 진정한 EMP 대응 기술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이 우수수 손을 들었다.

나는 먼저 고위 장성들에게 질문 기회를 돌렸다.

군은 계급이 깡패라고 높으신 분들 비위를 맞춰드리는 게 역시 중요했다.

“5사단 미티어스 중장이네. 해당 기술의 데이터는 얼마나 확보됐는가.”

“연구단지에서 EMP 재현 시험을 통해 실전급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원하신다면 가시는 길에 얼마든지 데이터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일회성 마력 팩의 소모주기가 마음에 걸리는데 단가가 문제가 되진 않겠나?”

“블루 코어가 제법 비싸긴 해도 작전에 지장을 줄 정도로 희귀한 물질은 아닙니다. 저는 개당 교체 단가를 천만 크레딧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천만이라···답변 고맙네.”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임을 고려하면 적의 비장의 수를 막는데 천만 크레딧의 지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였다.

중장이 질문을 마치자 다른 장성들도 궁금하다는 듯 손을 들기 시작했다.

“예 소장님. 질문 해주시지요.”

“발표 잘 보았네. 정말 놀랍더군. 그런데 이 기술은 신물질이 아닌 순수 마법에 의존한 제품인 것 같은데 맞는가?”

“그렇습니다.”

“제품에 쓰인 마법 원리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이 가능한 건가?”

소장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옳소! 하는 연구원들의 외침이 있었다.

다들 처음 보는 룬문자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우매한 자들이 진리를 갈구하는군.

소장의 질문에 나는 애석하지만 이것은 우연의 산물로 완성된 제품이며 더 정확한 원리 설명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또다시 크게 일었다.

이런 위험한 제품을 전군에 보급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안정성 검증을 위해 시제품을 원하는 사단이 있다면 얼마든지 내어드리겠습니다. 직접 검증하셔서 신뢰가 쌓인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자 많은 장군이 앞다투어 물건을 내어달라고 했고 상대적으로 계급이 밀리는 연구원들은 남는 제품 하나 얻어가 볼 수 없을까 싶어 발뒤꿈치를 들고 연신 폴짝거렸다.

열띤 반응에 나는 손가락을 튕겼고 내 뒤 좌우로 갈라져 있던 연구원들이 제품이 든 상자를 장성들에게 안겨다 주었다.

준비한 상자가 순식간에 동나자 무척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제품을 받아간 장군들이 곧 성능을 검증한 뒤 앞다투어 홍보에 나서 줄 터였다.

이 제품이야말로 연방군의 미래를 구할 진정한 혁신이라고 말이다.

‘야쿠차에게 양산 준비하라고 일러둬야겠군.’

연방군이 기술을 채택해 준다면 EMP 방어 장치는 알아서 생산을 맡기겠지만 이 일회용 마력 팩은 서둘러 준비를 해야 했다.

본래는 더 커다란 크기가 되었을 것을 손가락 두 마디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쌍둥이 행성의 고품질 마력 기계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더 질문이 없으시면 이상으로 저희 팀의 EMP 방어막 장치에 대한 시연회를 마치도록 하겠···.”

“여기 질문 있어요.”

제품을 받은 장성들은 어서 돌아가 테스트를 해볼 생각해 들떠있다가 이내 추가 질문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기왕 온 거 마저 듣고 가자는 생각에서였다.

“피오리스 연구소 팀장 매기 대령입니다.”

-오, 대령.

“질문하시지요.”

주변에 장성이 워낙 많아 내게도 존대를 한 매기 대령은 흔치 않은 여성 대령이었다.

“인상적인 테스트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까 제품에 적용했다는 그 마법, 안정성을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단발성 테스트는 무사 통과했지만, 제품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성능의 감소는 일어나지 않는지 좀 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싸가지없는 녀석을 봤나.

여성 장교라 호의적인 태도로 나선 것도 잠시, 진은 마법과 관련하여 태클이 들어오자 곧장 불쾌함을 드러냈다.

“존 메이어 중령, 최근 조종과 연구 다방면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은 다르죠. 그건 조예가 없는 문외한이 건드려도 될 영역이 아닙니다.”

그녀의 말에 상당수 인원이 일리 있는 의견이라며 고갤 주억거렸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진 알겠습니다. 그러니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실험해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마법이란 늘 예상치 못한 곳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지요. 나는 중앙에서 인정받은 마법사로서 해당 기술의 원리를 누가 제공했는지 공유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아마 해당 마법을 구축한 게 나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모양.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녀는 내 침묵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더욱 득의양양하여 말했다.

“위험하게 급조한 기술이라 밝히기 꺼림칙한가 보죠? 중앙의 인가를 받지 않은 위험한 자들과 손을 잡은 건 아니어야 할 텐데요. 마법이라고 다 같은 마법은 아니랍니다.”

-뭔 개소리야! 네까짓 게 마법이 뭔지는 알아?

진은 차라리 마법사라고 밝히는 게 어떻겠냐며 펄쩍 뛰었다.

당장 저 녀석의 콧대를 납작 눌러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단 이유에서였다.

‘뒷감당은 어떻게 하고?’

갑작스레 마법을 각성한 마법사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중앙으로 건너가 교육이란 이름의 정신개조를 받아야 했다.

괜히 마법을 각성한 이들이 자신이 마법사임을 숨기고 떠도는 경우가 생기는 게 아닌 것이다.

진은 그럴 땐 카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이대로 당할 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지간히 매기 대령의 발언에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운 격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답을 내놓았다.

“대령님. 해당 기술을 누가 제공했는지 알게 되시면 그것으로 의문이 풀리시겠습니까?”

“그분이 중앙의 인가를 받은 분이라면 응당 그렇겠지요.”

“중앙에 보고된 마법사가 아니라면요?”

“당연히 폐기해야지요! 그런 자가 만든 기술을 어떻게 믿는단 말입니까. 백번 양보해서 마법에 쓰인 원리를 철저히 해명한다면 기술 채택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요.”

-뺨따귀 마려운 소리 그만 하라 그래.

잔잔히 피어오르는 진의 분노를 느끼며 나는 순간 입꼬리를 씰룩였다.

다소 비웃는 듯한 표정에 매기 대령은 눈썹을 찌푸리며 발끈했다.

“왜 그렇게 웃는 거죠? 중령?”

“별거 아니었습니다. 그저···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분에게 원리를 해명하느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뭐라고요?”

내 말에 매기 대령이 쌍심지를 켜고선 언성을 높였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해명하세요!”

“그야 그렇지 않습니까. 마법의 원리를 해명하라는 것 자체가 남이 연구한 학문을 대가 없이 도둑질 하고 싶다는 거로밖엔 이해가 되질 않는걸요.”

“감히···! 그따위 망언을!”

-캬. 더해줘! 더해줘!

좋아하는 진을 보며 나는 기왕 이리된 거 아예 화끈하게 저질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뭐 중앙에 간 마법사들이 죽어서 나오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시즈 일족과 거래한 일은 평생을 숨겨야겠지만 마법사 각성 건은 그 정도로 꼭꼭 숨길 일은 아니었다.

“대령님이 워낙 궁금해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당 제품에 들어간 마법 기술 제공은 전부 제가 도맡았습니다. 그러니 질문이 있다면 저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아, 도둑질은 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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