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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군벌가 망나니-19화 (19/134)

19화

‘마법의 위력이 과연 탁월하다!’

-말했잖아. 이것을 만든 사람은 실력이 있다고.

신형 파이어플라이를 타고 훈련에 참여했을 때, 나는 즉시 달라진 점 하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평소보다 더 높은 G를 버틸 수 있게 됐다는 것.

이것은 고급과정을 거치며 내 몸이 튼튼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신형 전투기에 가미된 마법 덕분이었다.

마법으로 인해 일정 수준의 G가 상쇄되었기에 평소보다 속력을 더 내어도 몸이 버틸 수 있었던 것.

나는 처음으로 지크 셉타누스가 평소 느꼈을 신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고 그 기동력을 이용해 닉슨 임시 편대장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남들에겐 보이지 않을 무수한 라인이 눈앞에서 그러졌다.

진이 실시간으로 머릿속에 보내오는 계산 결과들이었다.

나는 이것을 이용해 기총으로 미사일을 타격하는 묘기를 부렸고 동시에 상대 전투기를 농락하는 기동을 펼칠 수 있었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얼마나 놀랐는지 감탄을 욕으로 해대는 선임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법의 효과는 동기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분이었고, 특히 지크와 찰스의 움직임이 크게 도드라졌다.

“지크 앞장서라! 백업하겠다.”

<알겠다.>

가장 조종실력이 훌륭한 지크를 앞세워 나와 찰스가 백업을 하는 전략.

보통 단체전에서 전투기는 적과 거리를 유지하고자 애를 쓰지만 우린 일부러 거릴 좁히며 혼전 양상을 유지했다.

아군이 피격당할까 쉬이 공격할 수 없는 영역에선 곧 조종 기술에 승패가 달려있었다.

순식간에 전투기를 열 대 이상 격추하자 승기가 이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애송이들을 지원해라!>

편대장 닉슨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들은 훈련소를 전전하는 애송이들이 아니었다.

전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베테랑들이었고, 닉슨은 우리를 돕는 게 이번 전투에서 가장 쉽게 이기는 길이란 걸 깨달은 듯했다.

선임 조종사들이 우리의 백업에 가세하자 전투가 더욱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선봉에 선 지크의 조종술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평소에도 라다만 특유의 강인한 육체로 인간은 해낼 수 없는 기동을 펼치던 녀석인데 여기에 마법 보조까지 더해지자 이건 숫제 전투기가 아니라 미사일처럼 보일 정도였다.

선임들은 우릴 병아리라 불렀지만 결국 전투의 승패를 가른 건 우리의 활약이었다.

상대 전투기 150대를 넉다운시키는 동안 이쪽은 고작 40대가 조금 넘는 수준의 피해만이 있었다.

그야말로 압승.

격납고로 돌아왔을 때, 임시 편대장 닉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한 얼굴로 어깨동무를 걸쳤다.

“짜식들! 어디서 이런놈들이 굴러들어왔담! 오늘은 선배님이 주도(酒道)가 무엇인지 알려주마!”

이와 같은 반응은 닉슨뿐만이 아니었다.

편대의 리더를 맡는 고참급 선임들은 술값을 뒤집어쓸 뻔했다가 살아나게 되자 마냥 기분이 좋은듯했다.

“이름이 존이라고 했나?”

“예.”

“아까 선두에 섰던 녀석들도 실력이 보통이 아니던데?”

“제 동기들 실력이 다들 준수한 편입니다.”

“다른 데 가지 말고 무조건 우리 편대로 와라! 그럼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는 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을 보장하지!”

“무슨 소리! 이 녀석은 우리가 데려가겠어!”

땀내 나는 남정네들이 우릴 두고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이 정도면 상당히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었다.

*

수백 명의 선임과 부대끼며 지내게 된 소위 생활.

우린 첫 전투에서 활약으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각 편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상당한 알짜배기라 평가받은 나를 뽑아간 것은 선임 편대장인 리카르도 솔론 대위였다.

그는 서른 명이 넘는 편대장 중 가장 짬밥이 높았고 곧 소령 진급이 유력한 인물이었다.

리카르도 대위가 나를 점찍었단 사실에 나는 흡족한 기분을 느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밑에서 군 생활을 하는 것이 쉽게 꿀 빠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리카르도 대위는 대귀족 가문 출신임에도 인품이 괜찮은 편이었다.

자신의 부를 자랑하지 않고 후임들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 나는 적잖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귀족가문 군인들이 저랬으면 귀족이 더 존경을 받았을 텐데 말이지.’

훈련소, 그리고 짧은 자대 생활을 하며 느낀 거지만 이놈의 장교들은 귀족가 출신일수록 성격이 더러운 경우가 더 많았다.

그놈의 특권의식 때문이었다.

날 때부터 자신은 고귀한 핏줄을 타고났으며 일반 시민과는 아예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제국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귀족가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귀족인 건 전혀 아니었다.

가주가 대귀족일지라 한들 세습을 시켜줄 수 있는 권한은 단 한 번에 불과한데 이 권한을 미리 적용시켜 귀족이 된 채로 군에 입대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연방군에 장교로 입대한 경우, 특히 조종사처럼 위험성이 따르는 특기는 충분한 군공을 쌓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지라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거나 전역을 하기 전까진 세습을 시켜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귀족가 놈들은 평소에도 자기가 얼마나 특별한 신분인지 자랑하길 좋아했는데 그런 점은 대귀족일수록 더 극성맞곤 했다.

“이게 말이야. 아르마다제 신형 부스터란 말이야. 돈 주고도 못 사는 중앙에서 들여온 물품이지. 얼만지는 알아? 50억 크레딧이야! 50억!”

전투기 혹은 대형함.

연방군의 전략 자산을 다루는 모든 조종 장교들은 다들 크든 작든 간에 사비를 들여 자신의 함선을 개조하는 게 일상이었다.

작은 기총 하나, 혹은 미사일 하나.

돈을 들여 기체의 스펙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으로 전장에서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주변에 재력까지 과시할 수 있으니 귀족가문 장교들 사이에선 이런 게 아주 당연한 풍경이었다.

덕분에 이곳 마이더스호만 하더라도 전투기의 외견은 다들 조금씩 달랐다.

군에서 지급받은 순정상태인 전투기는 나와 동기들이 거의 유일했고 나머진 무기를 강화하거나, 심한 경우엔 아예 전투기 모델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연방군 입장에선 추가 예산 없이 전력증강을 꾀할 수 있으니 굳이 통일성을 강조하기보단 말없이 넘어가 주는 모양새였다.

어느덧 전함에 배치된 지도 약 한 달여.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도 충분히 익숙해졌을 무렵, 리카르도 대위가 내게 전투기를 개조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존 소위, 자넨 대귀족 가문 출신이지?”

“그렇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부족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ECU 개선사업을 대가로 얻어낸 방열판과 팰렁스 사업도 순항 중이라 현재 내 계좌엔 여유자금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아마 보름 전에 확인했을 때 이미 5천억이 넘는 돈이 잠자고 있었으니 지금쯤은 몸집이 더 불어났을 터였다.

“혹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액수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까?”

“전혀. 자네가 돈이 썩을 만큼 많다면 여분의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도 가능하지. 아마 정비반에선 엄청 좋아할걸?”

리카르도 대위는 조종 장교들은 연방은행을 통해 고액 대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종사들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사용처를 따지지 않고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휘하 편대원이 강해지면 내게도 좋은 일이니 서로 윈윈이지.”

리카르도 대위는 제안에 나는 어떻게 하면 전투기를 개조할 수 있을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변을 살피던 나는 어쩐지 어두운 얼굴을 한 동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크와 찰스, 그리고 다른 친구들까지.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친구들 역시 같은 제안을 받은 것이다.

다만 달랐던 것은 서로의 주머니 사정.

내겐 그깟 수십억이지만 저들에겐 생각해본 적 없는 거금일 터였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나를 잘 따르던 녀석들을 생각하면 뭔가 마음이 개운하지 못했다.

적당한 방법을 찾던 나는 어느 날 오후, 우연히 정비 장교들이 머무르는 작업반에 들르게 되었다.

다른 특기는 일과시간이 끝났음에도 이곳은 여전히 분주한 모양새였다.

수십 명의 부사관과 장교들이 전투기 분해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일정 시간 이상 비행한 전투기는 반드시 이런 대규모 정비를 받아야지만 다시 작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사관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내가 귀찮은 기색이었지만 차마 나가라곤 못 하는 분위기였고 오히려 위관 장교가 나를 알아보고선 웬일이냐며 화색을 띠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진은 눈앞의 소령이 ECU 개선 테스트 날에 있었던 인물이라고 알려주었다.

“오딘 연구소의 기재가 여기까진 무슨 일인가?”

“아,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정비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군요.”

“어렵지. 잠시 한눈팔면 부품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단독으로 1년 이상의 작전 수행도 가능한 전함이었기에 어지간한 고장은 행성에 들르는 일 없이 자가 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소령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 하게.”

“저기 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곡선형 파이프 있지 않습니까. 혹시 어떤 기능을 합니까?”

“아, 추력 노즐에 파워를 전달하는 파이프 라인이지. 저게 궁금했나?”

소령의 답변을 들은 나는 즉시 진에게 물었다.

‘진, 저거 외벽에 새겨진 룬문자 있잖아. 몇 개를 바꿔서 새로 각인하면 효과가 달라질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나는 파이프에 새겨진 문자를 보는 순간 마법의 깨달음을 얻었고 즉시 진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결과물을 잠시 검토한 진은 흐뭇한 듯 말했다.

-가르친 보람이 있군.

‘성공적이란 말이지?’

-이 정도라면 내구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파이프 속 유속이 확실히 증대될 거야.

추력 노즐이 힘을 받으면 전투기의 기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거다 싶었던 나는 즉시 방으로 향했다.

노트북을 연 후엔 곧바로 계획서 작업을 시작했다.

전투기 성능향상을 위한 프로젝트 초안이었다.

계획서는 막힘없이 2시간이 채 못 돼 작성됐고 나는 그것을 출력해 대대장에게 향했다.

곧장 함교로 가 마이클 준장과 대면해도 될 테지만 군에는 모든 일에 순서가 필요했다.

리카르도 대위는 건너뛰더라도 대대장,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상관을 모두 패스하고 소위인 내가 준장과 직접 대면한다는 건 그림 상으로 적절치 못했다.

준장이 날 호출할 땐 상관없지만 내가 그 반대를 하는 것엔 부담이 따르는 상황.

굳이 미운털 박히지 않더라도 안건을 올리면 준장과 마주할 수 있으니 조바심낼 필요는 없었다.

나는 계획서를 들고 대대장실을 찾았다.

마이더스호 전투기의 관리 감독을 맡은 건 전투기 대대장 팔코 소령이었다.

“무슨 일인가?”

일과를 마치고 사복차림을 한 그와 테이블을 마주한 나는 서류를 건넸다.

“전투기 기동력 개선을 위한 부품 개선 방안이라···.”

안경을 고쳐 쓰고 쭉 내용을 확인한 대대장은 이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곧장 파악한 눈치였다.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사령관님께 가지 않고?”

“먼저 대대장님께 보고를 드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으음.”

뭔가 묘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인 소령은 벗어두었던 제복을 다시 챙겨입었다.

“같이 사령관님을 뵈러 가세나.”

*

메인 함교.

대형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엔 늘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식사를 마친 시간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준장은 나와 대대장을 반겨주었다.

“무슨 일인가?”

“존 소위가 안건을 하나 올렸는데 사령관께서 직접 보셔야 할 내용인 것으로 생각되어 데려왔습니다.”

나는 공손히 준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리고 잠시 뒤, 서류를 살핀 마이클 준장이 소령에게 말했다.

“자네는 이만 돌아가도 좋네.”

“예.”

그것이 자리를 비켜달란 뜻임을 안 소령은 발길을 돌렸고 준장은 패널을 조작해 주변에 투명한 막을 쳤다.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든 블랙박스를 뜯지 않고서야 들을 수도 볼 수도 없게 만든 것이었다.

“존 소위.”

“예.”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투기 기동성 23퍼센트 향상을 예측한다고 적혀 있는데 이 수치가 틀림없나?”

“실성능 예측 전이라 오차가 없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만 플러스마이너스 3퍼센트 이내일 겁니다.”

무려 23퍼센트의 기동력 향상.

물론 파워가 올라간다고 조종사가 그것을 버틸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에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뛰어난 플랜인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준장이 순양함 ECU 개선 때처럼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잠시 뒤 돌아온 준장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이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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