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103. “웃어? 뒤지고 싶냐?”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03. “웃어? 뒤지고 싶냐?”
뭐 어쨌건 1회에 우리가 두 점을 먼저 낸 이후, 2회는 양 팀 모두 삼자범퇴였고, 이제 3회 초였다.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앞의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하찮은 피터 일슬러 놈이 두 번째 타석이었는데, 이 쫄보 놈은 내가 질 어떻게 하기라도 할까봐 홈 플레이트 쪽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뭐 솔직히 말해서 한 몇 달 푹 쉬게 만들어줄까 잠시 망설였던 건 사실이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애초에 그럴 가치조차 없는 찌그레기다.
저런 놈은 라인업에서 빠져주는 것이 오히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더 도움이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줄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금은 상대 타자가 홈 플레이트에서 좀 떨어져 있으니 바깥쪽만 줄창 던지면 된다.
❝루킹 삼진입니다. 바깥쪽 코스의 하이 패스트볼 세 개를 연속해서 그냥 지켜봤지만, 존에 모두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루킹 삼진이었다. 107.3마일(172.7㎞) 3339rpm, 107.5마일(173㎞) 3058rpm, 107.2마일(107.2마일(172.5㎞) 3448rpm의 하이 패스트볼을 지까짓 놈이 무슨 수로 건들 수 있겠는가.
저놈이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를 때려냈던 건 어디까지나 플루크고 요행이었다.
뭐 그래서 이번 이닝도 삼자범퇴로 막아냈고, 이제 우리 팀의 3회 말 공격. 1사에서 두 번째 타석이었다.
상대 팀의 두 번째 투수 메이슨 해니건이 두 번째 투수로 급하게 올라와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이후 여섯 타자 연속으로 범타 처리를 하며 나름 좋은 투구를 이어가는 중인데,
2023시즌, 2024시즌의 성적은 8승 9패 4.88, 7승 12패 5.39로 대단히 좋지 않았고, 논텐더를 당하지 않은 것이 신기했지만, 올해는 12승 7패 3.57의 호성적으로 반등에 성공하였다.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왼쪽으로 멀리 날아가는 이 타구가 그대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떨어집니다. See-Ya. 태양 왕의 이 벼락과도 같은 라인드라이브 홈런으로 양키스가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물론 그래봤자 어차피 나한테는 홈런을 아낌없이 선물해주는 고마운 산타일 뿐이다.
이후에
❝밀어친 타구가 우중간을 완벽히 갈랐습니다. 마크 크라웃은 편안히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2루타입니다.❞
크라웃이 초구에 바로 2루타를 때려내었지만, 점수와는 연결되지 못했고,
이 3:0의 점수가 계속 유지되면서 5회 말. 1사에서 세 번째 타석이었다.
❝아!!! 지금은 피했기에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헤드샷이 나올 뻔했습니다. 정말 아찔했네요.❞
96.5마일(155.3㎞)의 포심 패스트볼이 내 머리 쪽으로 날아왔지만, 다행히도 재빨리 피했다.
음······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미안해. 고의는 절대로 아니었어. 화 풀어.”
포수인 오스틴 넬슨이 바로 사과를 했지만, 그 말투가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세상에 사과를 실실 쪼개면서 하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 처먹은 버르장머리란 말인가?
“웃어? 뒤지고 싶냐?”
“잘못했어. 용서해줘.”
후······
그래. 참자. 참자. 참자.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생각 같아서는 스윙하는 척 하면서 저놈의 대갈빡을 배트로 후려 처버리고 싶지만, 내가 무슨 조폭이나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어디 그럴 수야 있나.
❝낮은 공을 퍼 올렸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우익수가 쫓아가서 펜스 앞에서 잡아냅니다.❞
결국 이번 타석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야 말았다.
처음부터 낮게 떨어진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 공이 내 생각보다 더, 거의 원바운드가 될 정도로 낮게 떨어졌고, 그걸 골프 치듯이 걷어 올렸지만, 아깝게도 펜스에서 잡히고 만 것이다.
❝땅볼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마크 크라웃이 멀티 히트를 기록합니다.❞
2사 이후에 크라웃이 안타를 때려냈다.
사실 지금 타구는 릭 블러드워스-노엘 에클룬드가 아닌, 다른 정상적인 유격수-3루수였다면 평범한 땅볼이 됐을 텐데, 멍청한 놈들이 서로 처리를 미루다가 이 평범한 땅볼을 안타로 만들어 준 것이다.
❝10구. 낮게 떨어지는 공을 참아냅니다. 볼넷입니다.❞
이어서 카퍼가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결국 볼넷을 골라 나갔고, 결국 메이슨 해니건은 여기까지였고,
이 상황에서 상대 팀은 필승조인 라자로 발데스를 세 번째 투수로 올렸다.
본래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클로저였던 투수지만, 불펜, 필승조 보강을 노리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지난 7월 31일에 두 명의 유망주를 내주는 대가로 트레이드해왔다.
산동네에서는 7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허구한 날 불만 지르기 바빴는데, 하산하여 디트로이트로 이적해 온 후,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셋업맨으로 거듭났고,
2사지만, 주자가 득점권에 가 있는 상황, 디트로이트로서는 안 그래도 대단히 어려운 경기인데, 여기서 한 점이라도 더 내준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되기에, 아직 5회라도 탐에서 가장 믿는 투수를 내보낸 것이다.
❝6구. 바깥쪽으로 다소 벗어나며 볼이 됩니다. 연속 볼넷. 이로써 누상에 주자가 꽉 채워집니다.❞
일단 마이크가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가 되었다.
지금의 이 상황이 아마도 오늘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결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5구. 바깥쪽의 볼입니다. 3연속 볼넷이 되었고, 양키스가 밀어내기로 한 점을 더 득점했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네요.❞
결국 밀어내기가 나오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저 라자로 발데스라는 투수가 원래 이렇게 볼질을 하는 투수가 아닌데, 중요한 경기의 이런 상황에 올라와서 긴장이라도 한 것일까?
그리고.
❝땅볼 타구입니다. 유격수가 앞으로 대시하는데요. 어? 유격수가 타구를 잡은 후에 송구 동작을 취하던 도중 그대로 미끄러졌습니다. 주자 모두 올 세잎.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5:0. 양키스가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아.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서 아주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는군요.❞
사무엘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서 유격수의 에러가 나오면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지금은 사실 유격수가 그렇게 급하게 나와서 처리할 필요가 없는 타구였는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급하게 대시해서 잡은 후, 스텝을 바꾸는 과정에서 지 발에 지가 꼬여 자빠지는 꼴사나운 장면을 보인 것이다.
“엄청 창피하겠군.”
KBO리그에서나 볼법한 예능 수비에 대한 트로이의 짧은 감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녀석은 창피해하기는커녕 실실 쪼개고 있었다.
음······
지 동료들하고, 감독은 속에서 열불이 터질 텐데, 뭐가 좋다고 저리 실실 쪼개는지 모르겠다.
과연 저 친구가 개념이 없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라는 팀의 팀 기강이 개판인 것일까?
물론 뭐 기강이 무너진 팀이 88승이나 하고, 여기까지 올 일은 없을 테니, 당연히 전자일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어쨌건 보기 썩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꼰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아니 가뜩이나 팀이 어려운 와중에 본인 실수로 실점을 하고, 그 어려운 상황을 계속 이어가도록 했지 않은가.
사람 새끼라면 최소한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게 맞는 거고, 팀원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맞는 거 아닌가?
최소한 쪼개지는 말아야지. 지가 뭘 잘했다고 쪼개?
저런 놈이 우리 팀 선수가 아닌 것이, 내 동료가 아닌 것이 정말로 천만다행이었다.
아무튼 이후에.
❝잘 받아 때렸습니다. 날카로운 타구가 3루 라인 선상 안쪽에 떨어집니다. 3루수가 몸을 날려봤지만, 잡지 못했고, 펜스까지 굴러간 이 페어 타구는 주자 세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레이 징커슨의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로 스코어는 순식간에 8:0까지 벌어집니다.❞
레이의 싹쓸이 2루타로 8:0을 만들며 게임 분위기는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2사를 잘 잡아놓고, 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채운 후, 밀어내기와 실책, 그리고 싹쓸이.
무실점을 기대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참혹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는데, 지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멸한 것을 누굴 원망하겠는가.
어쨌건 이제 6회 초였다.
실책 이후 실실 쪼개다가 바로 질책성 교체를 당한 릭 블러드워스를 대신하여 대수비로 들어간 마크 에들린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내년에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센터 라인, 특히 유격수 보강은 필수였는데,
애초에 이 마크 에들린이나 릭 블러드워스 같은 놈들이 유격수를 보는 팀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만 해도 이미 대단한 기적이었다.
물론 내가 참견하고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한데,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팀이 겨우 이따위 수준의 야구를 한다는 것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그냥 해본 말이었다.
뭐 그렇다는 거고,
❝비껴 맞은 타구가 아주 높이 떴습니다. 포수가 뒤쪽으로 이동해서 타구를 처리합니다. 초구를 과감하게 때려봤지만,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마는 마크 에들린입니다.❞
이 마크 에들린을 초구에 간단하게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제 아까 나의 신경을 긁었던 두 놈으로 타순이 이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저런 버러지만도 못한 하찮은 놈들은 굳이 보복을 할 가치조차 없는 놈들이다.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이놈들 따위야 뭐 어차피 삼진이고, 이제 6회 말이었다.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낫아웃 상황이네요. 포수가 빠르게 잡아서 1루로 던집니다. 오!!!! 아··· 이게, 이 송구가 주자의 엉덩이에 맞았습니다. 허허. 하다 하다 이런 상황이 다 생기네요. 어제, 오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수비가 정말로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선두타자 트로이가 낫아웃 상황에서 포수의 송구에 엉덩이를 맞는 황당한 장면이 만들어지며 선두타자가 출루하였고, 무사 1루에서 네 번째 타석이었다.
상대 팀의 네 번째 투수로는 대니 포스터가 올라와 있었다.
여기서 쟤를 올렸다는 것은 경기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물론 경기를 포기한 건 상대 팀이고, 우리는 그렇지 않기에 여기서 계속 상대 팀을 몰아붙여야 한다.
뭐. 아무튼.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우중간으로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 밖에 떨어집니다. See-Ya. 태양 왕이 오늘도 멀티 홈런을 때려냅니다.❞
초구로 들어온 92.8마일(149.3㎞)의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그대로 넘겨 팀의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들어냈고,
❝4구. 낮은 공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5구. 바깥쪽으로 빠졌습니다. 여기서 연속 볼넷이 나오는군요.❞
❝6구. 몸쪽 높은 공인데요. 그러나 볼넷입니다. 홈런을 허용한 이후에 3연속 볼넷으로 누상에 주자가 꽉 채워졌는데, 확실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선 대단히 좋지 않은 흐름이네요.❞
3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는데,
❝오른쪽으로 밀어냈습니다. 멀리 뻗어가는 이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제임스 저스티스의 이 그랜드슬램으로 스코어는 14:0까지 벌어졌습니다.❞
제임스의 이 그랜드슬램은 이미 못이 단단히 박힌 관뚜껑에 세 번째로 못을 다시 박는 확인 사살이었다.
그리고 이제 7회 말. 선두타자로 다섯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데, 대니 포스터가 여전히 상대 팀의 마운드를 계속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이 타구는 결국 펜스 밖에 떨어졌습니다. 오늘 경기 3홈런을 때려내는 태양 왕입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홈런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상의 추가 득점은 없었고,
8회 초는.
❝높은 공을 때려냈습니다. 이 타구가 그대로 센터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우게스 산도발의 안타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정말 오랜만에 안타를 때려냅니다.❞
선두타자 우게스 산도발에게 안타를 처맞았지만,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몸쪽. 꽉 찬 코스의 공이었는데, 반응하지 못합니다. 루킹 삼진입니다. 열여덟 개째 삼진이네요.❞
❝땅볼 타구입니다. 유격수가 잡아서 그대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당연히 그 세 타자가 홈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고,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낮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높이 떴습니다. 투수가 거의 제자리에서 처리해내며 오늘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경기 종료. 뉴욕 양키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15:0으로 완파하고, 2차전도 승리를 가져갑니다.❞
9회 말도 아무 일이 없이 그대로 무사히 경기가 종료되었다.
타석에서는 5타석 4타수 3안타(3홈런) 4타점, 마운드에서는 9이닝 2피안타 20K 무실점의 완벽투였다.
뭐 오늘의 이 대승은 물론 우리 팀이 잘했던 탓도 있지만, 상대 팀이 고맙게도 알아서 자멸해줬기에 가능했는데, 5회 말의 밀어내기와 실책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건 우리 팀이 먼저 2승을 거두었고, 하루 휴식 후인 10월 1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3차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한 판이었고, 에이스인 조슈아 요스트가 선발 등판했지만,
그 믿었던 조슈아 요스트가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1이닝 4피안타 5볼넷 7실점의 처참한 투구로 처절하게 무너지면서 이 3차전도 우리 팀의 17:0 대승으로 끝이 났는데,
이 경기에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행복한 예능 수비는 여전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시리즈 전적 3:0. 스윕으로 CS 진출을 확정을 지었고, 기분 좋게 뉴욕으로 개선하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정규시즌에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돌풍을 일으키며 무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와일드카드 게임 이후 디비전 시리즈에서 차마 눈 뜨고는 보기 힘들 참혹하고도 절망적인 경기력으로 허무하게 스윕 패를 당하며, 결국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시즌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