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102화 (102/104)

〈 102화 〉 102. “뒤지고 싶냐?”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02. “뒤지고 싶냐?”

이날 경기를 대첩으로 어이없이 내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경기 직후부터 바로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휩싸였는데, 레딧 같은 커뮤니티나 SNS상에서, 그리고 디트로이트 지역 언론에서는 선수단을 향한 무차별적인 난도질이 시작되었다.

웃긴 건 모든 선수들이 싸잡혀서 비난을 당하다 보니 자니 예거나 로헬리오 푸엔테스, 케이든 자일스처럼 훌륭한 활약을 한 선수들조차 같이 싸잡혀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는 거였다.

와일드카드 게임 때만 하더라도 천하에 둘도 없는 명장이라 칭송받았던 감독 토드 키팅어 역시 천하에 둘도 없는 졸장에, 쫄보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역시 가장 말이 많이 나온 장면은 나를 자동고의사구로 걸렀던 바로 그 장면일 수밖에 없었는데,

물론 뭐 이미 말했지만, 사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차피 다 결과론이었다.

만일 나와 정면승부를 해서 나한테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처맞았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보나 마나 왜 거르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냐고들 비난을 퍼부을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밀어내기 사구, 끝내기 폭투가 나올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거고,

음······

뭐. 사실 어떻게든 디트로이트 애들을 쉴드쳐주려고 말을 꺼내긴 했다만, 막상 이렇게 말하니까 얘네들이 정말 어지간히 못하고, 개판이긴 했었네.

아무리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고, 중압감을 느꼈다고 해도, 이건 KBO리그도 아니고, 이건 뭐······

하여튼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승리를 당한 우리 팀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는데,

현재 포스트시즌 15연승, 만일 올해에도 DS와 CS, WS를 모두 스윕한다면 포스트시즌 25연승, WS 11연승이라는 또 하나의 위업을 쓰게 된다.

어쨌건. 다음 날인 10월 9일 목요일.

2차전의 양 팀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왕태양 P

2. 마크 크라웃 CF

3. 브루스 카퍼 LF

4. 마이크 스켈튼 1B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사무엘 챔플린 2B

7. 레이 징커슨 3B

8. 케빈 사네즈 C

9. 트로이 푹스 SS

***

***

1. 피터 일슬러 2B

2. 자니 예거 LF

3. 로헬리오 푸엔테스 RF

4. 노엘 에클룬드 3B

5. 우게스 산도발 1B

6. 케이든 자일스 DH

7. 케빈 케핑거 CF

8. 릭 블러드워스 SS

9. 오스틴 넬슨 C

P. 제이미 밴더비어

***

디트로이트는 다소 공격적으로 라인업에 변화를 좀 줬는데,

음······

글쎄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노엘 에클룬드가 3루 수비를 한다는 건, 선을 좀 심하게 넘은 거 아닌가?

물론 에클룬드의 본래 포지션은 3루가 맞긴 했지만, 그것도 무려 4년 전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지만, 과거 막장 수비력으로 악명 높았던 그 범죄자 앙헬로 놈 이상으로 그 수비력이 절망적인 수준이어서 지명타자로만 쓰는 선수를 이제 와서 3루수로 출장을 시킨다?

게다가 심지어 그 파트너인 유격수가 릭 블러드워스였다.

3루수의 수비 범위가 좁고, 또 그 수비 능력이 떨어진다면, 그만큼 유격수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릭 블러드워스라는 유격수 역시 그 수비 능력이 대단히 떨어지는 선수였다.

이 3루수-유격수 조합은 틀림없이 대형 참사를 불러올 것이고, 내가 봤을 때, 어차피 질 경기, 그냥 노엘 에클룬드와 릭 블러드워스를 욕받이로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는 안 보였다.

“오늘은 가능하면 3루와 유격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자고. 땅볼을 치더라도 1, 2루 쪽이 아닌 3, 유 쪽 땅볼을 만들어야해.”

전광판에 라인업이 뜬 이후, 모든 야수들을 소집한 데렉은 위와 같이 지시하였다.

상대 팀이 대놓고 약점을 드러내 보인 이상, 우리는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어쨌건 국가 제창과 시구 행사가 끝이 난 후, 1회 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공격으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낮은 공을 건드렸습니다. 이 땅볼 타구가 투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유격수가 대시해서 그대로 맨손 캐치하여 1루에 던집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군요. 피터 일슬러의 발이 더 빨랐습니다. 피터 일슬러에게는 다소 행운이 따른 내야 안타였네요.❞

초구부터 선두타자를 내야 안타로 내보내고 말았다.

이런 타구는 내가 직접 처리를 해줬어야 했는데, 이건 말이 내야 안타지, 사실상 내 실책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주자가 나갔다고 한들, 어차피 이 주자는 당연히 홈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이야. 방금 공은 구속이 107마일(172.2㎞), 회전수는 무려 3588rpm이었습니다. 이런 공은 대체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던질 수 있는 것일까요?❞

일단 107마일, 3588rpm의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상대 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자니 예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588rpm이라는 회전수는 아마 내가 지금껏 던진 공 중 가장 높은 수치의 회전수일 것이다.

사실 회귀 초반만 해도 혹시라도 110마일(177㎞), 120마일(193.1㎞), 200마일(321.9㎞),  4000rpm, 5000rpm, 10000rpm 이런 공들을 던지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혹시라도 NASA 같은 곳에 강제로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일단 다행히도 아직은 그런 공을 던지지는 않고 있다.

음······

그렇다는 것은, 내가 이 마력이라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마력이라는 것의 한계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 수도······

그런데?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어? 지금 이게······ 이야. 지금 랩소도에 믿기지 않는 숫자가 찍혔습니다. 구속이 108마일(173.8㎞), 회전수가 3599rpm입니다.❞

방금 던진 공은 랩소도에 108마일에 3599rpm이 찍혔고, 이는 당연히 내 최고 구속과 회전수를 경신한 것이었다.

일단 확실한 건 그 마력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없는 거로 밝혀졌다.

어쨌건.

❝낮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선두타자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감하였고,

이제 1회 말. 우리 팀의 반격이었다.

선두타자로 첫 번째 타석을 맞이한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제이미 밴더비어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됐었고,

당시에 계약금이 무려 750만 달러나 됐을 정도로 대단히 기대를 모으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모두가 기대하던 성장 속도를 보이지 못한 채, 무려 7년이나 마이너에서 머물렀고,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한 2022시즌에야 겨우 MLB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나, 산동네에서 그야말로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처맞고는, 결국 시즌 후 KBO리그 행을 택했다.

그리고 KBO리그에서의 2년은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의 모드였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다시 MLB에 도전했는데,

8월 초에 MLB에 깜짝 콜업 되었고 아홉 게임에 선발 등판하여 5승 2패 1.94라는 믿기 힘든 놀라운 활약을 하였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 걸로도 모자라서 이런 중요한 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타자들은 저 투수를 상대해 본 적이 없는데, 아마도 상대 팀은 그 생소함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오프너 전략으로 나올 예정이거나.

그렇게 되면 원래 5선발이었던 메이슨 해니건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오게 될 것이다.

뭐 어쨌건.

“볼.”

초구는 놀랍게도 너클볼이었다.

오늘날 너클볼이라는 구종은 거의 사멸한 구종이지만, 저 친구는 너클볼을 KBO리그에서 배워왔다.

과거 KBO리그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투수 중에 너클볼을 던질 줄 아는 투수가 있었는데, 제이미 밴더비어가 뛰던 수원 데블스의 투수코치가 그 외국인 투수에게 그립을 배워 현역 시절에 가끔 너클볼을 던졌고, 제이미 밴더비어는 그 코치에게 너클볼을 배웠다고 한다.

사실 너클볼이라는 공은 배우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너클볼 하면 필 니크로를 먼저 떠올리고, 그다음에 R.A. 디키나 팀 웨이크필드를 떠올리는데, 그 중간 계보에서 일세를 풍미했었던 찰리 허프라는 투수는 하루 정도면 던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배우는 건 쉽지만, 숙련된 수준으로 던지는 게 어렵다는 것이 함정인데,

지금 저 제이미 밴더비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밴더비어 본인도 그걸 알기에 어쩌다 한 번, 80개를 던지면 한 두 개 정도 섞어 던지는 정도인데, 그렇기에 지금의 너클볼은 사실 그리 대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 이 친구가 후반기에 좋은 활약을 했던 결정적인 요인은 KBO리그에서 새롭게 장착한 투심 패스트볼이었고, 그 투심 패스트볼로 땅볼을 대단히 잘 유도해냈기 때문인데,

내야 수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투수를 선발 등판시키면서 노엘 에클룬드를 3루수로, 릭 블러드워스를 유격수로 기용할 발상을 한 상대 팀의 감독은 막말로 말해서 또라이 중에서도 아주 상 또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뭐 우리 팀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만, 상대 팀 팬들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속이 터져나갈 것이다.

뭐 아무튼.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정면입니다. 그러나 이 타구가 투수를 맞고 굴절이 돼서 외야로 빠져나갑니다. 안타입니다.❞

일단 첫 타석은 땅볼을 때렸지만, 그 땅볼이 투수의 오른팔을 맞고 굴절이 되며 안타가 되었다.

❝아. 지금 제이미 밴더비어의 표정이 대단히 좋지 않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 느린 화면이 다시 나오지만, 아. 타구가 제이미 밴더비어의 오른팔에 맞았네요.❞

땅볼 타구였어도 지금은 타구 속도가 못해도 120마일(193.1㎞)는 나왔을 것 같은데, 글러브에 맞은 것도 아니고, 팔에 직접 맞았으니 저건 최소 골절이 확실해보였다.

❝타구 속도가 워낙 빨랐고, 게다가 저게 투구를 하는 오른손에 직접 맞은 거라, 이건 진짜로 엄청 아플 것 같습니다. 이대로 제이미 밴더비어가 투구를 계속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일 것 같네요. 네. 결국에는 제이미 밴더비어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대단한 불운이네요.❞

그래서 결국 제이미 밴더비어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고,

선발 투수가 불과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내려가는 이 돌발 상황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쪼록 제이미 밴더비어가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또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어쨌건 제이미 밴더비어의 뒤를 이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두 번째 투수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메이슨 해니건이었다.

그리고.

❝주자 뜁니다. 볼 2루에 연결됩니다. 2루, 2루에서 세잎입니다!!!❞

여기서 2루 도루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야. 제이미를 담가놓고 도루가 하고 싶냐?”

상대 팀 2루수 피터 일슬러가 방금 나한테 이렇게 씨불여대는 게 아닌가.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런데 그 뒤로 이어지는 일슬러 놈의 말은 더욱 압권이었다.

“야구 그렇게 추잡하고, 더럽게 하지 마라. 분명히 경고했다.”

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내가 요새 성질 좀 죽이고 조용히 사니까 이제는 별의별 같잖은 찌그레기가 사람을 무시하고 개겨대네?

“뒤지고 싶냐?”

라는 경고와 함께 놈을 죽일 듯이 노려보니까 놈은 금방 쫄아서 주둥이를 닫았다.

“내가 요새 성질 좀 죽이고 착하게 사니까 찐따처럼 보였냐?”

하다못해 급이 좀 되는 애들이 개겼으면 그냥 웃고 넘기겠는데, 진짜 저런 급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는 찐따 놈이 지 주제에 이렇게 개긴다는 건, 이건 저놈이 진짜로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거나, 그도 아니면 나를 정말로 찐따로 봤다는 것.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개새끼야. 제이미가 다친 거랑 내가 도루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담갔다고? 내가 뭐 일부러 맞췄냐?”

한편 그러는 사이에 크라웃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계속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브루스 카퍼의 이 2점 홈런으로 양키스가 두 점을 앞서갑니다.❞

카퍼가 홈런을 때려내었는데,

“너 조심해. 진짜로 뒤진다.”

나는 하룻강아지에게 마지막 경고를 남긴 후 그대로 다이아몬드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피터 일슬러랑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좋지 않던데.”

아담이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았다.

진짜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담갔다니?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일부러 맞춘 게 아니라, 지가 타구를 잡겠다고 설쳐대다가 팔을 가져다 대서 맞은 거다.

물론 내 타구에 맞아서 다쳤으니, 그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미안한 마음은 느낀다.

아니. 느꼈었다고 해야 맞는 거구나.

원래는 미안한 마음은 느꼈었는데, 피터 일슬러인지, 이슬러인지 하는 하찮은 허접한 찌그레기가 씨불여대는 개소리를 들으니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났다.

지들 투수가 강습 타구를 잡겠다고 설레발치다 스스로 다친 거랑 내가 도루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감히 그따위 개소리를 씨불이며 개긴단 말인가?

상대 팀 투수가 다쳤다고 도루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뭐? 야구 추잡하고, 더럽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뭐? 경고한다고?

그래서 경고 이후에 지까짓 하찮은 놈이 감히 뭘 어쩔 건데?

어휴. 진짜 생각 같아서는 그놈의 아가리를 그냥 확 찢어놓고 싶다만, 참는다.

난 정말 조용히 살려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가끔가다가 저런 하찮은 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튀어보겠다고 개겨서 나를 시험에 들게 만드는데, 그래도 나는 참아낼 것이다.

그래. 내 품격이 있고, 사회적인 체면이 있는데, 애초에 내가 그런 하찮은 놈하고 같이 어울리고, 엮이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 화를 내줄 가치조차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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