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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89화 (89/104)

〈 89화 〉 89. ‘그놈 돈에 환장해도 아주 더럽게 환장을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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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그놈 돈에 환장해도 아주 더럽게 환장을 했군.’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이날은 아빠와 함께 엄마 병원을 따라갔다 왔는데, 놀랍고도 기쁜 소식을 들었다.

글쎄.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생이 하나가 아니라 쌍둥이란다.

풉······

아. 웃음을 참으려고 해도, 계속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한다.

엄마, 아빠로서는 육아의 고생길이 훤히 열렸지만, 뭐 애들은 외롭지 않고 좋겠네.

그리고 이후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가족끼리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고,

한국 시간 11월 30일 토요일 오전 10시.

2주가 조금 넘은 짧았던 한국 체류를 마치고, 가족들과 작별한 채 마침내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째서 뉴욕이 아닌 LA냐?

그야 당연히 에바 때문이었다.

그때 삐진 게 좀 오래 가는데, 삐친 것을 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11시간의 비행을 거쳐 미국 서부 시간으로 11월 30일 토요일 새벽 5시에 LA에 도착했다.

에바에게 줄 선물로 공항면세점에서 3만 8천 달러, 한국 돈으로 4천만원짜리 에르메스 핸드백을 하나 샀는데, 말 한 마디로 참 비싼 대가를 치른다.

혹시라도 불효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을까봐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만, 엄마한테는 이보다 비싼 핸드백도 이미 선물한 적이 있으니 괜한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뭐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그래도 일단 그녀가 좋아하니까, 풀어졌으니까 다행이다.

그리하여 LA에는 1주일이나 머물렀고, 2024년 12월 8일에야 겨우 뉴욕에 돌아왔다.

이제 내년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편하게 취미 활동을 하면서 휴가를 보내면 된다.

물론 계약에 관련된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구단과의 협상이라던가, 여러 실무적인 일은 어차피 지미가 알아서 할 거기 때문에, 나는 그냥 최종 오더만 내리기만 하면 된다.

마침 내일부터 윈터 미팅이 시작되는데, 다들 한참 바빠질 것이다.

***

2024년 12월 10일 월요일.

12월 9일에 개막한 베이스볼 윈터 미팅이 오늘로 딱 2일 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스토브리그의 꽃이자 최대의 이벤트인 이 올해의 윈터 미팅을 개최하는 도시는 테네시 왈츠라는 노래와 컨트리 음악으로도 유명한 테네시주의 내슈빌이었다.

이 도시는 1985년 처음으로 윈터 미팅을 개최한 이래, 올해 윈터 미팅까지, 무려 아홉 번을 개최하게 된 윈터 미팅 단골 개최 도시였고, 다가올 2028시즌부터는 그토록 염원하던 MLB 팀을 유치하게 될 예정이었다.

어쨌건 윈터 미팅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대단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이는 브랜던 리치먼과 지미 윈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창 전력 보강에 바쁜 리치먼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최우선 과제는 우선 팀의 코어 중의 코어라 할 수 있는 태양 왕을 잔류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시즌이 끝난 이후부터 태양 왕의 에이전트인 윈튼과 몇 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계약기간과 금액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아직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20년 11억 달러.”

“15년 6억 7500만 달러.”

이렇듯 양쪽이 원하는 조건은 계약기간은 무려 5년, 금액은 무려 4억 2500만 달러나 차이가 났다.

“당신은 도대체 협상할 생각이 있는 겁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어느 정도 차이면 이해가 가겠는데,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기간은 그렇다 치고, 금액만 4억 2500만 달러에요. 마크를 한 명 더 쓸 수 있는 금액이라고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리치먼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15년 6억 7천 5백만 달러, 연평균 4500만 달러도 지금껏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규모였고, 그로서도 정말 너무 많이 양보한 액수였다.

참고로 현재 MLB의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인 마크 크라웃의 계약 규모가 12년 4억 2650만 달러였다.

그런데 지금 리치먼 본인의 제시액과 상대의 요구액이 딱 그 정도 차이가 나니, 그로서는 정말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여태껏 협상을 진행하면서 욕이 나오지 않는 것 만해도 그로서는 정말 많이 참은 거였다.

‘것 참. 있는 놈이 더하다더니, 그놈 돈에 환장해도 아주 더럽게 환장을 했군.’

물론 속으로 투덜거릴지언정,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서는 절대로 안 됐다.

사실 리치먼도 태양 왕이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태양 왕이 정확히 얼마를 벌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족히 수십억 달러 이상은 될 거라고 추정 가능했다.

그럼에도 고작(?) 수억 달러를 더 받겠다고 이렇듯 리치먼의 속을 썩이고 있었다.

“그럼 그 돈으로 마크 크라웃 정도 선수를 한 명 더 쓰시면 되겠네요.”

크라웃이 윈튼의 지금 이 말을 들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리치먼은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마크 크라웃 정도 선수라니······

크라웃이 일개 에이전트 따위한테 고작 이런 취급을 받을 정도의 그저 그런 선수였던가?

하다못해 태양 왕 본인이 본인 입으로 직접 그런 말을 했다면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오만할 자격이 충분히 있는 선수였으니까.

그런데 선수 본인도 아니고, 고작 일개 에이전트 따위가 MLB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한 명을 완전히 개 무시를 하고 있으니,

리치먼으로서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선수 피나 빨아 먹고 사는 모기, 기생충 새끼가 저렇게 오만할 수 있다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군.’

속으로 한탄하며 혀를 끌끌 찼지만, 역시나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됐다.

“태양은 지난 2년 동안 투타 양쪽 모두 합해서 91.4의 WAR을 기록했습니다. 이 WAR로도 이미 태양 왕은 지금 당장 은퇴해도 HOF에 만장일치로 들어갈 수 있어요. WAR 1의 가치가 700만 달러라고 봤을 때, 저희가 제시한 금액은 터무니없이 깎은 금액이라는 것 정도는 아실 텐데요.”

“물론 저도 태양의 공적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FA는 그 선수의 과거의 공적에 대한 우대가 아닌 그 선수의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내뱉는 순간 리치먼은 순간 아차싶었다.

“그래서 당신은 결국 태양의 가치를 고작 6억 7500만 달러 정도로 평가한다는 거군요. 당신의 본심은 잘 알았습니다. 태양에게도 그대로 전하도록 하죠.”

그리고 상대방은 역시나 바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6억 7500만 달러가 고작이라고? 그러는 네놈 재산은 얼마나 되냐?’

리치먼은 또다시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한탄했다.

그는 속에서 열불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쩜 인간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저토록 싸가지가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리치먼은 이제는 윈튼에게 내심 감탄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느끼기에는 이 윈튼이라는 자는 사람을 불쾌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아주 독보적인 말솜씨를 지녔다.

그런 감정을 숨긴 채 리치먼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저는 태양에게는 6억 7500만 달러 그 이상의 가치가 있고, 태양의 가치는 절대로 돈으로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도란 게 있는 겁니다. 6억 7500만 달러만 해도, 이미 미국, 아니 전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액수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저희는 충분히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이 요구하는 액수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액수에요.”

“그러니까 태양이 그 액수를 현실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하······”

리치먼은 결국 시가를 꺼내 물었다.

이곳은 금연 구역이었지만, 그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속이 타서 담배라도 피워야 할 것 같았다.

윈튼의 궤변은 계속 이어졌다.

“WAR을 봐서 아시겠지만, 이번 시즌 태양은 MVP급 선수 여섯 명의 활약을 해줬습니다. 아까 마크를 언급하셨는데, 마크가 이번 시즌 기록한 WAR이 얼마인지는 알고 계시죠?”

보통 WAR이 8이면 리그 MVP급 선수인데, 크라웃이 이번 시즌 기록한 WAR이 8.7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태양 왕은 MVP급 선수, 혹은 크라웃 여섯 명 분의 활약을 해냈다.

“그러니까,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 인정한다지 않습니까. 그래도 당신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팬들의 정서에도 너무 지나치게 말이 안 되는 금액이에요. 팬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액수에 심리적인 박탈감을 크게 느낄 겁니다.”

이는 매우 훌륭한 개소리였다.

그리고.

“양키스가 대체 언제부터 팬들의 정서, 팬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박탈감을 생각하는 구단이었습니까?”

그 매우 훌륭한 개소리는 바로 이렇게 윈튼의 비웃음을 샀다.

이후 윈튼의 말은 다시 계속 이어졌는데,

“자.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태양은 투타 겸업을 하면서 두 선수의 몫을 하고 있죠? 태양은 팀의 최고 타자이자, 최고 투수입니다. 만일 에이스급 투수와 MVP급 타자를 동시에 데려오려면 최하 연평균 3500만 달러 이상이죠? 합하면 7000만 달러잖아요. 그런데 제 고객이 요구하는 연평균 5500만 달러를 둘로 나누면, 2750만 달러죠? 당신들은 에이스급 투수와 MVP급 타자를 각각 2750만 달러에 쓰는 건데, 이보다 더 큰 이득이 어디 있습니까?”

리치먼이 전에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기적의 논리였다.

‘그 빌어먹을 박쥐 놈.’

리치먼은 뉴욕 메츠의 단장으로 영전한 데이브 윈들러를 생각할 때마다 이가 갈렸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한국 속담이 딱 맞았지. 정말 사람만큼 무서운 게 없다더니······’

윈들러가 찰리 스테인하우어와 붙어먹어 프락치 노릇을 했었다는 사실을 리치먼은 결국 끝내 알지 못했지만,

다만 윈들러가 뉴욕 메츠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과 한 마디 상의가 없었고, 또 윈들러 본인만 간 것이 아니라 몇몇 직원, 그것도 일을 잘해서 평소 그가 대단히 아꼈던 직원들만 골라서 빼간 이유로 리치먼은 윈들러에 대단히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양키스는 현재 프런트의 많은 직원이 물갈이되었고, 몇몇 자리는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석으로 남겨두는 실정이었다.

어쨌건 윈튼의 말은 계속 이어졌는데,

“태양이 양키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세요. 태양이 없는 양키스, 감당되시겠습니까?”

심지어 이제는 아예 노골적인 협박까지 하는 것이었다.

“글쎄요? 당신의 그 미친 요구는 다저스라도 못 받아들일 것 같은데요?”

리치먼은 시큰둥하다는 말투로, 건성으로 대답했다.

‘흥. 앨런, 그놈이 얼마나 흉악한 놈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호구 계약에 동의하겠냐?’

그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아무리 다저스가 돈을 물 쓰듯 쓰는 구단이더라도, 리치먼이 아는 앨런 플라이먼은 절대로 이 미친 계약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리치먼이 보기에는 어차피 결국에는 양키스와 다저스의 싸움이었다.

캘리포니아주의 엄격한 소득세를 생각한다면, 같은 금액이라도 분명 당연히 양키스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 그는 확신했다.

더군다나 태양 왕이 롱아일랜드에 집을 산 것 역시 뉴욕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거 아니겠는가?

이런 이유로 리치먼은 여유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거였다.

‘너무 감정만 상하게 하지 않으면, 다분히 합리적인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다. 쫄 거 없다.’

리치먼은 스스로를 몇 번이고 그렇게 다잡았다.

그럼에도 윈튼의 노골적인 협박은 계속 이어졌다.

“왜 꼭 다저스라고만 생각하십니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있고, 뉴욕 메츠도 있고, 보스턴 레드삭스도 있습니다. 다저스나 양키스만큼은 아니지만, 이 팀들도 충분히 경쟁력 있고,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팀들입니다. 참. 제가 말씀 안 드렸던가요? 당신과 만나기 전에 자이언츠 쪽 관계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쪽에서도 몸이 달아있더군요.”

물론 윈튼이 자이언츠의 관계자를 만났던 건, 태양 왕이 아닌 다른 고객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구 때문에 만났건, 어찌 되었건 일단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윈튼은 이를 협박거리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치먼이 거짓말로 하는 그런 뻔한 협박에 굴복할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자이언츠는 그 허황된 요구를 받아들인답니까?”

노골적인 비웃음과 빈정거림에 윈튼은 내심 불쾌한 기색을 느꼈지만, 이를 표출하지 않았다.

“글쎄요? 일단은 그쪽에서 내건 조건이 당신이 내건 조건보다는 좋다는 거 하나만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물론 이 역시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그쪽에서 소득세도 대신 내준답디까?”

리치먼의 계속되는 빈정거림에 윈튼의 얼굴은 굳어졌다.

‘후······’

리치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생각해도 방금은 본인이 좀 지나쳤고, 상대방으로서는 충분히 감정이 상할만 했다.

그리고 상대방과 감정이 상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 역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계속해봐야 달라지는 게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할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서로 마음을 좀 진정시킨 후에 다음에 다시 협상합시다.”

“좋습니다. 그런데 과연 다음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윈튼의 이 빈정거림은 리치먼의 빈정거림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리고 리치먼은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그럼, 전 바빠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데이브와 약속을 잡아놨는데, 당신과 협상하느라 너무 늦어졌네요.”

물론 윈튼이 윈들러와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건 태양 왕이 아닌 다른 고객 때문이었다.

어쨌건 윈튼이 먼저 일어서 나가자, 리치먼은 다시 시가를 꺼내 물었고, 곧 깊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데이브 놈도, 물론 당연히 태양을 욕심내겠지만, 그놈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저 말도 안 되는 미친 요구에 응할 리가 당연히 없겠지.’

윈들러가 윈튼과 만난다는 사실을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저 미친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액수를 조금 올리긴 해야겠지? 대체 저 돈에 환장한 빌어먹을 놈들은 어느 정도 선이어야 만족할 것인가?’

리치먼은 다시 깊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이미 제시한 연평균 4500만 달러만으로도 이미 사치세를 아득히 초월하는데, 그걸 감당할 생각만 해도 리치먼은 골이 뽀개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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