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80. 완벽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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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완벽한 복수
1차전의 대승 이후 다음 날 2차전도 게리의 7이닝 4피안타 10K 1실점의 역투, 그리고 5타수 3안타 6타점을 기록한 나의 맹활약으로 팀은 13:2의 대승을 거뒀고, 우리는 당당하게 보스턴에 입성했다.
이 기세로 남은 3차전까지 확실하게 잡아내어 스윕을 해야 한다.
하루 휴식 후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오늘은 3차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곳 펜웨이 파크의 분위기는 한껏 비장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늘 경기 우리 팀의 선발 투수는 바로 나였다.
보스턴에게는 희망이 전혀 없었다.
오늘 경기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왕태양 P
2. 마크 크라웃 CF
3. 브루스 카퍼 LF
4. 마이크 스켈튼 1B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사무엘 챔플린 SS
7. 레이 징커슨 3B
8. 케빈 사네즈 C
9. 알렉스 굿윈 2B
***
***
1. 호세 로셀로 2B
2. 호세 오초아 LF
3. 안토니오 발데스 RF
4. 토미 마틴 1B
5. 랜스 프리엘 DH
6. 리암 웨스트 CF
7. 마크 에머슨 3B
8. 조엘 올덴버그 SS
9. 로저 보겔 C
P. 프레디 샌더슨
***
보스턴의 에이스 프레디 샌더슨은 나, 게리, 제이크 디그라프 등과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스터프를 지녔고,
6피트 6인치(198㎝)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최고 102마일(164.2㎞), 평속 96마일(154.5㎞)의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타자를 윽박지르며 많은 탈삼진을 뽑아내는 투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8시즌 이후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유리몸으로 전락했고, 이번 시즌에도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초반을 날린 후, 후반기에야 겨우 복귀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되는데, 이대로라면 장기계약을 장담할 수 없을 거고, 실제로 1회차 때도 그러했다.
뭐 그건 그렇고 간에 일단 우리 타자들로서는 오늘 대단히 쉽지 않은 승부가 되리라 예상하지만, 내가 마운드를 지키는 이상, 한 점이라도 득점하면 분명 이길 거다.
그리고 그 점수를 만드는 것도 당연히 바로 나일 것이다.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왼쪽으로 높이 뜬 이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그대로 그린 몬스터를 훌쩍 넘겼습니다!!!! 태양 왕이 기선을 제압하는 홈런을 때려냅니다.❞
그러니까 바로 이렇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프레디 샌더슨이 자신 있게 꽂아 넣은 100.5마일(161.7㎞)의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그대로 저 흉물스러운 그린 몬스터를 넘겨버렸다.
그리고 배트플립을 한 이후 타구 감상을 하며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보스턴 쪽 홈 관중들의 야유는 쉿 세레모니로 화답했다.
이들은 여전히 내가 타석에 들어서거나 마운드에 올라올 때마다 계속 야유를 퍼붓고 있는데, 아무리 저래 봐야 지들 목만 아프고, 지들만 힘들다는 것을 아직도 못 깨달은 것 같다.
어쨌건 바로 선취점을 가져왔고,
❝몸쪽 높은 공에 배트 따라나옵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바깥쪽 낮은 공에 보기 좋게 속았네요.❞
❝루킹 삼진입니다. 바깥쪽 꽉 찬 코스에 정말 좋은 공이 들어갔고, 이에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1회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상큼한 출발을 하였고,
❝바깥쪽 높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 삼진입니다. 크게 휘둘러봤지만, 바깥쪽 낮은 공이었습니다.❞
❝몸쪽. 깊게 들어갔지만, 스트라이크로 판정됩니다. 루킹 삼진입니다. 리암 웨스트는 지금 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2회에도 나의 삼진 퍼레이드는 계속돼서 현재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이다.
다만, 방금 리암 웨스트를 상대로 던진 결정구는 이건 솔직히 내가 봐도 분명 볼이었는데, 좀 심하긴 한 것 같다.
그리하여 이제 3회 초. 1사에서 두 번째 타석이었다.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이번에도 왼쪽으로 멀리 보낸 이 타구가 그린 몬스터를 직접 때렸습니다. 태양 왕은 2루에 여유 있게 서서 들어갑니다.❞
98.7마일(158.8㎞)의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밀어서 2루타를 때려냈다.
사실 이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은 샌더슨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이고, 실제로 이 공, 이 코스로 가장 많은 삼진을 뺏어냈었는데, 그래봤자 나한테는 장타를 치기 딱 좋은 배팅볼일 뿐이었다.
어쨌건.
❝주자 뛰었습니다. 볼 3루에 연결됩니다. 3루, 3루에서 아웃입니다!!! 태양 왕이 처음으로 도루에 실패합니다.❞
바로 3루 도루를 감행하였으나 명백한 세잎임에도 아웃 판정을 받았다.
❝지금 태양 왕과 양키스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느린 화면이 나오지만······❞
그래서 당연히 비디오 판독울 요청했는데,
“야. 분명히 내 글러브가 빨랐다고. 이런 걸 가지고 무슨 비디오 판독까지 요구해. 꼭 그렇게까지 치사하고 더럽게 야구하고 싶냐?”
보스턴 3루수 마크 에머슨이 이렇게 씨불여댔다.
싸대기를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참으며 그냥 무시했다.
❝아. 판정이 번복됩니다. 보스턴으로서는 대단히 아쉽겠지만, 이건 세잎이 맞았네요.❞
그리고 당연히 판정이 번복됐다.
이제 1사 3루, 외야 플라이 하나만 나와도 바로 한 점을 득점한다.
하지만, 여기서 상대 팀 배터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하였는데,
❝아. 여기서 마크 크라웃을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내는군요. 1루를 채우고, 더블 플레이를 노리겠다는 선택인데요. 과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크라웃을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 또 자동고의사구입니다. 보스턴 배터리는 브루스 카퍼 대신 마이크 스켈튼과의 승부를 선택했습니다.❞
카퍼까지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내며 만루를 채워주고야 말았다.
이번 시즌 마이크가 만루에서 병살타로 흐름을 끊어먹는 장면이 몇 번 연출되었긴 해도, 여기서 만루를 채운다는 건 분명 리스크가 대단히 큰 작전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좌익수와 우익수가 내야에 들어와 있는 기괴한, 너무나도 창의적인 수비 시프트가 나왔다.
아니 이게 대체 뭔······
그리고.
❝아······ 지금은 몸에 맞았습니다. 몸쪽으로 너무 바짝 붙였네요. 밀어내기입니다. 정말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 병맛 수비 시프트의 결말은 밀어내기 사구였다.
이딴 예능이 MLB 디비전 시리즈 경기, 라이벌 팀 간의 맞대결이라고?
이어서.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그랜드슬램. 제임스 저스티스의 그랜드슬램으로 양키스가 넉 점을 한꺼번에 뽑아냈습니다. 아. 이 점수는 보스턴한테는 대단히 치명적이네요.❞
제임스가 보스턴을, 프레디 샌더슨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그랜드슬램을 때려내며, 스코어는 단숨에 6:0이 되었다.
지금은 외야 플라이로 한 점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크라웃과 무조건 승부해야만 했고, 그도 아니면, 만루를 채울 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카퍼와 승부해야만 했다.
감독이 괜히 명장병에 걸려서 안 하던 또라이 짓을 하니까 이런 사달이 벌어지는 거다.
물론 우리에게야 당연히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뭐 어쨌건.
❝몸쪽 높은 공에 헛스윙했습니다. 삼진입니다.❞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 따라 나옵니다. 삼진입니다.❞
❝바깥쪽 높은 공에 배트 돌아갑니다. 아홉 타자 연속 삼진이네요,❞
3회 말에도 탈삼진 퍼레이드는 계속되어 현재 아홉 타자 연속 삼진이었다.
기존 기록이 내가 보유한 열두 타자 연속 삼진이었는데, 내친김에 그 기록을 다시 깨야겠다.
그래서 이제 4회 초였고, 2사에서 세 번째 타석이었다.
보스턴이 마운드는 여전히 프레디 샌더슨이 계속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프레디 샌더슨과의 세 번째 대결의 결과는?
❝바깥쪽 높은 공에 대처합니다. 이번에도 왼쪽으로 멀리 날아가는데요. 그린 몬스터를 직접 때렸습니다. 장타입니다.❞
또 2루타였고,
❝밀어친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겨 우익수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루 주자가 홈을 밟습니다. 마크 크라웃의 이 적시타로 스코어는 이제 7:0이 됐습니다. 숨 막히는 투수전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프레디 샌더슨이 완전히 무너지네요.❞
크라웃의 적시타로 바로 홈을 밟았다.
그리고 이제 4회 말이었는데,
❝툭 갖다 맞춘 타구가 1, 2루 간을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선두 타자 호세 로셀로한테 안타를 처맞으며, 연속 타자 삼진 행진이 멈췄지만,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 돌아갑니다. 삼진입니다.❞
❝배트가 부러졌고, 빗맞은 땅볼 타구가 됩니다. 투수가 직접 잡아서 2루에 던집니다. 2루에서 아웃이었고, 다시 1루로 볼 연결됩니다. 1루에서 아웃입니다!!!! 아. 여기서 더블 플레이가 나오는군요.❞
삼진을 잡아내고,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래서 7:0의 이 점수가 계속 유지되면서 경기는 어느덧 7회 초,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선두타자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보스턴의 마운드는 네 번째 투수 고유석이 올라와 있는데,
대체 고유석이가 왜 지금 올라오는지도 도통 이해를 못 하겠다.
남의 팀 마운드 운용에 대해 내가 간섭할 건 아니다만, 고유석은 4월 이후 필승조에서 밀려나면서 보직이 딱히 없는 상태로 마구잡이로 굴려졌고, 그러다보니 투구 내용은 더 개판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뭐 어쨌건.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이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태양 왕이 오늘도 멀티 홈런을 기록합니다.❞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밀어서 라인드라이브로 펜스를 넘겨버렸다.
그리고 이후에.
❝6구. 바깥쪽 낮은 공을 참아냅니다. 볼넷입니다.❞
❝6구. 이번에도 바깥쪽 코스인데요. 그러나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러면 이제 연속 볼넷이네요. 유속 코가 추가 실점 위기를 맞이합니다.❞
크라웃과 카퍼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고,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마이크 스켈튼의 이 홈런으로 스코어가 11:0까지 벌어졌습니다.❞
마이크의 홈런으로 11:0까지 달아났다.
이미 우리 팀의 승리가 100% 확정이 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우리 팀은 끝까지 계속 상대 팀 마운드를 계속 두들겨야 한다.
지난 2018년 DS 3차전. 양키 스타디움에서 당한 16:1 대패를 이번에 확실히 돌려줄 것이다.
일단 고유석이 아웃 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내려갔고,
❝바깥쪽 공에 대처합니다. 이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겼고,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페어입니다. 제임스 저스티스는 2루를 돌았고, 3루까지 달립니다. 3루, 3루에서 세잎입니다!!!!❞
❝밀어친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습니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옵니다. 사무엘 챔플린의 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는 이제 12:0이 됐습니다.❞
❝잡아당겼습니다. 이 타구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릅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옵니다. 홈런과 연속 볼넷 이후 다시 네 타자 연속 장타. 이미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었음에도 양키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그 뒤에 올라온 보스턴의 다섯 번째 투수 라몬 산타나도 3루타와 연속 2루타로 우리 팀 타자들한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리고.
❝5구. 몸쪽 코스였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볼넷입니다.❞
❝6구. 높은 공을 참아냅니다. 연속 볼넷입니다.❞
케빈과 알렉스가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타순이 결국 한 바퀴 돌았고, 심지어 타순이 한 바퀴 돌 동안에도 여전히 무사였다.
그래서 무사 1, 2루의 추가 득점 찬스에서 다섯 번째 타석이었는데,
❝4구. 아. 바깥쪽으로 이번에도 많이 빠지면서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세 타자 연속 볼넷. 이러면 이제 또 만루인데요.❞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만루가 되었고,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이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습니다!!!! 그랜드슬램. 마크 크라웃의 이 그랜드슬램은 보스턴 레드삭스에 더 깊은 상처와 절망을 안겨줍니다.❞
크라웃이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이제 스코어는 17:0이 되었는데, 이 정도면 2018년 DS 3차전의 완벽한 복수였다.
그래서 17:0의 이 점수가 그대로 유지된 채, 9회 초. 1사에서 마지막 여섯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높은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왼쪽입니다. 이번에도 멀리 갑니다. 그대로 그린 몬스터를 넘겨버립니다. 태양 왕이 오늘 경기 세 개째 홈런을 때려냈는데, 이렇게 점수 차가 벌어졌음에도 태양 왕의 방망이는 여전히 지칠 줄을 모르네요.❞
이번에도 당연히 홈런이었는데, 이로써 이제 18:0이었고,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2018년 DS 3차전의 완벽한 복수였다.
마운드에서는 9이닝 1피안타 18K 무실점, 타석에서는 6타석 5타수 5안타(3홈런) 1볼넷 3타점의 멋진 활약을 한 내가 오늘 경기 팀 승리의 1등 공신일 것이다.
그래서 1차전 12:2, 2차전 13:2, 3차전 18:0, 세 경기 모두 완벽한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깔끔하게 스윕했고, 기분 좋게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