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60. 솔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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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솔개
시즌 개막을 2일 앞둔 2024년 4월 2일. 아빠와 엄마가 개막전 관람을 위해 뉴욕에 왔다.
아빠와 엄마는 보스턴과의 개막 3연전을 모두 관람한 후, 4월 8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
[Eva] : 내가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
그래서 지금은 자기 전에 텔레그램으로 에바와 잠깐 채팅을 하는 중이었는데, 내가 가봐야 하는 게 아니냐니. 이건 대체 뭔 소리인 걸까?
***
[Tae-Yang] : 뭔 소리야? 오긴 뭘 와?
[Eva] : 너 개막전 하는데, 내가 가야 하는 거 아냐?
[Tae-Yang] : 나 개막전 하는 거랑 네가 오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 올 거야.
[Eva] : 잘됐네. 이참에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인사하면 되겠네.
[Tae-Yang] : ???
***
대체 얘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왜 인사를 하겠다는 걸까?
나 참. 어이가 없네.
***
[Eva] : 그 물음표는 뭐야? 왜? 싫어?
[Tae-Yang] : 그러니까 너가 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인사를 해야 하는데?
[Eva] : 당연히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Tae-Yang] : ???
***
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설마 결혼이라는 끔찍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
[Eva] : 왜? 인사하면 안 돼?
[Tae-Yang] : 절대로 안 돼!!!!!!!
[Eva] : 그럼 인사 안 할 테니까 가도 되지?
[Tae-Yang] : 그러든가 말든가. 이번에는 같이 못 있어 준다.
***
뭐 오는 건 본인 자유니까.
그리고 설령 내가 오지 말라고 한들 안 올 애도 아니다.
엄마, 아빠랑만 안 만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뭐 그건 그렇고 간에 코인 차트를 보니 지금도 여전히 버츄얼딤(Virtual Dime)은 꾸준히 오르는 중이었다.
원래 1회차 때는 이게 3월에 20만원대 까지 올라간 후 하락이 시작되어 5월에 2만원대 까지 폭락하게 되는데,
지금은 이미 20만원대를 돌파했고, 오늘은 결국 30층을 뚫고야 말았다.
그래서 2024년 4월 2일 22시 30분 기준으로 현재가는 34만 8900원이다.
이게 1회차와 달리 계속 오르다 보니까 결국 아직도 계속 가지고 있는데, 지금 같은 기세면 40층도 돌파가 가능할 것 같은데, 40층대에서 딱 정리를 해야겠다.
참고로 전에 말했었지만, 아빠도 내 말을 듣고 3억원을 넣었는데, 평단 150원 때 들어가서 평단 3000원에 털고 나왔다.
그 후에도 이게 계속 올라가자 평단 2만원 때 다시 10억을 넣었는데, 10만원대에서 정리했다.
아빠도 이걸로 100억을 넘게 벌긴 했지만, 나처럼 진득하니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천억 이상은 벌었을 거다.
어쨌건 다음 날인 4월 3일 수요일.
아침 9시에 일찍 일어났고, 11시에 구장에 출근하여 운동을 마치고 나니 오후 2시였는데,
***
[Eva] : 나 뉴욕에 도착했어. 여기 만다린 오리엔탈 뉴욕이야.
***
라는 에바의 텔레그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Tae-Yang] : 파파라치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거길 지금 어떻게 가.
[Eva] : 벌써 나한테 싫증난 거야?
***
하아······
또 피곤하게 구네.
***
[Tae-Yang] : 피곤하게 정말 왜 이러냐?
[Eva] : 안 오면 집으로 찾아간다?
***
내가 순간의 쾌락을 위해 내 발등을 스스로 찍은 것을 누굴 원망하겠는가.
그래서 집으로 가기 전에 일단 그녀가 머무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먼저 들러서 그녀를 안아준 후 밤 11시에야 겨우 집에 돌아왔다.
아빠는 벌써 자고, 엄마가 혼자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지금까지 운동하다 온 건 당연히 아닐 테고, 어디서 뭐 하다 왔어?”
“그냥 친구 좀 만나서 놀다 왔어.”
“내일 경기인데, 잘하는 짓이다. 괜찮겠어?”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내일은 1시 5분 낮 경기였다.
내가 보통의 선수였다면, 이렇게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서 늦게 자면 당연히 컨디션에 지장이 있겠지만, 나는 보통의 선수가 아니라서 끄떡없다.
그래서 씻고 자정에 딱 잠이 들어서 오전 9시에 일어났다.
달걀과 토스트, 과일, 과일주스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한 후, 바로 씻고 출근하니 오전 10시였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기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왕태양 P
2. 마크 크라웃 CF
3. 브루스 카퍼 LF
4. 마이크 스켈튼 1B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레이 징커슨 3B
7. 사무엘 챔플린 SS
8. 조디 뱀포드 C
9. 노엘 빅슬러 2B
***
***
1. 호세 로셀로 2B
2. 호세 오초아 LF
3. 안토니오 발데스 RF
4. 토미 마틴 3B
5. 랜스 프리엘 1B
6. 존 앤더슨 DH
7. 리암 웨스트 CF
8. 조엘 올덴버그 SS
9. 로저 보겔 C
P. 더스틴 켈렛
***
양키스는 시즌 개막 직전 악재가 터지고 말았는데, 주전 포수 케빈이 허리 통증을 이유로 IL에 등재된 것이다.
그래서 예정보다 일찍 콜업된 조디와 기존 백업 포수인 토니가 당분간 번갈아 가면서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될 텐데, 오늘 경기에서는 일단 조디가 포수 마스크를 쓰며 MLB 첫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그리고 노엘이 시범경기의 부진한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선발 2루수로 출장하며, 역시 MLB 첫 데뷔전을 치른다.
“사인은 무조건 내가 낸다. 너는 내가 던지는 공을 잘 받기만 하면 돼.”
나는 조디한테 신신당부를 했다.
어차피 케빈이나 토니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을 때도 사인은 항상 내가 냈었기에 조디와 처음 호흡을 맞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어쨌건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VIP석 쪽을 보니까, 아빠와 엄마의 옆자리에 에바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아빠와 엄마가 VIP석에 있는 거야 뭐 내 계약 조건에 가족들이 직관을 올시 VIP석 티켓을 제공한다는 조항이 있으니 당연한 거고, 에바 쟤는 지 돈을 주고 샀을 텐데, 왜 하필이면 아빠와 엄마 옆자리인 걸까?
것 참 신경 쓰이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중요한 건 땅볼을 유도하더라도, 2루 쪽 땅볼은 절대로 유도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배트가 부러졌고, 이 빗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2루수가 잡아서 그대로 처리해냅니다. 호세 로셀로가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봤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가 대단히 좋지 않았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호세 로셀로한테 초구로 던진 102.2마일(164.5㎞) 3229rpm의 커터가 2루 땅볼이 됐는데, 다행히도 에러가 나오지는 않았다.
투수로서는 선두 타자가 초구에 바로 죽어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배트 돌았습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합니다. 삼진이군요. 태양 왕이 1회를 공 일곱 개로 간단히 끝마칩니다.❞
후속 타자 두 명을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 초를 공 일곱 개로 클리어 했다.
오늘 느낌이 아주 좋다.
어쨌건 이제 우리 팀의 1회 말 공격이었고, 선두 타자로 첫 타석을 맞이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초구는 98.7마일(158.8㎞)의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꽉 찬 코스로 묵직하게 들어왔다.
보스턴의 에이스 프레디 샌더슨이 개막 직전 팔꿈치 통증으로 IL에 등재되며 영건 더스틴 켈렛이 개막전 선발 등판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지금의 더스틴 켈렛이라는 투수는 197㎝이라는 장신에서 오버핸드로 내리꽂는 평속 98마일(157.7㎞)의 포심 패스트볼과 85마일(136.8㎞)의 파워 커브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파워 피처지만,
1회차 때 내가 상대했던 더스틴 켈렛이라는 투수는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92마일(148.1㎞)의 싱커와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농락하는 피네스 피처였었다.
허리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더스틴 켈렛의 커리어는 이제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본인의 스타일을 바꿔 재기에 성공하고, 이전처럼 1~2선발로 리그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준수한 4~5선발 투수로 꽤 오래 롱런했는데, 마치 솔개와도 같은 투수였다.
솔개의 수명은 약 칠십 년이다. 그러나 솔개가 사십 년을 살면, 발톱이 약해지고, 부리가 휜다. 그뿐만 아니라 깃털도 두꺼워지고, 몸도 무거워져서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냥을 할 수 없게 되면 그대로 굶어 죽게 되는 거다.
솔개는 이러한 생사의 고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철저하게 변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기 위해서 솔개는 우선 자신의 부리를 돌로 부수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리고 새로 난 부리로 오래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내는 고통을 다시 감내하고, 새로 돋은 발톱으로 두꺼워진 깃털을 뽑아낸다.
이렇게 6개월간의 고행 후에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다시 힘차게 비상하여 남은 30년을 살아간다.
아. 물론 이는 당연히 실제 사실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냥 전해져 오는 우화라는 거다.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 내용이 워낙 교훈적이라 사실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여덟 살 때 아빠한테 이 우화를 처음 들었었는데, 이걸 열두 살 때 까지 진짜라고 믿었었다.
어쨌건 저 투수는 허리 부상으로 본인이 자랑하던 불같은 강속구를 잃으면서 우화 속의 솔개처럼 철저하게 변하는 것을 선택했고, 본인 나름대로 변하기 위해서, 또 MLB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하고 연구했었겠는가?
그 열정과 노력은 진짜 인정해 줘야 한다.
물론 뭐 지금 시점에서 저 투수의 허리 수술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어쨌든 뭐 그렇다는 거다.
생각해 보면 나는 변하기 전의 원래 모습의 더스틴 켈렛을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
확실히 어색하긴 하군.
“볼.”
폭포수와도 같은 85.7마일(137.9㎞)의 파워 커브였고, 속지 않으면서 볼이 되었다.
지금의 켈렛은 던지는 구종이 포심 패스트볼과 파워 커브, 단 두 가지로 대단히 단조로우니까 커브는 그냥 버리고, 빠른 공만 노려 치면 된다.
그리고.
“볼.”
“볼.”
볼 카운트 1-1의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는 커브를 연속으로 던지는 이해하지 못할 볼 배합을 하였고, 그 커브가 모두 존에서 벗어나며 3-1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점했다.
이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빠른 공을 던질 텐데, 이런 것도 홈런 못 치면 야구 접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볼입니다. 스트라이크를 잡은 이후 볼 네 개가 연속으로 들어오며 결국 볼넷이 됐네요.❞
이번에도 또 커브였고, 결국 볼넷을 얻어냈다.
음······
뭐 일단 출루를 했으면 선두 타자의 임무는 100% 한 거 아니겠는가?
기왕이면 홈런을 치거나, 아니면 2루타를 쳐서 단번에 득점권까지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서 아무래도 도루를 해야 할 것 같다.
❝주자 뛰었습니다.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볼이 2루에 연결됩니다. 2루, 2루에서 세잎입니다!!!! 태양 왕이 도루에 성공합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내가 느린 주자는 절대로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사실 지금은 타이밍은 아웃 타이밍이었는데, 송구가 높게 들어오면서 살았다.
일단 득점권에 가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제 동료들이 해주면 된다.
그리고.
❝밀었습니다. 이 타구가 왼쪽으로 멀리 뻗어 나갑니다. 좌익수가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좌익수가 잡지 못했고, 펜스를 직접 때렸습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마크 크라웃은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크라웃의 2루타로 바로 홈을 밟았고, 이어서
❝잡아당겼습니다. 오른쪽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그리고 그대로 펜스를 넘깁니다!!!! See-Ya. 브루스 카퍼가 2024시즌 양키스의 정규시즌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카퍼의 홈런으로 대번에 3:0으로 점수를 벌렸고, 이후 마이크와 제임스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난 후, 2사에서 레이가 안타를 때려냈지만, 사무엘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점수와는 연결되지 못했다.
그리고.
❝몸쪽 꽉 찬 코스로 들어온 빠른 공에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루킹 삼진입니다.❞
❝배트 돌았습니다. 체크스윙이 인정되며 랜스 프리엘이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높이 떴습니다. 그러나 중견수가 제자리에서 잡아냈습니다.❞
2회 초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9월 11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경기에서 1회 1실점을 한 이후, 작년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공식 경기 76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2회 말. 조디와 노엘이 유격수 땅볼-3루 땅볼로 물러났고, 2사에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 더스틴 켈렛은 시작을 상당히 불안하게 했지만, 대거 3실점을 한 이후에는 안정을 되찾아 그런대로 우리 타선을 상대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볼.”
일단 초구는 98.2마일(158㎞)의 빠른 공이었지만, 바깥쪽으로 너무 많이 빠졌다.
그리고.
“볼.”
2구도 빠른 공이었고, 그 구속은 97.6마일(157.1㎞)이 찍혔는데, 역시나 존에서 너무 벗어났다.
1회 초의 첫 타석 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에 커브를 네 개 연속 던졌다가 볼넷이 됐던 것을 의식했던지, 이번에는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승부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포심 패스트볼이 지금 제대로 제구가 되질 않고 있었다.
“볼.”
여기서 3구는 84.9마일(136.6㎞)의 파워 커브가 낮게 떨어졌고, 당연하지만, 나는 이딴 공에 방망이가 나갈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그리하여 3-0. 타자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 카운트였다.
❝지금도 또 볼이군요.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4구는 다시 97.8마일(157.4㎞)의 빠른 공이었지만,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면서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음······
그래. 뭐 어찌 되었든, 일단 출루는 했으니까.
여기서 내가 또 도루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겠지?
❝태양 왕이 뛰었습니다. 낮게 떨어진 공을 타자가 지켜봤고, 공이 2루에 연결됩니다. 2루, 2루에서 세잎입니다!!!! 태양 왕이 첫 타석에 이어 또다시 도루에 성공합니다.❞
도루도 이게 잘 안 하다가 계속 하니까 진짜 재밌네.
이거 은근히 중독되는데, 이번 시즌에는 도루왕에도 한 번 도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