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59. ❝태양 왕은 여전히 괴물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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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태양 왕은 여전히 괴물입니다.❞
2024년 2월 22일 목요일.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이제 8일 차였다.
2월 14일에 투수들이 먼저 합류했고, 오늘은 모든 야수가 합류하여 드디어 완전체로 첫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지금까지의 8일이 스프링캠프 예행연습이었으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실전이다.
그리하여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이곳 탬파의 고든 M 스테인하우어 필드의 라커룸은 기존의 40인 로스터에 초청 선수 30명까지 더하여 70명의 선수가 북적이고 있었고, 그 공간이 대단히 협소했다.
그렇기에 초청 선수 중에는 심지어 자신만의 라커를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선수와 함께 라커를 공유해야 하는 선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작년에 나는 초청 선수 신분임에도 비록 구석의 가장 외진, 안 좋은 자리라고 해도 단독 라커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가장 좋은 위치에 가장 넓은 라커를 배정받았다.
이는 내가 팀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위상이 작년 스프링캠프 때와 크게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작년에는 40인 로스터, 26인 액티브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초청 선수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마크 크라웃, 브루스 카퍼, 게리 콜건, 제임스 저스티스, 마이크 스켈튼 등 팀 내의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을 모두 재끼고 팀 내 최고의 슈퍼스타가 아니던가.
물론 뭐 아직도 최저 연봉을 받는 신세긴 하다만, 시즌 후에는 최소 10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10억 달러 밑으로는 합의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
뭐 어찌 되었든 라이브 피칭과 라이브 배팅을 마친 후에 이제 수비 훈련에 들어갈 차례였다.
작년 시즌은 지명타자만 해서 수비 훈련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1루도 함께 보기로 해서 수비 훈련도 해야 했다.
물론 내가 전 경기에 1루수로 다 출장하는 건 아니고, 마이크와 나눠서 출장하기로 했다.
내가 지명타자로 출장하면 마이크가 1루수로, 내가 1루수로 출장하면 마이크가 지명타자로 출장하는 식이다.
마이크가 작년에는 다행히도 깨지지 않고 풀 시즌을 치러줬지만, 원체 유리몸이라 조심을 해야 했다.
따라서 나눠서 출전한다고는 하지만, 뭐 말이 나누는 거지 실제로는 내가 더 많이 출전하지 않을까 싶다.
뭐 그렇다는 거고, 정말 오랜만의 수비 훈련인데, 그래도 몸이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1주일이 지나서 2월 29일 목요일이었고, 드디어 시범경기가 개막됐다.
오늘의 상대 팀은 마이애미 말린스였다.
우리가 홈경기였고, 말린스는 자신들의 스프링캠프 연고지인 주피터에서 차로 무려 세 시간을 이동해 와야 하는데, 우리가 원정이 아닌 홈인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래서 첫 경기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왕태양 P
2. 마크 크라웃 CF
3. 브라이스 하퍼 LF
4. 마이크 스켈튼 1B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레이 징커슨 3B
7. 사무엘 챔플린 SS
8. 케빈 사네즈 C
9. 노엘 빅슬러 2B
***
***
1. 제이크 뱅크헤드 SS
2. 앤디 보스웰 CF
3. 훌리오 소사 3B
4. 제이슨 레이놀즈 RF
5. 션 클랜시 1B
6. 델빈 오브리 DH
7. 안토니오 로드니 LF
8. 로베르토 메르세데스 2B
9. 라이언 메이 C
P. 올랜도 미란다
***
양키스는 첫 경기부터 선발 라인업에 주전, 최정예 멤버가 포진했지만, 마이애미는 마이너 유망주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물론 뭐 어차피 시범경기니, 만큼 다들 두 타석 정도만 소화하고 교체될 테지만 말이다.
참고로 제이크와 앤디 보스웰. 델빈 오브리, 이 세 명은 작년 7월, 페르난도가 양키스로 온 트레이드 때 양키스에서 마이애미로 건너갔던 애들이다.
건너갈 당시 셋 모두 A에서 A+ 레벨이었는데, 마이애미로 건너간 이후 그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여 AA로 월반했다.
뭐 앤디와 델빈은 1회차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지만, 이번 2회차에서는 내가 바로 MLB에 오는 바람에 만날 기회가 없었고, 제이크는 그래도 작년 스프링캠프에서 만나 안면이 있었는데,
그래서 워밍업을 하고 있는데, 제이크가 나한테 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태양, 오랜만이야. 반가워.”
“그래. 오랜만이다. 거기서는 잘 지내지?”
“여기는 기회의 땅이야. 나만 잘하면 얼마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그래서 아주 만족해.”
제이크는 이적 전에 양키스 팀 내에서 6위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였고, 현재 말린스에서도 코어 유망주로 꼽히고 있었다.
“그래. 행운을 빈다.”
“오늘은 제발 살살 좀 던져줘.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100%의 힘으로 던지지는 않을 거지?”
“글쎄?”
나는 대답을 회피하였다.
어차피 대충 던지나 100%의 힘으로 던지나 내 공의 위력은 똑같았다.
그리고 상대 팀의 1회 초 공격으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첫 타자로는 제이크였다.
제이크는 양키스의 레전드이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데릭 지터와 대단히 유사한 유형의 선수였다.
작년에도 한번 말했듯이, 1회차 때는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장기계약을 거부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돼서 자이언츠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귀신같이 폭망했었다.
어쨌든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 꽉 찬 코스로 107마일(172.2㎞) 3444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고, 이 공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었다.
그리고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우. 지금은 첫 공부터 무려 107마일에 3444rpm이 찍혔습니다.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닐 텐데, 대단하네요. 이번 시즌에도 태양 왕은 여전히 괴물입니다.❞
이 정도야 뭐 당연한 거고, 이어서.
❝배트가 부러졌고, 빗맞은 땅볼 타구가 2루수가 있는 쪽으로 굴러갑니다. 오!!!! 2루수가 볼을 더듬으면서 한 번에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사이 제이크 뱅크헤드는 이미 1루에 도달해 있습니다. 2루수 노엘 빅슬러의 실책입니다.❞
같은 코스로 105.5마일(169.8㎞) 3058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제이크가 비록 빗맞긴 했어도 그걸 용케 때려냈는데, 2루수 노엘의 에러가 나오며 결국 세잎이 되었다.
음······
작년에는 앙헬로 놈으로 인해 뒷목을 많이 잡았었는데 올해는 노엘로 인해 뒷목을 많이 잡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물론 뭐 이런 실력이라면 애초에 주전이 되지도 못할 것이고, 바로 쫓겨나서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갈 테지만 말이다.
❝노엘 빅슬러는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이번에 양키스로 이적했는데요. 본인도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압박이 있을 텐데, 결국 그 압박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책하고 있었고, 나는 노엘한테 바로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뭐 지가 에러가 하고 싶어서 일부러 한 것도 아닐 테고,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을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는가.
어쨌건 선두 타자가 살아나갔고, 이어서 앤디 보스웰을 상대하게 됐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친구도 양키스 팜에 있다가 작년의 트레이드로 말린스 팜으로 건너간 친구다.
1회차 때는 MLB에서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AAAA 타자로 남았었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이번에도 낮은 공에 헛스윙했습니다. 삼진입니다. 같은 코스에 떨어진 공 세 개에 연속으로 솎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지금 보듯이 저 저주받은 선구안 때문이었다.
일단 아웃 카운트가 하나 올라갔고, 이제 세 번째 타자 훌리오 소사를 상대할 순서였다.
이 선수는 1회차 때 올스타에 5회 선정됐던 스타플레이어가 됐었는데, 지금도 말린스 팜에서는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망주였다.
여기서는 길게 끌 필요 없이 바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여 이닝을 끝내도록 하자.
그러나.
❝당겨친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더블 플레이가 되겠군요. 2루수가 공을 잡아서······ 오!!!! 이게 웬일입니까? 노엘 빅슬러가 또 공을 놓쳤습니다. 주자가 모두 살았습니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데뷔전을 치르는 노엘 빅슬러에게는 대단히 잔인한 1회네요.❞
이번에도 또다시 노엘이 실책을 범하며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어야 하는 상황이 1사 1~2루의 실점 위기가 되고야 말았다.
후······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어.
다시 말하지만, 쟤가 일부러 에러를 하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없어서, 야구를 정말 못해서 저러는 건데, 뭐 본인도 매우 답답하겠지.
결국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그리고 주자를 내보낼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상대 팀의 주자가 1루에 있든, 2루에 있든, 3루에 있든 어차피 홈에 절대로 못 들어오는 건 똑같다.
그러니까.
❝몸쪽 꽉 찬 코스에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 했습니다. 삼진입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1회 초 공격, 주자가 득점권에 갔지만, 결국 점수와는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렇게 이닝이 교대되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노엘은 여전히 축 처진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일부러 에러를 하려고 해서 한 것도 아니잖아. 기운 내고, 또 너무 긴장하지 마.”
그래서 위로를 해주려고 했는데, 카퍼한테 먼저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어쨌든 이제 우리 팀의 1회 말 공격이었고, 내가 선두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아담이 이번 시즌 나를 1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인터뷰를 한 이상, 이번 시즌에는 1번 타자로 타석에 많이 출장할 것 같다.
현대 야구의 대세인 강한 2번을 넘어 이제는 강한 1번의 시대가 될 것이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올랜도 미란다.
아마 말린스 팬들은 이 투수를 보며 2016시즌 도중 음주 보트 사고로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호세 페르난데스를 떠올릴 것이다.
일단 호세 페르난데스와는 국적이 똑같았고, 피칭 스타일도 거의 유사했는데, 그래서 말린스의 미래의 에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이 친구도 조만간 양키스에 오지 않을까 싶다.
현재 양키스는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니, 결국 나중가면 트레이드를 알아볼 수밖에 없을 텐데, 아마 양키스가 선발 투수 트레이드에 나선다면 제일 먼저 노릴 대상이 바로 이 친구일 것이다.
아무튼.
“볼.”
일단 초구는 98.6마일(158.7㎞)의 포심 패스트볼이 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확연히 눈에 들어왔기에 볼을 골라내었다.
여기서 초보자라면 2구는 파워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려고 할 테지만, 저 친구는 나이는 올해 23세로 어리지만, 숙련된 투수이기에 이번에도 아마 빠른 공이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우중간으로 높게, 그리고 멀리 날아갑니다.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예상대로 99.6마일(159.6㎞)의 몸쪽 하이 패스트볼이 들어왔고, 이를 밀어서 펜스를 넘겼는데, 지금 공은 사실 투수가 못 던진 공은 절대로 아니었고 내가 잘 친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선취점이 났지만, 크라웃과 카퍼, 마이크가 중견수 플라이-좌익수 플라이-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되었다.
이제 2회 초였다.
그리고.
❝바깥쪽 낮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삼진입니다.❞
❝헛스윙 삼진입니다. 안토니오 로드니가 104.9마일(168.8㎞)의 빠른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106.5마일(171.4㎞)의 몸쪽 하이 패스트볼에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태양 왕이 이번 이닝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6-7-8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무리하였다.
2이닝 동안 여덟 타자를 상대로 26개의 공을 던져 6개의 삼진을 잡아내었는데, 나쁘지 않은 피칭이었다.
그러는 한편 1회 초에 두 개의 에러를 범했던 노엘은 두 타석을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앞으로의 주전 경쟁에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의 직접적인 경쟁자 중 한 명인 알렉스는 2루타 2개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더욱 그와 비교되었다.
또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을 치른 카퍼는 첫 타석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홈런을 때려냈고,
어쨌건 그래서 팀은 시범경기 첫 게임에서 말린스를 상대로 하여 7:4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 이후 팀은 파죽의 4연승을 이어갔고, 나는 그 네 게임에서 첫 경기의 홈런을 포함하여 여섯 개의 홈런을 때려내었다.
그리고 3월 4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 경기는 스플릿 계약을 체결하고,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스콧 허프가 선발 등판을 하였는데,
허프는 0.2이닝 동안 무려 여섯 개의 볼넷을 내주는 최악의 제구력 난조를 보였고, 그리하여 팀은 13:9로 대패하여 결국에는 연승이 끊기고야 말았다.
이어서 하루 휴식 후 3월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나는 3이닝 1피안타 무실점 7K의 역투를 펼쳤고, 팀은 7회에 급격히 무너지며 빅이닝을 허용한 끝에 결국에는 8:5로 역전패를 당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3월 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경기는 게리가 1.2이닝 5피안타 5실점의 부진한 투구를 하였지만, 팀 타선이 후반부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9:8의 역전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다.
그래서 이후로도 시범경기는 계속 이어졌고, 팀은 시범경기 27게임에서 15승 12패 승률 0.556 +3을 기록하며 자몽리그 15개 팀 중 4위라는 성적을 기록한 채 시범경기를 끝마쳤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정규 시즌이 개막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