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54. 윈터 미팅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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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윈터 미팅 Ⅱ
“미안합니다. 앞선 미팅의 협상이 길어지는 통에.”
브랜던 리치먼은 지미 윈튼에게 정중히 사과하였다.
어찌 되었든 약속 시각에 늦은 것은 명백한 그의 잘못이었다.
원래 그는 뉴욕 메츠의 단장 러스티 디킨슨과의 미팅 이후에 태양 왕의 에이전트인 지미 윈튼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놓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디킨슨과의 미팅이 그의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윈튼과의 정해진 약속 시각에 늦은 것이다.
“괜찮습니다. 저도 방금 왔어요.”
리치먼은 모르겠지만, 사실 윈튼 역시 리치먼과 만나기 전에 LA 다저스의 사장 앨런 플라이먼과 만났었고, 지금 리치먼과의 약속 이후에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 브라이스 오헤니언과도 다시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당연히 제 고객 태양 때문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리치먼은 내심 가슴이 철렁했다.
“장기계약을 논의하자는 겁니까?”
지금 리치먼은 윈튼이 태양 왕의 장기계약을 제안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태양을 장기계약으로 묶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이 흉악한 에이전트가 대체 얼마를 요구할 것인지를 생각하니 리치먼은 벌써 골이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장기계약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리치먼의 예상과는 달리 윈튼은 태양 왕의 장기계약을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복잡해지는 쪽은 리치먼이었다.
‘내가 먼저 제안을 해야 하길 바라는 건가?’
확실히 2024시즌 이후 FA가 된 상태로 협상을 하는 것이 태양 왕한테는 오히려 유리할 것이다.
차라리 지금 장기계약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 양키스로서는 나름 싸게 먹힐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를 제안해야 이놈들이 만족할까?’
지금 리치먼의 고민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데 윈튼의 입에서는 리치먼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요즘 앙헬로 때문에 대단히 복잡하시죠?”
“네?”
여기서 갑자기 앙헬로 푸엔테스의 이야기가 왜 흘러나온단 말인가?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제 앙헬로 푸엔테스는 없는 선수로 치면, 1루가 비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죠.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대체 앙헬로 푸엔테스와 태양 왕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리치먼은 윈튼이 돌연 푸엔테스의 이야기를 꺼내는 저의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 다른 1루수를 추천하려는 겁니까?”
그러나 그가 알기로는 현재 윈튼의 고객 중에서 FA를 맞이하는 1루수는 없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건 바로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제 고객 태양은 이번 시즌 본인의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물론 태양 왕의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말은 순전히 윈튼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투웨이를 하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1루 이야기랑 무슨 상관입니까? 설마 추천한다는 1루수가 태양입니까?”
“그렇습니다. 제 고객 태양이 1루 수비를 하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당신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태양의 생각입니까?”
“물론 제 고객 본인의 생각입니다.”
대답을 들은 리치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윈튼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2023시즌 제 고객은 타격에서는 무려 열여덟 경기나 결장했습니다. 그에 따라 개인 기록도 큰 손해를 보았죠. 제 고객이 162게임에 모두 출장했다면 90홈런도 충분히 가능했을 겁니다.”
윈튼의 말이 끝나자 리치먼은 바로 반박을 시작했다.
“그건 태양의 생각이지요. 태양은 투웨이를 하는 선수입니다. 아시다시피 투웨이는 체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태양은 따로 수비를 할 필요가 없이 지명타자로 꾸준히 출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시즌에도 태양은 마운드에서 무려 17게임을 완봉했고, 263이닝이나 던졌어요. 열아홉 살 어린 투수를 너무 무리시킨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따라서 다음 시즌에는 태양에게 더 많은 휴식을 줄 것을 고려 중입니다.”
“이닝으로만 보면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이 맞죠. 하지만, 이닝 당 투구 수를 봐야죠. 태양은 이번 시즌 한 타석당 평균 3.09개의 공을 던졌고, 그래서 862타자를 상대했습니다. 이닝 당 평균 투구 수는 10.1에 불과했고, 게임당 평균 80.73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많은 이닝을 던졌지만, 그게 많은 공을 던져서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적은 투구 수로 타자를 맞춰 잡는 영리한 투구를 하여 이닝을 길게 가져간 것입니다.”
“그래서 태양이 이번 시즌 총 몇 개의 공을 던졌습니까?”
이 질문에 윈튼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을 못 한 것이 아니라 대답을 안 한 것이었다.
그에게는, 그의 고객에게는 대단히 불리한 질문이었기에 일부러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리치먼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태양은 이번 시즌에 총 2664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설마 2664개가 적은 투구 수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아시겠지만,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는 18세에서 24세 사이 투수들의 한 시즌 적정 투구 수를 1800개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태양은 이미 적정 투구 수를 아득히 초과했어요. 이대로라면 큰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리치먼은 태양 왕이 큰 탈이 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그와, 코칭스태프들은 태양 왕이 너무 지나치게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크게 걱정을 했었지만, 한 시즌 동안 지켜본 태양 왕의 몸은 철강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무리를 하고도 도무지 퍼질 줄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3일 출장 후 1회 휴식, 선발 등판 후 하루 휴식을 주려던 원래 스케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태양 왕은 아예 162게임 전 게임에 출장하길, 게다가 수비까지 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치먼은 혀를 내둘렀다.
‘독한 놈들. 대체 나중에 얼마를 요구하려고 이러는 거야?’
그랬다. 리치먼은 지금 태양 왕이 수비까지 하며 162게임에 모두 출장하려 하는 것을 몸값을 높이기 위함이라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양 왕이 이번 시즌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졌고, 자칫하면 큰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미리 포석을 깐 것이다.
‘어떻게든 이걸 물고 늘어져서 나중에 몸값을 한 푼이라도 깎아서 계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최소 15년 이상은 매년 계속 어마어마한 사치세를 내고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MLB는 사치세의 제한 한도를 넘긴 후에도 그 페이롤에 따라 부과되는 사치세가 누진하는 누진제도 함께 시행되고 있었다.
제한 액수에서 더 많은 금액을 초과할수록 그만큼 부담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누진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 등의 빅마켓 구단들이 사치세를 우습게 알고, 제한 한도를 넘기며 마음껏 돈 지랄을 했었지만, 누진제가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구단이 사치세 제한을 넘기지 않도록 빡빡하게 페이롤 관리를 하고 있었다.
2023시즌을 기준으로 사치세 제한 총 페이롤은 215M이었고, 2023시즌 크라웃까지 가세한 양키스의 페이롤은 213M로 한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은 상황이었다.
‘찰리, 이 빌어먹을 개새끼.’
리치먼은 사치세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구단주 스테인하우어에 대한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본래 스테인하우어가 리치먼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크라웃을 데려오기 전에는 양키스는 사치세 제한에 여유가 꽤 있었다.
리치먼이 T.J. 르몽드 등 돈값을 못 하는 선수한테 거액의 돈을 막 퍼주었던 것도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사치세 제한에 여유가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크라웃이 오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고, 태양 왕과 거액의 장기계약을 체결하기 전임에도 이미 벌써 사치세가 간당간당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찌 스테인하우어에 대한 분노가 안 들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어차피 양키스는 이제 사치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요한 건 사치세를 낼 때 내더라도 제한 한도에서 초과하는 액수만은 어떻게든 줄여서 누진을 최소화 해야만 했다.
만일 사치세를 피하고자 한다면 마이크 스켈튼, 마크 크라웃, 제임스 저스티스, 게리 콜건, 아구스틴 산타크루즈, T.J. 르몽드, 오스왈도 캄포스 등 고액 연봉자를 대거 정리해야만 했다.
트레이드 논의가 오가고 있는 산타크루즈, 그리고 정리가 쉽지 않은 르몽드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팀에서 절대로 내보낼 수 없는 핵심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2023시즌 1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오스왈도 캄포스는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 역시 얼마를 요구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태양 왕과의 장기 계약이 기다리고 있으니 리치먼으로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고,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쨌건 태양 왕의 많은 투구 수를 트집을 잡은 리치먼의 논리는 일단 완벽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상인 선수가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선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태양이 퍼질 것 같습니까? 태양을 지켜보시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참 답답하군요.”
라는 윈튼의 반박은 만일 그 대상이 다른 선수였다면 대단히 비논리적인 발언이었지만, 그 대상이 태양 왕이었기에 충분히 논리적인 발언으로 들렸다.
“그건 장담할 수 없는 거죠. 막말로 알버트 푸홀스가 LA 에인절스로 이적할 당시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말을 내뱉는 순간 리치먼은 실언했음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윈튼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태양이 푸홀스처럼 될 거라는 말씀입니까? 지금 저주라도 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닙니다. 괜히 말꼬리 잡지 마세요.”
“어쨌건 제 고객 태양은 162게임 전부를 소화해도, 수비까지 소화해도 절대로 끄떡없을 겁니다.”
“물론 저는 태양을 믿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에 절대라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로서는 만일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죠. 따라서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또 태양 본인을 위해 태양을 관리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관리가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윈튼의 말에는 짜증이 절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사실 그도 머리로는 리치먼의 생각에 동의했지만, 그는 고객을 대변하는 에이전트였다.
그의 고객은 그에게 자신의 1루수 전향을 반드시 실현하라는 부탁을 했고, 그는 무슨 수를 써서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야만 했다.
그러나.
“어쨌건 태양의 1루 수비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요. 더는 거론하지 마세요. 그리고 태양이 1루 수비를 하게 되면, 지명타자를 또 새로 구해야 하는데, 어차피 1루수를 구하나 , 지명타자를 구하나 뭐가 달라지는데요.”
리치먼으로서는 설령 태양 왕이 1루수를 전업한다 해도 태양 왕의 빈자리를 메울 지명타자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1루수는 구해질 겁니다. 그러니 태양이 굳이 1루를 보지 않아도 돼요.”
“확실히 헤수스 리오스면 앙헬로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군요.”
윈튼의 그 말에 리치먼은 내심 매우 놀랐다.
조금 전에 뉴욕 메츠의 단장 러스티 디킨슨과 했던 협상을 어떻게 윈튼이 알 수가 있단 말이던가?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놀라시는 것을 보니 제 예상이 맞나보군요.”
이제 보니 그냥 대충 때려 맞춘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정말 놀라운 추리력이 아닌가.
그리고 윈튼은 자랑스럽게 본인의 추리를 늘어놓았다.
‘저를 만나기 전 러스티와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이 만날 일이라면 당연히 트레이드겠죠? 러스티가 양키스의 어떤 선수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러스티가 양키스에 내줄 수 있는 카드면 뭐 당연히 1루겠죠. 그렇다고 러스티가 미치지 않고서야 시드를 카드로 내놓지는 않을 거고, 결국 던컨이나 헤수스 중 한 명일 텐데, 아무래도 트레이드 가치가 높은 쪽은 헤수스 아니겠습니까?“
“역시 똑똑하시군요. 네. 뭐 숨길 것도 없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앙헬로의 대안을 헤수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굳이 태양이 1루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아직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미 트레이드가 확정된 것처럼 말을 했다.
“그래서 트레이드가 확정됐습니까?”
“아직 다른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율이 남았지만, 내일이면 확정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그 말에 리치먼은 뭔가 느낌이 싸했다. 그가 아는 윈튼이라면 이 트레이드를 어떻게든 방해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그가 아는 윈튼은 자신의 고객의 이익밖에는 모르는 놈이었고, 자신의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헤수스가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가 MLB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일에 절대는 없다면서요.”
“어쨌건 저희 팀으로서는 긁어볼 만한 선수인 건 맞죠. 뭐 결과가 안 좋게 된다면야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제 생각엔 태양이 1루를 보고, 헤수스는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것이 양키스를 위해서도, 헤수스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이는 사실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물론 윈튼이 그런 의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방으로서는 월권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대단히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헤수스를 어떻게 쓰던, 그건 저나 아담이 결정할 문제지, 당신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태양의 권익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면 되는 겁니다. 선수단 운영에 간섭하지 마세요.”
윈튼의 주제넘은 월권에 감정이 상한 리치먼은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간섭이라니요. 듣기 참 섭섭하네요. 그냥, 그러는 것이 낫겠다고 의견을 말한 것이 어째서 간섭입니까?”
윈튼은 본인이 월권을 했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금 윈튼의 심정은 다음과 같았다.
‘어차피 태양이 내 고객인 이상 내가 절대 갑이고, 양키스가, 브랜던이 절대 을이다. 하물며 내가 월권을 좀 한들 그게 무슨 문제인가?’
대단히 오만하고도 건방진 생각이었다.
물론 리치먼으로서는 이런 윈튼이 대단히 아니꼬웠지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태양의 에이전트인 이상 그와 감정이 상해봤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윈튼의 월권도, 건방진 태도도 결국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뭐 좋습니다. 어쨌건 태양의 1루수 기용은 아담과도 좀 의논을 해보고, 고민을 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제 고객은 항상 경기에 뛰고 싶어 한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말은 사실상 공갈·협박이었지만, 리치먼은 그 말에 답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윈튼과 리치먼의 미팅은 종료되었다.
윈튼으로서는 비록 그의 고객을 1루수로 기용하겠다는 확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건 고민을 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으니, 이 미팅이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그의 고객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