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3. 윈터 미팅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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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윈터 미팅
2023년 12월 6일 목요일.
12월 5일에 개막된 베이스볼 윈터 미팅이 2일 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KBO리그의 한 구단의 단장은
‘스토브리그는 단장의 시간이다.’
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정확히 말하면, 단장만의 시간이 아닌 프런트의 시간이라 해야 정확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비활동 기간인 겨울, 스토브리그 동안 각 구단 프런트들은 다음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대단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윈터 미팅은 바로 그 스토브리그의 꽃이자 최대의 이벤트였다.
MLB와 마이너리그의 모든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선수 에이전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MLB의 현안을 논의하고, FA 선수 영입과 트레이드 등을 조율하는 이 행사는 1876년에 처음 시작해서 1901년에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이래 2020년과 2021년, 정말 불가피한 사정으로 행사가 취소됐던 두 시즌을 제외하고 매년 빠짐없이 열리고 있었다.
올해의 윈터미팅은 라스베이거스에서 12월 5일에서부터 12월 9일까지 진행이 되는데,
윈터미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가 된 것은 사상 최초였다.
어쨌건 윈터미팅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대단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호텔인 MGM 그랜드 호텔의 스위트룸 객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 뉴욕 양키스의 단장 브랜던 리치먼과 뉴욕 메츠의 단장 러스티 디킨슨 사이에서도 트레이드가 논의되고 있었다.
같은 뉴욕을 연고로 한 양키스와 메츠 사이의 트레이드는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메츠로부터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자는 제안을 받자 리치먼은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드를 못 맞춰볼 이유도 또 없었다.
어차피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일이 어긋날 수도 있는 거고, 또 트레이드에서는 아무런 편견이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단장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메츠의 제안은 리치먼을 또 한 번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니까, 아구스틴으로 카드를 맞춰보고 싶으시다고요?”
“네.”
뜻밖에도 메츠가 원하는 카드는 양키스의 마무리 아구스틴 산타크루즈였다.
‘음······’
리치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뉴욕 메츠도 2023시즌 마무리 문제 때문에 꽤나 골치를 썩였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메츠가 확실히 검증된 마무리인 산타크루즈를 원하는 것은 그로서는 이해할 만했다.
‘아구스틴은 이제 끝났고, 내려올 일만 남았지.’
그랬다.
리치먼은 이제 산타크루즈가 정점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매 시즌이 지나갈수록 산타크루즈의 ERA, ERA+, FIP 등 세부 스텟은 점점 상승하고 있었고, 특히 2023시즌 그가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대단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1차전에는 역전 그랜드슬램을 처맞으며 불을 질렀고, 마지막 7차전도 사실 다행히도 제임스 저스티스의 엄청난 호수비 덕분에 모면했지만, 그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그건 바로 동점 그랜드슬램이었다.
‘분명히 지금이 딱 매도의 타이밍이긴 한데······’
산타크루즈는 2022시즌이 끝난 후 양키스와 2년 44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고, 이제 그 계약이 딱 한 시즌이 남아 있었다.
트레이드 타이밍으로는 지금이 딱 최적이었고, 지금 당장 산타크루즈를 트레이드한다고 해도 밥 켈리라는 확실한 대안도 있었다.
“양키스로서도 지금이 산타크루즈를 트레이드할 절호의 시점이라 생각합니다만.”
리치먼의 대답이 없자 디킨슨이 먼저 말을 꺼냈다.
‘확실히 애가 타 있군. 쯧. 역시 아직 어려.“
리치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22년 11월에 메츠에 단장으로 부임한 디킨슨은 1992년생으로 현재 MLB에서 가장 어린 단장이었다.
리치먼 본인의 아들뻘 되는 나이였으니 리치먼으로서는 이 어린 단장이 얼마나 우스워 보이겠는가?
‘메이저리그가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어린놈이 뭘 안다고, 저 어린놈한테 덥석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라는 것이 리치먼의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그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만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네.”
리치먼은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휴대폰으로 감독인 아담 쿤한테 전화를 걸었다.
사실 그는 진짜 볼일이 급했던 것이 아니었고, 전화하기 위해 화장실 핑계를 댔었다.
그는 산타크루즈가 이제 정점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산타크루즈를 트레이드할 결심을 굳혔지만, 현장의 의견은 그와 다를 수도 있어서, 현장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려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늦게 받을 수도 있죠. 전화기를 멀리 놔뒀어요.”
“좋아. 시간이 없으니까 본론만 간단하게 말하지. 너는 아구스틴이 다음 시즌에 어떨 거로 생각해?”
“글쎄요? 월드시리즈 때 보니까 제구도 들쑥날쑥하고, 공에 힘이 확 떨어진 게 어째 좀 싸하네요? 이제 아구스틴은 내려갈 일만 남지 않았을까요?”
다행히도 쿤의 견해도 리치먼과 일치한 것으로 보였다.
“키스도 같은 생각인가?”
투수코치인 키스 케틀러의 의견도 궁금해졌기에 물어본 것이다.
사실 쿤보다는 아무래도 투수코치인 케틀러가 더 산타크루즈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겠는가.
“키스도 아구스틴이 심상치 않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왜요? 아구스틴을 트레이드라도 하려는 거예요?”
“제의가 와서 카드를 맞춰보려 하는데, 그럼 너는 아구스틴을 트레이드하는 거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지?”
“우리가 취약한 포지션에 보강만 제대로 된다거나 좋은 유망주를 얻어올 수만 있다면야 못할 것도 없죠. 그런데 어디랑 하려고요?”
“제의가 온 쪽은 일단 메츠야. 물론 어디까지나 제의를 받은 거고, 이제 카드를 맞춰볼 거야. 아직 트레이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 지금은 그렇게만 알고 있어.”
“그러거나 말거나 T.J 놈은 대체 어쩔 거예요? 그 빌어먹을 놈이나 어떻게든 빨리 처리해 줘요.”
쿤은 아직도 T.J. 르몽드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처리가 쉬우냐? 나도 노력하고 있어. 보채지 마. 그럼 전화 끊는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전화 빨리 받아.”
여기서 통화가 길어지다가는 한참을 징징거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잽싸게 전화를 끊었다.
요 며칠 쿤은 매일 전화를 해서 빨리 르몽드를 정리해달라고 징징대는 것이 일과였고, 리치먼은 그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어쨌건 현장에서도 산타크루즈의 트레이드에 반대하지 않았으니 이제 더는 주저할 것이 없었고, 이제 문제는 산타크루즈로 어떤 카드를 뜯어내느냐였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디킨슨은 태블릿PC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괜찮습니다. 그래서 결심은 내리셨나요?”
디킨슨은 리치먼이 화장실에 다른 목적으로 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그가 멍청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불과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뉴욕 메츠의 단장으로 발탁이 될 수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그는 비선수 출신의 일반인이었다.
그만큼 그가 빅마켓 팀인 뉴욕 메츠의 단장으로 발탁이 된 건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고, 여론이나 메츠 팬들의 반응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그는 일단 첫 시즌에 지구 우승, CS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다음 목표는 WS 우승이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이번 시즌 내내 골치를 썩여온 마무리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네. 카드만 맞는다면, 저희 팀은 얼마든지 아구스틴을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그건 지금부터 조율을 해봐야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아구스틴을 데려가시려면 그만한 성의를 보이셔야 하고, 반드시 저희의 구미에 맞는 카드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거래는 없습니다.”
리치먼은 한껏 무게를 잡으며 거들먹거렸다.
‘쯧. 꽤나 거들먹거리는군.’
디킨슨으로서는 리치먼의 시건방지고 고압적인 태도가 거슬렸지만, 먼저 손을 벌린 이상 뭐 그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이 카드를 듣고도 그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나 보자.’
지금 디킨슨이 제시할 카드는 양키스의 상황상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카드였다.
“저희 팀 유망주 랭킹 4위인 1루수 헤수스 리오스, 랭킹 24위인 투수 호세 토랄레스, 45위인 유격수 카일 키슬러, 일단 제가 제시하는 건 이 세 선수입니다. 이 정도면 저로서는 꽤 큰 성의를 보인 것 같은데, 만족하십니까?”
“글쎄요. 일단 한 번 데이터를 봐야겠네요.”
리치먼은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냈다.
그의 태블릿PC에는 MLB 30개 구단, 그리고 마이너리그의 모든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 세이버 스탯 등의 데이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는 그가 전문적인 세이버메트릭션 여러 명을 고용하여 직접 만든 데이터였다.
그는 상대방이 제시한 선수들의 데이터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헤수스 리오스라······ 확실히 어지간히 아구스틴을 데려가고 싶나 보군.’
리치먼은 디킨슨의 입에서 헤수스 리오스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내심 크게 놀랐으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헤수스 리오스가 누구던가?
BA가 2022년 연말에 발표한 스카우트 리포트에서 홈런 파워와 갭 파워 부분에 있어서 그 포텐이 20-80 스케일로 75점을 받았을 정도로 장타력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유망주였고, 실제로 2023시즌 AAA 이스트에서 45홈런을 치며 홈런왕에 올랐다.
다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러니까 내년 시즌을 장담할 수 없는 앙헬로 푸엔테스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헤수스 리오스가 푸엔테스의 상위호환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리오스가 푸엔테스와 비교해 수비 능력이 더 월등한 데다, 파워 포텐셜에서도 약간 우위였다.
현재 메츠의 1루는 시드 알폰소와 던컨 에인스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으므로 리오스는 2023시즌 전혀 기회를 받지 못했었지만, 푸엔테스가 이탈한 2024시즌의 양키스의 1루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리오스가 무사히 MLB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양키스로서는 한 번 긁어볼 만한 카드인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호세 토랄레스는 최고 구속 100마일(160.9㎞)을 던지던 파이어볼러로, 2021시즌까지는 메츠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망주였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2022년 겨울에는 유망주 랭킹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하락하였고, 2023시즌을 풀로 날렸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 문제가 있지만, 어쨌건 회복만 잘 된다면 큰 성장을 기대해볼 만한 투수였다.
마지막으로 카일 키슬러는 2023시즌을 AA 레벨에서 뛰었는데, AA 레벨에서도 별로 두각을 보이지 못한 선수였다.
키슬러는 아마도 그냥 덤으로 포함한 것 같았다.
“카일 키슬러를 빼면, 두 선수는 확실히 마음에 드는군요. 카일 대신에 D.W. 에젤틴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D.W. 에젤틴은 2023시즌 메츠 유망주 랭킹 34위에 오른 외야수로 그 역시 수준급의 파워 포텐셜을 지니고 있었다.
“D.W는 곤란하고, 키스 엘링스워스는 어떻습니까?”
키스 엘링스워스는 2023시즌 메츠 유망주 순위 39위에 오른 외야수였다.
흥미로운 점은 키스 엘링스워스나 D.W. 에젤틴이나 2023시즌 똑같이 A에서 뛰었는데, 시즌 개막 전에 발표된 유망주 랭킹에서는 에젤틴이 앞섰지만, 시즌 성적은 엘링스워스가 더 좋았다는 점이었다.
“키스 엘링스워스라······ 뭐 나쁘지는 않군요.”
“아니면, D.W도 드릴 테니, 아구스틴에 조디 뱀포드도 얹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건 불가합니다.”
리치먼은 딱 잘라 냉정하게 거절했다.
뱀포드는 2024시즌에 바로 콜업해서 백업 포수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런 선수를 올해 A를 졸업하는 선수와 미쳤다고 바꾸겠는가?
“그렇다면 에이든 맥매너스라도 얹어주시죠.”
“허허. 욕심이 너무 과하십니다.”
에이든 맥매너스는 2023시즌 양키스 팜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던 투수였다.
“뭐. 좋습니다. 그쪽에서 하도 D.W를 원하시니 D.W를 드리고 싶어서 제안을 드린 건데, 뭐 싫으시다면야 어쩔 수 없죠.”
“아니요. 말 같은 제안을 해야 이야기가 되죠. 그쪽에서 무슨 조디니, 에이든이니 턱없는 이야기를 계속하니.”
“그러니까 됐다지 않습니까. D.W는 빼고 얘기한 대로 진행하자고요.”
신경질이 절로 묻어나오는 말투였는데, 아무래도 디킨슨은 빈정이 단단히 상한 것으로 보였다.
리치먼은 생각했다.
‘거, 어린놈 비위 한 번 맞춰주기 더럽게 힘들구먼. 아니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삐져서 신경질을 부리나?’
물론 속으로 생각할지언정,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절대로 안 됐다.
“뭐. 좋습니다. 그런데 혹시 T.J는 안 필요합니까?”
어디까지나 혹시나 해서 그냥 던져본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디킨슨의 눈은
‘이 새끼가 지금 누굴 바보로 아나.’
이렇게 눈으로 욕하고 있는 것만 같은 노골적인 경멸의 눈초리였다.
“그냥 한 말입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T.J는 그쪽이 알아서 쓰시고, 그럼 저희가 아구스틴을 받고, 헤수스, 호세, 키스를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시던가요.”
일단 이렇게 카드는 맞춰졌지만, 아직 중대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럼 아구스틴의 연봉은 얼마나 보조해주실 겁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리치먼은
‘이런 도둑놈의 새끼를 봤나.’
라는 욕이 튀어나오려던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저희가 2200만 달러를 다 내고 아구스틴을 쓰는 건 당연히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럼 쓰지 말던가요. 판 엎어요?”
리치먼은 짜증이 밀려온 나머지 언성을 높이고야 말았다.
“이봐요. 아구스틴 계약이 1년 남았잖아요. 연봉을 보조해 주더라도, 지금 팔아서 유망주를 얻는 것이 그쪽에도 남는 장사인 거 몰라요? 판 엎으면 우리야 아쉬울 필요가 없어요. 아쉬운 건 그쪽이죠.”
‘이 어린놈의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디킨슨의 버릇없는 말투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사실 냉정하게 따져서 디킨슨의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산타크루즈와 계약을 갱신할 것이 아니라면, FA로 내보내느니, 지금 트레이드로 팔아서 유망주를 얻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래서 얼마를 보조해 달라는 겁니까?”
“많이는 안 바랍니다. 70%만 보조해 주시죠.”
‘뭐 이런 도둑놈의 새끼가 다 있지?’
리치먼은 속에서 다시 울화가 치밀어 오르려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산타크루즈의 다음 시즌 연봉 2200만 달러의 70%면 무려 1540만 달러였다.
즉 메츠는 산타크루즈를 단돈 660만 달러에 쓰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왜 정점에서 내려올 아구스틴을 원하나 했더니만, 이런 속셈이었군.’
리치먼은 메츠가 어째서 내려올 일만이 남은 산타크루즈를 원하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산타크루즈는 분명 2200만 달러를 쓰고 쓰기에는 아깝지만, 660만 달러를 주고 쓴다면 확실히 써볼 만 했다.
“70%는 말이 안 되고, 30%로 합시다.”
2200만 달러의 30%는 660만 달러였다. 즉 메츠는 산타크루즈를 1540만 달러를 주고 쓰는 셈이었다.
“저흰 무조건 70%를 원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헤수스를 대가로 치르고, 이 딜을 진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70%를 맞춰줄 테니까 D.W도 추가로 내놓던가요.”
“아니. D.W는 없던 거로 하기로 했잖아요. 여기서 D.W가 왜 또 나와요?”
“우리가 1540만 달러나 주잖아요. 그럼 양심이 있으면 D.W 정도는 내놓아야죠.”
“그쪽이야말로 양심이 있으면 우리가 헤수스까지 내놓고,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였으면, 70%는 보조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양쪽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본인들의 의견만을 고집했고, 서로 감정이 상하려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딜 자체가 완전히 파투가 날 판이었다.
그리고 결국 리치먼이 다시 타협안을 제시하였다.
“좋아요. 그럼 공평하게 50% 반반으로 합시다. 이 이상은 나도 양보 못 합니다. 아니면 파투 내던가요.”
이는 그가 할 수 있는 정말 최대한의 양보였다.
디킨슨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했다.
“아무래도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 같군요. 지금은 일단 보류하고, 내일 다시 결론을 냅시다.”
“좋습니다.”
리치먼이 마지막으로 낸 타협안을 디킨슨이 보류하면서 결국에는 트레이드가 바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트레이드가 아직 완전히 파투가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딜이 진행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
만일 이 트레이드가 실제로 진행이 된다면, 이번 시즌 윈터 미팅의 가장 큰 빅딜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이 트레이드는 진행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