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51. “너 진짜 뒈지고 싶냐?”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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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너 진짜 뒈지고 싶냐?”
그래서 눈을 뜨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것이 이렇게 오래 자버렸다.
어쨌건 여전히 선수들은 훈련에 열심이었고, 아빠는 열성적으로 그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1시간 30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후 씻고 나니 이미 오후 여섯 시가 넘었다.
이러다 친구들과의 약속에 늦을지도 몰랐다.
나는 원래 시간 약속에 대단히 철저한 사람이고, 나 자신, 혹은 누가 시간 약속을 어기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시간 약속을 어기고 지각을 하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서둘러서 할아버지의 족발집에 가니 친구들은 이미 다들 도착해 있었다.
영운이, 현호, 경수, 지원이, 은우, 모두 서울K-POP연예예술학교 1기 애들로, 그 열악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이겨냈던 전우들이다.
회귀한 후에 카톡으로 단톡방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1회차 때 2044년 2월에 내가 한국에 왔을 때 그때 마지막으로 모였었는데, 그로부터 여덟 달 뒤인 10월에 내가 회귀를 했고, 회귀 후 딱 1년이 지났으니까 따지고 보면 1년하고도 8개월 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거였다.
20년 후나 지금이나 애들은 다들 변함이 없이 한결같았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서울K-POP연예예술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아무래도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이고, 또 이 학교의 전신이었던 서울여자실업학교의 어마무시했던 악명 탓에, 보통 안 좋은 선입견들을 많이 느끼는데,
뭐 연예인 아이돌 애들이 어떤지야, 뭐 게네랑 같이 어울려 본 적이 없으니 걔들이 어떤 애들인지는 내가 정확히 알 수야 없지만, 적어도 야구부 애들, 특히 최초 1기였던 우리 동기 애들은, 애들이 다들 착하고 순진했다.
애초에 애들이 서울K-POP연예예술학교에 온 거는 정말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보다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고 싶어서 온 거였지, 뭐 무슨 사고를 쳐서 쫓겨 오거나 그런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 온 내가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어쨌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야. 메이저리거면 좀 멋있는 곳에서 크게 한턱 쏴야지. 족발이 뭐냐?”
현호가 투정을 부렸다.
물론 진심으로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농담이었다.
“족발이 어디가 어때서? 너 지금 우리 할아버지 족발을 모욕하는 거냐?”
내가 이렇게 한마디 하니까
“맞아. 이 새끼, 진짜 나쁜 새끼네. 태양이 할아버님이 정성껏 삶으신 족발인데, 처먹기 싫으면 처먹지 마.”
“어서 태양이 할아버님한테 사과드려.”
“아니지. 족발한테 먼저 사과해.”
바로 물어뜯기가 시작됐다.
“아니. 그냥 농담한 거잖아.”
애들이 진지하게 나오니까 현호는 진심으로 당황한 듯 보였다.
“농담도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농담이지. 우린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어서 사과해.”
“맞아. 족발이 너 고소할 거야.”
애들이 분위기가 심각하니까, 그제야 현호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역시 현호는 놀리는 재미가 있는 놈이었다.
“알았어. 내가 사과할게. 태양아.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알았어. 다음부터 조심해.”
혹시 괜한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까 봐 하는 말이지만, 이건 왕따, 뭐 이런 거와 전혀 무관하고, 그냥 장난으로 노는 거다.
현호가 애가 참 유쾌하고, 재밌다. 그리고 놀리는 맛도 있고.
아무튼, 뭐 오랜만에 모인 만큼, 우리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학교 이야기, 야구 이야기, MLB 이야기 등등,
그렇게 한참을 수다를 떨며 족발을 뜯고 술을 마시다 보니 밤 9시가 좀 넘었고, 우리 일행은 택시를 잡아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은우의 외삼촌이 선릉역 부근에서 가라오케를 크게 하시는데, 거기서 2차를 할 예정이었다.
물론 뭐 내가 아무리 유흥을 좋아한다고 해도 여기서 여자를 불러서 불건전하게 놀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친구들은 대학 선수고, 학생 선수 신분이 아니던가.
1회차 때 친구 중 프로에 간 놈이 아무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역사가 바뀌었고, 이번엔 혹시라도 운이 좋아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런데 이때 가라오케라는 유흥업소에서 여자를 불러서 불건전하게 놀다가 그게 잘못 소문이 나서 구설에 휘말리게 되면, 스카우트들한테 안 좋은 선입견을 줌과 동시에 드래프트에서 크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 점을 친구들한테 설명했고, 친구들도 애초에 여자를 부를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끼리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면서 재미있게······
아. 재미있게 라는 말은 빼자.
솔직히 여자 없이 남자 놈들끼리 이러고 노는 게 그게 무슨 재미인가?
칙칙하게라고 해야 맞는 거지.
어쨌건 그래서 내가 왔다고, 은우 외삼촌께서 특별히 조니 워커 블루라벨 세 병을 넣어주셨다.
한 병당 한국 돈으로 25만원 정도 하는 술인데, 2조가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병에 1억원이 넘어가는 최고급 술도 마셔봤던 나한테, 25만원짜리 이 조니 워커 블루는 별로 대수롭지 않지만,
은우 외삼촌으로서는 우리한테 정말 통 큰 대접을 한 거다.
“삼촌, 괜찮으시겠어요?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은데요.”
은우는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대한 메이저리거께서 영광스럽게도 우리 업소에 왕림하셨는데, 내가 이 정도도 못 해주겠냐? 인마. 이 삼촌, 이 정도로 안 죽어.”
말은 이렇게 당당하게 하시지만, 속은 어떠실지 모르겠다.
뭐 어쨌건 그렇게 계속 놀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갔는데, 우리 방의 옆의 그 옆의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칠칠지 못한 놈들이 술병이라도 떨어뜨린 것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왔는데, 그 방에서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급기야는 여자 비명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이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문을 열고 그 방에 들어갔다.
웃통을 깐 성인 남자 네 명과 도우미 아가씨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있었는데, 남자 네 놈의 등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음······
“너, 뭐야?”
건달 놈 중 제일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놈이 대뜸 반말을 씨불였다.
“나 옆방에 온 손님인데, 너희들 지금 뭐 하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이 먼저 반말을 했기 때문에, 내 입에서도 똑같이 반말이 나왔다.
“언니들, 저 새끼들이 언니들 건드렸지?”
물으나 마나 뻔한 거 아니겠는가.
“하. 나. 이 새파랗게 어린놈의 새끼가 뒈지려고 환장했나. 너 진짜 뒈지고 싶냐?”
그건 내가 할 말이었다. 이놈들이 뒤지고 싶어 환장한 새끼들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감히 내 친구 외삼촌의 업소에서 이런 진상, 소란을 떨 생각을 했겠는가.
“너희들이야말로 뒤지기 싫으면 그냥 조용히 놀다 가라.”
일단 좋은 말로 알아듣게 타일렀고, 경고했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놈 중 한 놈이 먼저 덤벼들었는데 잽싸게 피한 후
‘퍽.’
번개보다도 빠른 나의 펀치가 그놈의 턱주가리를 강타했고, 그놈은 입에서 여섯 개의 피가 묻은 강냉이를 뱉어낸 후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김호경이는 파이브 강냉이였는데, 이놈은 식스 강냉이였다.
한 놈이 그렇게 되자 곧이어서 세 놈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는데, 테이블을 밟고 올라가서 그대로 날아서 날아차기로 한 놈을 한 방에 날려 보낸 후, 번개보다도 더 재빠른 움직임으로 나머지 두 놈도 순식간에 때려눕혔다.
이놈들은 내가 누군지, 나를 못 알아본 것 같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봤더라면 감히 나한테 개길 엄두를 못 냈을 텐데,
게다가 설령 나를 못 알아봤더라도, 체급 차이만 봐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만할 텐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악.’
여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날아차기로 나가떨어졌던 놈이 이번엔 나이프 칼을 빼 들고 덤비는 것이었다.
하······
이건 뭐 무슨 조폭 영화도 아니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좋은 말 할 때 칼 내려놔라.”
물론 이렇게 경고를 해줘도 멍청한 놈들은 들어먹지 않고 꼭 매를 번다.
이단옆차기로 나이프 칼을 날려버린 후 다시 그놈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이때 타이밍을 딱 맞춰서 은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마도 내가 안 오니까 나를 찾으러 온 모양일 텐데, 지금의 이 상황은 은우로서는 당연히 매우 놀랄 수밖에 없을 거다.
“어? 이게 무슨 일이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와봤는데, 쟤네들이 먼저 덤비네?”
나는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였다.
도우미 아가씨의 말에 의하면 네 놈 중 우두머리인 놈이 자기 가슴을 만지려 해서 밀쳐냈더니 그놈이 대뜸 뺨을 때리더란다.
그리고는 그놈이 웃통을 까서 등의 문신을 드러내며, 자기들이 조양은 형님 아우고, 불사파의 누구라고 건달 족보를 읊으며 아가씨들한테 겁을 주고, 그 아가씨를 다시 추행하려고 했는데,
아가씨가 그놈을 또 밀쳐내고 소리를 지르자 그놈이 술병을 깨뜨리고는 그 깨진 술병으로 그 아가씨 얼굴을 그으려고 하던 찰나에 내가 들어왔던 거였다고 한다.
내가 안 들어왔으면 그 아가씨는 크나큰 봉변을 당할 뻔한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외려 적반하장으로 경찰을 부르는 것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고, 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였으나 그놈들은 자신들이 했던 진상은 싹 숨긴 채, 내가 가만히 있는 자기들을 일방적으로 폭행하였다고 거짓 진술을 하였다.
그래도 다행히도 도우미 아가씨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을 해줘서 뭐 내가 누명을 쓰고 곤경에 처하는 그런 상황은 없을 것 같다.
설령 이 아가씨들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한다 해도 업소의 CCTV가 있으니, 어차피 진실이 밝혀질 일이었다.
게다가 담당 형사가 그 네놈들의 신원을 조회한 결과 그놈들은 이미 전과가 여러 개였다.
다만 어찌 되었든 그놈들이 나한테 처맞았기 때문에 진단서를 끊어 고소를 하게 되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보아하니, 저놈들 진단서 끊어서 덤비면 골치 꽤나 아프겠구먼. 건달들이라고 진단서 못 끊을 것 같아요? 저런 놈들이 오히려 더 하다고요.”
담당 형사의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경찰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 조처가 떨어져서 집에 돌아오니 새벽이었고, 다음날 포털 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도배되었다.
《깡패 왕태양, 이번엔 유흥업소서 패싸움 논란》
《왕태양으로 추락한 MLB의 품격, 이대로 괜찮은가?》
《‘유흥업소 출입에 난투극까지?’ 왕태양, MLB 퇴출당하나?》
《학교 폭력에 팀 선배 폭행, 벤치 클리어링 난투극, 유흥업소 패싸움까지 ‘이런 선수 또 없습니다.’》
한 건, 한 건 전부 금융치료를 진행한다면 이게 돈이 다 얼마인지······
기레기들에 대해서도 이미 여러 건의 금융치료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 이놈들은 그걸 보고도 느끼는 것이 전혀 없나?
그리고 뭐?
나로 인해 추락한 MLB의 품격 이대로 괜찮냐고?
풉······
MLB의 품격을 걱정하기 전에 KBO의 품격부터 먼저 걱정들 할 것이지. 쯧쯧······
하긴 뭐 이제 와서 KBO에서 품격을 찾기에는 뭐 이미 멀리 와버렸지만.
어쨌든 그래서 미국에서도 어제의 사건이 보도됐고, 브랜던과 지미한테도 전화가 왔었는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나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
먼저 아가씨들을 추행하려 했던 것도 그놈들이었고, 칼을 빼 들고 덤빈 것도 그놈들이었다.
그럼 상대방이 칼 빼 들고 덤볐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뭐 그 칼에 찔려 뒤지라는 소리인가?
어디까지나 이건 정당방위였다.
그러나 기레기들이 사실을 왜곡하여 허위 보도를 하고, 또 인터넷상에는 방구석 패배자들이 무슨 우리가 여자를 불러다 놀았다느니 뭐 은우 외삼촌이 조폭이라느니 등등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중인데, 이 때문에 친구들이 대단히 힘들어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친구들과 상의하여 당연히 고소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선처와 합의는 절대로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거고, 남의 인생을 망치려 했다면,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참고로 그 한게 악플러 중에 피닉스불사조인가 하던 놈은 아예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떨어져서 현재 수감 중이다.
웬만해선 악플 단 거 가지고 바로 구속이 되고, 재판에서 실형까지 떨어지진 않지만, 그놈은 알고 봤더니 악플+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에 관련된 전과가 이미 여러 개였기에 법원에서도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반성의 기색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뭐 하여튼 그래서 잘못된 허위 사실로 인해 친구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하여 따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만일 이럴 때 내가 SNS 같은 것을 했더라면 번거롭게 따로 기자회견을 할 필요 없이 SNS에 글을 남기기만 하면 됐을 텐데. 그건 좀 아쉽다.
모 축구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기셨고, 실제로 바우더 같은 놈은 그 명언을 너무 잘 증명하고 있는데,
생각해 보면, SNS로 쓸데없는 짓만 안 하고, 그냥 팬들과 건전하게 소통하고 교감만 한다면, 그 SNS라는 것도 꼭 그렇게 필요 없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꼭 SNS가 아니더라도 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팬들과도 소통할 매체가 하나는 필요하지 않을까?
자기 PR의 시대에서 나만 너무 뒤처져 있지 않나 그런 반성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영상 편집자 두세 명 정도 고용해서, 영상도 좀 찍어 올리고, 가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팬들과 소통도 하고, 괜찮을 것 같은데······
참고로 우리 아빠도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아빠는 구독자 수 5천 명의 하꼬 유튜버다.
물론 뭐 아빠 유튜브는 수익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레슨장을 홍보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만.
그래서 나도 조만간 아빠 유튜브에서 같이 영상을 찍기로 했다.
월드스타인 이 몸이 구독자 수 5천 명의 하꼬 유튜브에 출연료도 받지 않고 출연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긴 한데, 아빠 유튜브인데 어쩌겠는가.
내가 출연함으로써, 아빠 유튜브의 구독자 수가 아마 엄청 늘지 않을까?
이러다 우리 아빠, 실버 버튼, 아니 골드 버튼 받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