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42. 정말 잘 돼 가는 집안이다. 쯧쯧.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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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정말 잘 돼 가는 집안이다. 쯧쯧.
그리고 10월 21일.
드디어 WS 1차전이 펼쳐지는 날이었다.
경기장에서 바우더와 마주친 게리는 바우더와 말을 한마디도 섞지 않고 무시했고, 나는 일단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 트래비스,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죠?”
2회차에서 바우더를 실물로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우더가 올스타전에 탈락했기 때문이다.
막상 나와 직접 얼굴을 맞댄 바우더는 SNS상의 패기는 어디다 가져다 버렸는지, 나와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오늘 끝나고,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한판 붙을까요? 날 때려눕힐 수 있다면서요.”
바우더는 대답이 없었다.
“언제든지 말만 해요. 한판 붙는 건 환영이니까.”
그걸로 바우더와 첫 조우는 끝이었다.
연습 배팅을 마친 후 라커룸에서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서울K-POP연예예술학교 야구부 1기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뭐 나는 창단 멤버는 아니라 전학생이었지만, 어쨌건 1기로 졸업을 하긴 했으니까 1기였다.
사실 졸업식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서울의 집에 졸업장이 퀵으로 배송되었다.
정식 학교가 아닌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
↳ [왕태양] : 나 방금 바우더 봄. ㅋㅋㅋㅋ,
***
지금 시간이 오후 다섯 시. 한국 시각으로는 오전 10시였다.
***
↳ [오영운] : 오. 맞짱 뜸?
↳ [왕태양] : 쫄아서 눈도 못 마주치던데?
↳ [윤현호} : 병신. 미국에 싸움하러 갔냐? 야구나 해.
↳ [왕태양] : 우리 현호, 요새 형한테 덜 맞았구나. 기다려라. 형이 너 패주러 11월에 한국 간다.
***
혹시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까 봐 하는 말이지만, 이건 진짜 농담이고, 장난으로 노는 거다.
나는 동기들, 후배들에게 그 어떠한 폭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
아. 그리고 참고로 1기가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 그러니까 내 동기가 딱 다섯 놈 있는데, 그 다섯 놈 중에 KBO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놈은 당연하겠지만, 단 한 놈도 없었고, 다들 대학에 들어갔다.
물론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도 다들 전부 또 미지명 되어 야구를 포기하게 된다.
어쨌건 오후 7시 5분. 다저스의 레전드이자 MLB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인 샌디 쿠팩스 할아버지의 시구와 함께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올해 88세로,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쿠팩스는 여전히 정정했지만, 그래도 워낙 고령인 탓에 그가 던진 공은 18.44m에 끝내 도달하지 못했고, 그래도 관중들은 레전드의 시구에 환호와 박수로 보답하였다.
이곳 다저스타디움에는 만원 관중이 꽉 들어찼는데, 다저스 팬뿐만 아니라 우리 양키스 팬들도 많이 온 것 같다.
지명타자가 소멸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나는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1루건, 외야건 수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1회는 양 팀이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득점하지 못했다.
게리가 3일밖에 못 쉬었음에도 컨디션이 대단히 좋아 보였다.
사실 DS, CS에서 계속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투구를 하였는데, 지금의 이 모습이 가장 게리다운 투구였고, 또 팀이 그에게 원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2회와 3회에도 삼자범퇴가 이어지며, 양 팀 선발 투수가 퍼펙트를 이어갔는데, 그 퍼펙트 행진을 깨뜨린 것은.
❝잡아당겼습니다. 좌익수 뒤로 계속 뻗어갑니다. 그대로 펜스 밖에 떨어집니다!!!! 마이크 스켈튼이 팀의 선취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마이크였다.
한복판에 높게 몰린 실투를 잡아당겨 펜스를 넘겼고, 그 순간 바우더의 표정은 바로 일그러졌다.
음······
❝5구, 낮게 떨어진 공을 참아냅니다. 볼넷입니다.❞
❝6구. 존 외곽에 살짝 걸쳤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연속 볼넷이네요.❞
❝몸쪽 공인데요. 아··· 등에 맞았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연속 볼넷 후에 다시 몸에 맞는 공. 1사에 주자가 만루가 됩니다. 트레비스 바우더가 홈런을 허용한 이후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우더가 마음의 평정을 잃으며, 연속 볼넷과 사구가 나왔고, 1사 만루로, 오늘 경기의 가장 결정적인,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였다.
만일 여기서 추가 득점이 이루어진다면, 바우더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오늘 경기를 쉽게 갈 수 있는 거고,
만일 여기서 더블 플레이가 나와서 찬스가 무산된다면, 바우더는 바로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1점 차의 불안한 점수 차로 바우더에게 꽤 오래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컸다.
따라서 추가 득점이 대단히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높은 공을 때렸습니다. 그러나 땅볼 타구가 돼서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유격수 잡아서 2루에 던져 선행 주자를 삭제하고, 다시 1루로 공이 연결됩니다. 더블 플레이!!!! 양키스의 1사 만루 찬스는 이렇게 허무하게 무산됩니다.❞
앙헬로가 성급하게 초구를 때려냈고, 결국 우려했던 더블 플레이가 나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우익수 뒤로 멀리 날아갑니다. 오른쪽 펜스!!!!! 넘겼습니다!!!!! 코비 셀린저가 바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4회 말에 코비 셀린저에게 홈런을 맞으며, 곧바로 동점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음······
그렇게 홈런으로 한 점씩을 주고받은 후에는 7회까지 다시 투수전이 계속 이어졌다.
게리가 7이닝 3피안타 1실점 10K, 바우더가 7이닝 2피안타 1실점 3사사구 9K,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단한 호투였다.
이제 8회 초였다.
바우더의 투구 수가 110개를 넘겼음에도, 8회 초에 바우더가 마운드에 또 올라왔다.
다저스의 감독 로버트 데이비스는 선발 투수 퀵 후크가 대단히 잦은 감독이지만, 이상하게도 바우더만은 많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던지게끔 놔두는 편이었다.
음······
어쨌건 선두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난 후, 9번. 투수의 타석이었다.
누가 봐도 확실한 대타 타이밍이었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여기서 홈런 한 방으로 바로 다시 리드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자동고의사구입니다. 태양 왕과의 승부 대신 T.J. 르몽드와의 승부를 선택합니다.❞
상대 팀 감독의 아이디어인지, 바우더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겁쟁이들이 나와의 승부를 회피하고, 나를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냈다.
사실 상대 팀으로서는 이 상황에 위험한 타자인 나하고 굳이 승부를 할 이유가 없었다.
후속 타자인 T.J와 승부하면서 T.J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겠다는 의도인데.
음······
❝태양 왕이 뜁니다. 공은 볼이 됐고, 2루에 쏩니다. 정확한 송구가 들어갔지만, 세잎입니다!!!! 태양 왕이 빨랐습니다. 도루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허를 완벽히 찔렀고, 또 스타트가 빨랐네요. 주자가 득점권에 간 지금의 이 상황은 바우더로서는, 다저스로서는 계산 밖의 상황인데요.❞
겁쟁이들의 잔꾀에는 잔꾀로 대응을 해줬다.
내가 이번 시즌 도루가 여덟 개가 있었음에도, 이 멍청한 겁쟁이들은 도루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고, 허를 제대로 찔렀다.
이제 더블 플레이는 없다. 그리고 안타 하나면 바로 득점이다.
언젠가도 한 번 말했지만, 내가 걸음이 느린 주자는 절대로 아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한 시즌에 도루 4~50개 이상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루를 자주 안 하는 건 굳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타를 치고, 베이스를 훔치고, 이런 플레이어가 아니라 장타를 치는 플레이어다.
얼마나 많은 도루를 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2루타, 홈런을 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도루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렇게 되자 바우더는 T.J를 다시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내서 1루를 채우는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하였다.
누가 봐도 마이크보다 T.J가 상대하기 더 쉬운 타자인 건 확실하고, 더군다나 앞 타석에 홈런까지 있는 타자인데, 더블 플레이에 욕심을 내다보니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이다.
T.J가 1루로 걸어 나가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관중석의 다저스 팬들이 느끼기에도 지금의 이 선택은 분명한 무리수고, 한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높게 뜬 타구가 멀리 날아갑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쫓아갑니다. 그러나 이 타구가 그대로 펜스를 넘겨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마이크 스켈튼이 멀티 홈런으로 팀에 다시 리드를 가져다줍니다.❞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는 3점홈런이었다. 그러면서 투구 수 120개를 넘긴 바우더는 결국 여기까지였다.
마이크가 멀티 홈런으로 오늘 경기 4타점을 혼자 쓸어 담고 있는데, 만일 이대로 경기가 종료된다면 오늘 경기 1차전 MVP로 거의 유력했다.
아무튼 이어서 8회 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밥이 삼자범퇴로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한 후,
9회 초 2사 후에 맞이한 2, 3루의 중요한 득점 기회.
여기서 두 점을 달아난다면, 오늘 경기는 사실상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투수 타석이라 대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
대타로 에릭이 타석에 들어섰다.
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에릭 빈스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양키스의 대타 카드가 실패로 돌아갑니다. 득점권의 두 명의 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 떨공삼이었다.
3점 차의 리드가 계속 유지되는 와중에, 이제 9회 말 다저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만이 남았다.
양키스의 철벽 수호신 아구스틴이 이 한 이닝을 무사히 막아낸다면 1차전을 가져올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우리 팀이 90%는 다 이겼다고 봐야 했다.
우리 선수들의 표정들을 보니 다들 벌써 이미 경기에 이긴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음······
그런데, 왜 이렇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일까?
❝높은 공에 헛스윙합니다.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아구스틴 산타크루즈가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제 양키스의 1차전 승리까지는 아웃 카운트 단 두 개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일단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우리 팀이 이길 확률은 거의 95% 정도까지 왔다고 보면 된다.
음······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일까?
❝밀어친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겨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장타 코스. 코리 셀린저가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인 셀린저한테 2루타를 맞고야 말았다.
하지만, 아직 석 점 차고, 이제 아웃 카운트는 단 두 개만이 남았다.
설령 여기서 홈런이 나온다고 해도, 한 점 차다. 그렇기 때문에 2루 주자가 들어오건 말건, 투수는 자기 투구에 집중하며 타자만 상대해도 된다.
그러나.
❝8구. 바깥쪽에 걸쳤습니다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면서, 결국 볼넷이 됩니다. 주자가 한 명이 더 늘었습니다.❞
여기서 또 볼넷이 나오고야 말았다.
이제 홈런 하나면 바로 동점이 되는 상황.
그러나 여기서 땅볼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기만 한다면 바로 게임이 끝난다.
중요한 건 땅볼을 유도해도 절대로 1루 쪽으로 유도를 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내 생각엔 차라리 여기서 1루는 대수비를 넣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그리고, 결국 대수비가 투입되었다.
그러나 그 대수비가 정작 들어가야 할 1루가 아닌 엄한 2루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T.J가 빠지고 해리가 들어간 것이다.
교체를 당하는 T.J 본인조차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뻘교체였다.
음······
어째 느낌이 싸하다?
절대로 1루 땅볼만은 나오지 않기를······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양키스 팬들의 마음도 다 똑같을 것이다.
***
@ILoveYankees
Fuck!!!! 병신 같은 쿤 새끼가 또 경기를 망치려 하고 있어. 푸엔테스를 빼야지. 거기서 르몽드를 뺀다고? #adamkoonout
@YankeesLove
산타크루즈, 1루 땅볼은 절대로 안 된다고!!! #adamkoonout
@GusGlitner
너희들 너무 예민한 거 아냐? 푸엔테스 수비가 아무리 막장이더라도, 설마 여기서 별일이야 있겠어? #adamkoonout
@PerryDaniels
@GusGlitnet님에게보내는 답글
그건 네가 아직도 푸엔테스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이지. #adamkoonout
@JayPresnell
아. 난 심장 떨려서 도저히 못 보겠어. 오늘 경기 그만 볼래. #adamkoonout
***
❝빗맞은 땅볼 타구가 1루수 앞쪽으로 굴러갑니다. 1루수가 앞으로 나와 처리하려는데, 아!!!!!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튑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주자 올 세잎입니다. 1사에 주자 만루. 기어이 동점 주자까지 출루합니다.❞
결국에는 우려했던 그대로, 1루 땅볼과 1루수 실책이 나오며 주자가 만루가 되었다.
단언컨대, 앙헬로 저놈은 MLB 역사상 최악의 1루수다.
내 생각엔 야구를 진짜 엄청 못 하는 내 친구 현호가 저 앙헬로 놈보다 수비를 더 잘할 것 같다.
물론 뭐 그래 봐야 피장파장이겠지만,
사실 이런 말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지만, 앙헬로 놈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마이너를 거치면서, 돌글러브라는 사실이 증명되자, 구단에서는 미련 없이 바로 앙헬로의 유격수 수비를 포기하였고, 차라리 파워라도 살리자는 마음으로 3루수로 전향시켰으나, 3루 수비도 불가라는 판정을 받고 결국 최종적으로 1루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1루 수비 역시 MLB 평균, 아니 AA나 AAA 평균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AA와 AAA에서 워낙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결국 MLB로 콜업을 한 것이고, 주전 1루수로 밀어주고 있는 거다.
뭐 경험이 쌓이다 보면 수비가 나아지겠지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외려 시간이 지날수록 갈수록 퇴보하고 있었다.
후에 구단이 앙헬로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깨끗하게 포기한 건, 앙헬로가 사생활이 워낙 문란하고 막장이라는 이유 외에도 바로 이런 이유도 있었다는 것이다.
대체 아담은 왜 앙헬로 놈을 그대로 놔두고 엄한 T.J를 교체했던 것일까?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건. 이제 1사 만루.
뭐 여기서 다시 땅볼을 유도하며,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 내면 되지만,
음······
❝낮은 공을 퍼 올렸고, 타구가 높이 떴습니다. 중견수가 앞으로 이동해 와서 잡아냅니다. 3루 주자가 태그업해서 홈에 들어오긴 거리가 짧았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은 다저스로서는 참 아쉽겠네요.❞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투 아웃까지는 잘 잡았다.
여기까지 잘 왔지만, 아직 승리를 확단하기에는 이르다.
지금의 승리 확률은 거의 50% 정도라고 보면 된다.
주자가 만루고, 2사기 때문에 안타 하나면, 1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후······
아. 나도 심장 떨려서 도저히 못 볼 것 같다.
❝잡아당긴 타구가 왼쪽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계속 날아갑니다!!!!!! 그랜드슬램!!!!!!!! 닉 옌슨이 이 경기를 끝냅니다. 다저스의 승리입니다.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죠.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멸망!!!!!!!!
우리는 망했다.
이 역전 끝내기 그랜드슬램 한방은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시리즈의 분위기 자체를 완벽히 넘겨줄 수 있는 그 한방이었다.
1988년 월드시리즈에서 오클랜드가 겪었던 악몽이 떠오른다.
1차전에서 오클랜드가 자랑하던 철벽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는 9회 말 팀이 4:3으로 리드 중인 9회 말, 2사 2루의 상황에서 다저스의 대타 커크 깁슨을 상대로 3-2의 볼 카운트에서 그의 장기인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역전 끝내기 투런 홈런을 맞고야 말았다.
역대 월드시리즈 명승부, 명장면하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경기였는데,
아마도 다저스의 올드팬들은 그때의 환희와 감격을 다시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는 그 기세를 모아 오클랜드를 몰아쳤고, 4승 1패로 WS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가뜩이나 여러 면에 있어서 우리 팀이 다저스보다 많이 처지고, 불리한 상황인데, 시리즈 초반의 분위기까지 완전히 넘겨주고야 말았다.
후······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의 분위기는 당연히 한껏 처져있었다.
“괜찮아. 지금껏 우리는 디비전 시리즈도, 챔피언십 시리즈도, 모두 1차전을 내줬음에도, 우리는 그에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여러분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에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다. 이미 패한 경기,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잊고 내일 경기 준비 잘하자.”
아담이 처져있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마디 하였다.
이때.
“아담, 질문이 있어요.”
“그래. T.J. 말해봐.”
“그 상황에서 어째서 앙헬로가 아닌 제가 교체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래. 그건 나도 궁금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 그리고 모든 양키스 팬들이 궁금해할 거다.
“그걸 감독인 내가 너한테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나?”
아니. 무슨 이런 무책임한 대답이 있지?
“당연히 의무가 있죠. 당신의 그 병신 짓으로 오늘 우리 팀이 졌다고요.”
음······
“선수의 기용, 교체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한테 있고, 그 책임도 감독이 진다. 그러니까 너는 내 기용에 간섭할 권한이 없고, 너 할 일만 잘하면 돼.”
“그러니까 이 병신아. 책임을 지라고.”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음······
이건 너무 급발진인데?
이제는 하다 하다 선수가 감독한테 대놓고 항명을 하며, 내분까지 일어나네?
정말 잘 돼 가는 집안이다. 쯧쯧.
이런 팀이 우승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