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40. 계속 선을 넘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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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계속 선을 넘네?
블랙박스의 영상에는 구단주인 찰리 스테인하우어가 짱돌을 집어 들어 아담의 차를 파손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세상에······
분명 과격한 팬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범인의 정체는 진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아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영상을 본 이들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경기에 졌다고, 감독의 차를 파손하는 구단주라니······
무슨 이런 막장이 다 있더란 말인가?
음······
사실 1회차 때 두 시즌 연속 꼴찌를 하면서 브랜던 아저씨의 구단 내 권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아담이 잘리면서 결국 브랜던 아저씨도 같이 쓸려나갔다.
아무리 브랜던 아저씨가 그간 극성스러운 뉴욕 언론과 팀 레전드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2021시즌부터 이어진 세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그리고 두 시즌 연속 꼴찌라는 성적에 결국 지지자들도 등을 돌린 것이다.
사실 브랜던 아저씨가 이때 쓸려나간 것이 나한테는 오히려 이득이었는데, 지미가 멍청한 찰리를 협박하여 나의 15년 8억 2천 5백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초거액 계약을 끌어낸 것이다.
한때 양키스의 한해 총 페이롤이 4억 달러를 넘기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로, 찰리는 정말 돈을 물 쓰듯이 쓰고, 선수들에게는 돈을 아낌없이 퍼주던 착한 구단주였다.
그래서 브랜던 아저씨와 아담이 쫓겨난 후, 2030년까지 그 어떤 단장, 감독도 양키스에서 1년을 버티질 못할 정도로 구단은 막장으로 굴러갔고, 2030년까지 계속 이어진 이 암흑기 동안 많은 레전드들이 구단과 척을 지고, 구단과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뭐 그거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고, 아무튼 참 훌륭한 구단주고, 구단 꼴 참 잘 돌아간다. 쯧쯧.
그리고 다음 날인 2023년 10월 7일.
라커룸의 분위기는 굉장히 뒤숭숭했다.
전날 대패의 여파, 거기에 감독을 향한 구단주의 테러.
분위기가 좋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니겠는가?
뒤숭숭한 상황이지만, 오늘 경기는 내가 선발 투수이니 만큼 반드시 잡을 것이다.
나 역시 3일 휴식 후의 선발 등판이었지만, 나한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어쨌건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P
3. 마크 크라웃 CF
4. 마이크 스켈튼 LF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오스왈도 캄포스 SS
7. 앙헬로 푸엔테스 1B
8. 레이 징커슨 3B
9. 케빈 사네즈 C
***
***
1. 루크 싱글레톤 RF
2. 이반 보카치카 3B
3. 로베르토 곤잘레스 LF
4. 리키 니만 SS
5. 밥 페더로프 1B
6. 카를로스 리베라 CF
7. 팀 코너 DH
8. 스캇 조이스 C
9. 오티스 페이튼 2B
P. 앤드류 맥케나
***
경기에 앞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 캐서린 트림블의 미국 국가 제창이 있었다.
그녀는 뉴욕 토박이로 양키스의 팬이라고는 하는데, 1회차에도 그녀가 몇 번 와서 시구하고 국가 제창을 했었지만, 뭐 나는 관심 밖이었다.
실버타운 들어가실 할머님이시잖는가.
아무튼 어제 경기의 영향으로 상대 팀은 사기가 충전해 있고, 우리 팀은 축 처져 있는 상황.
하지만, 야구는 어차피 기세 싸움이다.
경기 초반에 우리 팀이 분위기를 확실하게 가져오고, 빠르게 선취점을 낸다면 오늘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스트라이크.”
첫 타자의 초구부터 찍힌 107마일(172.2㎞)이라는 구속에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금의 이 구속은 상대 팀에 공연히 헛된 희망을 품고 헛된 저항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래서.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입니다.❞
❝몸쪽!!!! 들어갔습니다!!! 삼진!!!❞
1회부터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일단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센터 방향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계속 뻗어갑니다!!!! 펜스를 그대로 넘겼습니다. See-Ya. 태양 왕이 2차전에서도 홈런을 신고하며 양키스가 두 점을 앞서갑니다.❞
선두 타자 T.J가 안타를 치고 나간 후에 나의 홈런으로 바로 두 점이 만들어졌다.
오늘은 우리가 16점 이상을 하며 대승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14점이 남았다.
❝밀어친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습니다.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우익수가 볼을 한 번 더듬은 사이에 1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옵니다. 원 히트 원 에러로 양키스가 세 점을 더 달아납니다.❞
2사 만루의 득점 기회에서 레이가 적시타를 쳐줬고, 이게 원 히트 원 에러가 되면서 싹쓸이로 석 점을 더 달아났다.
1회부터 벌써 점수는 5:0이었다.
저 실책이 나온 후 상대 팀은 우익수를 케니 트라멜로 바로 교체하였다.
음······
실책을 범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닌데, 바로 문책성 교체라니······
저러면 공연히 선수의 기만 더 죽이고, 팀 사기만 저하될 뿐인데, 상대 팀 감독이 대단히 멍청한 짓을 했다.
뭐 우리 팀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그리고 내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후배들한테 1회차 때부터 자주 받던 질문 중 하나가, 메어저리그에서 무슨 놈의 수비 에러가 그렇게 자주 나오느냐인데,
내가 항상 말했었지만, 사실 미국이라도, 메이저리그라도 야구 못하는 애들은 진짜 엄청 못한다.
어딜 가던 평균 이하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정말 멋진 호수비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가 있으면 우리 팀의 앙헬로처럼 그런 즐거운 행복 수비로 팬들에게 다른 의미의 즐거움을 주는 선수도 있는 거고,
어떤 이들은 그런 선수들을 예를 들어서 MLB? 그거 별거 아니네? 보기보다 허접하네? 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이건 KBO로 치자면 이영석 같은 선수의 플레이만 보고, KBO? 그거 사회인야구 수준이네? 이러는 거랑 똑같은 거다.
어쨌건 이 다섯 득점으로 축 처져 있던 우리 팀의 더그아웃은 활력을 되찾았고, 반대로 상대 팀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한없이 어두워 보였다.
시리즈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어졌다.
오늘 최소 열다섯 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고, 그 여세를 모아 이대로 2차전, 3차전, 4차전까지 잡고 바로 CS로 갈 것이다.
그래서 2회 초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후, 2회 말, 1사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높은 공을 밀었습니다. 멀리 갑니다!!!! 펜스 앞에 그대로 떨어졌습니다. 장타 코스. 태양 왕이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3구에 한복판에 높게 들어온 93.3마일(150.2㎞)의 배팅볼을 밀어쳐서 2루타를 때려냈고, 상대 팀의 선발 투수 앤드류 맥케나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그리고.
❝받아 때렸습니다. 이 타구가 펜스를 직접 때립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옵니다.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크라웃이 바뀐 투수 알렉스 콕스의 초구를 공략하여 2루타를 때려내며 홈을 밟았다.
이어서.
❝잡아당겼습니다. 아!!!!! 그랜드슬램!!!!! See-Ya. 앙헬로 푸엔테스가 탬파베이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립니다.❞
그랜드슬램으로 10:0을 만들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중간으로 높이 떴습니다. 우익수와 중견수가 달려오지만, 우익수가 본인이 잡겠다는 사인을 보냅니다. 그대로 우익수가······ 오!!!! 잡지 못했어요. 이게 웬일입니까. 믿기지 않는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 두 명이 또 홈에 들어왔습니다.❞
아까 1회에 실책을 범한 루크 싱클레톤을 대신하여 들어온 케니 트라멜도 타구의 방향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며, 3회 말 무사 만루의 득점 기회에서 두 점을 더 달아났다.
음······
계속 말하지만, 저런 평균 이하의 수준 미달 선수들 때문에 MLB 수준 전체가 싸잡아서 얕잡혀 보이는 거다.
뭐. 그러면서.
❝잡아당긴 타구가 좌중간으로 멀리 뻗어갑니다. 좌익수와 중견수가 따라붙습니다. 펜스!!!! 넘어갔습니다!!!! See-Ya. 제임스 저스티스가 두 점을 더 보태며 스코어는 14:0이 됩니다. 탬파베이로서는 악몽과 같은 시간이 계속 이어지네요.❞
제임스의 2점홈런까지 터지면서 아직 3회인데도 스코어는 14:0까지 벌어졌다.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상대 팀을 상대로 우리 팀은 이후에도 여섯 점을 더 득점했고, 그렇게 2차전은 20:0의 완벽한 대승으로 끝이 났다.
마운드에서는 9이닝 2피안타 무실점 18K의 완벽투, 타석에서는 6타석 3타수 3안타 3볼넷 2타점의 완벽한 활약이었다.
그리고 이날의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서 10월 8일, 10월 9일, 원정 두 경기를 모두 스윕했고, 시리즈 전적 3:1로 2019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CS 복귀에 성공했다.
CS의 상대 팀은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시리즈 전적 3:0으로 물리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정해졌다.
그리고 NL에선 LA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홈에서 열린 두 경기를 모두 내주고도, 이후 세 경기를 모두 잡고, 리버스 스윕으로 힘겹게 CS에 진출했고,
역시 시카고 컵스와의 혈전 끝에 3:2로 신승을 거둔 뉴욕 메츠와 맞붙게 됐다.
다저스와 메츠, 어느 팀이 올라오건 올해 WS는 흥행이 보장될 테지만, 우리로서는 사실 다저스보다 메츠가 올라오는 편이 아무래도 더 편할 것이다.
일단 LA까지 굳이 원정을 안 가도 되고, 또 전력으로도 다저스보다는 메츠가 상대하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오클랜드를 물리치고 WS에 올라가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클랜드보다는 화이트삭스가 올라오기를 바랬다.
전력으로는 오클랜드와 화이트삭스, 두 팀이 엇비슷하지만, 오클랜드까지 원정을 가는 것이 대단히 귀찮고, 또 싫었다.
오클랜드라는 도시는 일단 몰락한 도시인 데다, 그 구장 시설도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
솔직히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구장에서 야구를 하느니 차라리 KBO 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잠실구장과 사직구장은 2044년까지도 여전히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클랜드는 그나마 라스베이거스로 탈출해서 새 구장을 지었다지만, KBO의 서울 카이저스, 그리고 부산 타이탄스는 그때까지도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KBO리그가 완전히 몰락하고, 대중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으면서 야구 인프라 개선에 대한 문제도 덩달아 외면 받은 것이다.
심지어 목동구장은 아예 완전히 철거가 되고, 그 주변은 야구인들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급 주상복합 단지로 재개발이 진행 되었는데, 그래서 목동구장에서 치러지던 아마야구 경기는 서울 파이터즈의 해체로 비어있는 고척돔에서 치러지고 있다.
당초 계획은 카이저스가 고척돔으로 이사를 하고, 잠실구장에서 아마야구 경기를 치르는 것이었지만, 잠실구장의 입지가 워낙 좋은 터라 카이저스가 그 좋은 입지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이전을 거부하였다.
여기서 또 참고로 말하자면, 서울 파이터즈에 이어 서울 피닉스도 해체한 상황이라 2044년 시점에서 서울 카이저스가 유일한 서울 팀이었다.
해체된 팀은 파이터즈, 피닉스, 인천 파이어드래곤즈, 창원 티라노스 네 팀이었는데, 공교롭게도 KBO리그 몰락의 시발점이었던 피닉스와 티라노스, 두 팀이 모두 해체되고야 말았다.
아무튼 2006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DS를 뚫고 CS까지 올라온 오클랜드는 내친김에 33년 만에 WS 진출, 3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물론 당연히 오클랜드의 꿈은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그들로서는 여기까지 온 것이 오히려 기적이었다.
이제 더 이상의 기적은 없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게리가 3이닝 3피안타 5실점으로 또다시 무너지며 홈에서 열린 1차전을 10:8로 내주고야 말았다.
2타수 1홈런 4타점 2볼넷을 기록한 나의 활약으로도 팀의 패배를 막을 수가 없었다.
나의 그랜드슬램으로 역전을 했지만, 믿었던 철벽 마무리 아구스틴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음······
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어쩌겠는가.
한 경기 정도는 충분히 내줄 수 있다.
어차피 지금껏 CS를 스윕하고 올라간 팀은 WS에서 미끄러진다는 징크스도 있었는데, CS서 1패를 했으니 뭐 WS에서 미끄러질 일도 없겠지.
그리하여 2차전이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P
3. 마크 크라웃 CF
4. 마이크 스켈튼 LF
5. 제임스 저스티스 RF
6. 오스왈도 캄포스 SS
7. 케빈 사네즈 C
8. 레이 징커슨 1B
9. 해리 코니즈 3B
***
***
1. 저스틴 브룸 CF
2. 잭 올드필드 3B
3. 존 보가트 1B
4. 로버트 나이트 DH
5. 페드로 에스코발레스 RF
6. 웬델 스탠윅 LF
7. 라몬 히메네스 SS
8. 제이크 블레이크 C
9. 피터 매드슨 2B
P. 호라시오 마르티네스
***
“빌어먹을. 날 빼놓고, 그러고도 오늘 경기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앙헬로가 계속 나한테 와서 투덜댔지만, 나는 모른 척 했다.
사실 나라도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절대로 앙헬로를 안 쓸 것이다.
이번 시즌에 앙헬로가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호라시오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안타를 단 한 번도 때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전한 약세를 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앙헬로를 내보낼 수 있겠는가.
어쨌든 가수 로이 깁슨의 미국 국가 제창과 함께 1회 초 오클랜드의 공격으로 드디어 2차전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나는 이번 시즌 오클랜드전에 딱 한 번 선발 등판했었다.
8월 2일 홈경기에서였는데, 그때 당시의 결과는 9이닝 2피안타 무실점 16K의 완봉이었다.
지금 상대하는 첫 타자 저스틴 브룸이 그 경기에서 나한테 안타를 쳤었던 타자다.
그리고.
❝오!!! 팔에 맞았습니다. 첫 타자 초구부터 바로 몸에 맞는 공이 나오는군요.❞
첫 타자, 초구부터 바로 몸에 맞는 공이었다.
음······
❝저스틴 브룸이 지금 대단히 큰 고통을 호소하는데요. 글쎄요? 지금은 구속이 무려 106.4마일(171.2㎞)이었고, 또 맞은 부위도 대단히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오클랜드는 1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1번 타자가 부상으로 교체를 당하는 악재가 발생하였다.
혹시라도 괜한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봐 말해두지만, 맹세코 절대로 고의가 아니었다.
상대 선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어쨌건 1회부터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며 안 좋은 출발이었지만,
❝바깥쪽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나 땅볼 타구가 됐고, 3루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 아웃. 그리고 다시 1루에 연결하며 더블 플레이가 완성됩니다.❞
3루 땅볼을 유도하여 더블 플레이를 만든 후에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으로 간단하게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러고 나서 1회 말. 선두 타자 T.J가 땅볼 아웃을 당한 상황에서의 첫 타석이었다.
❝오!!!! 지금은 위험했습니다. 머리 쪽으로 왔는데, 피하지 않았더라면 맞을 뻔했네요.❞
초구에 99.4마일(160㎞)의 포심 패스트볼이 내 머리로 날아왔고, 황급히 피했다.
음······
솔직히 지금은 화가 났지만, 내가 저스틴 브룸을 맞춘 것도 있고 하니까 일단 참았다.
그런데, 그냥 넘기려니까, 생각할수록 괘씸한 거다.
내가 고의로 저스틴 브룸을 맞춘 것도 아니고, 맞춘 후에는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날 죽이겠다고, 헤드샷을 노리고 160㎞ 빠른 공을 던져?
“씨발 새끼들아. 뒤지고 싶냐?”
심판이 알아듣지 못하게 한국말로 포수한테 욕 한마디를 해줬다.
“뭐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영어로 해.”
물론 포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 아······ 팔에 맞았습니다. 글쎄요? 호라시오 마르티네스가 정신이 완전히 나간 것이 아닐까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히 태양 왕에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쪼록 호라시오 마르티네스의 신변에 아무런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2구도 몸쪽으로 대놓고 날 노리고 들어왔고, 98.9마일(159.2㎞)의 빠른 공에 왼손을 강타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더그아웃에서는 황급히 놀라서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이 몰려나왔다.
“난 괜찮아요. 들어들 가세요.”
“정말 괜찮겠어?”
“괜찮다니까요.”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을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낸 후에는
“씨발 새끼들아. 다음 이닝에 너희 새끼들 중 한 새끼는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놔둔다. 어디 두고 보자.”
라는 말을 포수에게 남기고 유유히 1루로 걸어갔다.
“뭐야. 또 뭐라고 한 거야? 방금 욕한 거지?”
물론 한국말로 했기 때문에 포수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쟤 아무래도 욕한 것 같아요.”
포수가 주심에게 고자질했고, 그러자 주심이 1루로 따라왔다.
“방금 뭐라 한 건가?”
“그냥 난 괜찮다고 했는데요?”
“아닌 것 같은데?”
“맞다니까요. 한국말 알아요?”
“뭐 좋아. 그렇다니까 믿어주는데, 앞으로 경기장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또 한국말을 쓰면 그때는 퇴장이야.”
“알았습니다.”
그러고 주심은 다시 돌아갔고, 경기가 재개됐다.
솔직히 저 빌어먹을 호라시오 마르티네스 놈의 싸대기를 한 대 갈겨주고 싶은 것을 지금 꾹꾹 눌러 참고 있다.
저놈은 봐주는 대신 다른 놈들은 내가 절대로 가만 안 놔둘 거다!!!!!!
아무튼, 나의 출루에도 우리 팀은 끝내 득점하지 못했고, 공수가 교대되어 마운드에 올라가려는데 아담이 나를 붙잡았다.
“정말 괜찮겠어? 무리하지 말고, 그만 던지는 게 어때?”
“괜찮아요.”
“태양, 변화구도 아니고, 무려 98.9마일(159.2㎞) 빠른 공에 맞았잖아.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 말이 돼?”
물론 맞는 순간에 고통과 충격은 있었다.
그러나 마력으로 인한 버프로 그게 골절이라든지 그런 부상은 되지 않았다.
“괜찮다니까요. 멀쩡합니다.”
“뭐. 좋아. 그렇게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제발 진정해. 제발 사고만은 치지 말아줘. 이렇게 내가 빌게. 화가 나면 차라리 날 때려.”
아담의 간절한 애원이었다.
아담이 저렇게 안 빌어도 어차피 이번 이닝은 그냥 넘어갈 것이다.
오늘 상대 타자 중 한 놈은 나한테 팔이나 옆구리 쪽에 사구를 또 맞을 것이다.
그런데 보복구를 던지더라도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좀 있다가 던져야지, 그걸 바로 던졌다가 퇴장을 당하기라도 하면 팀에 민폐가 되는 거다.
일단 맞출 대상은 잭 올드필드나 존 보가트 중 한 놈으로 정해 놨다.
상대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들이고, 또 지금 당장 부상으로 빠졌을 때 상대 팀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놈들이다.
막말로 말해서 저스틴 브룸이나 피터 매드슨 같은 놈들을 맞춰서 아웃시켜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솔직히 그런 놈들은 오히려 계속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우리 팀을 더 도와주는 거다.
이렇게 말을 하면 내가 진짜 나쁜 놈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저스틴 브룸을 맞췄던 건 고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실수였고, 맞춰서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바로 보복구로 머리로 공이 날아오고, 팔을 맞췄다.
그것도 변화구도 아니고, 160㎞ 빠른 공이었다.
초구 때 내가 피했기에 다행이었지, 그걸 머리에 맞았다고 생각해 봐라.
내 목숨까지 위험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헤드샷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172㎞ 헤드샷은 맞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뒤질 수도 있다.
내가 저 빌어먹을 호시리오 마르티네스 놈이나 훌리오 팔라시오스 같은 사이코패스도 아닌데, 어떻게 172㎞ 헤드샷을 할 수 있겠는가.
어쨌건.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2회 초는 공 12개를 던져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높은 공을 건드렸습니다. 그러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뒤쪽으로 높이 뜹니다. 포수가 처리해냅니다.❞
❝헛스윙 합니다!!!! 태양 왕이 다섯 개째 삼진을 뺏어냅니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투수 잡아서 1루에 연결하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
3회 초도 공 일곱 개로 삼자범퇴를 잡아낸 후의 3회 말이었다.
2사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볼.”
지금도 또 초구가 몸쪽 깊이 들어왔다.
안 피했으면 또 맞았을 거다.
음······
이 새끼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야. 너희들 계속 야구 그렇게 더럽게 할 거냐?”
“어? 이번엔 영어로 말하네? 난 저능아라 네가 영어 못하는 줄 알았지.”
참자. 참자. 참자.
“너, 호켱이라는 선수 알지?”
“호켱? 그게 뭐 하는 놈이야? 난 그런 듣보잡 몰라.”
“바로, 그 호켱이라는 애가 너처럼 그렇게 겁도 없이 건방지게 깐죽대다가 나한테 한 대 처맞고, 이 여섯 개가 나가고, 턱뼈가 나갔거든. 너도 그렇게 만들어 줄까?”
“아이고. 무서워라. 너무 무서워서 오줌 쌀 것 같네.”
좀 덩치가 있고, 싸울 줄 아는 놈이 이렇게 개기면 모르겠는데, 한 대 처맞으면 오성식이처럼 바로 기절할 것처럼 허약하게 생긴 놈이 겁도 없이 깐죽대니까 더 열이 받는 거였다.
참고로 그 김호경이는 결국 시즌 중에 퇴단했고, 귀국해서 현재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상무에 지원한다는데, 상무에서 퍽이나 받아주겠다.
아무튼 김호경이, 아니. 산티아고 오수나 놈 이후로 진짜 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놈은 이 제이크 블레이크 놈이 처음이었다.
“거기까지. 잡담은 나중에 해.”
주심의 제지로 대화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 이번엔 발에 맞았습니다. 글쎄요? 한국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호라시오 마르티네스가 딱 그래 보입니다.❞
음······
이 새끼들이 계속 선을 넘네?
너희들 진짜로 나하고 한 번 해보자는 거냐?
나 감당할 수 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