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24화 (24/104)

〈 24화 〉 24. 나는 행복합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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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나는 행복합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2023년 3월 16일 목요일이었다.

출근하니 산티아고 놈이 라커룸에서 짐을 빼고 있었다.

아침 일찍 산티아고에게 DFA가 통보된 것이다.

관중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감독과 동료 선수한테 욕, 심지어 인종차별 망언까지 한 선수를 어떻게 안고 갈 수 있겠는가.

이는 당연한 조처다.

1회차 때 산티아고는 DFA 처리가 된 후 된 후 마이너 강등을 거부하고 방출을 선택했다.

물론 뭐 구단으로서도 산티아고가 팀에 남아 있길 원하지 않았으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나온 산티아고한테 손을 내밀어 주는 팀이 없었고, 산티아고는 1년을 풀로 날린 후 눈을 돌려 NPB 진출을 선택한다.

한신 타이거즈로서는 산티아고가 아무리 워크에씩이 안 좋다 한들, MLB에서 한 시즌 18승도 거둬봤던 투수기 때문에, NPB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했겠지만, 산티아고는 NPB에서도 처절하게 폭망하고 만다.

결국 NPB에서도 한 시즌 만에 쫓겨나고, KBO행을 타진하는데, KBO에서도 받아주는 팀이 없자 CPBL에 진출했고, 푸방 가디언즈에서 뛰는 한편, 겨울에는 호주나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의 윈터 리그에 참가하여 MLB 복귀를 계속 노렸으나, 끝내 MLB 복귀에는 실패한다.

하지만 이번 2회차에는 인종주의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산티아고는 그 알량한 CPBL에서도 못 뛸 것이고, KBO나 NPB는 당연히 꿈도 못 꿀 것이다.

사실상 이대로 선수 생활이 끝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뭐 이 모든 것은 다 산티아고 본인이 자초한 일이고, 자업자득, 자작자수, 인과응보다.

뭐 어쨌거나 산티아고 놈이 라커룸의 짐을 빼서 나간 후에는 브랜던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공개 사과를 했다.

이 아저씨는 뒤처리를 위해 새벽에 탬파로 직접 날아왔다.

“먼저 여러분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산티아고의 복귀를 추진했던 거에 대해 사과합니다. 나는 산티아고가 그 일을 계기로 올바른 인격을 가진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나와 여러분, 그리고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또 한 번 크게 실망하게 했습니다.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앞으로는 여러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단장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SNS, 그리고 브랜던의 개인 SNS에도 같은 내용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음······

뭐 어쨌건 오늘의 상대 팀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홈 경기였다.

양 팀의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DH

3, 카를로스 오테로 CF

4. 앙헬로 푸엔테스 1B

5. 오시리스 로블레스 RF

6. 케빈 사네즈 C

7. 레이 징커슨 3B

8. 로건 덤브릴 LF

9. 해리 코니즈 SS

P. 존 엘벡

***

***

1. 브라이언 마스터슨 3B

2. 자니 예거 LF

3. 우게스 산도발 DH

4. 토비 기드온 1B

5. 로헬리오 푸엔테스 RF

6. 오스틴 넬슨 C

7. 케빈 케핑거 CF

8. 찰스 라벨 SS

9. 피터 일슬러 2B

P. 조슈아 요스트

***

참고로 상대 팀의 로헬리오 푸엔테스라는 선수는 우리 팀의 앙헬로의 네 살 위 친형이다.

동생과는 달리 모범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꽤 오래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였다.

앙헬로 놈이 제 형의 반이라도 닮았으면, 그런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거다.

뭐 아무튼 산티아고가 DFA 당하고서 존이 시범경기 처음으로 선발 등판 기회를 잡게 되었다.

과연 존이 주어진 기회를 잡아 좋은 투구를 할 것인가?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고, 1회 초 디트로이트의 공격이었다.

그리고.

❝쳤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뻗어가는 타구가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고,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브라이언 마스터슨이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초구를 제대로 받아쳐서 장타를 만들었네요.❞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그대로 넘어갔습니다!!!! See-Ya!!! 자니 예거. 10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씻어내는 선제 2점 홈런입니다. 점수는 2:0.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2점을 먼저 앞서갑니다.❞

일단 2루타와 홈런으로 바로 2점을 내주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래서야 산티아고 오수나와 대체 다를 게 뭐란 말이던가?

그러나.

❝먹힌 타구입니다. 중견수 정면. 중견수가 잡아냈습니다.❞

❝배트 끝에 스쳐 맞았습니다. 힘없이 3루 방향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3루수가 잡아서 1루에 토스. 아웃입니다.❞

❝높이 떴습니다. 1루수가 파울 라인 바깥쪽에서 잡아냈습니다.❞

홈런을 맞고 난 후 존은 전혀 다른 투수로 변했고, 중견수 플라이-3루 땅볼-1루수 파울 플라이로 상대 팀의 3-4-5 클린업트리오를 깔끔하게 처리해냈다.

2루타와 홈런이 옥의 티였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투구내용이었다.

그리고 공수가 교대되어 1회 말이 되었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 조슈아 요스트는 202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디트로이트에 지명되어 빠르게 마이너를 졸업하였고,

이번 시즌엔 제이콥 엠케라는 투수와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데,

2022년 BA에서 발표한 MLB 유망주 랭킹 탑100에서 무려 5위에 랭크될 정도로 디트로이트 팜이 자랑하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결국,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하여 이번 시즌 5선발 자리를 꿰찬 요스트는 이후 커리어 통산 222승 108패  3.1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사이 영 상을 세 번 타게 되는데, HOF도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198㎝, 110㎏의 건장한 체격에서 극단적인 오버핸드로 뿌리는 100마일(160.9㎞)의 포심 패스트볼과 88마일(141.6㎞)의 파워커브가 대단히 위력적으로 여기에 96마일(154.5㎞)의 커터와 85마일(136.8㎞) 서클 체인지업도 섞어 던진다.

보통의 다른 타자들에게는 상대하기 대단히 어려운 투수겠지만, 나는 아니다.

오늘도 한 번 크게 혼내줘 보자.

❝쳤습니다. 3루수 라인 선상에 떨어지며 페어입니다. 펜스 끝까지 굴러갑니다. T.J. 르몽드가 여유 있게 2루에 서서 들어갔습니다.❞

일단 우리 팀도 선두 타자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좋은 흐름이다.

이 좋은 흐름을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렇기에 타석에 들어서는 나의 임무가 몹시 막중했다.

물론 뭐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부담감을 느끼는 건 전혀 아니고, 오히려 나는 이런 상황을 더욱 즐긴다.

오늘 경기의 주심은 3월 13일 경기의 그 주심인 마이크 르블랑인데,

스트라이크존이 대단히 넓고, 몸쪽 공에 후한, 투수한테 대단히 유리한 심판이기 때문에 승부를 길게 가져가는 것은 나한테는 대단히 불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은 초구와 2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그리고.

❝몸쪽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왼쪽으로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갑니다. 펜스를 넘어갔습니다!!!! See-Ya. 태양 왕, 시범경기 열한 번째 홈런을 신고하며 바로 경기의 균형을 다시 맞춥니다.❞

주심이 몸쪽 공에 특히 후하기 때문에 투수가 처음부터 몸쪽 공을 던질 거라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100.2마일(161.3㎞)의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왔고, 힘을 실어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춰서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시범경기 11호 홈런.

꽤 오랜만에 홈런을 신고하였고,  그러면서 2:2로 스코어가 리셋 되며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그리고.

❝높이 떴습니다. 좌중간으로 꽤 멀리 날아가는데요. 중견수 따라붙습니다. 펜스!!!!! 잡아냈습니다. 와우. 이걸 잡아내는군요. 강한 힘이 실린 타구였지만, 마지막이 아쉬웠고, 지금은 케빈 케핑거가 집중력 있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5구. 결국 바깥쪽 낮은 공에 헛스윙하는군요. 삼진입니다.❞

❝타격했습니다. 그러나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굴러갑니다. 유격수가 잡아서 1루에 아웃시켰습니다.❞

내가 바로 동점을 만들어줬음에도 3-4-5번 클린업 트리오는 중견수 플라이-삼진-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나며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이 이뤄지지 못했다.

스테이크가 아깝다 쯧쯧.

참고로 휴식일이었던 어제저녁 게리가 저번에 갔던 번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나와 카를로스, 앙헬로, 루이스한테 스테이크를 사줬었는데,

저 세 놈은 전생에 스테이크 못 먹어서 뒤진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스테이크를 무려 인당 10인분씩이나 처먹었다.

나는 게리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계산하는 것을 봤는데, 아마도 게리는 저 나쁜 놈들한테 밥 산다는 소리를 다시는 안 할 것이다.

아무리 착한 게리라고 해도 저 나쁜 놈들은 진짜 선을 넘어도 심하게 넘은 거지.

뭐 그래서 2루타 이후 홈런, 그리고 클린업 트리오를 범타로 처리.

공교롭게도 양 팀의 선발 투수의 1회의 투구 내용이 똑같았다.

역시 미래의 200승 투수 간의 맞대결답다고 해야 하나?

뭐 어찌 되었건 2회는 양 팀 모두 삼자범퇴로 끝이 났고, 3회 초였다.

❝타격했습니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1루 쪽으로 굴러갑니다. 1루수가 그대로 잡아서······ 아!!!! 공을 놓쳤습니다. 미끄러지면서 다시 잡아서 1루로 던졌지만 늦었습니다. 1루수 앙헬로 푸엔테스의 실책으로 피터 일슬러가 출루합니다.❞

앙헬로의 사회인 야구에서나 볼법한 행복한 예능 수비로 발 빠르고 성가신 주자가 출루하였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양키스라 행복합니다.

그리고.

❝툭 갖다 맞췄습니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다시 1루 쪽으로 굴러갑니다. 1루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 아 공 뒤로 빠졌습니다. 그 틈에 1루 주자가 3루까지 내달립니다. 3루에!!! 3루에서!!!! 아!!! 송구가 다시 원바운드로 빗나가면서 세잎입니다. 앙헬로 푸엔테스가 이번엔 악송구를 범하면서 무사에 주자 1, 3루가 됩니다.❞

앙헬로의 행복한 트롤링이 다시 이어지며 무사 주자 1, 3루의 위기였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양키스라 행복합니다.

그리고.

❝투 볼로 볼 카운트가 몰린 상태에서 제3구입니다. 오!!!! 이 공이 자니 예거의 머리 위로 넘어가고 맙니다. 3루 주자 피터 일슬러가 홈으로 들어옵니다. 연속 실책 이후에 폭투로 디트로이트가 힘 안 들이고 공짜로 점수를 가져가는군요. 세상에 이런 야구도 다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헷갈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야구입니다.❞

앙헬로의 트롤링에 제대로 멘붕한 존이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이다가 결국에는 폭투를 저지르며 상대 팀에 점수를 공짜로 조공해 주고야 말았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양키스라 행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자 뜁니다. 헛스윙이 나왔고, 3루!!! 3루에서!!!! 오!!! 맙소사. 또 송구가 뒤로 빠졌습니다. 브라이언 마스터슨이 홈까지 내달립니다. 홈에서!!! 홈에서!!!! 홈인입니다!!!! 이게 진짜 무슨 일인가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이어서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 팀의 2루 주자가 3루 도루를 하는데, 포수가 악송구를 범하며 또다시 추가 실점을 하였다.

상대 팀은 지금 안타 하나 없이 2득점을 하는 창조야구를 하고 있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양키스라 행복합니다.

관중석에서는 당연히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니 예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바꿔야겠어. 다음 투수는 훌리오야.”

키스가 불펜에 전화를 거는 동안, 아담이 마운드에 올라갔고, 결국 존은 3이닝 2피안타 4실점 2자책, 2K의 기록을 남긴 채, 이 모든 사달의 원흉인 앙헬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강판당하고 말았다.

내가 봤을 때도 여기서 바꿔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존은 멘탈이 완전히 털린 상황이고, 정상적인 투구를 기대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였다.

팀을 위해서도, 존을 위해서도 지금의 이 교체는 옳은 선택이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존은 자리에 앉지 않고 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뭐.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겠지.

어쨌건 뭐 그래도 아직 두 점 차. 그렇게 어려운 점수 차가 아니었다.

지금 무사 1루인데, 여기서 점수가 더 벌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간 훌리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다.

스윙맨으로라도 액티브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훌리오 본인으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과연?

❝쳤습니다. 빗맞은 땅볼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갔습니다. 2루에 토스. 아웃. 그리고 다시 1루로 토스. 아웃. 훌리오 팔라시오스가 어려운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잘 유도해 냈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상황이 나오고야 말았네요.❞

다행히도 유격수 땅볼로 병살을 잘 유도해 냈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했고, 저 1루 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좋은 상황이 나왔다.

그러나.

❝잡아 당겼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중견수와 우익수가 열심히 쫓아가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겼습니다!!! See-Ya. 토비 기드온이 5:2에서 6:2로 도망가는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기껏 더블 플레이를 잘 유도하고도, 그다음 타자인 토비 기드온한테 3구에 한복판에 높은 코스로 실투가 들어갔고, 기드온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바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결국 줄 점수는 준다는 건가?

그나마 주자가 모두 삭제된 상태에서 맞은 홈런이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뭐 아직 넉 점 차.

극복 못 할 점수는 아니다.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타격했습니다. 높이 떴습니다. 좌익수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잡아냅니다.❞

5번 타자 로헬리오 푸엔테스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우여곡절이 많았던, 행복했던 4회 초가 겨우 종료되었고, 이제 반격을 할 차례였다.

9-1-2로 이어지는 타순인데, 일단 내 앞에 주자가 쌓이는 것이 중요하다.

해리와 T.J가 모두 출루한다고 하면, 내가 홈런을 또 치면 한 점 차, 턱밑까지 추격한다.

과연?

❝풀 카운트입니다. 6구. 바깥쪽 낮은 공을 참아냈습니다. 글쎄요? 투 스트라이크로 볼 카운트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에서 볼넷이 나오는건, 디트로이트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들 것 같고, 아쉬울 것 같네요.❞

상대 팀 배터리는 볼 카운트 0-2.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계속하여 바깥쪽 낮은 공을 던지는 이해하지 못할 볼 배합을 하였고, 그 결과로 일단 선두 타자 해리가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러자 상대 팀은 포수를 오스틴 넬슨에서 버트 블레싱게임으로 바로 교체했다.

음······

MLB에서 이런 문책성 교체라니.

그리고.

❝주자 뜁니다. 그리고 갖다 맞춘 타구가 1루수 키를 그대로 넘겼습니다. 1루 주자 해리 코니즈는 3루에 들어갑니다. 짧은 안타에도 런 앤드 히트 작전의 성공으로 주자를 3루에 보내는 양키스입니다.❞

T.J가 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 3루가 되었고, 이제 나의 타석이었다.

밥상은 이미 차려졌고, 이제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타임.”

포수가 타임을 부르고, 투수코치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갔다.

바꾸려는 건 당연히 아닐 거고, 설마 거르려는 건가?

상대 팀이 여기서 나를 거르면 무사 만루가 된다.

날 거른 후, 한 점을 줄 각오를 하고 더블 플레이를 끌어내려는 그런 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

음······

❝아. 지금은 태양 왕을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냅니다. 글쎄요? 이렇게 되면 무사 만루인데, 디트로이트로서는 대단히 과감한 선택을 했네요.❞

여기서 디트로이트가 그리는 시나리오는 카를로스에게 더블 플라이를 유도하고, 앙헬로를 삼진으로 잡아내어 한 점만 주고 이닝을 끝내는 것일 거다.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이 꽤 높은 시나리오다만, 글쎄다?

야구가 어디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될까?

❝타격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높이 뜬 타구입니다. 우익수가 파울 라인까지 쫓아가서 잡았습니다. 3루 주자가 홈으로 태그업합니다. 그리고 1루 주자와 2루 주자도 한 베이스씩 진루합니다. 글쎄요?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네요.❞

디트로이트로서는 대단히 안 좋은 시나리오, 우리로서는 대단히 좋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연출 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사실 상대 팀의 우익수 푸엔테스의 본헤드 플레이였다.

일단 지금은 디트로이트로선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야 할 상황에서 타구가 높게 뜨고 말았다.

가만히 놔뒀으면 파울이었는데, 그걸 우익수가 굳이 쫓아가서 왜 잡는단 말인가?

그리고 잡았으면 그냥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게 놔뒀어야 했는데, 거기서 또 홈 송구를 왜 한단 말인가?

그 상황에서 홈 송구를 안 했으면 주자를 1루와 2루에 묶어둘 수 있었다.

그러나 멍청하게도 거기서 홈 송구를 하는 바람에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이제 안타 하나면 바로 한 점 차다.

야구를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멍청하게 하니까 팀에 이런 위기를 가져다주는 거다.

동생 놈이나 형이나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멍청한 건 똑같은 것 같다.

문제는 여기서 앙헬로가 안타를 쳐줄 수 있느냐인데······

우리 팀이나 디트로이트나 지금의 이 상황이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

여기서 안타로 점수 차를 좁히면 바로 우리 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오는 거고, 여기서 아웃이 된다면, 이번 이닝에 추가 득점할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거다.

안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외야 플라이라도 나와서 한 점 차로 점수 차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앙헬로라면 그조차도 못 해줄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음······

그런데 여기서 또 대단히 골 때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높이 떴습니다. 우익수가 쫓아갑니다. 우익수가 아!!!! 공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어요. 뒤늦게 쫓아가서 잡지만, 이미 3루 주자와 2루 주자는 홈에 들어왔고, 한 점 차가 됐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요? 여기서 또 이런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디트로이트로선 이건 정말 치명적인 실책이네요. 4회 초엔 동생이, 4회 말엔 형이, 오늘은 푸엔테스 형제의 날인가요? 대체 이 형제가 오늘 왜 이러는 걸까요?❞

일단 앙헬로가 예상을 깨고 타구를 펜스 앞까지 멀리 보냈고, 그 타구를 상대 팀의 우익수가 잡아내질 못하면서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에 들어와서 한 점 차로 좁혀진 것이다.

푸엔테스 형제가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형제들 아닌가?

형제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야구를 멍청하게 못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어쨌건 이제 6:5로 한 점 차가 되었다..

여기서 역전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겠지?

일단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조슈아 요스트도 결국 강판당하고야 말았다.

상대 팀의 두 번째 투수는 이츠키 마사하루였다.

NPB 통산 57승 59패 3.4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34세의 베테랑 투수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WBC 참가도 포기한 채, 뒤늦게 MLB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40인 로스터에는 포함됐고, 6월에 콜업이 됐지만, 중간계투로 네 경기에 등판해서 32.14라는 처참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바로 DFA 처리되며 MLB와 NPB의 수준 차이는 넘사벽이라는 것만 다시 증명한 채 1년 만에 일본으로 유턴하게 된다.

시범경기에서는 나름 괜찮게 던졌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5구. 바깥쪽 낮은 공에 헛스윙하며 오시리스 로블레스가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4구. 스윙. 삼진입니다. 포크볼이 정말 예리하게 떨어지는군요.❞

❝쳤습니다. 날카로운 타구였지만, 유격수 정면이었고, 라인드라이브로 처리를 해냅니다.❞

이츠키 마사하루의 스플리터에 영 맥을 못 추며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채 이닝이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예능의 3회가 끝이 났고, 4회는 양 팀이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무사히 지나갔고, 훌리오가 5회 초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이제 5회 말이 되었다.

내가 선두 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다.

여기서 다시 홈런을 한 방 날리면 리드를 다시 가져온다.

마운드에는 여전히 이츠키 마사하루였다.

오른손 언더핸드인데,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85마일(136.8㎞)로 리그 최하위권이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구속이 나오는 포크볼과 60마일(96.6㎞)에도 못 미치는 평균 구속의 슬로 커브로 타자들을 속이며 타이밍을 뺏는 변칙 투구를 하는 꽤 까다로운 투수였다.

그러나 원체 구속이 느리기 때문에 공이 타자의 눈에 익다보면 결국 맞아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6월 콜업 후 털리게 되는 원인이었다.

일단 포크볼은 어차피 쳐봐야 멀리 뻗어 나가는 공도 아니니, 그냥 버리고, 슬로 커브를 노려 치던가, 한복판에 실투로 몰리는 포심 패스트볼을 노려 치던 가다.

여기서 커브를 칠 때는 높은 곳에 시선을 두고 뒷다리에서 느리게 체중 이동을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 장타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

일단 초구는 노리고 있던 슬로 커브였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몸쪽 낮게 들어왔기 때문인데, 내가 지금 좌타석에 들어섰으니 바깥쪽이나 가운데 코스의 높은 공을 치고, 지금 같은 몸쪽 낮은 공은 그냥 버려야 한다.

그것보다 방금 구속 55.5마일(89.3㎞) 실화냐?

“볼.”

2구는 83.3마일(134.1㎞)의 포크볼이 낮게 떨어졌고, 골라냈다.

한때 일본에서는 포크볼을 못 던지면 투수 취급도 안 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투수들에게는 포크볼이 국민 구종이었고, 노모 히데오와 사사키 카즈히로는 그 포크볼로 MLB에서도 그 위력을 널리 떨쳤지만,

그건 옛날이야기고 요즘에는 웬만한 일본 투수들도 거진 다 스플리터로 갈아탔고, 정통 포크볼은 현대야구에서는 거의 멸종해가는 추세였다.

이츠키 마사하루는 아마도 정통 포크볼을 던지는 거의 최후의 투수일 것이다.

그리고 그 포크볼의 위력은 노모 히데오나 사사키 카즈히로에 근접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만일 이 선수의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2마일(148.1㎞) 정도만 나와 줬어도, MLB에서 그렇게 처참한 실패는 하지 않았을 거다.

어쨌건 2-0.

이제 여기서 분명히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텐데, 지금이야말로 타격 타이밍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공이 드디어 들어왔다.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높이, 그리고 멀리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넘어갔습니다!!! See-Ya. 태양 왕이 오늘 경기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균형을 맞춥니다.❞

바깥쪽 다소 높은 코스로 들어온 54.9마일(88.4㎞)의 슬로 커브.

이걸 홈런으로 못 만들면 그냥 야구 접어야지.

어쨌건 이 홈런으로 다시 동점이 되었고,

❝타격했습니다. 왼쪽으로 이번에도 크게 날아갑니다. 좌익수 쫓아갑니다. 펜스!!!! 넘어갔습니다!!! See-Ya. 카를로스 오테로. 백투백 홈런을 때려내며 바로 역전을 만듭니다. ❞

카를로스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그대로 역전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 리드를 9회까지 지켜내며 그렇게 7:6.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시범경기 3연승째인데, 뭐 경기 중간에 행복한 상황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정말로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하였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양키스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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