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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19화 (19/104)

〈 19화 〉 19. 나는 베이브 루스보다 더 위대했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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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는 베이브 루스보다 더 위대했었다.

다시 하루가 또 지나서 2023년 3월 3일 금요일.

오늘의 상대 팀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저번 경기와는 달리 원정 경기로 치러진다.

이날은 내가 선발 등판 하는 날인데, 상대 팀이 내셔널리그팀이고, 원정 경기기 때문에 타석에도 들어선다.

탬파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스프링캠프 연고지 클리어워터까지는 자동차로 30분 거리밖에 되질 않는다.

일단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앙헬로 푸엔테스 1B

3. 브라이언 게인즈 CF

4. 카를로스 오테로 LF

5. 루이스 카루소 3B

6. 케빈 사네즈 C

7. 오시리스 로블레스 RF

8. 해리 코니즈 SS

9. 왕태양 P

***

***

1. 루벤 리오스 LF

2. 아드리안 보이드 3B

3. 안토니오 로사리오 SS

4. 타일러 포드 1B

5. 노엘 웰치 RF

6. 헤수스 히메네스 CF

7. 카일 로젠버그 C

8. 레니 워커 2B

9. 릭 화이트 P

***

오늘은 선발 투수기 때문에 9번에 배치되었다.

매번 2, 3, 4번만 치다가 진짜 처음으로 9번을 치게 됐는데, 이것 참 어색하군.

물론 뭐 상대 팀 투수로서는 나를 하위 타순에서 상대해야 하니 그만큼 부담이 더 크겠지만.

어쨌건 우리 팀의 1회 초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 팀의 투수는 릭 화이트는 2020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16순위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됐던 유망주로, 마이너에서 기대에 비해 빠른 성장으로, 오스카 페르난데스와 함께 필리스의 미래의 원투펀치로 기대를 잔뜩 모으고 있다.

평균 구속 96마일(154㎞)의 포심 패스트볼과 85마일(136.8㎞)까지 나오는 파워 커브를 주로 던지는 우완 정통파 파워 피처로, 결국 어깨부상으로 커리어를 일찍 마감하게 되는 비운의 투수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선두타자 T.J가 9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가져갔지만, 결국 낮게 떨어진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물러났고,

“볼.”

이후에 앙헬로가 볼넷을 골라 나갔다.

앙헬로가 현재 시범경기에서 작년과 비교해서 상당히 개선된 선구안을 보이면서, 많은 양키스 팬들이 앙헬로에 대해 기대를 하는 거로 안다.

나는 그들에게 기대를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앙헬로는 앙헬로다.

지금은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만, 시즌 들어가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사실 앙헬로도 여자를 좋아하고, 유흥을 좋아하는 건 나랑 똑같고, 나랑 대단히 잘 맞는 성격이었지만, 다른 점이라면 나는 여자는 절대로 때리지 않는다.

앙헬로는 내년 1월 여자친구를 폭행하여 162게임 출장 정지를 받고, 내년 시즌을 풀로 날린다.

그러고 돌아와서 몇 달 후에 다른 여자친구를 때려서 다시 200G 출장 정지를 받고 돌아오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2028년 5월에는 다른 여자친구를 또 폭행하여, 아예 영구제명이 되고 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31년에 커미셔너의 특별 사면으로 영구제명은 철회됐지만, 그 어느 팀에서도 문제만 일으키는 그를 원치 않았고, 멕시코 리그에서 2년을 뛴 후 은퇴하게 되는데,

은퇴 이후에도 여러 자잘한 구설에 올랐던 앙헬로는 2040년 7월 9일.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마약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대단히 비참한 말로였다.

뭐 아무튼 이후에 후속 타자 브라이언이 안타를 치며, 1사에 1, 3루. 주자가 득점권에 갔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카를로스와 루이스가 멍청하게도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에 속아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릭은 1회에 아웃 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쉽지 않군.”

“릭이 보기보다 꽤 까다로운 투수인 것 같아.”

릭을 상대한 카를로스와 루이스는 이와 같은 감상평을 남겼는데,

응. 아니야!!!!!

그냥 너희들이 못하는 거야.

뭐 어쨌건 브루스 카퍼가 없는 필리스 타선을 상대해보자.

우선 첫 타자인 루벤 리오스.

전형적인 올드스쿨 1번 타자 스타일. 그러니까 다시 말해 똑딱이다.

작년 2022시즌에도 AA를 풀로 뛰는 동안 홈런을 단 한 개도 때려내지 못했는데, 스피드와 나름 정교한 타격 능력과 선구안을 인정받아 초청 선수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이 선수를 보며 제2의 리키 핸더슨이니 어쩌니 하는 설레발을 떨었지만, 현실은 그 알량한 선구안과 타격 능력도 MLB 수준은 절대로 아니었기에, 뭐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또 한 번의 스카우트, 육성 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

‘붕‘

지금 봤으면 알겠지만, 저 선수는 손목으로 스윙을 했다.

대체 누가 저 선수에게 저따위로 스윙을 하라고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사람은 저 선수에게 무슨 원한이나 악감정이 있었나 보다.

사실 한국에서도 지도자들이 타자에게 손목으로 스윙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상식이다.

손목의 힘만으로는 투수의 투구를 버텨내는 것조차 역부족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타격이라는 것은 신체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배트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고, 어깨와 팔꿈치, 손목으로 이어지는 상체의 힘과 하체의 힘이 제대로 맞물려야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손목만으로 스윙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

결국 스윙의 궤적이 횡으로 이루어져 컨택트 존이 좁아지고, 힘의 방향도 나빠져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내야 땅볼을 많이 양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다.

지금 KBO리그의 이영석이라던지, 그런 타자들을 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선수에게 저따위로 타격을 가르쳤다고?

대체 어떤 인스트럭터를 고용해서 저렇게 배웠는지는 모르겠다만, 참 안 됐네.

한국 같으면, 지도자가 선수의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즉각 고쳐주지만, 미국은 선수 본인이 먼저 지도자에게 다가가지 않는 한 지도자는 선수에게 절대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문제점이 있다면 스스로 파악을 하고, 고쳐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본인이 먼저 다가가 지도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처음 와서 가장 고생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거다.

한국 선수들은 엄격한 사제관계하에서 코치나 감독에게 일방적인 지도를 받는 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선수가 미국에 처음 와서 첫 번째로 멘붕이 오는 부분이, 아무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리고 두 번째로 멘붕하는 게, 코치에게 뭔가를 가르쳐 달라고 말하려 해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뭐 후자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 때문에 통역이 있는 거겠지만, 그 통역도 매일 옆에 붙어 다니는 게 아닌 데다, 통역이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는 통역도 코치가 하는 말을 100% 전부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어중간한 선수가 미국에 가서 실패하는 원인에는 바로 이런 부분도 분명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이다.

뭐 아무튼 그래서 결론적으로 저 루벤 리오스를 상대할 때는 낮은 공만 던지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붕’

‘붕’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싱커를 계속 낮게 떨어뜨려서 간단하게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같은 공 세 개에 연속으로 헛스윙.

저건 아예 야구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그러고 다음 타자는 아드리안 보이드.

필리스 팜의 최고 유망주에서 2023년 시점에서는 유망주 딱지를 완전히 벗어 던졌고 필리스의 간판스타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물론 뭐 브루스 카퍼가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후 10년 3억 달러라는 거액의 FA 계약을 따내 뉴욕 메츠로 이적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서는 전혀 행복하지 못했었고, 소외감을 느꼈었다.”

라는 망언으로 필리스 팬들의 금지어로 완전히 낙인찍히는데, 이후 메츠에서 처절하게 폭망하면서 오시리스 로블레스와 환장의 듀오를 결성하며 메츠 팬들의 혈압을 한껏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환장의 듀오의 맹활약으로 어메이징 메츠는 더욱더 어메이징해진다.

참고로 2042년. ESPN에서 역대 최악의 멍청한 FA 계약을 선정했는데, 아드리안 보이드의 계약이 당당히 2위에 올랐고, 오시리스 로블레스의 계약이 5위에 올랐었는데, 메츠 프런트가 얼마나 멍청한지 실감이 가는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전 구단 대상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넣어놔서 처리도 불가능했고, 부상자 명단에 올려서 보험금이라도 타 먹으려 해도, 주제에 다치질 않으니 그 4억 5천만 달러가 그대로 다 나간 것이다.

오죽했으면 메츠 팬들이 제발 저 두 놈이 도핑이라도 걸리던가, 다른 사고를 치던가 해서 장기 출장 정지 징계라도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었겠는가.

사실 뭐 나의 15년 8억 2천 5백만 달러가 뭐 오버페이네 어쩌네 말이 많이 나왔었지만, 나는 사실 이 계약을 양키스로서는 진짜 혜자 계약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지미가 그 계약을 따내면서 내밀었던 근거 자료는 예전 2014년에 ESPN이 냈던 분석 자료였다.

당시 ESPN에선 베이브 루스가 만일 현역 선수였다면 어느 정도의 계약을 따냈을지를 WAR을 통해 계산했었는데, 루스의 WAR 1을 600만 달러로 계산하고, 연간 연봉 5% 상승 등을 반영한 결과는,

루스가 만 25세에 13년 계약을 한다면 총 10억 6천만 달러를 따낼 것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나는 그 베이브 루스보다 더 위대했었다.

그 베이브 루스가 13년 10억 6천만 달러일 거라는데, 나는 15년 8억 2천 5백만 달러였으면 엄청 저렴하게 계약했던 거 아니겠는가?

장기계약을 체결하기 전 세 시즌의 나의 WAR은 10.9, 15.7, 12.8이었다.

장기계약 이후의 WAR은 10.9, 10.5, 8.9, 14.3, 15.9, 15.5, 9.1, 11.1, 15.8, 8.7, 11.4, 11.1, 8.5, 8, 8.3, 커리어 총합 WAR이 208.7, 장기계약 이후 15년간의 WAR이 169.3이었다.

WAR 1을 600만 달러로 잡고, 15년간의 내 WAR을 곱해보면 나는 10억 1580만 달러의 값을 했던 거다.

8억 2천 5백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10억 1580만 달러의 활약을 해줬으니 이제 혜자가 아니면 뭐겠는가?

뭐 그렇다는 거고, 요즘 좀 잘나간다고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아주 건방지던데, 혼 좀 내주자.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려줄 것이다.

“스트라이크.”

몸쪽의 꽉 찬 코스로 106.2마일(170.9㎞), 3389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찔러 넣었고, 상대 타자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전광판에 구속과 회전수가 찍히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의 함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이곳 베이케어 볼파크는 8500명의 관중을 수용 가능한데, 관중석은 꽉 차 있었고, 방금의 함성으로 볼 때 우리 팀 팬이 더 많은 것으로 추측됐다.

“볼.”

이번엔 106마일(170.6㎞), 3048rpm의 싱커를 바깥쪽으로 찔러 넣었는데, 존에서 다소 벗어났다.

이걸 참아냈다고?

“파울.”

3구는 105.2마일(169.3㎞), 3229rpm을 초구 때처럼 몸쪽 꽉 찬 코스에 집어넣었는데, 이걸 커트해냈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1-2.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결정구로 105.6마일(169.9㎞), 3367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꽉 찬 코스에 집어넣으며 헛스윙을 유도했고, 참 쉽게 아드리안 보이드를 잡아냈다.

이어서 상대할 타자는 안토니오 로사리오.

제2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로 촉망받는 유망주.

그리고 미래에는 약쟁이가 되면서, 진짜로 제2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되고 만다.

약을 빨고도 야구를 정말 더럽게 못 했던 것이 함정이지만,

‘부웅.’

일단 바깥쪽 꽉 찬 코스에 꽂아 넣은 102.4마일(164.8㎞), 3267rpm의 커터로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그리고.

“볼.”

2구는 104.7마일(168.5㎞), 3098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꽉 찬 코스로 넣는다는 것이 더 깊숙이 들어갔고, 하마터면 몸에 맞는 볼이 될 뻔했다.

그리고.

“볼.”

3구는 105.7마일(170.1㎞), 2984rpm의 싱커를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지만, 속지 않으면서 다시 볼이 되었다.

그리고.

‘부웅.’

106.3마일(171㎞), 3412rpm의 포심 패스트볼을 한복판에 높은 코스로 던졌고, 헛스윙을 끌어냈다.

관중석에서는 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상대 타자는 넋이 완전히 나간 것만 같았다.

내 최고 구속과 최고 회전수를 새로 경신했다.

그리고.

“볼.”

102.2마일(164.5㎞), 3339rpm의 커터를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지만, 이번에도 타자의 배트가 따라 나오질 않으며 풀 카운트가 되었다.

저 약쟁이가 이걸 참아냈다고?

물론 뭐 그래봤자.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이라는 결과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105.4마일(169.4㎞), 3087rpm의 한복판 높은 코스로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에 다시 헛스윙을 끌어낸 것이다.

겨우 저따위 타자를 상대하여 풀 카운트까지 승부를 어렵게 끌어갔던 점이 옥의 티였긴 하지만, 일단 1회를 3K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당당하게 더그아웃에 개선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친일파 앞잡이 훌리오 놈이 내 옆에 와서 앉더니,

“태양. 아무리 봐도 넌 인간이 아닌 것 같아. 3412rpm이라니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질 수 있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대꾸를 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2회 초 공격.

‘따악.’

타구음만 들어도 배트 중심에 대단히 잘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케빈이 한복판에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고 2루타를 만들어 냈다.

무사에 주자 2루.

케빈이 누상에서 쓸데없는 짓만 안 한다면, 무조건 점수가 난다.

오시리스와 해리가 그냥 평범하게 삼진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내가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일단 오시리스가 예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났고, 해리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2사 2루의 득점 기회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상대 팀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아마도 나를 자동고의사구로 내보낼지를 물어보는 거겠지?

그걸 생각 못 했다.

지금은 1루가 비어 있으니 상대 팀으로서는 어려운 타자인 나를 상대할 이유가 없고, 나보다는 쉬운 T.J를 상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만루를 채우고 앙헬로를 상대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이닝에 득점하지 못하게 되는 거였다.

과연 상대 팀의 선발 투수 릭은 겁쟁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당당하게 나와 승부할 것인가?

코치와 릭의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이다.

당연히 코치는 나를 거르라고 했을 테고, 릭은 싫다고 뻐튕기는 뭐 그런 상황?

일단 코치가 그냥 내려왔다. 아마도 나와의 승부를 강행할 모양이다.

그 어리석은 용기는 칭찬할만하다만, 어리석음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앞서도 말했지만, 릭 화이트라는 투수는  평균 구속 96마일(154㎞)의 포심 패스트볼과 85마일(136.8㎞)까지 나오는 파워 커브를 주로 던지는 우완 정통파 파워 피처다.

제구력은 뭐 여타의 파이어볼러들이 대개가 다 그렇듯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여기서는 일단 커브는 버리고, 실투로 한복판에 들어올 포심 패스트볼을 노려 치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볼.”

일단 초구는 98.2마일(158㎞)의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에 한참 벗어났는데, 포수가 블로킹에 실패하면서 폭투가 되었고, 그 틈에 2루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였다.

이제 주자가 3루에 갔으니 낮게 떨어지는 공은 아마도 던지지 못할 것이다.

만일 낮게 떨어지는 공을 던졌다가 다시 폭투가 되면 한 점을 실점하게 될 텐데, 게다가 투수의 제구력도 좋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포수가 투수에게 낮게 떨어지는 공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투수도 경험이 부족한 투수고, 포수인 카일 로젠버그도 아직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어린 포수였다.

그러나.

“볼.”

2구째는 내 예상과는 달리 커브를 낮게 떨어뜨렸는데, 속지 않고 골라냈다.

지금은 상대 투수로서는 블로킹이 됐기에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또 폭투가 되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뻔하였다.

상대 투수는 분명히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볼.”

3구는 97.2마일(157.2㎞)의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빠졌다.

포수의 표정을 보아하니 몸쪽을 요구했는데, 반대 투구가 된 것 같았다.

뭐 어쨌건 3-0.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볼 카운트였다.

포수가 더그아웃 쪽을 바라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음······

여기서는 아마도 또 바깥쪽 빠진 코스일 것이다.

상대 배터리로서는 뭐 빠져서 볼이 되면 그냥 1루를 채우면 되는 거고, 내가 헛스윙을 한다면 좋은 거고.

일단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깥쪽 공을 노릴 것이다.

3볼이라고 해서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비록 3볼이라고 해도 확실한 공이 들어오면 나는 무조건 노린다.

그리고.

간다!!!! 간다!!!! 간다!!!! 호옴런!!!!!!

나는 바깥쪽을 노리고 있었지만, 정작 한복판 높게 실투가 들어왔고,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했어도 타구가 멀리 뻗었고,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고야 말았다.

배트플립 이후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에 보답하며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상대 투수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래. 마음껏 분해해라. 이게 바로 너 따위로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너와 나의 수준 차이란다.

어쨌건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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