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8. 이것도 메이저리그냐?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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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것도 메이저리그냐?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오늘의 상대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로, 홈경기로 펼쳐진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프링캠프 연고지인 포트 마이어스에서 이곳 탬파까지는 무려 210㎞가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무려 두 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다.
이 정도 거리면 거의 서울에서 군산까지의 거리였다.
서울에서 군산까지 약 220㎞ 정도가 떨어져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땅덩이가 넓은지 실감이 나는가?
그렇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맞대결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오늘 경기를 포함해 두 차례 맞대결이 잡혀있었다.
그리고 이날은 이 고든 M 스테인하우어 필드에 특별한,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방문하였다.
뭐. 다른 선수들은 반길지는 몰라도 나는 절대로 아니다.
아니 구단의 하고많은 레전드 중에 하필이면 더러운 약쟁이가 올 게 뭐란 말인가?
뭐 이제는 MLB의 대표적인 약쟁이라기보다는 해설가나 방송인으로 오히려 더 친숙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온 것이다.
약쟁이 주제에 방송인으로 외려 더 잘나가고 있었고, 이미지 세탁도 어느 정도 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HOF 투표에서 2021년 첫해에 55%, 2022년엔 62%가 나왔고, 3수째인 올해에는 무려 68%가 나왔을 정도니까.
이대로라면 약쟁이가 HOF에 입성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실제로 이 약쟁이는 2025년 투표에서는 75.3%로 턱걸이로 HOF에 들어간다.
게다가 양키스 모자까지 쓰고 들어갔으니, 양키스 구단 역사상, 아니 MLB 역사상 이보다 더한 치욕이 있을까?
그런데도 양키스 구단은 눈치 없이 영구결번까지 줬다.
나는 양키스라는 구단을 정말로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이때만큼 내가 양키스 구단 선수라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했던 적이 없었다.
사실 약쟁이 중에 가장 악질적인 약쟁이가 이 A-로이드 아니겠는가?
공식적으로 적발된 것만 해도 무려 두 차례고, 두 번째 적발됐을 때는 자신의 처벌을 피하고자 팀 동료를 밀고하는 등 온갖 더럽고, 비겁한, 추한 모습을 다 보였었다.
이런 악질적인 더러운 약쟁이가 HOF라니······
이렇게 되면 배리 본즈나 로저 클레멘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같은 다른 약쟁이들한테도 대단히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도 방송 쪽에 진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튼 라커룸에서 약쟁이는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반갑다. 네가 태양이구나. 요즘 너의 활약을 대단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하길 빈다.”
비겁한 약쟁이, 사기꾼이 하는 덕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고마워요. 알렉스.”
그렇다고 그런 티를 낼 수야 있나.
결국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마음에도 없는 악수를 했다.
아. 내가 이렇게 가식적인 놈이었다니. 나 자신이 정말 역겹다.
참고로 1회차 때도 이 약쟁이는 자기가 심심할 때마다 매년 우리 팀 스프링캠프를 찾아왔었다.
계속 참다가 나중에 내가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또 팀의 리더로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온 다음에는.
“알렉스. 이제 그만 와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팀에 신경 끄세요. 당신 같은 더러운 약쟁이 반기는 사람 우리 팀에 아무도 없어요.”
이렇게 확실히 선을 그으며 더는 못 오게 막았다.
이놈은 워낙에 눈치가 없는 놈이라, 저렇게 확실히 선을 그으며 막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매년 올 놈이다.
그래. 올해는 일단 참는다만, 내년에 어디 두고 보자!!!
“젠장. 저 비겁한 약쟁이는 왜 나타나서 유세야?”
약쟁이가 선수들과 인사 후에 시야에서 사라지자 카를로스가 투덜거렸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와 카를로스는 모든 면에 있어서 서로 상극이고, 절대로 안 맞았었는데, 약쟁이를 혐오하는 거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했다.
“내가 저 약쟁이 때문에 요새 TV를 안 본다니까.”
“나보고는 내 타격이 뭐 어떻다느니 하며 한참을 자기 혼자 떠들길래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
약쟁이가 나와는 그냥 짧게 인사만 했지만, 카를로스와 루이스에게는 돼먹지 못한 설교를 길게 했나 보다.
“약은 어디서 구해야 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는 안 하던가?”
나의 조크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들이 알렉스를 싫어하건 말건, 그건 너희들 자유지만,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브라이언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하게 될 브라이언은 1983년생으로 현재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참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약쟁이와도 같이 뛰었었기 때문에 약쟁이와도 대단히 친했었다.
그래서 우리 이야기가 많이 거슬렸나 보다.
“그놈이 있는 자리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데요?”
카를로스가 당당히 대답했다.
“나 참. 이래서 요즘 루키들이란. 너희들 야구를 잘하기 전에 예의부터 먼저 갖추는 것이 어떨까?”
하며 브라이언은 혀를 끌끌 찼다.
음······
“브라이언. 그냥 우리끼리 농담하는 거잖아요.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요. 혹시 브라이언도 약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찔려서 이러는 거예요?”
“뭐? 이 자식이.”
루이스의 빈정거림에 브라이언이 욱하면서, 멱살을 잡았고, 감정이 격해지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카를로스와 루이스가 브라이언이랑 한판 붙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뭣들 하는 짓이야? 너희들 다 그만하지 못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아담의 고함으로 사태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브라이언, 나잇값도 못 하고 대체 애들하고 뭐 하는 거야. 그리고 너희 세 놈도 브라이언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아담의 훈계가 시작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 없고, 브라이언이랑 싸운 건 루이스랑 카를로스인데, 왜 나까지 이놈들이랑 싸잡혀서 이렇게 감독한테 욕을 먹어야 하는 거람?
어쨌건 오늘의 양 팀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DH
3. 카를로스 오테로 CF
4. 앙헬로 푸엔테스 1B
5. 레이 징커슨 3B
6. 로건 덤브릴 LF
7. 오시리스 로블레스 RF
8. 조디 뱀포드 C
9. 해리 코니즈 SS
P. 도니 클라우드
***
***
1. 호세 로셀로 2B
2. 리암 웨스트 CF
3. 호세 페냐 DH
4. 로버트 헌터 RF
5. 랜스 프리엘 1B
6. 호세 오초아 LF
7. 마크 에머슨 3B
8. 조엘 올덴버그 SS
9. 로저 보겔 C
P. 로스 에노스
***
오늘도 역시나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다.
어쨌건 보스턴 레드삭스의 1회 초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도니가 첫 등판에서 안 좋았었는데, 이번 등판에서는 과연 어떨지.
물론 뭐 나는 이번 시즌 도니의 말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간다만.
❝4구도 존에서 한참을 벗어나며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옵니다. 확실히 도니 클라우드답지 않은 모습이었네요.❞
일단 시작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도니가 어디 아픈가?”
게리가 홀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지금까지의 도니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리고.
❝좌익수 쪽으로 높이 떴습니다. 좌익수 키를 그대로 넘겨 좌익수 뒤쪽에 떨어집니다. 1루 주자 2루 돌아서 3루까지, 그리고 다시 홈까지 달립니다. 홈에서!!!! 홈에서!!!! 세이프입니다!!!! 호세 로셀로. 빠른 스피드로 빠르게 한 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타자 주자는 2루까지 들어갑니다.❞
후속 타자 리암 웨스트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빠르게 1실점을 하고,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일단 한복판에 몰린 실투가 들어갔고, 또 좌익수인 로건이 타구의 낙구 지점을 잘못 포착하는 실책성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애들도 야구 못하는 애들은 진짜 더럽게 못 한다.
저 로건도 야구 진짜 못하는 축에 드는 선수였다.
결국, 2024시즌 도중 DFA 처리되고, 27세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KBO리그 행을 택하는데,
대전 썬더윙즈 소속으로 뭐 아예 못하지도,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은, 평범한 활약을 했고,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다시 밟지 못한 채 마이너를 전전하다 은퇴하게 된다.
“키스, 한 번 올라가 봐야겠어.”
결국 경기 초반부터 감독의 지시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물론 당연히 교체하려는 건 아니고, 도니의 몸 상태를 점검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주기 위함이다.
글쎄?
도니가 어린 투수도 아니고, 올해 37세 베테랑 투수인데, 뭐 코치가 올라가서 이야기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만.
그리고.
❝잡아당긴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갑니다. 좌익수 쫓아갑니다. 펜스!!! 넘어갔습니다!!!! 홈런!!!! 호세 페냐의 홈런으로 두 점을 더 달아나는 보스턴 레드삭스입니다.❞
키스가 내려오자마자 바로 홈런을 허용하는 도니였다.
이 호세 페냐도, 야구 정말 더럽게 못 하는 선수고, 전형적인 공갈포지만, 내년 시즌 KBO리그에서는 전혀 다른 타자가 된다.
서울 카이저스 소속으로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0.352 55홈런 1.215 OPS로, 비록 아깝게 KBO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리그를 완전히 맹폭했고,
이후 NPB 요미우리에서도 네 시즌 연속 4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맹활약을 이어간다.
그러고 MLB에 재도전했지만,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한 시즌 만에 다시 아시아 무대로 복귀해서 결국 일본에서 은퇴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AAAA타자였다는 이야기다.
그런 타자에게조차 홈런을 맞을 정도로 지금의 도니는 많이 망가져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전성기 때의 도니였다면 저런 타자에게 홈런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높이 떴습니다. 우익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우익수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여유 있게 잡아냅니다.❞
❝밀었습니다. 날카로운 타구. 3루수. 점프 캐치!!!!!! 레이 징커슨!!!! 정말 멋진 수비를 해냈습니다.❞
❝빗맞은 타구가 멀리 뻗지를 못합니다. 3루수가 전진하면서 잡아냅니다.❞
언제 홈런을 맞았냐는 듯 도니는 후속 타자 세 명을 우익수 플라이-3루수 플라이-3루수 플라이로 깔끔하게 처리해내며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물론 수비의 도움도 좀 받았다만.
그리고 공수가 교대되어 우리 팀의 1회 말 공격이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인 로스 에노스는 평균 98마일(157.7㎞), 최고 102마일 (164.15㎞)을 던지는 전형적인 파이어볼러다.
그 외에 스플리터, 커브, 커터,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커브와 슬라이더는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고, 사실상 포심, 스플리터, 커터, 세 구종이 주력 구종이다.
토미 존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상태라 관리가 필요한데, 작년 시즌도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절반을 날리고 돌아온 것이다.
꽤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고,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지만, 결국 보잘것없는 누적 스텟을 쌓고 은퇴하며 HOF 투표에도 첫해에 광탈하게 된다.
뭐 아무튼.
❝낮은 공을 퍼 올렸습니다. 높이 뜬 타구가 멀리 뻗어가진 못합니다. 포수가 잡아냅니다.❞
선두타자인 T.J가 초구에 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바로 내 타석이 되었다.
멍청하게도 스플리터를 퍼 올렸다.
나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 같은 종류의 구종을 치겠다고 덤비는 타자들은 진짜로 멍청한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는 회전이 없고, 어차피 쳐도 멀리 뻗어 나가지도 않는다.
뭐 나 정도 되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저렇게 퍼 올려도 멀리 뻗어 나갔을 테지만, 보통의 파워라면 저게 당연한 거지.
무엇보다 선두타자라면 공을 오래 보면서 상대 투수를 괴롭혀 줘야 하는데, 이건 뭐.
어쨌건 이제 나의 타석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상대 투수는 커브와 슬라이더도 던질 줄 알지만, 그리 위력적이지 않고, 또 자주 던지지도 않는다.
결국 포심, 커터, 스플리터인데, 스플리터는 그냥 버린다고 치면, 내가 노려야 할 공은 포심과 커터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좋은 공은 안 줄 것이다.
“볼.”
그리고 T.J 때와 마찬가지로 스플리터가 낮게 떨어졌지만, 나는 T.J와 동급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슬라이더나 커브는 던지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커브가 들어왔다.
내가 보기에는 존에서 벗어난 것 같았는데, 이걸 스트라이크를 준다고?
그리고.
❝잡아 당겼습니다. 대단히 큰 타구였지만, 파울 라인 바깥쪽입니다.❞
“파울.”
98.8마일(159㎞)의 포심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왔지만,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면서 파울을 만들었다.
제대로 맞았다면 이것도 넘기는 건데, 아깝군.
1-2로 볼 카운트가 몰렸다.
이 상황에서 나였다면 바로 몸쪽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정면승부를 했을 테지만, 과연?
설마 스플리터를 떨어뜨리는 그런 뻔한 승부를 하진 않겠지?
그러나.
“볼.”
뜻밖에도 그런 뻔한 승부였다.
지금은 배트가 나가다가 3분의 1지점에서 멈췄는데, 하마터면 저런 멍청한 유인구에 속는 망신을 당할 뻔했다.
볼 카운트는 이제 2-2.
“볼.”
이 상황에서 상대 투수는 다시 한번 스플리터를 떨어뜨리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하면서 1-2의 불리한 볼 카운트가 풀 카운트가 됐다.
이렇게 되면 심적으로 투수가 더 급해진다.
대체 이런 멍청한 볼 배합은 투수가 한 것일까? 포수가 한 것일까?
그리고.
“파울.”
몸쪽으로 91.7마일(147.6㎞)의 커터가 들어왔지만, 커트해냈다.
이제 어느덧 7구였다.
그리고.
❝잡아당겼습니다. 멀리 뻗어가는 타구. 우익수가 열심히 쫓아갑니다. 펜스 앞에서 잡아냈습니다.❞
결국에는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10할 타율이 깨지고야 말았다.
지금은 100.8마일(162.2㎞)의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깊은 코스로 들어왔는데, 몸통 회전과 타격 타이밍을 너무 빠르게 가져가며 괜찮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체중을 좀 더 실었다면 넘어갔을 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참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는데, 데렉이 다가와서 말을 했다.
“아까웠어. 조금만 힘이 들어갔으면 또 넘어갔을 텐데. 하지만, 타구의 질은 정말 좋았어.”
뭐 내 생각도 데렉의 감상과 똑같다.
아무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카를로스는 낮게 떨어진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고, 그렇게 우리 팀의 1회 말 공격은 삼자범퇴로 간단하게 끝이 났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 같은 종류의 구종을 치겠다고 덤비는 타자들은 진짜로 멍청한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2회 초.
❝밀어친 타구가 라인 안쪽에 떨어지며 페어입니다!!! 장타 코스. 그대로 여유 있게 2루까지 서서 들어가는 마크 에머슨입니다.❞
일단 도니가 또다시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고,
❝받아 때렸습니다. 오른쪽. 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한 점을 더 달아납니다. 조엘 올덴버그의 1타점 적시타.❞
바로 적시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실점하였다.
그리고
❝땅볼 타구입니다. 유격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 아웃. 다시 1루에 토스. 더블 플레이입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 낮은 공에 속는 호세 로셀로입니다. 도니 클라우드가 오늘 경기 첫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닝이 종료됩니다.❞
병살타와 삼진으로 더 이상의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하였다.
1회에도 그렇고, 실점하고 나니까 투구 내용이 좋아지는데, 이건 대체 뭐지?
뭐 어쨌건.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을 그대로 갈랐습니다!!! 앙헬로 푸엔테스가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2회 말 공격에서 일단 선두 타자 앙헬로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바로 득점 기회가 왔지만,
❝밀었습니다. 그러나 중견수 정면입니다. 중견수가 제자리에서 처리합니다. 원 아웃. 그리고 2루 주자 움직이지 못합니다.❞
❝내야 높이 떴습니다. 3루수가 그대로 잡아냅니다. 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구. 낮은 공에 속으면서 삼진입니다. 로스에노스가 무사 2루의 위기를 벗어납니다.❞
안타깝게도 후속 타자들의 침묵으로 점수와는 연결되지 못했고, 이제 다시 3회였다.
그리고.
❝타격했습니다. 쭉쭉 뻗어 나갑니다. 중견수가 열심히 쫓아가지만, 공은 이미 중견수가 잡을 수 없는 위치로 갔습니다. 홈런!!! 리암 웨스트입니다. 점수는 이제 5:0까지 벌어집니다.❞
3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도니는 첫 타자인 리암 웨스트한테 홈런을 맞았지만,
❝이번에도 큰 타구입니다. 우익수 따라갑니다. 우익수!!! 잡았어요!!!! 오시리스 로블레스!!!! 펜스 앞에서 정말 기가 막힌 점프 캐치였습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후속 타자들을 우익수 플라이-삼진-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이 종료되었다.
호세 페냐의 타구도 다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오시리스가 정말 멋진 점프 캐치를 보여주었다.
오시리스는 내년 7월에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되는데, 쿠어스의 버프를 제대로 받고, 올스타급 타자로 성장하여 뉴욕 메츠와 7년 1억 5천만 달러의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하지만, 메츠의 또 하나의 FA 실패 사례, 메츠 팬들의 금지어가 되고 마는 선수다.
사실 수비력이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닌데도 저런 멋진 수비를 해낸 것이다.
아무튼, 우리 팀의 3회 말 공격이었다.
1사에 1, 2루. 득점 상황에서 나까지 타순이 연결 됐고,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자동고의사구입니다. 태양 왕을 거르고, 카를로스 오테로를 선택하네요.❞
겁쟁이들은 나와의 승부를 회피하였고, 쉬운 카를로스와의 승부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쳤습니다. 멀리 뻗어 갑니다!!! 펜스!!!! 넘어갔습니다!!!! 그랜드슬램!!!!! 카를로스 오테로!!!!!❞
카를로스가 그랜드슬램을 때려내며 왕거카의 결과는 결국 비극이 되고야 말았다.
이것도 참 KBO에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뭐 그렇게 순식간에 넉 점을 따라가며 점수는 4:5가 되었지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타격했습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중간. 좌익수가 쫓아가서 잡아냅니다.❞
더는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었고, 나는 세 번째 타석에서 교체되었다.
그리고 결국 역전에 실패한 채 5:9로 경기에 패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