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7. 응. 내가 원래 잘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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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응. 내가 원래 잘났어.
3월 1일 수요일. 오늘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스프링캠프 연고지인 노스 포트는 이곳 탬파로부터 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뭐 이 팀은 다들 알다시피 현 MLB 최고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인 로니 아코스타 주니어가 소속된 팀이다.
물론 그 아코스타는 지금 WBC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어서 오늘은 못 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도 오늘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상대 팀이 내셔널리그팀이고, 원정 경기라 오늘 경기는 지명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1회차 때 나의 포지션은 좌익수와 1루수였지만, 지금 2회차에서는 투타를 겸업하기에 좌익수와 1루수의 수비 훈련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훈련을 하지 않았어도 경기에 출장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긴 하지만, 아담이 그걸 알 턱이 있나.
아담은 나를 이미 지명타자로만 기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였다.
뭐 내가 1루와 외야 수비도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할 기회가 온다면야 아담의 생각도 바뀌겠지.
그런데 그런 기회를 또 어떻게 잡아야 하나?
아무튼 경기는 13:6으로 패하고야 말았다.
시범경기 2연승을 이어가다 다시 2연패.
전날 미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포함하면 3연패째였다.
그리고 다음 날인 3월 2일. 목요일.
출근하자마자 바로 아담에게 개인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1루와 외야 수비 훈련도 하게 해주십시오. 제가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가지는 것이 팀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팀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나의 요청이었지만,
“투타 겸업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데, 거기에 수비까지 하겠다고? 태양, 제정신인가? 네가 뭐 로봇이라도 돼?”
아담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너의 파워는 인정하는데, 감독인 나로서는 네가 타격보다 투구 쪽에 더 집중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야. 그렇기에 외야 수비는 특히 더욱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보아하니 외야 수비는 무슨 말을 해도 절대로 안 시켜줄 것 같으니, 결국 1루로 타협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럼 1루라도 하게 해주세요.”
“절대로 안 돼. 팀에 1루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앙헬로가 굳건한데, 무리할 필요 없어.”
“저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고 싶습니다.”
“태양, 너는 아직 젊어. 왜 그렇게 미련하게 자신의 몸을 혹사하려고 하지? 혹시 내 눈에 들기 위해서인가?”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아담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단 말인가?
“대답이 없는 것 보니 그런 것 같군.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액티브 로스터에 포함시킬 거고, 또 이미 너를 팀의 주전 지명타자, 3선발로 점찍었으니까 그렇게 알고, 천천하고 차분히 조심해서 몸 상태를 끌어 올려. 다치면 모든 게 말짱 꽝이야.”
결국, 그렇게 면담이 종료되었다.
뭐 나를 생각해 주고, 관리해주는 건 고맙다만, 지금의 나는 관리가 전혀 필요 없는 상태인데, 너무 지나치게 과보호를 하니까 나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앙헬로가 굳건하다고?
물론 앙헬로가 어느 정도의 파워툴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앙헬로의 절망적인 수비 능력을 보고도 참 팔자 좋게 이런 말을 한다.
앙헬로 덕에 몇 경기를 날려먹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려나?
어쨌건 오늘의 상대 팀은 다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번엔 홈경기를 치른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DH
3. 브라이언 게인즈 CF
4. 카를로스 오테로 RF
5. 앙헬로 푸엔테스 1B
6. 케빈 사네즈 C
7. 루이스 카루소 3B
8. 로던 덤브릴 LF
9. 해리 코니즈 SS
P. 게리 콜건
***
***
1. 카심 베일리 SS
2. 캘빈 빅스 2B
3. 조단 스프링필드 RF
4. 오넬키 카스티요 주니어 LF
5. 파블로 차베스 DH
6. 크리스 클레멘스 1B
7. 웨인 코번 3B
8. 커크 홀리데이 C
9. 케니 샌더스 CF
P. 류현준
***
첫 경기에 이어서 게리와 류현준이 다시 맞대결한다.
류현준은 WBC 참가를 간절히 희망했으나, 30대 중반의 나이와 부상 경력을 이유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WBC 참가를 끝내 불허하여 WBC 참가가 좌절되었다.
그리고 이는 류현준과 토론토 구단의 사이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2023시즌이 끝나고 다시 FA가 되었을 때, 류현준도 토론토에 남길 원치 않았고, 또 토론토도 류현준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30대 중반, 부상 경력이 있는 투수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구단은 없었고, 결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년 1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가서 폭망한 이후 KBO에 유턴하게 된다.
나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다.
아마도 1회차에 이어 이번 2회차 때도 내 타순은 2번이나 3번으로 거의 고정될 것 같다.
그리고 이날도 여전히 이곳 고든 M 스테인하우어 필드는 한국 기레기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아까 출근할 때 보니까, 어떤 한국 기레기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행패를 부리며 까불다가 안전요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던데, 이런 게 바로 나라망신이었다.
어쨌건 경기가 시작되었다.
게리는 세 타자를 땅볼-삼진-플라이로 간단하게 막아냈고, 이제 1회 말 공격이었다.
타석에는 선두 타자 T.J였다.
❝높이 떴습니다. 그러나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하며,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유격수가 전진해서 잡아냅니다. T.J. 르몽드가 과감하게 초구를 공략했지만, 결과는 유격수 플라이였습니다.❞
T.J가 바깥쪽에 낮게 들어온 78.9마일(128.6㎞)의 체인지업을 건드려서 초구에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내가 바로 타석에 들어섰다.
류현준이가 왼손 투수기 때문에 당연히 오른쪽 타석이었다.
음······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번에 영혼까지 탈탈 털렸기 때문에 좋은 공은 절대로 안 줄 거다.
“볼.”
초구는 일단 85.7마일(137.9㎞)의 컷 패스트볼이 몸쪽 코스로 들어왔지만, 존에서 다소 벗어났다.
“스트라이크.”
2구째도 같은 코스로 84.9마일(136.6㎞)의 컷 패스트볼이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아까 거랑, 지금이랑 뭐가 다르죠?”
어이가 없는 나머지 주심에게 물었다.
그러나 주심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류현준이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무려 세 번이나 흔드는 것이었다.
대체 어떤 공을 던지려고 이러는 걸까?
“볼.”
뜻밖에도 또다시 몸쪽으로 85.2마일(137.1㎞)의 컷 패스트볼이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류현준 정도 되는 투수가 3구 연속으로 같은 공을 던지다니, 이건 좀 실망인걸?
아니, 대체 나를 얼마나 만만히 봤으면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아직 덜 혼났나 보다.
그리고 류현준은 다시 포수의 사인에 계속 고개를 흔들었고, 결국에는 포수가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음······
둘이 심각하게 잠시 의견 교환을 하더니, 포수가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네가 내는 사인을 현준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커크를 자극도 할 겸 약을 올렸다.
“흥.”
커크는 내 말에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볼.”
73.4마일(118.4㎞)의 낮게 떨어진 커브였지만, 이런 질이 낮은 유인구에 내 방망이가 나갈 리가 있나?
“지금 공은 누가 던지자고 한 거야? 너야? 커크. 제발 생각 좀 하라고. 이런 유인구에 내가 속을 것 같아?”
커크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외려 주심이 짜증을 냈다.
그리고.
“볼.”
결국 5구째도 또 낮게 떨어뜨린 커브가 들어왔고, 참아내면서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음······
글쎄? 류현준이 겨우 이 정도 투수였던가?
방금의 승부는 정말 대단히 실망스럽군.
“무리할 필요 없고, 다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야.”
빌리 에이어스 1루코치의 신신당부였다.
내가 스피드가 느린 편은 아니지만, 나는 도루하고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1회차 때 한 시즌에 도루를 다섯 개 정도 할까 말까였다.
다만 도루를 하지 않음에도 나는 리드폭을 깊게 가져가는 편이었다.
투수에게 혼란을 주고, 또 병살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로 견제구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세잎.”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서 살았다.
내가 키가 크고, 팔이 크기 때문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웬만하면 거의 살았다.
“리드폭을 그렇게 깊게 가져갈 필요 없어. 그리고 아웃당해도 좋으니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빌리는 나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보고 기겁하여 나에게 바로 주의를 주었다.
음······
내 스타일은 리드폭을 깊게 가져가는 거지만, 코치가 그러지 말라는데, 뭐 별수가 있나.
지금부터는 리드폭을 좁힐 거다. 병살이 나와도 난 모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절대로 안 할 거다.
그리고.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는 땅볼입니다. 유격수 잡아서 2루에 토스 아웃. 1루에 토스 아웃. 더블 플레이가 나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브라이언이 바깥쪽에 들어온 84.3마일(135.7㎞)의 컷 패스트볼을 건드려 초구에 바로 병살로 물러나면서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고 말았다.
류현준이 1이닝을 끝마치는 데는 단 7구면 충분했다.
이건 좀 심한데?
저번 경기와는 달리 깔끔한 출발에 류현준은 안도의 한숨을 지으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래. 어디 두 번째 타석에서 두고 보자고!!!!
이어서 바로 공수가 교대되고, 2회 초가 되었다.
❝쳤습니다. 멀리 뻗어 나갑니다. 좌익수 쫓아갑니다. 아!!! 펜스를 넘어갔습니다!!! 오넬키 카스티요 주니어. 홈런입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점을 앞서 나갑니다.❞
그리고 게리가 첫 타자 오넬키 카스티요 주니어를 상대로 4구에 한복판 몰린 실투를 던져 넣었다가 홈런을 허용하였고,
❝타격했습니다. 빠른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꿰뚫습니다. 홈런 이후에 다시 안타가 나옵니다.❞
이어지는 타자 파블로 차베스에게도 다시 안타를 허용하였지만,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땅볼입니다. 잡아서 2루에 토스. 아웃. 다시 1루에 토스. 아웃. 크리스 클레멘스가 더블 플레이로 팀의 좋은 공격 흐름을 끊어놨습니다.❞
크리스 클레멘스라는 타자에게 병살타를 잘 유도해 냈고,
아. 참고로 여기서 이 크리스 클레멘스라는 선수는 그 약쟁이 로저 클레멘스와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남이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구. 바깥쪽 낮은 공에 배트가 돌아가는 웨인 코번입니다. 게리 콜건이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냈습니다.❞
웨인 코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이 종료되었다.
1:0으로 팀이 한 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
2회 말 공격에서는.
❝우중간으로 멀리 뻗어갑니다. 펜스를 직접 때리는군요. 카를로스 오테로는 안전하게 2루에 진루합니다.❞
일단 선두 타자 카를로스가 한복판으로 들어온 89.8마일(144.5㎞)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하여 2루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볼.”
❝5구.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를 참아냅니다. 볼넷으로 앙헬로 푸엔테스가 걸어 나가며, 누상의 주자는 두 명이 됩니다.❞
그리고 앙헬로가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무사 1, 2루의 좋은 찬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앙헬로가 저걸 참아내면서 볼넷을 골라 나갔다고?
저 앙헬로가 내가 아는 앙헬로가 정녕 맞단 말인가?
정말 놀랄 노 자군.
그러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안타깝게도 케빈, 루이스, 로던, 세 타자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 좋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음······
이거 꼭 KBO의 모 팀을 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뭐 어쨌건, 3회 초에도 다시 올라온 게리가 8-9-1번 세 타자를 땅볼-삼진-땅볼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시범 경기 두 번째 선발 등판을 3이닝 2피안타 1실점 3K로 마무리하였고,
류현준도 3회 말에 다시 올라왔다.
좋아. 타순이 9-1-2로 이어지니 다시 맞붙는군.
내 앞에 주자가 한 명만 나가준다면 바로 역전 홈런이다!!!
그리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구. 낮게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 합니다. 현준이 네 개째 삼진을 잡아내는군요.❞
선두 타자인 해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땅볼 타구입니다. 1루수가 앞으로 이동하여 잡으려 하는데, 아. 공을 떨어뜨렸습니다. 다시 잡아 황급히 1루로 던져 보지만, 이번엔 송구가 빗나가는 군요. 1루수 실책입니다.❞
T.J가 1루수 실책으로 살아 나가며 극적인 상황은 일단 만들어졌다.
사실 말이다. 메이저리그라고, 미국이라고 여기 애들이 다들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여기 애들도 못하는 애들은 야구를 진짜 못해도 엄청 못했다.
바로 저 크리스 클레멘스가 그런 못하는 애에 속하는 애였다.
공수주 그 어디에서도 무쓸모인 무툴 플레이어.
쟤도 나중에 결국 일본 가는데, 부상을 이유로 한 시즌을 아예 경기에 출장을 안 하고 태업을 하면서 야쿠르트 스왈로즈 역사상 최악의 먹튀이자 금지어가 된다.
뭐 아무튼
‘따악.’
❝몸쪽 컷 패스트볼을 밀었습니다. 빠르게 날아갑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깁니다!!! 홈런!!!! 우와. 지금의 이 타구는 마치 크루즈 미사일과 같군요,❞
초구에 몸쪽으로 커터를 던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84.8마일(136.5㎞)의 커터가 들어왔고,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밀어서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
그리고 배트플립과 세레모니로 승리의 기쁨을 잔뜩 만끽하였고,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당당하게 귀환했다.
“현준의 공을 잘 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
루이스의 질문이었다.
아무래도 첫 타석에 삼진을 당한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루이스는 2월 25일 경기에서도 류현준에게 삼진을 당했었다.
“글쎄? 나는 상대 투수가 어떤 구종을 던질 거라고 예측을 하고 타격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딱 들어맞았었지. 다만 하나만 말하자면 체인지업과 커브는 그냥 버리는 게 나을 거야.”
말했지만, 루이스도 미래에 500홈런 타자다.
사실 내가 뭔가 따로 조언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게 될 선수다.
“그게 말이 쉽지. 그리고 구종이 보이질 않는데, 체인지업과 커브인 줄 어떻게 알고 버려.”
“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감각으로 느껴야지.”
“그 감각은 어떻게 해야 생기지?”
“나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나던가, 아니면 꾸준한 연습과 경기 출장을 통한 경험으로 단련하던가.”
“그래. 너 잘났다.”
뭐지?
물어봐서 친절하게 대답해 줬는데, 왜 저런 반응이야?
“응. 내가 원래 잘났어.”
“말이나 못 하면.”
“루이스, 너 자신에 확신을 가지라고. 내가 보기에 너는 자신감이 부족해 보여.”
“너는 자신감이 너무 강한 것 같은데?”
“내가 최고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 말은 너는 타석에서 너무 생각이 많아 보인다는 거야.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투수의 공에 집중할 수가 없어.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뭐 이해가 가는 말은 아니지만, 어쨌건 일단 충고는 고마워.”
나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조언했는데, 상대방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것 같다.
나는 지금 대체 뭘 한 거지?
어쨌건 류현준은 내게 홈런을 맞으며 2실점을 했지만, 3이닝 2피안타 2실점 1자책 6K로 첫 등판 때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나도 세 번째 타석에서는 교체되었고, 경기는 우리 팀의 5:3 승리로 끝이 나며 연패를 끊어냈다.
그래서 시범경기 세 경기에서 나의 타격 성적은 5타수 5안타 5홈런 1볼넷, 11타점 타율 1.000, 출루율 1.000, 장타율 4.000, OPS 5.000을 기록하고 있다.
이거 경기 출장만 꾸준히 보장된다면 첫 시즌부터 80홈런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퇴근하고 와서 한국 포털 사이트를 보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스포츠-해외야구 카테고리에 대문짝만하게 떠 있었다.
《폭력 전과자 감싸는 양키스의 도를 넘는 갑질, 급기야 구단 직원이 기자 폭행?》
음······
이 기레기 새끼가 선을 심하게 넘네.
얘는 아까 내가 출근할 때 구단 안전요원에게 끌려 나갔던 그 기레기 인 것 같은데,
우선 (1) 나는 전과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 기레기는 나를 전과자로 지칭하며 나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양키스의 도를 넘는 갑질? 경기장에서 행패부리고, 선수에게 시비를 거는 기레기를 출입금지 조처한 것이 과연 갑질일까? 이 역시 양키스 구단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심각한 업무방해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3) 안전요원은 그 기레기를 폭행하지 않았다. 이는 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였다.
오히려 그 기레기가 안전요원에게 끌려 나가던 와중에 그 안전요원을 폭행하려 시도하였지만, 제압되었다.
이 역시 명백한 허위 사실로 해당 요원, 그리고 구단의 명예를 훼손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아. 여기서 추가로 (4) 그 기레기는 끌려 나가던 과정에서 그 안전요원에게 “Nigger”라는 인종차별 욕설까지 하였다.
명예훼손+업무방해+인종차별 미국에서 다들 하나같이 중범죄로 취급되는 것들이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도 저 기레기를 고소하는 건 물론이고, 구단에도 이 기사에 대해 알릴 것이다.
그러면 구단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