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14. 야구가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4. 야구가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그리고 공수가 교대되어, 양키스의 1회 말 공격이 이어졌다.
“오스카가 나보다 먼저 메이저리거가 되다니. 젠장. 빌어먹을.”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 연습 투구를 하는 오스카 페르난데스를 보며 훌리오가 분하다는 듯 홀로 중얼댔다.
“저 녀석에게만은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은데, 벌써 이렇게까지 차이가 벌어질 줄은.”
훌리오 녀석의 말에 의하면, 훌리오와 오스카는 고국 베네수엘라에서 서로 라이벌이었다고 한다.
물론 뭐 훌리오 녀석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고, 오스카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훌리오가 비록 이번 시즌엔 40인 로스터에 들었어도,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하였지만
오스카는 작년 2022년 시즌에 풀타임 선발 투수로 13승 9패 평균 자책점 3.77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확실히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훌리오 놈은 오스카에 더욱 질투심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오스카의 전성기가 아무리 짧고 굵었다고 해도, 훗날 사이 영 상을 3회 수상하게 되는 오스카와 잘해야 4~5 선발 수준인 훌리오 놈은 애초에 클라스 자체가 달랐다.
물론 뭐 훌리오 놈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어쨌건 훌리오 놈의 넋두리를 동료들이 들어주는 동안, 우리 팀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됐고, 선두 타자 T.J. 르몽드가 오스카와 승부를 하고 있었다.
T.J는 양키스의 명실상부한 주전 2루수이자, 톱타자였으며, 리그 정상급의 2루수였다.
대단히 정교한 타격을 하는 선수로, 양키스에 이적해 온 후 본격적으로 장타에도 눈을 떠서 매년 평균 20개 이상의 홈런을 쳐주고 있기도 했다.
“볼.”
“스트라이크.”
“볼.”
“볼.”
3볼, 1스트라이크로 타자가 볼 카운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볼.’
❝낮게 떨어뜨린 유인구를 참아내며, 양키스도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합니다.❞
일단 우리 팀도 선두 타자가 살아 나갔고, 이제 나의 타석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오스카는 최고 구속 99마일(159.3㎞)의 포심 패스트볼과 89마일(143.2㎞)의 파워 커브를 주로 던지는 전형적인 투 피치 투수다.
커브는 버리고, 포심 패스트볼만 노려치면 된다.
다만 구종이 아무리 단조롭다고 해도, 구위가 상당히 위력적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정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건 다른 보통의 일반 타자들 이야기고, 나는 분명히 다르다.
나는 아주 위대하고 특별하니까 오스카 따위는 진짜 별거 아니다.
1회차 때도 쟤는 내 밥이었는데, 하물며 지금의 나는 마력까지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당시의 오스카는 제구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외곽 컨트롤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바깥쪽 코스는 거의 볼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즉 안쪽, 혹은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만 공략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참 쉽죠?
여기서 빠른 공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체중을 빠르게 앞다리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처럼
‘따악.’
❝태양 왕이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잡아당겼습니다. 좌중간으로 총알처럼 빠르게 멀리 뻗어 나가는 타구. 모든 야수들 정지했습니다. 그대로 펜스를 완전히 넘어갑니다!!! 태양 왕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시 홈런을 신고합니다. 정말 대단한 파워군요. 스코어는 3:2가 되며, 한 점 차로 좁혀집니다.❞
이렇게 하는 거다.
초구부터 한복판에 실투로 몰린 98.7마일(158.8㎞)의 포심 패스트볼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춰 대포알 같은 타구를 만들어 내며 담장을 완전히 넘겨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타구 속도가 120마일(193.2㎞)은 나왔을걸?
아무튼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에 보답하며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더그아웃에 당당히 개선했다.
“아주 좋았어. 태양, 저 건방진 오스카 놈을 묵사발 내줘서 정말 고마워.”
자리에 앉아 냉장고에서 꺼내온 이온음료를 막 마시려던 참인데, 훌리오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체, 오스카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뭐야?”
“이유? 그런 거 없어.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이유가 굳이 필요해? 그냥 오스카 녀석이라 싫은 것뿐이야.”
음······
내 생각엔 오스카도 네 놈을 이유 없이 그냥 싫어할 것 같은데 말이지.
물론 뭐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내 생각엔 놈은 오스카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았다.
그것보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하냐는 말은 올바른 말이었다.
내가 훌리오, 저 친일파 앞잡이 놈을 싫어하는데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훌리오 놈이라 싫은 거다.
한편 그러는 동안
❝잡아당겼습니다. 이번에도 대단히 큰 타구가 우중간으로 멀리 뻗어갑니다. 펜스를 넘어가느냐, 넘겼습니다!!! 제임스 저스티스!!! 백투백 홈런이 나옵니다. 이제 점수는 동점. 경기는 바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임스도 홈런을 때려내며 바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번에도 대단히 큰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갑니다. 마이크 스켈튼!!!! 백투백투백 홈런을 쳐냈습니다. 점수 4:3. 바로 역전에 성공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태양 왕, 제임스 저스티스, 마이크 스켈튼, 양키스의 세 파워 히터가 대단히 무섭군요.❞
제임스에 이어 마이크도 홈런을 때려내며 백투백투백 홈런이 나왔고, 역전에 성공했다.
훌리오 놈의 표정을 보니 싱글벙글, 아주 좋아 죽는다.
남의 불행을 저토록 즐거워하다니. 참 보면 볼수록, 겪어보면 겪어볼수록 인성이 안 된 놈 같다.
저런 놈하고는 절대로 가까이 어울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날도, 지가 그렇게 부추겨서 싸움을 크게 만들어 놓고는 바로 안면몰수하고 나를 모함하였다.
참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대단히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태양, 오늘 끝나고 뭐할 거야?”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계속 친한 척을 하며 나한테 엉겨 붙었다.
“그건 왜 물어?”
“괜찮다면, 같이 저녁 식사나 하자고. 내가 한턱내지.”
“미안하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
물론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다른 약속은 없지만, 내가 왜 저런 놈하고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가?
“누구랑 약속이 있는데?”
“내가 너한테 그런 거까지 보고해야 하냐?”
슬슬 짜증이 나려 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궁금해 하지 마.”
다른 건 몰라도 이놈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데는 아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놈 같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제발 용서해줘.”
나 참. 애초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나 말거나.
뭐 그러던 와중에
❝높이 떴습니다. 그러나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 2루수 알렉스 페레즈가 전진해서 잡아냅니다. 브라이언 게인즈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드디어 첫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타격했습니다. 그러나 빠른 공에 뱃이 빌리며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2루 쪽으로 구르는 땅볼 타구. 2루수 알렉스 페레즈가 잡아서 1루에 토스. 아웃입니다. 오스왈도 캄포스가 빠른 공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볼 카운트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5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입니다. 99.2마일(159.6㎞)의 빠른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레이 징커슨이었습니다. 스리 아웃. 오스카 페르난데스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백투백투백홈런으로 순식간에 4실점을 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습니다.❞
이후 세 타자가 내야 플라이, 내야 땅볼,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이 없이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공수가 교대됐고, 다시 도니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
❝풀 카운트에서 7구째. 그러나 바깥쪽에 빠지면서 볼넷이 됩니다. 이번 이닝에도 또다시 선두 타자를 출루 시키는군요.❞
“아무래도 도니는 이제 끝인 것 같군.”
리치먼은 TV중계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한 시범 경기는 홈경기이기 때문에, 뉴욕 양키스의 자체 TV 채널인 YES Network(Yankees Entertainment & Sports Network)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뉴욕에서 리치먼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윈들러와 함께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
도니가 1회에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연속 볼넷으로 두 명의 주자를 연속으로 내보낸 후, 브루스 카퍼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3실점을 했고,
팀 타선이 백투백투백 홈런으로 바로 역전에 성공을 했음에도, 다음 이닝에서 또다시 볼넷으로 선두 타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리치먼도, 윈들러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게리와 태양 외에는 확실히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없군.”
2021시즌을 앞두고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내구성이 의심되는 30대 중반 투수인 도니 클라우드를 1년 계약으로 영입한 결정은 클라우드가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하며,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문제는 그 후 2년 4천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2022시즌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212이닝이나 소화해 줬고, 9승 18패. 3.8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그 시즌은 유독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고, 운이 없었기에 18패나 한 거지, 사실 투구 내용으로 보면 9승 18패가 아니라 18승 9패가 돼야 했었다.
이번 시즌도 최소 지난 시즌만큼 해주기를 기원했건만, 그러나 지금 던지는 꼴을 보면 우려가 들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게리 밖에 없는 거죠. 태양도 확실히 실전에서 검증된 거는 아니잖아요.”
윈들러는 리치먼의 탄식을 정정해 주었다.
그랬다. 현재 양키스의 선발 상황을 보면 에이스 게리 콜건 외에는 완전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을 받던 로드리고 카다비에코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이후 계속 골골대고 있었으며,
역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했던 산티아고 오수나도 2020년 2월 가정폭력으로 중징계를 받고, 코로나로 인한 단축 시즌과 맞물려 한 시즌을 풀로 쉬고 2021시즌에야 간신히 복귀한 이후 완전히 맛이 간 모습만 보이었고,
게다가 멀쩡했던 넬슨 이바네즈도 어제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현재 정밀진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적어도 2년은 날릴 것이고, 심각한 상황이 아니어도, 시즌 초반 결장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야말로 현재의 양키스 선발진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그 와중에 확실한 상수가 되어 줘야 할 도니 클라우드마저 지금의 투구는 하락세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었으니, 리치먼으로서는 당연히 속이 탈 만도 했다.
‘하긴. 지난 두 시즌 건강하게 던져준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지.’
그랬다. 애초에 도니 클라우드는 내구성에 의문이 따라붙던 투수고, 올해로 37세.
처음부터 확실한 상수로 보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도니에 대해서는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것 같아.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를 해야 했는데, 분명한 내 실수야.”
리치먼은 자책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스토브리그 때 검증된 선발 자원을 FA로 영입하지 않았던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후회막급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합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뭐.”
지금의 양키스의 마운드 상황은 꽤 심각했지만, 윈들러는 마치 남 이야기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바깥쪽 공을 잡아당겼습니다. 우중간으로 멀리 뻗어 나가는 큰 타구. 그러나 펜스를 넘어가진 못하고, 펜스를 직격으로 때렸습니다. 1루 주자 로이스, 빠르게 2루를 지나 3루를 향해 뜁니다. 그리고 타자 주자 로젠버그는 2루까지. 카일 로젠버그의 2루타로 무사에 주자 2, 3루 다시 역전 위기를 맞이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선두 타자를 내보낸 후 클라우드는 이번에는 아예 2루타를 얻어맞고야 말았다.
이제 안타 하나면 다시 역전인 되는 상황이었다.
“도니의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 무려 3~4마일(4.8㎞~6.4㎞)이 감소한 것 같습니다. 아직 시즌 개막 전이라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각한데요?”
“그러니까 돌아버릴 노릇이지. 구속도 구속이지만, 제구도 흔들리고 있어. 계속, 이 상태라면 도니는 일단 상수가 아니라 -로 계산해야겠군.”
“로테이션에 한 자리는 일단 구멍이 났고, 세 자리도 의문부호인 상황. 아무리 5인 로테이션이 시즌 내내 그대로 가는 팀이 없다고 해도, 이건 솔직히 심해도 너무 심한데요?”
“그러니 결국 태양과 존, 훌리오의 역할이 중요하지.”
로테이션의 빈자리 하나는 일단 태양 왕이 메우고, 시즌 도중 구멍이 생기면 존 엘벡이나 훌리오 팔라시오스가 대체 우선순위였다.
“최악의 경우 게리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들 모두 검증되지 않은 루키들이 소화할 수도 있겠네요. 트레이드라도 알아봐야 합니다.”
“아니. 트레이드는 절대로 없어. 태양과 존, 훌리오를 믿는다.”
“우리가 탱킹 팀도 아니고,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데, 위험부담이 대단히 큽니다.”
양키스가 지난 2022시즌에 30개 팀 중 30위라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양키스라는 팀은 그 마켓을 놓고 봐도, 팀의 전력을 놓고 봐도, 탱킹을 해야 하는 팀이 절대로 아니었다.
지난 시즌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여러 악재가 겹친, 정말 지독히도 운이 없는 시즌이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우승으로 지난 시즌의 실추된 명예를 바로 회복하겠다는 각오로 양키스의 모두가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태양은 투타를 겸업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빠른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꿰뚫습니다. 3루 주자 홈인, 2루 주자도 홈에 들어옵니다. 알렉스 페레즈의 2타점 적시타. 5:4로 다시 역전을 당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그리고 대화 도중에 도니 클라우드는 알렉스 페레즈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스코어가 다시 역전이 되고야 말았다.
“아니 대체 저 투심을 왜 계속 결정구로 쓰는 거지? 브루스에게 맞은 홈런, 카일에게 맞은 2루타, 그리고 방금 안타. 모두 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몰렸잖아.”
리치먼이 답답함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그가 보기에 지금 도니 클라우드의 투구는 정말 답답하기가 그지없어 보였다.
결국 그 안타를 끝으로 도니 클라우드는 강판 되었고, 두 번째 투수로 밥 켈리가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2021시즌 도중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트레이드로 양키스에 온 이후 불펜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도니 클라우드가 2이닝을 던지고, 밥 켈리가 3회에 등판하여 1이닝을 던질 계획이었지만, 클라우드가 2회에 아웃 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내려가는 마당에 켈리가 일찍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내야 땅볼입니다. 유격수가 잡아서 2루에 토스, 아웃. 다시 1루에 토스, 아웃. 여기서 더블 플레이를 기록하고 마는 앤디 맥코이입니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가 바로 올라갑니다.❞
❝7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밥 켈리가 키스 로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냅니다.❞
켈리는 병살타와 삼진으로 간단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아무리 봐도 밥은 중간계투로만 쓰기 아까운데요.”
켈리는 양키스에 오기 전 원래 오클랜드에서는 세 시즌 간 마무리를 맡았었다.
그러나 양키스에는 마무리인 아구스틴 산타크루즈가 건재했기에, 켈리는 결국 중간계투, 셋업맨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뒷문이 불안한 팀은 밥을 욕심내지 않을까요?”
사실 윈들러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켈리의 트레이드를 주장했었지만, 리치먼에 의해 계속 묵살당했었는데, 다시 또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했잖아.”
“아까우니까 그러죠. 트레이드로 차라리 유망주나 긁어오는 게 낫다니까요.”
“우리는 탱킹 팀이 아니잖아. 무엇보다 밥도 지금 보직에, 팀에 만족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야.”
리치먼은 다시금 켈리의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 못을 박았다.
어쨌건 양키스의 2회 말 공격이 시작됐고, 필리스도 잭 에거트로 투수를 교체했다.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앙헬로 푸엔테스는 올해로 메이저리그 3년 차로, 그 장타력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난 2년간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공갈포였다.
선구안과 정확도에 비약적인 발전이 없다면 이대로 앞으로도 계속 공갈포로 남을 공산이 대단히 커 보였다.
더군다나 놀기 좋아하고, 다혈질인 성격도 역시 문제였다.
❝풀 카운트에서 8구. 낮게 떨어지는 공을 앙헬로 푸엔테스가 참아내면서 볼넷을 얻어 출루합니다. 이거 대단히 놀랍군요. 참고로 지난 2022시즌 푸엔테스의 볼넷과 삼진 비율은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리그 최하위였습니다.❞
놀랍게도 푸엔테스가 낮게 떨어뜨린 유인구를 참아내며 볼넷을 얻어낸 것이었다.
“와.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요? 아니면 드디어 선구안에 눈을 뜬 걸까요?”
윈들러는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저 공을 참아냈다는 건가? 확실히 놀랄 일이긴 하군.”
찬스 때마다 떨공삼을 당하는 푸엔테스를 보며 화를 삭였던 적이 대체 몇 번이었던가?
리치먼과 윈들러는 서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푸엔테스의 모습에 내심 감동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타구입니다. 좌익수가 앞으로 움직여서 무난하게 잡아냅니다. 조디 뱀포드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주자가 진루하지 못합니다.❞
후속 타자 조디 뱀포드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밀어친 타구가 그대로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갑니다. 별로 힘이 실린 타구는 아니었지만, 코스가 워낙 좋아서 안타가 되었네요.❞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T.J. 르몽드가 안타를 때려내어 1사에 주자 1, 2루. 타석에는 태양 왕이 들어섰다.
“여기서 태양이 또 한 방 날려주면 바로 역전이군.”
“에이. 설마요. 지금까지 세 타석 모두 홈런이었는데, 설마 또 홈런을 칠까요?”
윈들러는 그럴 일이 절대로 없을 거라 확신했다.
**********
언제나 주인공은 항상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법이다.
팀이 역전을 허용한 후, 바로 동점,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찬스를 맞이했고, 그 찬스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순간에서 주인공은 항상 드라마를 만든다.
바로 지금처럼.
‘따악,’
❝잡아 당겼습니다. 아. 이번에도 대단히 큰 타구가 빠르게 날아갑니다. 중앙 펜스!!!! 넘어갔습니다!!!! 태양 왕!!!!!! 연타석 홈런으로 오늘도 현재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재역전을 만들어 냅니다.❞
3:0. 스리 볼로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상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한복판에 꽂아 넣은 94.1마일(151.4㎞)의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또다시 홈런을 만들어 냈다.
시범경기 두 경기에서 벌써 홈런이 4개다.
내가 아무리 위대한 천재고, 또 마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야구가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이러다가 나, 시즌 100홈런이라도 치는 건 아닌지 몰라.
에이. 그건 진짜 말이 안 되지.
90홈런 정도까지는 몰라도 100홈런이 어디 가능하기나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