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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13화 (13/104)

〈 13화 〉 13. 류현준, 참 쉽군. (수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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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류현준, 참 쉽군.

아무튼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코리안 배트 플립 멋지더군. 그런데 괜찮겠어?”

내 오른쪽에 앉은 카를로스가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다음 타석에 위협구가 날아올지도 모른다고.”

“던지라고 해. 벤치 클리어링 한 번 하는 거지. 뭐.”

“참 너다운 단순한 생각이군. 뭐. 좋아. 배트 플립을 하는 건 네 자유니까.”

카를로스 이놈은 나이도 나랑은 딱 세 살 차이인데, 나이도 어린놈이 참 고루하고 진부한 꼰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이놈하고 나는 태생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내가 2회차 때까지 이놈하고 계속 부딪히면서 살아야 하나?

음······

어떻게 정치질을 해서 아예 쫓아내 버릴까?

물론 훗날 500홈런, 3000안타를 치게 되는 타자를 내보낸다는 건 분명 미친 발상이지만 생각해 봐라.

나는 회귀를 했다.

미래를 알고 있다.

어떤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어떤 활약을 하게 될지 전부 안다는 소리다.

이를 이용해서 미래에 HOF급 레전드로 성장하는 선수를 우리 팀에 모은다면?

물론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우리 팀에 데리고 온들 그 선수가 1회차 때처럼 그런 활약을 할 수 있느냐이다.

예를 들어서 카를로스는 양키스에서 500홈런 3000안타를 친 레전드이다.

그런데 카를로스가 다저스에서 뛰게 되면 과연 우리 팀에서 했던 만큼 할 수 있을까?

가령 부상을 당한다거나 그런 돌발 상황도 생길 수도 있고, 뭐 그런 여러 변수들로 인해서 커리어가 완전히 꼬이게 될 수도 있는 거다.

이렇듯 미래를 알고 있는 나의 작은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음······

내가 마음대로 다른 이들의 정해진 운명과 미래를 바꿔도 되는 걸까?

갑자기 이런 도덕적인 딜레마가 오는데, 그렇다고 타인의 운명을 바꾸지 않기 위해 1회차와 똑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나는 타인의 운명이 바뀌건 말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막 행동할 것이고,

특히 내 마음에 안 드는 놈들, 나를 거역하는 놈들은 그 운명과 미래를 완전히 시궁창에 처넣을 거다.

막말로 말해서 그들의 운명이 바뀌는 건 내 탓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마녀의 탓이다.

애초에 마녀가 나를 과거로 회귀시키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고 보면 마녀는 과연 무슨 목적을 가지고 나를 과거로 회귀시킨 걸까?

지금까지 그 생각을 안 해봤는데, 사실 마력까지 줘가면서 나를 회귀시켰으면 마녀도 뭔가 다른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 목적이 무엇이던, 절대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그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지금 2023년 시점이면 아직 갓난아기인가?

하긴 자기가 1289살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뭐 어쨌건 간에, 그렇다는 거고, 지금은 다시 경기에 집중을 하자.

내가 홈런을 친 후에, 마이크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우리 팀의 1회 초 공격이 끝났고,

1회 말에 게리는 상대 팀의 베일리, 빅스, 에레로를 2루 땅볼-3루 땅볼-삼진으로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잡아내며, 현재는 우리 팀의 2회 초 공격이 진행 중이었다.

류현준이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될 거다.

현재 타석에는 5번 타자 오스왈도가 있고, 이번 이닝에 내 타석이 다시 돌아올까?

내가 2사에 타석에 들어선다 치면, 류현준이가 이번 이닝에만 다섯 명의 주자를 내보내야 한다는 건데, 류현준 정도 되는 투수가 그럴 리가······

그 순간이었다.

오스왈도는 4구째 들어온 류현준의 몸쪽 낮게 떨어진 84.6마일(136.6㎞) 커터에 평범한 1루 땅볼을 쳤는데, 1루수가 공을 잡았다 떨어뜨린 데 이어, 또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투수에게 악송구까지 하는 실책을 저질렀기에 운 좋게 세이프가 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수준의 수비가 나온다.

에레로 주니어가 아버지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점이 바로 저 저주받은 수비 실력.

물론 뭐 아버지는 외야수고, 아들은 외야수를 하다 3루로 전향했고, 다시 1루로 전향했다는 것을 참작해야겠지만,

아무튼 그러면서 일단 선두 타자가 살아나갔고, 이어서 카를로스의 타석이었다.

훗날 500홈런, 3000안타를 기록하게 되는 대타자로서의 위엄을 보여줄 것인가?

초구는 71.9마일(115.7㎞)의 낮게 떨어진 커브에 타이밍을 완전히 뺏기며 크게 헛스윙을 했다.

이거 딱 삼진 각이 나오네.

하긴, 병살을 치는 것 보다 조용히 혼자 죽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제2구.

‘따악.’

85.4마일(137.4㎞)의 바깥쪽 낮은 코스의 컷패스트볼을 잡아 당겼고, 타구가 꽤 멀리 뻗어나가며, 그대로 펜스를 직격했다.

타자 주자는 여유 있게 2루에 선착했고, 1루 주자는 3루까지 가서 무사에 주자 2, 3루. 두 점을 달아날 기회가 왔다.

이럴 때 내가 타석에 들어섰어야 하는데, 안타깝군.

타석에는 케빈 사네즈.

한 시즌에 2~30개 홈런은 쳐줄 수 있는 장타력은 가졌으나 그 정확성은 대단히 떨어지는 타자로, 한때는 차세대 거포 포수로 주목 받았으나 해가 갈수록 공갈포로 진화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몇 년 후에는 조디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빼앗기고 결국 트레이드 되고 만다.

내 생각에는 이번 타석에서도 선풍기만 휘두르다 무난하게 삼진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역시 아니나 다를까, 바깥쪽 같은 코스에 낮게 떨어진 체인지업 세 개에 연속으로 헛스윙을 하며 삼구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잘하는 짓이다. 쯧쯧.

나는 문득 내 바로 뒤에 앉은 조디를 쳐다보았다.

녀석. 아주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저런다고 해도 어차피 이번 시즌에는 콜업이 없을 텐데,

뭐가 그리 좋다고 헤벌쭉대는지.

어쨌건 1사에 2, 3루. 타석에는 이제 루이스였다.

2020년대 브랜던 아저씨의 최악의 실수는 바로 루이스를 트레이드 한 것이었다.

루이스도 훗날 통산 500홈런을 친 슬러거로 성장한다.

루이스가 트레이드되지 않고 남았다면, 202~30년대 양키스의 타선은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자. 미래의 500홈런 타자와 류현준의 승부를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스트라이크.”

초구 승부에서 루이스는 한복판에 몰린 88.7마일(142.7㎞)의 포심 패스트볼을 그냥 지켜봤다.

지금까지는 초구에 거의 변화구만 들어왔기 때문에 타자는 변화구를 예상했겠지만, 그 의표를 정확히 찌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공을 한가운데 꽂아 넣다니, 그 깡은 인정할 만 하군.

뭐 실투였을 수도 있겠다만.

0-1, 일단 투수가 볼 카운트를 앞서고 있다.

그리고 2구째.

“스윙,”

84.3마일(135.7㎞)의 몸쪽 낮은 코스 컷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하였다.

컷 패스트볼이 84.3마일이라······

음······

0-2. 타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투수에게 절대 유리한 볼 카운트다.

내 생각엔 여기서 빼지 않고 바로 정면승부가 들어올 것 같은데, 루이스는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러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내 예상과는 달리 투수는 72.2마일(116.2㎞)의 낮게 떨어뜨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였고, 거기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가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이제 2사가 되었고, 타석에는 에릭이 들어섰다.

이거 무사 2, 3루에서 결국 무득점인 건가?

그러나

‘따악.’

초구에 바깥쪽 코스의 78.6마일(126.5㎞) 체인지업이 실투로 높게 들어왔고, 강한 땅볼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으면서 주자 두 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적시타가 되었다.

“OK. 좋았어.”

“나이스 배팅.”

더그아웃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제 타순이 한 바퀴 돌아서 해리의 두 번째 타석이다.

류현준으로서는 쉬운 타자인 해리를 여기서 잡아내고 이닝을 끝내야 한다.

만일 해리를 내보내면, 제임스와 나, 마이크를 연달아서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반대로 해리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서 뒤의 중심 타자들에게 이 찬스를 연결해 줘야 한다.

“볼.”

일단 초구는 유인구를 잘 참아냈다.

71.7마일(115.4㎞)의 낮게 떨어뜨린 커브였다.

그리고

‘따악.’

2구는 85.5마일(137.6㎞)의 커터를 건드려서 평범한 투수 땅볼이 나오고야 말았다.

투수가 직접 잡아서 1루에 던져 이닝이 그대로 끝나려던 찰나,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더란 말인가?

투수의 송구가 옆으로 빗나가며 주자가 모두 세이프가 되었다.

류현준의 악송구 실책이었다.

지금은 투수가 저렇게 급하게 쫓기듯 던질 이유가 없었는데, 기껏 투수 땅볼을 잘 유도해 놓고는 악송구 실책으로 인해  이제 1, 2루의 위기에서 중심 타자들과의 승부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제임스가 살아나가기만 하면 류현준과 두 번째 대결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제임스가 부디 살아나가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볼.”

나의 바람대로 제임스는 6구 만에 볼넷을 골라내며 누상에 주자가 꽉 채워졌고, 2사 만루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류현준과 다시 재대결을 하게 됐다.

여기서 그랜드슬램을 때려낸다면, 오늘 경기 5타점이다.

당연히 욕심이 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부를 서둘 생각은 절대로 없다.

지금 쫓기고 급한 쪽은 투수지, 내가 아니다.

내가 굳이 급하게 승부를 할 이유가 없다.

류현준이 모자를 벗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한 번 닦아냈다.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앞 타석에서 홈런을 처맞았던 타자와의 리턴 매치.

당연히 떨리고, 긴장될 만도 하겠지.

지금까지 류현준은 열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초구는 대부분 커브나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를 던졌었다.

그렇다는 건 커브를 낮게 떨어뜨릴 확률이 높다는 건데, 일단 첫 공은 지켜보자.

그리고.

“볼.”

일단 계산대로 진짜로 71.1마일(114.2㎞)의 커브가 낮게 떨어졌다.

커브라는 것을 예상하였으니 궤적과 타이밍을 맞춰서 타격했으면 장타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지켜보지 말고 타격을 할 걸 그랬나 보다.

이다음 공은 뭘 던질지 쉽게 예상이 가질 않는데, 이번 공도 일단 지켜보자.

그리고.

“볼.”

바깥쪽에 존에서 한참 벗어난 87.8마일(141.3㎞)의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잡아당겼으면 바로 담장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밋밋하게 들어왔는데, 아까워라.

그래도 2-0. 일단 유리한 볼 카운트다.

앞 타석에 홈런을 맞은 기억이 있으니 절대로 좋은 공은 주질 않을 거다.

분명 내가 유리하다.

그리고.

‘따악.’

79.2마일(127.5㎞)의 체인지업이 바깥쪽 코스로 다소 높게 들어온 것을 잡아당겼다.

타격하는 순간 나는 배트를 멋있게 집어 던지고, 두 손을 높이 들며 나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타구를 감상하며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타구는 마치 벼락과 같은 속도로 우측 담장을 바로 넘겨 버렸다.

그랜드슬램.  연타석 홈런이었다.

환호하는 우리 쪽 관중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 준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동료들은 격하게 나를 환영해 주었고, 나는

“류현준, 참 쉽군.”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류현준은  1.2이닝 4피안타 7실점 (5자책) 의 처참하고도 망신스러운 기록을 남긴 채 이닝을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하고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후에 상대 팀의 두 번째 투수 오스발도 데메트리오를 상대로 마이크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그렇게 이닝이 종료되었고,

그리고 2회 말 수비에서 게리는 선두 타자 조단 스프링필드에 2루타를 허용하였지만, 이후 조 비넷-오넬키 카스티요 주니어-파블로 차베스 세 타자를 삼진-삼진-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3회 초 공격은 안타깝게도 삼자범퇴로 끝이 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꽤 안정적인 피칭을 한 오스발도 데메트리오였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MLB에서는 자리 잡지 못하고 일본, KBO, 멕시코를 떠돌다가 일찍 은퇴하게 된다.

3회 말 수비에는 게리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존 엘벡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존은 내야 땅볼과 플라이로 2사를 잘 잡아놓고도, 카심 베일리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였고, 이후 겔빈 빅스와 블라디미르 에레로 주니어에게 연속 2루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2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프링필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더 이상의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이 마무리됐고, 별로 좋지 않은 투구내용에 존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라면 메이저리그 생존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4회 초 우리 팀의 공격. 토론토의 세 번째 투수 조지 벨라폰테를 상대로 루이스와 에릭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세 번째 타석부터는 주전 야수 전원이 교체되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이후 최종적으로 경기는 10:5 우리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승리 투수는 게리 콜건, 패전 투수는 류현준, 수훈 선수는 당연히 나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 한국 기레기는 배제한 채 현지 언론과 간단한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 인터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Q: 첫 시범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한 소감은?

- A: 아무래도 첫 경기이다 보니 상대 팀 선발 투수의 몸 상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것 같고, 또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것 같다. 다음에 맞붙을 때는 부디 최상의 몸 상태로 전력을 다해 던져주었으면 좋겠다.

- Q: 배트 플립과 세레모니가 인상적이었는데 위협구가 겁나지 않는가?

- A: 배트 플립으로 상대 팀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팬들이 보고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

- Q: 좋은 활약을 했는데, 어떤가? 끝까지 생존할 것 같은가?

- A: 이제 고작 한 경기를 했다. 나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 지금 메이저리그 로스터 생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 Q: 캠프 합류 첫날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A: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시비를 걸고 폭행을 했다는 호켱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무관한 명백한 허위 주장이고, 호켱과 호켱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한국 매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 Q: 폭행 피해자를 외려 고소한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데?

- A: 폭행 사건과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나의 명예를 훼손한 거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켱은 한국에서부터 그 행실이 대단히 불량했던 선수고,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서 증언해줄 이는 많다. 물론 내가 호켱을 폭행한 게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건 폭력을 사용한 건 분명히 잘못됐으니까.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호켱이 나를 폭행했을 것이고,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로 불가피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 Q: 어찌 되었든 당신의 폭력적인 성향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 A: 우선 나는 폭력을 대단히 혐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누가 먼저 나를 건드리거나, 나를 화나게 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폭력을 사용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은 나를 화나게 하려하고 있다.

***

대단히 모범적이고, 정석적인 답변만 골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지막에는 진짜로 화가 나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고, 다음날인 2월 26일 일요일.

이날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상대 팀으로 홈경기를 치르게 된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T.J. 르몽드 2B

2. 왕태양 DH

3. 제임스 저스티스 RF

4. 마이크 스켈튼 LF

5. 브라이언 게인즈 CF

6. 오스왈도 캄포스 SS

7. 레이 징커슨 3B

8. 앙헬로 푸엔테스 1B

9. 조디 뱀포드 C

P. 도니 클라우드

***

***

1. 앤디 맥코이 LF

2. 키스 로드 1B

3. 브루스 카퍼 RF

4. 아드리안 보이드 3B

5. 안토니오 로사리오 SS

6. 타일러 포드 DH

7. 션 로이스 CF

8. 카일 로젠버그 C

9. 알렉스 페레즈 2B

P. 오스카 페르난데스

***

오늘은 2번으로 전진 배치가 되었다.

상대 팀의 오스카 페르난데스는 필리스가 자랑하는 영건으로, 미래에 사이 영 상을 세 번 수상하는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한다.

최고 구속 99마일(159.3㎞)의 포심 패스트볼과 89마일(143.2㎞)의 파워 커브를 주로 던지는 전형적인 투 피치 투수로, 오히려 지금 상대하기에는 대단히 편한 투수다.

오늘도 경기장에 대단히 많은 관중이 입장했다.

여기 고든 M 스테인하우어 필드의 수용 인원이 11026명인데, 거의 꽉 들어찬 듯 보였다.

관중이 많이 들어오니 확실히 더욱 힘이 난다.

“플레이 볼.”

주심의 힘찬 구령과 함께 원정팀 필리스의 선제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볼.”

“볼.”

“볼.”

“볼.”

❝4구도 빠집니다. 클라우드가 첫 타자 맥코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합니다.❞

첫 타자를 상대하면서부터 도니의 제구가 흔들리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왕년에는 사이 영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투수였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37세, 게다가 부상 경력까지 있던지라 그의 전성기는 이미 완전히 지나간 후였다.

212이닝을 소화하며 9승 18패 3.82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작년 2022시즌이 마지막 불꽃이었고, 2023시즌을 완전히 말아먹다 결국 시즌 도중 웨이버 공시를 당해 쫓겨나는데,

이후 친정 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지만, 끝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지금의 투구는 이번 시즌 몰락의 서두였다.

그리고.

❝아. 두 타자 연속 볼넷이군요.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클라우드입니다. 이제 어려운 타자 카퍼를 누상에 주자가 두 명이 있는 상황에서 상대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두 타자 연속 볼넷이 나오고야 말았다.

무사에 주자 1, 2루. 주자가 득점권에 가 있는 상황에서 현 MLB 최고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인 브루스 카퍼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

과연 도니가 이 어려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볼.”

❝이번에도 초구에 또다시 볼이 들어옵니다. 클라우드의 투심 패스트볼이 전혀 말을 듣고 있지 않습니다.❞

“볼.”

❝파워 커브였지만, 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을 카퍼가 지켜봤습니다. 볼 카운트는 투 볼, 점점 더 어려워지는 클라우드입니다.❞

‘따악.’

❝우익수 뒤로 멀리 뻗어가는 타구입니다. 담장을 넘기느냐!!!! 담장 넘어갔습니다!!! 브루스 카퍼의 선취 스리런홈런, 투 볼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투심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렸고, 카퍼가 이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코어는 3:0. 필리스가 석 점을 앞서갑니다.❞

결국에는 카퍼에게 스리런홈런을 허용하며 선제 실점을 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완전히 빗맞은 타구가 1루수 쪽으로 빠르게 굴러갑니다. 1루수가 잡아서 직접 타자 주자를 아웃시킵니다. 홈런을 맞은 이후 까다로운 타자 아드리안 보이드를 땅볼로 잘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4구. 타격했습니다. 3루수 쪽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강습 타구. 어려운 타구였지만, 3루수가 잘 잡아냅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구. 타일러 포드가 낮은 공에 보기 좋게 속으면서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도니 클라우드가 첫 두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낸 후 브루스 카퍼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세 타자를 깔끔하게 잘 처리해냈습니다.❞

이후에는 다행히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이 종료되었다.

뭐. 석 점 차면, 금방 쫓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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