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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12화 (12/104)

〈 12화 〉 12. 이 자식 진짜로 막나가네? (수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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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 자식 진짜로 막나가네?

《‘학폭 논란’ 왕태양, 이번엔 선배 폭행 파문.》

《김호경, “왕태양으로부터 심한 구타당했다.” 눈물 고백》

《‘깡패’ 왕태양, 이번엔 선배 구타했다.》

《‘김호경 눈빛 마음에 안 든다.’ 왕태양은 폭행했고, 양키스는 은폐했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왕태양, 이번엔 팀 선배 구타.》

《야구인들, “왕태양 MLB 퇴출해야 한목소리.”》

《왕태양은 어떻게 깡패가 됐는가?》

《“깡패 왕태양의 다음 폭행 대상은 누구?” 공포와 불안에 떠는 양키스.》

《폭행 피해자 김호경, 마이너리그 강등에 성난 팬심. 양키스에 등 돌리나?》

《양키스는 어떻게 국민 비호감 팀이 됐는가?》

《폭행 피의자 감싸고도는 양키스에 성난 팬심. ‘No양키스운동’ 시작되나?》

《야구팬들, “왕태양 당장 구속해야.” 한목소리.》

《KBO "왕태양 징계 대상 아냐.“ 선긋기.》

한국 포털 사이트에 기사만 무려 859개가 떴다.

한 건, 한 건, 금융치료를 진행하면 이게 돈이 다 얼마야?

물론 뭐 당연히 합의와 선처는 절대로 없다.

내가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라 나의 명예를 훼손하고, 나를 음해하는 이들이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몇몇 악플러들은 반성문이라고 보내왔는데, 그 반성문이라는 것도,

‘제가 아니라 고양이가 그랬습니다.’

뭐 이 정도야 그냥 애교고,

‘왕태양 선수가 고소해서 이혼당하게 생겼습니다. 악플이 이혼을 당해야 할 만큼 그렇게 큰 죄인가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저 그렇게 큰돈 못 내요. 당신만 잘살겠다고 힘없는 서민 고소하고 그렇게 사실 건가요?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프로 스포츠 선수가 어떻게 팬들에게 이럴 수 있나요? 운동선수면 운동선수답게 행동하세요.’

‘당장 고소 취하하세요. 고소 취하 안 하면 저 죽을 겁니다. 저 죽으면 왕태양 선수가 저를 죽인 살인자 되는 겁니다. 살인자 되고 싶으세요?’

이건 뭐 대체 누가 피해자인 건지······

다시 말하지만, 선처와 합의는 절대 없고, 형사 고소 이후 민사소송까지 진행해서, 다른 사람을 모해하면 인생 망한다는 것을 내가 아주 철저히 보여줄 것이다.

죽을 거라고? 그래. 뒤지라고 해라. 안 말린다. 저런 놈들은 그냥 뒤져주는 게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저런 놈들이 하루에 처먹는 쌀이 얼마나 큰 낭비인가?

그리고 애초에 뒤질 용기가 있었으면 저런 구질구질한 반성문 같지도 않은 반성문으로 유치하게 협박 안 하고, 그냥 조용히 뒤졌겠지.

아. 참고로 김호경이가 한국 기레기한테 뭐라 씨불였는지 아는가?

“나는 고국에서 온 후배가 반가워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태양이가 내가 자길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이 안 든다고, 먼저 대뜸 주먹을 날리는 거다. 이후 심한 구타가 시작됐고, 다른 동료 선수들이 안 말렸다면 나는 맞아 죽었을 것이다.”

정확히 이렇게 씨불였다고 한다.

나 참. 그 현장에 목격자가 몇 명인데, 저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그리고 한국 기레기들은 김호경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그 새끼들도 김호경이가 어떤 놈인지 다 알고, 김호경이의 주장이 개소리라는 것을 다 안다.

그럼에도 김호경이의 주장이 사실인 양 그대로 받아적은 것이다.

애초에 그 새끼들한테 팩트체크 따위야 중요하지 않으니까.

물론 이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소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호경이는 물론이고, 김호경이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놈들 모두 다.

그 와중에 몇몇 매체는 그러한 기사를 자사의 미국 지사에까지 게재하는 패기를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미국 법원에서도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단 미국은 명예훼손을 중범죄로 취급하고, 특히 언론 같은 경우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서 명예훼손 소송에 들어가는 금액이 한국하고 차원이 다르다.

한국 판레기처럼 전관 변호사 쓴다고 봐주고 그런 거도 없다.

그래서 그 소송 액수는 무려 1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다.

그것들이 배상 능력이 있건, 없건 그런 건 내가 고려할 이유가 없고, 법원에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 말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모해하고,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미국 매체, 특히 1회차 때부터 계속 거슬렸던 뉴욕의 황색 찌라시들도 김호경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어 보도했다면, 나야 더 좋지만, 안타깝게도 얘네들은 김호경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지는 않았다.

다만 뭐 무슨 내 멘탈이 어쩌니 저쩌니하면서, 나를 쫓아내라고 아주 생난리를 치고 있다.

물론 그런 거에 나는 눈 하나 깜빡 안 하지만. 브랜던이랑 지미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레딧 같은 여기 현지 포럼이나 SNS상에서도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온단다.

***

@ILoveYankees

태양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야? 그냥 유망주인데, 이토록 감싸주는 건 오버 아닌가?

@IamJohnnyTroup

태양이 뛰어난 유망주는 맞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지. 팀 케미를 해치면 태양이 아니라 태양의 할아버지라도 쳐내는 게 맞아.

@BillyFowler

한국인들은 선후배 관계를 엄격하게 따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선배를 때렸다고?

@GeorgeCatlett

@BillyFowler님에게 보내는 답글

태양이 그만큼 정상이 아니라는 거겠지.

@JohnnyBrown

@BillyFowler님에게 보내는 답글

태양은 한국인이 아니잖아.

@YankeesLove

그런데 호켱이 누구?

@YankeesFan

@YankeesLove님에게 보내는 답글

너 우리 팀 팬 맞아? 아무리 호켱이 잊혀진, 실패한 유망주라지만 어떻게 호켱을 모를 수가 있어?

@YankeesLove

@YankeesFan님에게 보내는 답글

그런 미미한 선수까지 꼭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음?

@GusGlitner

@YankeesLove님에게 보내는 답글

맙소사. 너의 발언은 오로지 메이저리그만을 꿈꾸며 마이너리그에서 궂은 땀을 흘리는 수많은 유망주를 모욕하는 발언이야. 당장 사과해.

@YankeesLove

@GusGlitner님에게 보내는 답글

응. 다음 프로 불편러.

@RedSoxForever

ㅋㅋㅋㅋㅋ. 양키스가 데려오는 선수가 다 그렇지 뭐.

@ILoveYankees

@RedSoxForever님에게 보내는 답글

응. 병먹금.

@KoreanPride

여러분 태양은 일본인입니다.

@SoulOfPhoenix

@KoreanPride님에게 보내는 답글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

@NedFlynn

태양, 걔, 한국에서도 폭력으로 야구 못하게 돼서 미국 온 거 아니었어? 그런데도 또 사고를 쳤다고?

@ILoveYankees

아무튼 태양을 영입한 건 리치먼의 큰 실수고, 이는 잘못된 영입이야.

@YankeesFan

@ILoveYankees님에게 보내는 답글

나도 너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실력은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았고, 벌써부터 문제만 일으키는 선수는 필요 없어.

@YankeesLove

@YankeesFan님께 보내는 답글

너희들 말은 앞뒤가 안 맞잖아.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았다면서, 어떻게 이 영입이 잘못된 영입인지 확신하지?

@EddieKane

나는 태양의 실력은 분명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문제는 성격 아닐까?

***

모 축구 감독은 오늘도 그렇게 1승을 적립했다.

다시 말하지만, 누가 뭐라고 떠들 건 신경 쓸 필요 없고, 나는 그냥 내 할 일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여론이야 뭐 안 좋아졌다가도,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또 좋았다가도 금방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나는 야구 선수고, 야구 선수는 야구로 말하면 그만이다.

아무튼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드디어 오늘로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뭐 익히 알다시피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열다섯 팀은 애리조나 지역에다가 스프링캠프를 차렸고, 우리 팀을 포함한 다른 열다섯 팀은 플로리다 지역에다가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시범경기도 애리조나 지역의 팀들은 애리조나 지역의 팀들끼리 선인장리그(캑터스리그)를 치르고, 플로리다 지역의 팀들은 플로리다 지역의 팀들끼리 자몽리그(그레이프프루트리그)를 치른다.

자몽리그에 속한 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이애미 말린스, 미네소타 트윈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탬파베이 레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워싱턴 내셔널스. 이상 열다섯 팀인데,

당연하겠지만, 주로 동부지방에 속한 팀이 플로리다에다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팀 양키스가 저 열네 팀과 모두 대결하는 건 아니고, 속한 해안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대서양 해안 지역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들은 대서양 해안 지역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들끼리 대결하고, 그렇지 않은 팀들은 그렇지 않은 팀들끼리 주로 대결한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는 같은 자몽리그에 속해 있지만, 시범경기에서는 맞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자몽리그에서도 서브웨이 시리즈가 열린다면 흥행 수입에 대단히 큰 보탬이 될 텐데, 참 멍청하지 않은가?

어쨌건 오늘 2월 25일. 시범경기의 첫 상대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였고, 토론토가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더네딘의 TD 볼파크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된다.

탬파에서 더네딘까지는 자동차로 35분 거리에 있다.

경기는 오후 1시에 시작이 되는데, 우리는 오전 12시에 TD볼파크에 도착했다.

경기장에 한국 기레기 몇 명이 얼쩡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양키스의 홈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기레기를 출입 금지 시킬 수 없다.

더군다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한국인 투수 류현준이 에이스로 활약하는 팀이다.

자연 한국 기레기가 더 붐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놈들은 지금 류현준과 시덥잖은 잡담이나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나는 웜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류현준과 잡담을 나누던 기레기 중 어떤 놈이 나한테로 쫄랑쫄랑 오더니 대뜸 이렇게 씨불이는 거다.

“저기 류현준 선수 안 보여? 선배를 보고도 인사도 안 해?”

아무래도 겁을 완전히 상실한 놈 같다.

바로 싸대기를 한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참으며 조용히 말했다.

“한대 처맞고 꺼질래, 아니면 그냥 조용히 꺼질래?”

여기서 반말을 한 건 저놈이 먼저 나한테 반말을 했기 때문에 똑같이 반말을 한 거다.

한국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이 있다.

“이 자식 진짜로 막나가네?”

“그러니까 이 씨발놈아. 그 막나가는 자식한테 한 번 뒤지도록 처맞고 싶냐?”

나는 욕을 안 하고, 진짜 바른 말 고운 말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또 나는 폭력을 대단히 혐오하는 평화주의자인데, 어이하여 나를 이토록 시험에 들게 만든단 말인가?

“아니, 욕은 하지 말고······”

내 표정을 보더니 이놈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황급히 원래 있던 자리로 허겁지겁 돌아갔다.

여기서 더 깝죽댔다가는 진짜로 처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겠지.

“뭐야? 또 무슨 일이야? 저 사람은 한국 기자 같은데, 왜 그러는 건데?”

내 근처에서 웜업을 하던 게리가 다가와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충고하겠는데, 언론과 그렇게 틀어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좀 사이좋게 지내지 그래.”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요.”

“뭐. 내 생각이 그렇다고. 네 마음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게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게리는 한국의 기레기가 어떤 종자들인지 몰라서 이런 속편한 소리를 하는 거다.

저것들을 착하게 대해주고, 저것들과 사이좋게 지낸다고 해서 저것들이 나에 대한 허위 보도를 안 할 것 같은가?

절대로 아니다.

어쨌건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1. 해리 코니즈 2B

2. 제임스 저스티스 RF

3. 왕태양 DH

4. 마이크 스켈튼 LF

5. 오스왈도 캄포스 SS

6. 카를로스 오테로 CF

7. 케빈 사네즈 C

8. 루이스 카루소 3B

9. 에릭 빈스 1B

P. 게리 콜건

***

***

1. 카심 베일리 SS

2. 캘빈 빅스 2B

3. 블라디미르 에레로 주니어 1B

4. 조단 스프링필드 RF

5. 조 비넷 3B

6. 오넬키 카스티요 주니어 LF

7. 파블로 차베스 DH

8. 커크 홀리데이 C

9. 케니 샌더스 CF

P. 류현준

***

게리 콜건과 류현준, 양팀의 에이스의 맞대결이었는데,

카를로스와 루이스, 에릭은 현재 양키스 팜이 자랑하는 특급 유망주들이다.

그러나 카를로스를 제외한 이들은 이후에 모두 안타깝게도 트레이드되고야 만다.

어쨌건 나는 3번 지명타자로 당당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봐도 구단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플레이볼.”

주심의 구호와 함께 드디어 경기가 개시됐다.

경기장 관중석의 절반 정도가 꽉 찬 것 같은데, 이 TD 볼파크의 수용 인원이 약 8500명이니까, 대략 4000명 정도의 관중이 입장했다는 이야기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비인기 팀이고, 또 이 더네딘이라는 도시의 인구가 약 35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엄청 많은 관중이 들어온 거다.

사실상 플로리다 주와 피닉스 주의 이런 소도시들로서는 MLB 팀의 스프링캠프로 인한 관광 수익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다.

일단 우리 팀의 첫 타자 해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해리는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 그러니까 투수와 포수를 뺀 모든 포지션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솔직히 그 타격 능력은 평균, 혹은 평균에서 약간 아래인,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틸리티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어쨌건 메이저리그서 10년 이상은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나는 해리에게 출루는 뭐 일단 기대를 전혀 안 하고, 가능하면 류현준의 공을 오래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나는 1회차 때 류현준이라는 투수를 직접 상대해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메이저리그 풀타임으로 첫 시즌을 소화한 2026시즌에 류현준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없었기 때문이다.

2024시즌부터 류현준은 본격적인 에이징 커브가 시작되며 내리막길을 탔고, 결국 2025시즌을 끝으로 KBO에 복귀하여 두 시즌을 뛴 후 은퇴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번 시즌의 류현준은 사실상 마지막 불꽃이었다.

“스윙.”

아무튼 일단 초구는 78.9마일(127㎞)의 서클 체인지업에 멍청하게도 타이밍을 완전히 뺏기며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확실히 류현준이라는 투수는 일단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피치 터널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까다로운 투수고, 영리하게 경기 운영을 할 줄 아는 똑똑한 투수다.

분명 좋은 투수고, 해리로서는 당연히 상대하기 벅찬 투수였다.

아마 지금 해리는

‘내가 겨우 저따위 배팅볼에 헛스윙했다고?’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다.

지금 표정이 딱 그러니까.

거기에서 바로 함정이 시작되는 거다.

“스윙.”

2구는 85.1마일(137㎞)의 낮게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에 또다시 보기 좋게 속으며 헛스윙을 했다.

확실히 타자의 시야에서 보면 류현준은 모든 구종이 똑같아 보이기에 구종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이 말이 무엇이냐면, 타자가 투수를 공략하면서 하나의 노림수를 확실하게 가져가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일단 내 생각엔 지금은 체인지업으로 다시 타이밍을 뺏으려 들 것 같은데, 과연?

“볼.”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87.6마일(141㎞)의 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스로 빠졌다.

하긴. 저 정도 되는 투수가 그렇게 단조로운 패턴으로 승부를 가져갈 리가 없지.

그렇다면 이번이 다시 체인지업 타이밍이라는 건가?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예상대로 79.3마일(127.6㎞)의 체인지업이었고, 해리는 또다시 타이밍을 완전히 뺏긴 채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봐. 태양, 조심하라고. 절대로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공이야.“

해리는 대기 타석에 서 있는 나에게 이와 같은 감상을 남기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제임스였다.

일단 생각을 해보자.

상대 투수는 내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큰 키와 긴 팔을 보고 아마도 바깥쪽보다는 안쪽 승부를 택할 것이다.

키가 크고, 팔이 길면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데 그만큼 유리하니까.

또, 분명 체인지업이나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려 할 것이다.

문제는 어느 구종을 던지건 릴리스 포인트가 거의 일정하다 보니 그 궤적과 구종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류현준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은 확실히 없다.

그냥 내 본능과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타자가 타석에서 시속 145㎞ 정도 되는 공을 때린다고 가정해보자.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0.4초다.

여기에 타자가 스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0.15초 정도라고 할 때, 타자에게 남은 시간은 0.25초,

게다가 타자의 눈이 공을 보고 뇌에 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1초 정도.

결국 타자는 0.15초라는 그 찰나의 시간 안에 그 공을 때려낼 것인지, 볼 것인지, 그리고 그 공이 어떤 코스로 어떤 구질로 들어올 것인지를 전부 판단하고 그에 대처해야 한다.

그렇기에 타격이라는 것은 불가능을 극복하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을 어떻게 치느냐보다 결국 더 중요한 문제는 공을 얼마나 잘 보느냐.

더 정확히 말하면 공을 얼마나 잘 판단하느냐이다.

눈으로 공을 보려 해서는 안 되고, 감각적으로 느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그 감각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딱 질색하고, 또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도 맞지 않는다.

그냥 내 본능이 움직이는 대로 하면 그만이다.

‘따악.’

그러는 동안 제임스는 류현준의 6구를 건드렸고, 내야 높이 뜬 공을 유격수가 잡아내면서 유격수 플라이가 되었다.

제임스 정도 파워를 가지고 있는 타자가 77.8마일(125.2㎞)의 체인지업을 건드렸는데, 내야 플라이가 나왔다?

그건 저 체인지업이 배팅볼 수준이 아니라, 꽤 괜찮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하기야, 체인지업은 류현준이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주무기였다.

어쨌건 2사에 주자는 없고, 드디어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내 앞에 주자가 있었어야 했는데, 주자가 없는 것이 안타깝군.

류현준이가 왼손 투수니까 나는 일단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다시 말하지만 구종과 궤적을 파악하려 해선 안 되고, 예측을 해야 한다.

앞에서 했던 추론에 의하면 몸쪽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들어올 확률이 높다.

즉 굳이 건들 필요가 없는 공이라는 거다.

따라서 초구는 일단 지켜본다.

그래서.

“볼.”

과연 예측대로였다.

체인지업이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며 존에서 비껴갔고, 참아내며 볼이 되었다.

볼 카운트는 1-0. 일단 앞서 나간다.

음······

이제 과연 어떤 공이 올까?

“타임.”

일단 여기서 한 번 끊고 가자.

“뭐야? 왜 타임이야?”

토론토의 포수 커크 홀리데이가 짜증을 냈다.

“투수가 좀 뜸을 들이는 것 같아서.”

당연한 말이지만, 방금의 타임은 투수의 투구 밸런스를 흔들 의도였다.

“흥. 그런 얕은수에 현준이 흔들릴 것 같냐?”

“글쎄?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음······

뭐. 좋아. 쉽게 생각하자.

이번에는 초구와 같은 코스로 컷 패스트볼이 들어올 거다.

설마 류현준 같은 투수가 그렇게 단순하게 볼 배합을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함정이다.

그리고.

‘따악.’

예상대로 몸쪽 낮은 코스로 커터가 떨어졌고, 그 궤적을 정확히 예상했던 나는 잡아당겨 배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히었고, 타구는 그대로 좌측으로 멀리 뻗어 나갔다.

맞는 순간부터 좌익수가 아예 포기해 버릴 정도의 큰 타구.

그대로 담장을 완전히 넘겨 버렸다.

나의 승리다.

나는 당당하고도 멋있게 배트를 내던지며 두 손을 번쩍 들었고, 이후에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게 다이아몬드를 돌며 나의 승리를 잔뜩 만끽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 배트 플립이 금기시되어 있지만, 1회차 때의 나는 예외였다.

내가 아무리 배트 플립을 해도 그 누구도 나에게 빈볼을 던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겁을 완전히 상실한 놈이 나에게 감히 빈볼을 던지겠는가?

물론 그 겁쟁이들은 내게는 감히 빈볼을 던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주제에 비겁하게도 내 동료들을 대신 맞췄다.

그러면서도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해서 내가 뛰쳐나가면, 도망치거나 떼로 덤빈다.

그러니 내가 그놈들을 겁쟁이들이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그 겁쟁이들을 위해 이 노래를 한 번 불러본다.

♬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자신 있게 못하는 늘 숨어만 있는

나는 겁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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