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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천재가 마력을 얻어 회귀하면 생기는 일-9화 (9/104)

〈 9화 〉 9. 슈퍼스타가 아니라 슈퍼 또라이겠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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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슈퍼스타가 아니라 슈퍼 또라이겠지.

캐치 훈련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감독인 아담 쿤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계속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스프링캠프 첫날, 팀 합류 첫날부터 대형 사고를 친 루키 태양 왕 때문이었다.

호켱 킴은 결국 병원에 갔다. 치아 다섯 개가 부러진 건 그렇다고 쳐도, 턱뼈가 나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폭력 때문에 영구제명 됐다더니, 역시나 바로 문제를 일으키는군. 이건 뭐 알버트 벨도 아니고.’

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버트 벨.

1990년대를 풍미하였던 희대의 싸움꾼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악동.

알버트 벨이 현역에서 은퇴한 지도 이미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알버트 벨의 악명은 여전했다.

아담 쿤은 성질 더러운 루키를 보며 그 악명 높은 알버트 벨을 떠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제2의 알버트 벨은 지금 캐치를 하는데, 공을 받는 파트너인 훌리오 팔라시오스가 버거워할 정도로 전력을 다해 강한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는 계속 저러다가 제2의 알버트 벨이 다치건, 훌리오가 다치건, 무슨 사달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이봐. 키스, 저거 당장 중지 시켜. 저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다치려고 환장한 거야?”

보다 못해 결국 옆에 서있던 투수코치 키스 케틀러에게 지시했다.

키스는 태양 왕에게 다가갔고, 태양과 훌리오의 캐치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리고 태양과 키스가 뭔가 대화를 나눈 후 캐치가 재개 되었다.

“뭐야? 멈추라고 했잖아. 왜 다시 하는 건데?”

“전력을 다해 던진 게 아니라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쿤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건 뭐 감독의 지시에 대놓고 항명을 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담. 내 생각엔 태양이 훌리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태양의 파트너를 바꿔주는 게 어떨까?”

키스는 조금 전, 훌리오가 고자질을 할 때 태양이 훌리오를 쳐다보던 표정을 떠올렸다.

사실 그때 키스는 훌리오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대번에 간파했었다.

키스는 2016년에 당시 양키스 산하 쇼트A팀이었던 스태튼 아일랜드 양키스의 투수코치로 호켱을 잠시 지도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 호켱이 팀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태양이 호켱한테 먼저 시비를 건 것이 아니라 분명히 호켱이 태양한테 먼저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태양으로서는 훌리오가 사실을 왜곡하여 자신을 모함하니 훌리오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뭐?”

그러나 쿤은 태양이 훌리오를 쳐다보던 그 표정을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에, 태양이 훌리오에 감정이 상했다는 것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

“조금 전에 훌리오가 자네한테 거짓말을 했을 때 태양이 훌리오를 쳐다보던 표정이 무섭더군.”

“거짓말이라니?”

키스는 호켱을 직접 겪어 봐서 훌리오의 말이 거짓말임을 대번에 간파할 수 있었지만, 쿤은 아니었다.

감독인 그가 마이너 선수까지 직접 챙기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마이너 선수가 특급 유망주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호켱은 폭력으로 잦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만 빼면 팀에서 그 존재조차도 미미한 실패한 3류 선수일 뿐이다.

애초에 그가 왜 이번 스프링캠프에 초청되었는지조차 미스터리였다.

“내가 2016년에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었을 때 호켱을 직접 겪어봐서 아는데, 태양이 호켱한테 먼저 시비를 걸었다? 분명한 개소리야. 호켱 놈은 그때도 팀원들한테 사소한 이유로 먼저 시비를 걸고, 항상 문제를 일으켰었지. 분명 태양이 루키라고 만만히 보고 시비를 걸다가 맞은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태양이 훌리오한테 보복하려고 일부러 저런다는 이야기인가?”

그 말에 쿤으로서는 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응.”

“아니.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저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어쨌건, 또 무슨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바꿔주고, 훌리오를 가능하면 태양과 멀리 떨어뜨려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 생각엔 게리가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쳇. 마음대로 해. 투수 파트는 어쨌건 무조건 네놈 책임이니까, 나한테 물어볼 거 있냐.”

결국 키스의 의견대로 태양의 파트너를 게리로 바꿨다.

그러자 언제 그렇게 세게 던졌냐는 듯, 지금은 그냥 설렁설렁, 대충 던지는 것으로 보였다.

“허. 참. 저놈, 확실히 보통 또라이가 아니군.”

그 꼴을 보며 쿤은 혀를 끌끌 찼다.

“확실히 재미있는 캐릭터긴 하군. 앞으로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아.”

쿤과 달리 키스는 실실 웃었다.

“그런데, 저놈, 지금은 오른손으로 던지는데, 진짜 스위치 피처라는 건가?”

물론 쿤도 스위치 피처, 스위치 히터로 투웨이에 도전하겠다는 태양의 당당한 인터뷰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구단으로부터도 이미 언질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그냥 단순히 허언으로 치부하고 넘겼었는데, 뜻밖에도 진짜로 태양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게 아닌가.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또라이를 어떻게 제어한단 말인가? 이건 뭐 전혀 답이 안 나오는군.’

그는 진지하게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키스의 눈치 없는 말은 그의 신경을 더욱 건드렸다.

“이봐. 아담. 내가 장담하지. 저 녀석은 확실히 슈퍼스타가 될 테니까 두고 보라고.”

“슈퍼스타가 아니라 슈퍼 또라이겠지.”

키스의 확신에 쿤은 코웃음으로 화답했다.

“저놈은 분명히 우리 팀 케미를 심각하게 망칠 테니까, 어디 두고 보라고.”

쿤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극언까지 퍼부었다.

“이런. 태양은 첫날부터 우리 감독에게 단단히 찍혀버린 것인가? 이러면 곤란한데.”

그 익숙한 음성에 쿤과 케틀러가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는 몰라도 단장인 리치먼이 그들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언제 왔어요?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놀라잖아요.”

“왜? 내 욕이라도 했어?”

“막 하려던 참입니다.”

나이 차이가 여섯 살이나 난다고 해도 이들은 서로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다.

“그래. 미친개는 어떻다고 하던가?”

리치먼도 태양이 호켱을 폭행했다는 보도를 받았지만, 그냥 가벼운 충돌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치아 다섯 개가 나갔고, 턱뼈가 나간 것 같다고 병원에 갔어요.”

“아니, 대체 얼마나 때렸으면 턱뼈가 나가? 그리고 그 지경까지 때릴 동안 다른 선수들은 그냥 구경하고 응원하고 있었다는 거야?”

쿤의 대답은 리치먼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케틀러의 대답은 리치먼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딱 한 대에 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 대 때렸는데, 치아 다섯 개랑 턱뼈가 나갔다고? 아니. 태양의 펀치가 핵펀치라도 되나?”

“못 믿겠으면 직접 한 번 맞아보시던가요.”

심각한 분위기에도 시답잖은 농담이 나왔다.

“보나마나 미친개가 먼저 시비를 걸었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리치먼과 키스는 호켱이 태양에게 맞은 것을 내심 통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브랜던, 제 생각엔 아무래도 크게 실수하신 것 같아요. 태양의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태양은 분명 팀 케미에 악영향만 줄 겁니다. 이 영입은 실패한 영입이에요.”

아무래도 태양은 첫날부터 감독에게 단단히 찍힌 것 같았다.

“태양의 성격이 좀 거칠어 보이기는 하지만, 첫날부터 그렇게 확단하기는 이르지. 우리가 잘 케어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야. 일단 태양한테는 벌금을 물릴 거고 밖에 오늘 일이 새어나가지 않게 선수들 입단속이나 단단히 시켜. 특히 호켱이 걱정이군. 벌써 한국 기자들한테 떠벌리기나 한 건 아닌지. 태양이 한국 기자들하고 사이가 대단히 좋지 않은 것 같던데, 신나서들 떠들 거 아닌가.”

리치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저는 감독으로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설령 게리나 아구스틴, 마이크, 제임스, 그 누구라 하여도 절대로 용납 못 합니다.”

마이크 스켈튼과 제임스 저스티스는 현재 양키스를 대표하는 간판타자였고, 특히 제임스 저스티스는 몇 시즌 째 구단 유니폼 판매량 1위를 독점할 정도로, 뉴욕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태양을 내쳐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태양을 바로 내친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쿤도 그 사실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하는 거는, 단장이 태양만 싸고돌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아담과는 좀 다릅니다. 태양이 다소 다혈질적인 면이 있는 것 같지만, 호켱과 훌리오을 빼면, 현재 소집된 모든 선수와 아무 문제  없이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절대로 팀 케미를 해칠 선수는 아니에요.”

그런 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스 케틀러는 태양에게 우호적이었고, 태양을 변호하고 있었다.

“첫날이니까 일단 지켜보자고. 이것 참. 모처럼 아주 재미있는 선수를 영입한 것 같군.”

확실히 브랜던과 키스는 태양의 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브랜던의 말에 아담은 울컥했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지금 저 또라이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은데, 뭐? 재미있다고? 자기 일 아니라고 말을 막 하는군.’

물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라도 이 말을 입 밖에 내서는 절대로 안 됐다.

**********

그렇게 탈이 많았던 첫날 훈련이 드디어 종료됐다.

아담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나는 아담에게 단단히 찍힌 것 같다.

사실 1회차 때는 아담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2023시즌을 마치고 아담이 경질됐기 때문이다.

202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PS 탈락, 특히 2022, 2023 두 시즌은 아메리카 리그 15개 팀 중 15위, MLB 30팀 중 30위.

명문 양키스가 무려 두 시즌 연속이나 압도적인 꼴찌라는 치욕을 당했는데, 감독의 목이 멀쩡할 리가 있겠는가.

양키스 역사에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었다.

물론 2회차인 지금은 내가 그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이번 시즌 꼴찌를 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PS 진출,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내가 가능하게 만들 것이니까.

단, 이는 아담이 나를 배척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고, 만일 그가 나를 배척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역사 그대로 아담은 양키스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영원히 기록에 남게 된다.

과연 아담은 내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줄 수 있는 구세주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나는 신이다.

신을 믿는다면 구원을 얻으리라.

아.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니까, 또 내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된 것 같군.

뭐 아무튼 허약한 김호경이는 겨우 그거 한 대 처맞았다고 턱뼈가 나갔단다.

진짜로 턱뼈가 나갔는지, 꾀병을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바로 한국 기레기에게 고자질을 할 줄 알았건만, 구단의 주의를 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은 조용하다.

그러나 김호경이가 소문을 내던, 어쩌건, 이 일은 반드시 밖으로 새어 나갈 수밖에 없고, 한국에선 또 신났다고 나를 아주 물어뜯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뭐 그런다고 내가 눈이나 깜빡하겠나.

오히려 김호경이만 미국 생활을 1년 일찍 끝내는 거지.

내가 아는 브랜던 아저씨라면 아마 분명히 김호경을 내보낼걸?

어차피 김호경이야 팀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내보내도 그만인 실패한 유망주니까, 나랑 김호경 중 한 명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나를 선택하겠지.

한국 같으면 뭐 여론 상, 정서상 그러질 못하겠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고, MLB는 철저한 비즈니스로 움직이는 곳이다.

뭐? 나를 야구 못하게 만들겠다고?

미국에서 야구를 못 하게 되는 건 내가 아니라 김호경이다.

그러게 허약한 찐따 주제에 왜 조용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성질을 건드려서는······

그 허약한 놈이 대체 나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고 있었으면 감히 겁도 없이 그랬을까?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군.

아무튼 이제 저녁에 게리와 함께 밖에서 식사하기로 약속이 됐는데,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침대에 편히 누워 유튜브 동영상이나 보며 시간을 때우려던 참인데, 마침 지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 브랜던이 지미에게 연락을 한 모양이지?

“이봐. 태양, 너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별일 아니에요. 그냥 팀 동료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작은 다툼이 있었을 뿐이라고요.”

“턱뼈를 부러뜨리고, 이 다섯 개를 나가도록 때린 게 작은 다툼이라고?”

솔직히 그놈이 허약해서 한 대 맞고 그렇게 된 건데,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나.

“뭐. 좋아. 태양, 나는 네 에이전트고,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그것만 알아줘.”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럼요. 당연하죠.”

“호켱의 에이전트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쪽에서는 고소한다는군.”

먼저 시비 걸다가 처맞아 놓고 고소 타령을 한다고?

인간이 어쩜 저렇게까지 추할 수 있을까?

“하라고 하세요. 고소하면 브랜던이 분명 가만 안 있겠죠.”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가능하면 그냥 좋은 쪽으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

“어떻게요?”

“네가 먼저 사과를 하고, 치료비를 물어주는 선이면, 괜찮을 것 같아. 호켱의 에이전트도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것 같은 눈치고.”

김호경이가 자기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이전트로서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 김호경에게 손해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기에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거겠지.

“글쎄요? 사과는 그쪽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쪽이 먼저 나한테 시비를 걸었으니까요.”

나야 아쉬울 게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건 상관없다.

대체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가?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쪽은 나다.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법적인 문제는 일단 나에게 전부 맡기고, 너는 야구에만 집중하면 돼.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이 이상 다른 사고는 절대로 치면 안 돼.”

“알았어요. 그럼 부탁할게요. 지미.”

그러고 전화를 끊었다.

김호경이가 고소하건 말건, 이제 지미가 알아서 더 해결할 테니, 나는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지미에게서 온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한국에 있는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너 이놈아.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지미가 고자질을 했는지, 브랜던이 고자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사하게 아빠한테 까지 고자질을 하다니······

“이 아빠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미국에 싸움하러 갔냐?”

“아니. 아빠 싸운 게 아니고······”

나는 아빠한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조용히 좀 살자. 이 아빠가 어려운 부탁하는 것도 아니잖아.”

“알았어.”

이렇게 그냥 간단한 말과 안부 인사만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몇 시간 후에 약속 시간이 됐다.

게리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번스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탬파에선 대단히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전문점이었다.

무려 1956년에 처음 영업을 시작하여 올해로 정확히 67년째를 맞이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어때? 스테이크가 아주 죽이지? 장담하는데 미국에서 여기보다 스테이크가 괜찮은 집은 아마 없을 거야.”

게리는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물론 나도 게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게리는 당연히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거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집은 1회차 때도 내 단골이었다.

탬파에 오면 무조건 꼭 한 번은 들렀었다.

“그러네요. 오늘 초대 고마워요. 게리.”

“천만의 말씀. 미래의 슈퍼스타를 모시게 돼서 내가 영광이지.”

게리는 사람이 참 좋다.

1회차 때도 정말 가까이, 친하게 지냈었는데, 이번에도 친하게 지내야겠다.

“그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첫날의 소감은 어땠어?”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야구는 뭐 어디나 다 똑같죠.”

“누가 같은 나라 사람 아니랄까봐, 내 친구 정오 캉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정오는 요새 잘 지내지?”

강정오.

KBO에서 MLB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로,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 가장 뛰어난 파워 툴을 가졌을 거다.

하지만 그럼 뭐 하는가?

음주운전을 무려 3회나 한 범죄자인 것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뭐 알아서 잘 살겠죠. 그리고 저 한국인 아니라 미국인이거든요.”

그렇다. 나는 미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정오가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최고의 파워툴을 가졌었다고 말한 거다.

“그래도 한국에서 살았었잖아.”

“뭐 그야 그렇죠.”

일단 내가 한국에서 살았던 건 확실한 팩트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리지널 한국 분이 맞으시니까.

“그래. 대체 어쩌다 야구를 하게 됐어? 그 체격이면 농구가 더 잘 어울렸을 텐데, 아니면 호켱을 때릴 때 보니까 격투기 쪽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고.”

“그냥 재미있어서요.”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키가 180㎝를 넘겼었고, 운동능력도 뛰어났었는데, 그럼에도 전에도 말했지만, 아빠는 내가 운동을 하는 것을, 야구를 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야구 선수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또 한국 야구의 기존 기득권 적폐 세력들이 얼마나 노답인지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인데, 내가 워낙 야구를 잘했고, 또 야구를 재밌어하니까 결국 내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빠는 한국 야구의 기존 기득권, 적폐 세력들한테 단단히 찍혀 있었다.

아빠는 고교 시절 3년 내내 심각한 혹사를 당한 상태에서 청소년 대표팀에 소집되어서 1998년 아시안 U-18 야구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아빠는 첫 경기인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서 12이닝 완봉승을 거둔 후, 그다음 날인 일본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어깨 통증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전날 12이닝을 던졌음에도, 아빠는 5이닝 퍼펙트를 이어갔지만, 더는 공을 던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자진 강판을 요청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빠가 마운드에서 내려온 이후 한국 대표팀은 대거 10실점을 했고, 그렇게 일본전에서 13:5로 역전패를 당하고야 말았다.

그러자 당시 대표팀 감독인 홍민걸과 KBA는 그 패배의 책임을 아빠의 탓으로 돌렸다.

아빠가 MLB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고의적인 태업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 시점에 아빠가 LA 다저스와 계약을 완료했었던 건 맞지만, 그때 아빠는 어깨를 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안고 있었고, 나중에는 두 번의 어깨 수술을 하게 된다.

KBA는 아빠가 고의적인 태업으로 팀 분위기를 해쳤다며 무기한 자격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한국의 아마야구, 그리고 대표팀에서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아빠한테는 아무 의미 없는 징계지만,

어쨌건 그만큼 KBA, KBO라는 부패 집단이 답이 없는 집단이라는 이야기다.

나 역시 아빠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KBA로부터 알게 모르게 많은 박해와 불이익을 받았었다.

박용철, 홍민걸, 아빠의 커리어를 완전히 작살낸 그 두 죽일 놈들이 지금까지도 아마야구 현장에 있으니 말 다한 거 아니겠는가.

물론 뭐 이런 이야기까지야 게리한테 해줄 이유는 없다.

“그게 다야? 뭐 특별한 다른 스토리는 없어?”

“없어요.”

“뭐. 아무튼. 오늘 참 대단했어. 그런데 오늘 일로 아담한테 단단히 찍힌 것 같은데, 한동안 조심해야 할 거야.”

“뭐 언젠가는 풀어지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뭐 다행이고. 겪어보면 알겠지만, 아담도 참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리더야.

사실 아담이 비록 무능하긴 해도 선수들에게는 이미 깊은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러니 2022시즌에 꼴찌를 했음에도 유임됐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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