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Chapter 21. 이길 때는 확실하게 이겨야 하는 이유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21. 이길 때는 확실하게 이겨야 하는 이유 (3)
#1 탑독이 되어야 하는 이유
내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선발 등판 후 이틀 쉬고 삼일째에 공을 던지는 것은 내가 있던 시대에는 ‘엄청나게 관리’받는 일이었다.
시즌에 평균 50경기는 기본적으로 출장했던 나인데 부상도 없이 등판일을 한번 건너뛰게 되자 몸에서 곰팡이가 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다음경기 말아먹으면 코치님이 등판을 안 시켜줘서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다고 인터뷰 해야지.”
한영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미친놈인가?’
한영명이 생각하기에 사이영은 ‘정상’이 아니었다.
보통 선발투수들이 한해에 부상이 없다는 가정하에 30경기에서 31경기까지 등판을 하게 된다.
물론 이조차 KBO의 특성상 우천 취소 같은 경우로 등판 일정이 밀렸을 때 가능한 수치로 에이스 투수 정도만이 한해에 겨우 30경기를 소화한다는 뜻이었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25경기에서 28경기 정도를 소화하면 솔리드한 선발로 본다.
그리고 한해에 30경기 이상 등판하는 투수들에게는 혹사논란이 꼭 따라붙는다.
용병들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토종선발투수들에게는 혹사논란이 생기면 위험해 진다.
대한민국의 언론과 야구팬들이 달라붙어서 구단과 감독 그리고 코칭스테프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아름다운 문화가 만연해 있었기에 사이영같은 초특급 유망주에게 혹사논란이 생기는 순간 구단은 난리가 난다.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프로의 한해는 정말 길다. 지금 나를 볶을 힘 조차 비축해서 9월 10월에 써야 할거야.”
하, 누구를 루키로 보시나? 아, 나 루키가 맞구나.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한번 써보시라니까요? 제가 이번에 리카온즌지 리어카즌지 스윕으로 깔끔하게 잡고가면 시즌 초반부터 탑톡이 될 수 있잖아요.”
시즌 초반부터 탑독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야구에서 선발 투수는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해당 경기뿐만아니라 다음경기까지 타자들의 컨디션을 망칠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을 증명한다.
만약 내가 1선발로 던지지 않았다면 병민 선배는 공룡녀석들에게 된통 당했을지도 모른다.
160~170에 가까운 내 공을 보다가 병민 선배의 똥볼을 보면 타자들은 ‘어라? 생각보다 쉬울지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런 얼빠진 녀석들에게 맞을 만큼 나는 병민선배를 어설프게 키우지 않았다.
당연히 타격감이 엉망이 된 티라노즈 타자들을 상대로 8이닝 무실점을 던진 병민선배는 초반 돌풍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티라노즈 전 스노우 볼은 리카온즈에게도 굴렀다.
리카온즈 역시 1,2선발을 모두 등판시키고 3,4,5선발로 우리를 상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3,4선발은 다른팀에서 1,2선발을 해도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용병’들이었다.
당연히 3,4선발 수준으로는 톰과 핫토리 녀석을 이길 수 없었기에 시즌 초반 구상했던 4연승 작전이 재대로 먹혀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내가 등판해서 리카온즈 녀석들을 상대로 스윕을 하면서 압도적인 탑독이 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마무리였다.
탑독이 된다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좋은 영향이 돌아온다.
상대팀 감독은 탑독과 붙게 되면 은근히 에이스의 등판을 아낄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우리팀같이 막강한 선발진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핑계’를 대면서 에이스를 아끼는 마운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선발이 약해지면 그만큼 우리팀 타자들에게 좋은 공이 갈것이고 이길 확률이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시즌 초반부터 탑독이 되어야하는 이유다.
“너를 등판시켰다가는 시즌 초반부터 혹사논란이 붉어질거다.”
역시 이 시대에도 기레기들이 문제인가?
하긴 기레기들이 문제가 아닌 시대는 기레기가 없던 시대일 뿐일테니······.
“하아, 기레기들 정말 공도 못 던지게 혹사논란을 일으키다니 정작 지들은 데스크에서 더 갈리는 주제에.”
막말로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갈리지 않는 직종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멀쩡한 투수들이 갈려나간다닌 이유로 내 일을 방해하는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마음같아서는 그런 녀석들에게 고소미의 고소한 맛을 보여주고 싶지만 루키라는 신분이 나를 막아선다.
빌어먹을 21세기 신분제 사회! 망할 놈의 유교탈레반!
부모님만 아니었다면 이런 비이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리그에서 뛰지 않았을 거다.
#2 첫 패배
5선발인 주광연은 지난시즌까지만 해도 롱릴리프에서 마운드를 책임지던 살림꾼이었다.
‘내 커리어 첫 선발이다. 무조건 잘 해야 만해!’
신인때부터 꾸준히 불펜으로 던지던 주광연은 당연히 선발을 꿈꿨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하게 대기하는 불펜은 흔히들 마당쇠에 비유했다.
그에 반해 선발투수는 양반이나 다름없었다.
정해진 날짜에 등판해서 그 날짜에 맞춰서 몸을 만들고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선발의 큰 혜택이었다.
주광연은 지난 시즌 불펜에서 피칭을 일주일 내내하다가 단 한 번도 등판을 못하고 쉬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호크스에는 2명의 선발자리가 공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선발자리는 경험 많은 베테랑들에게 돌아갔다.
주광연은 선발이 되고 싶었다. 아니, 주광연에게는 선발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두 번 다시 마당쇠는 되지 않으리! 그래야 할머니께서 조금 편하게 나를 볼 수 있을테니까!’
맞벌이를 하는 주광연의 부모님은 주광연을 할머니에게 맡겼다.
그렇게 주광연은 할머니와 함께 어린시절을 보냈다.
주광연의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 판정을 받았지만 손자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만큼은 손자를 알아보셨다.
그래서 주광연은 어떻게든 할머니가 편안하게 자신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연로하신 할머니는 7시만 되면 주무시기 바빴기에 정작 주광연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신 적이 거의 없으셨다.
그래서 주광연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번 기회를 살려 더 늦기 전에 프로에서 활약하는 손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일까?
1회부터 주광연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제길, 주광연 이 새끼야. 정신 차려! 할머니가 보고 계실거야.’
주광연은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리카온즈 타자들도 절실했다.
그들에게는 각자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개막후 첫 3연전부터 스윕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욱 주광연을 물고 늘어졌다.
주자 1,3루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 주광연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선을 공을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타고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진 주광연은 확신했다.
‘됐다!’
따 - 악!
하지만 리카온즈의 5번 타자 장대충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광연의 슬라이더를 때렸다.
타구는 1루를 향해 날아갔다.
‘정확하게 제구가 된 슬라이더다. 당연히 잡아 주겠?!’
1루에 있던 도미닉은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불규칙적으로 튀어오른 공을 블로킹 하는데 그쳤다.
주광연을 제빠르게 1루로 달려갔지만 도미닉은 공을 찾지 못했고 그사이 장대충은 1루를 밟았다.
“세잎!”
애러로 인해서 자책점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선발로 올해 한해를 버텨야 하는 주광연에게는 영 시원치 않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주광연의 불행은 고작 1회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내야 대신 황폐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외야가 주광연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한차례 실책으로 사이영의 퍼펙트게임을 날려먹은 이수담이 또 다시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중견수로 커버플레이를 펼친 박중범의 활약이었다.
2베이스를 줄 상황을 그나마 1베이스로 줄였지만 주광연의 멘탈은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내가 선발로 던질 때 이러는 거냐고!’
짜증이난 주광연은 마운드를 발로 차면서 분풀이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들은 말 못할 미안함에 더욱 몸이 굳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자 자연스럽게 주광연은 5이닝 5실점(2자책) 5k라는 성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 때만 기다린 리카온즈 타자들은 빈약한 호크스의 불펜을 상대로 5점을 더 빼앗으면서 스윕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데 성공했다.
호크스의 첫 패배였다.
#3 전초전
평소 늘 하위권을 맴돌던 호크스가 갑자기 4연승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호크스는 9개팀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평소에는 호크스를 싫어하는 KBO팬이 없을 만큼 인기(?)구단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순위권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호크스 때문에 기분이 상한 타 구단 팬들은 호크스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는 봄 시즌 한정 최강이라 해도 좋을 ‘그’ 구단 팬들도 있었다.
[엌ㅋㅋㅋ 치킨애들 드디어 시즌 1패 적립]
요즘 잘나간다 했더니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 ㅋㅋ
호크스 애들 행복해서 죽으려고 하더라.
┗>솔직히 치킨애들이 최강 타이탄스보다 위에 있는게 말이 됨?
┗>와 꼴산 쉑들 또 봄바람 분다고 미쳐 날뛰네?
┗>어차피 봄비 내리고 나면 입욕제처럼 사라질 녀석들입니다.
외부에서 보기에 드래곤즈, 호크스, 타이탄스는 도원결의를 맺었다 해도 좋을 만큼 하위권을 독식(?)하는 팀들이었다.
그 어떤 팀들이라도 위 3팀의 막장력을 넘어서는 팀들은 없었기에 그들은 사이좋게 번갈아가면서 꼴등을 차지했다.
당연히 다른 팀 팬들은 서로 사이가 좋을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이 세팀은 외부에서 보는것과 달리 나름 치열한 하위권 경쟁을 하는 팀이었다.
그나마 순위 한단계라도 높이 올라가려면 상대를 짓밟아야 했기에 당연히 사이가 좋으려고 해도 좋을 수가 없는 팀들이었다.
그리고 특히 호크스와 타이탄스의 경기에서 유독 웃긴 장면이 많이 나오기에 ‘헬반도의 엘클라시코’라는 의미의 헬꼴라시코라는 웃지 못 할 더비가 만들어졌다.
아무리 충성심 높은 팬들이라고 해도 헬꼴라시코가 벌어지면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두 팀의 단두대 메치를 구경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KBO전통의 더비였다.
[봄바람좀 분다고 꼴산쉑들 정신 못차리네?]
꼴산애들 전력 <<<넘사벽<<< 창원 티라노즈 ㅇㅈ?
창원 티라노즈한테 노히트 노런했으니 꼴산애들 상대로 퍼팩트 쌉가능 ㅇㅈ?
┗>ㅇ ㅇㅈ
┗>우리가 두려운가? 꼴.산.쉑.들.아!
┗>너희가 두려우면 야구를 어떻게 보냐? 여름에 기운빠지면 너희들 잡아먹고 올라가야하는데 ㅋㅋ
┗>올해는 다를 거다.
┗>응, 작년에 드래곤즈 애들 유광잠바 입는다고 유광잠바 샀다가 장롱행 ㅋㅋ
┗>드래곤즈 애들은 왜 끼워넣어? 드래곤즈 계들 지금 1승4패아냐?
┗>왜 가만히 있는 우리 패냐?
┗>여튼 너희들 딱기다려라! 내일 이영이 사직 등판해서 도서관 만들어줄테니까
┗>푸하하 그딴 루키쉑 안무섭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