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Chapter 20. 2번째 데뷔전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20. 2번째 데뷔전 (4)
#1 데뷔 타석
2아웃 주자는 1루, 나는 배트링을 빼고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여전히 작년 2위팀의 1선발 빌 어쩌구가 서있다.
빌 어쩌구 녀석의 심기는 안좋아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새파란 애송이 조치현에게 행운의 안타를 맞았으니 길가다 똥 밟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투수라도 조치현 같은 찐따에게 안타를 맞으면 치가 떨릴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애송이처럼 마운드 위에서 기분나쁘다는 표현을 팍팍하면 네 뒤에 서있는 야수들의 마음이 어떻겠어?
“야, 선주형 어쩌다가 투수한테 밀렸냐?”
창원 티라노즈의 포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녀석도 본능적으로 마운드 위에있는 투수가 흔들린다는 것을 느낀거겠지?
나는 녀석이 좋은 포수라는 것을 인정했다.
마운드 위에있는 투수는 외롭다.
그나마 투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마주보고 서있는 포수가 유일하다.
그리고 좋은 포수는 흔들리는 투수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포수다.
저렇게 흔들릴 때 적어도 타자의 정신을 빼놓는다면 투수에게는 큰 힘이 된다.
물론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옵션이다.
나 같은 베스트 드라이버에게는 쓸데없는 옵션보다는 단순하게 토크가 높은 차가 최고이듯이 내가 던진 공만 잘 받는 포수가 최고다.
“오, 루키주제에 선배말도 무시하고 건방진데?”
내가 반응을 해주지 않자 녀석이 더 시비를 건다.
너는 운 좋은 줄 알아! 라떼는 투수한테 시비 걸었다가 머리로 공이 날아올까 봐 포수들은 말도 못 붙였어 임마!
빌 어쩌구의 공이 날아온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빌 어쩌구라는 녀석이 내가 투수라고 얕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타격을 선호한다.
아웃을 당하더라도 투수의 투구를 하게 하는것만으로도 투수에게 큰 데미지를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배팅’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한국에서는 빌어먹을 듣도 보도 못한 지명타자라는 제도 때문에 내가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정말 힘들었다.
나는 이번 경기에서 내 타격이 기존의 지명타자보다 뛰어나다는 증명을 해야 하기에 감히 2S까지 몰리는 내 타격 루틴을 소화 할 수 없다.
22년 동안 내 타격 철학을 버리고 나는 초구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따 악!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3유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워낭 잘 잡아당긴 타구다보니 공이 펜스에 맞고 떨어졌다.
완벽한 장타코스 나는 1루를 지나 2루까지 달렸다.
“세잎!”
주자인 찐따 동기 녀석은 홈에서 나를 향해 팔을 흔들고 있다.
짜식 누구 덕분에 프로 첫 경기에서 첫 득점을 하네? 나중에 녀석에게 한우라도 얻어먹어야겠다.
물론 나는 내돈주고 매일 매 끼니마다 한우를 먹을 만큼 지갑은 풍족하지만 한우는 역시 얻어먹는 게 더 맛있기 때문이다.
찐따 녀석 지갑 딱 대라! 한우 10인분 폭풍 먹방 보여준다.
찐따같은 루키에게 얻어맞아서 일까? 아니면 천년에 한번 튀어나올까 말까하는 천재님에게 이루타를 맞아서 일까? 녀석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정도 되는 투수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공이 어디쯤 가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던진 투수놈도 받는 포수놈도 치는 타자놈도 모르는 너클볼을 제외하면 말이다.
지금 던지는 공은 무조건 포수가 블로킹을 해야 하는 경로로 공이 간다.
느낌이 오자마자 나는 곧장 3루로 달렸다.
“세잎!”
비록 감독 애송이는 나에게 그린라이트를 주지 않았지만 워낙 타이밍이 절묘했기에 비교적 여유 있게 3루로 들어왔다.
나는 바지에 들어간 흙을 털어내며 덕아웃을 향해 100만불 짜리 미소를 날려줬다.
아, 팬티에 흙 들어간 것 같아!
상대팀 3루 아저씨 애송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 투수가 너무 나데는거 아이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지? 투수니까 마음껏 나델 수 있는 건데?
“선배님 그라운드에서 가장 잘 나델 수 있는 포지션이 투수입니다만?”
꼴받게 하면 ‘처신 똑바로 패스트 볼’을 날릴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 바로 투수다.
투수에게 ‘처신 똑바로 패스트 볼’을 맞고 처신을 똑바로 하지 않는 선수는 본적이 없다.
“그냥 적당히 치고 적당히 하자 쫌? 그따나 요즘 신인 애새끼들이 건방져서 야구 하는데 짜증이 나는데!”
“선배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후배야. 무슨 질문이니?”
“한국에는 참을 인자 삼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런말 들어 본 것 같기도 하네? 그래서 한번 참아 달라고?”
“그럼 삼세번을 참았는데도 열받으면 죽여도 된다는 소리 아닐까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런, 19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한국은 참 어려운 나라다.
하여튼 너는 나한테 오늘 참을 인자 한번 까인 줄 알아라.
#2 호크스 덕아웃
사이영이 신나게 2루타를 때리고 도루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구태성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구태성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2타석을 서본 인물이다.
그런 만큼 타석에서 체력을 소모한 투수가 얼마나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메이저에서 2루타를 쳤을 때 다음 이닝이 한 10년 뒤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만큼 투수에게 타격과 주루는 엄청난 체력을 빼앗는 행위이다.
그래서 메이저에서 투수들은 타석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영은 오늘 타자 사이영의 경쟁력에 대해서 보여줬다.
첫타석에서 당당하게 1타점 2루타를 치고 3루 도루까지 하는 주자를 사용하지 않을 감독은 거의 없다.
-아, 사이영 선수! 타자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아 저 슨슈 증~말 야구 자라네요!
┗>ㅋㅋㅋ 슨슈 나왔다!
┗>허프라 할배 234590813456번째 양아들 등극!
팬들도 메이저리그에서나 보는 투수안타에 흥이 나는지 사이영을 향해 응원을 했다.
타석에 선 박중범은 그 응원을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이라 생각하고 어깨가 올라갔다.
‘흐흐흐, 역시 대전 호크스의 슈퍼스타인 이 몸께서 큰 거 한방을 쳐줘야 한다는 건가?’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박중범은 몸에 힘이 들어갔고 얼토당토 않은 공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아앗, 조금 늦었나? 조금 더 빨리 스윙을 해야겠군!’
아무리 빌이 흥분하고 무너졌다지만 자신만만한 멍청이에게 당할만큼 형편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아직까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오르지만 빌은 냉정하게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서너개는 빠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문제는 타격 타이밍을 빠르게 잡은 박중범이 그 공에 그대로 방망이를 돌렸다는 사실이다.
“스트라이크!”
그리고 다음 공에도 정신 못 차린 박중범은 그대로 헛스윙을 했다.
‘쳇, 다음 기회에 두고 보자!’
2사 3루의 찬스를 무산시킨 박중범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덕아웃으로 향했다.
사이영은 박중범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아, 저 개념 없는 밉상진우 녀석 어떻게 개념을 주입시키지?
유교탈레반국가인 한반도에서 예절주입 펀치를 날렸다가는 그날 저녁에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친해요.’ 시즌2를 찍어야 할 게 뻔했기에 사이영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한편 공수교대가 되자 창원 티라노즈 감독 송민한은 비교적 날카로운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 기회다! 진용아. 상대팀 투수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지말고 바로 초구를 노려!”
창원 티라노즈에서 가장 강력한 펀치력을 가지고 있는 유진용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말씀처럼 지금이야 말로 저 괴물 녀석을 사냥할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보통 타자들도 전력질주 몇 번 하고나면 지치는데 투수라고 다를까?
“선배님! 저 건방진 녀석 코를 납작하게 해주십시오!”
“민수 너는 또 왜?”
“아 글쎄 저 건방진 녀석이 저한테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습니까? 참을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하는데 세 번을 넘으면 사람을 죽여도 합법이냐면서요. 정신이 좀 이상한놈 같습니다.”
“너는 3루에서 제발 좀 애들한테 말 좀 걸지마.”
#3 다시 마운드
확실히 2루타에 도루까지 하는 것은 체력적인 소모가 있다.
그럼에도 뛸 수 있는 나이부터 뛰어온 나의 심장은 이정도 질주는 가뿐하다는 듯이 두근거릴 뿐이었다.
휴, 그래도 피곤하니까 최대한 빨리 던지고 들어가서 쉬어야지!
타자가 보이자 나는 고민하지 않고 패스트 볼을 던졌다.
뻐어어엉!
18.44m나 떨어져 있는데 미트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이제야 어깨가 예열이 되었는지 전보다 공에 힘이 더 실린다.
이런 상황이면 9이닝이 아니라 18이닝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타자 녀석도 놀랐는지 [ㅡㅅㅡ]이렇게 생긴 눈이 [ㅇㅅㅇ]이렇게 변했다.
애니메이션에서야 실눈케가 강제로 눈을 뜨면 엄청난 일이 발생하지만 이 곳은 현실, 실눈케가 눈을 떴다고 갑자기 각성하는 일 따위는 없다.
나는 타자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다시 공을 던졌다.
타자가 정신을 못 차릴 때 몰아붙이는 것은 투구의 핵심이다.
KBO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병민선배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타자 녀석은 정신을 못 차린 듯 했다.
나에게는 근본 넘치는 변화구인 커브볼이 있지만 아직 타자들이 내 패스트 볼도 공략을 못한 상황인데 굳이 커브볼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기에 이번에도 패스트 볼을 선택했다.
슈우우우웅 따 악!
어라? 이걸 커트해? 그것도 하필이면 이제 2스트라이크인 상황에서? 가만, 저거 잘하면 잡히겠는데?
문제는 3루수인 강동수가 움직이지도 않고 공을 잡을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루키고 뭐고 따질 필요도 없다.
적어도 투수가 마운드에 서있을 때만큼은 선후배도 없기 때문이다.
“세컨!”
엄청나게 높이 올라간 타구는 이미 파울라인을 넘어서 날아가고 있지만 나는 세컨을 불렀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상태로 3루를 지키고 있던 강동수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사이영 때문에 깜짝 놀랐다.
마운드에 서있는 사이영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뭐? 설마 저걸 나보고 잡으라고?’
강동수가 보기에 지금 타구는 보나마나 파울 홈런이었다.
그래서 창원 티라노즈의 홈 ‘쥬라기 파크’는 파울라인쪽 그라운드가 상당히 넓은 편에 속했지만 억지로 타구를 따라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이영의 눈빛을 본 강동수는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씨! 내가 겁먹어서 뛰는게 아니라 올해가 FA라서 뛰어주는 척 하는 거다.’
억지로 등떠밀려서 관중석까지 달린 강동수는 생각보다 공이 멀리 뻗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이거 잘하면 진짜 잡겠는데?’
야구만 20년 가까이 해온 강동수는 자연스럽게 낙구지점을 찾을 수 있었고 정말 아슬아슬하게 필드에 떨어진 공을 잡아냈다.
“우와! 내가 잡았어!”
강동수는 자랑하듯이 자신의 글러브 안에있는 공을 들어보였다.
흥, 그거 놓쳐서 내가 공을 하나 더 던졌으면 네 인중에다가 던졌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