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Chapter 19. 시범경기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19. 시범경기 (1)
#1 호크스 파크
“사장님, 오후 2시에 선수들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래? 직접 가봐야겠군!”
김동진은 아주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대전 호크스의 사장이 되고 매년 봄마다 편두통을 앓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나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 타이탄스의 경우 그나마 봄에는 야구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호크스는 야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날때까지 야구를 못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에도 나왔듯이 올해는 다르다!’
물론 대전 호크스 팬을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은 ‘올해라고 다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김동진은 올해 호크스의 약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후 2시가 되고 구단 주차장에 호크스 선수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구태성이 버스에서 내렸다.
“구감독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엇, 사장님? 사장님께서 직접 마중을 다와주시고······.”
“하하하! 아닙니다. 우리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오늘 선수들에게 금일봉을 주려고 직접 왔습니다.”
“저, 사장님. 금일봉은 미뤄주시는게······.”
구태성은 조심스럽게 금일봉을 반려하려고 했다.
“왜 그러십니까? 액수는 말씀도 안드렸지만 그래도 섭섭지않게 넣어놨습니다.”
“팀의 주측자원들은 나이가 상당히 어린편입니다. 대부분 프로 3~4년차로 아직 시즌이 시작도 안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태만해질까 두렵습니다.”
“음, 감독님의 뜻이 그렇다면 일단 금일봉을 넣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환영 파티는 괜찮겠습니까?”
“술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파티라도 수락해주자 김동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환영파티라도 해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군요.”
#2 감독실
구태성은 연습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시범경기에 출전할 주전들을 다시 체크했다.
‘포수는 서진목, 나이는 어리지만 괜찮은 어깨와 준수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방망이가 문제긴 하지.’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의 성격상 방망이는 중요하지 않다는게 구태성의 결론이었다.
‘서브 포수는 베테랑 김정수, 서진목에게 밀릴 만큼 수비력도 떨어진다. 만약 서진목이 다치거나 방전되지 않는다면 올해 벤치를 지키다가 내년즘에 방출이 될 대상이다.’
2군에도 포수가 있긴 하지만 대전 호크스는 약팀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포수전력만큼은 10개 구단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나마 1루수는 작년에 21홈런을 친 용병 도미닉이다. 심지어 1루 수비도 괜찮아.’
도미닉은 33세로 꽉 찬 나이이긴 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기대를 받는 자원이었다.
‘2루수는 조치현으로 간다. 만약 정상종이 작년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정상종을 내야 유틸로 쓰고 박상일을 2루수로 쓰겠지만 정상종이 갑작스럽게 부활해준 덕분에 조치현을 2루수로 쓸 수 있다. 문제는 조치현이 루키라는 점인데······.’
2루수는 유격수 다음가는 내야의 핵심으로 특히 수비센스가 좋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조치현의 경우 방망이는 팀 내에서 서진목 다음가는 물 방망이를 자랑하지만 수비력 만큼은 인정받은 자원인 만큼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기도 했다.
‘유격수는 넘어가고, 3루는 강동수 올해 FA를 앞둔 녀석이 터져줘야 그나마 타선에 활력이 생길텐데······.’
연습경기 강동수의 타율은 0.214로 매우 안좋았다는게 문제였다.
물론 강동수의 평균 타율도 0.258로 크게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동수는 팀에서 도미닉 다음으로 많은 18개의 홈런을 때렸다.
대전 호크스 팬들은 강동수를 전형적인 공갈포로 불렸지만 구태성은 강동수가 마음에 들었다.
‘강동수의 장점은 주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좋은 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치현, 정상종, 강동수로 이어지는 내야라인의 수비력은 10개 구단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괜찮다.’
평생 투수로 공을 던져온 구태성은 내야가 든든할 때 느끼는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선발을 할때도 방망이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뒀다.
‘문제는 외야인데······.’
대전 호크스의 외야는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그나마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는 박중범이 있었지만 사실 대전 호크스 외야에서 그나마 빛을 보는 존재로 냉정하게 10개 구단 중견수 중 최악의 수비력을 갖춘이가 박중범이었다.
‘늦은 타구판단, 약한 어깨, 그나마 다리가 빨라서 늦은 타구판단이 슈퍼플레이로 둔갑되긴 하지만 보통의 중견수라면 평범한 플레이일 뿐이다.’
물론 대전 호크스 팬들은 그런 박중범의 모습에 속아서 박중범을 차세대 스타로 꼽았지만 구태성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박중범의 방망이가 괜찮다는건가?’
그나마 중견수의 경우에는 양반이었다.
코너 외야수의 경우에는 방망이도 약하면서 수비력도 안 좋은 KBO 미달 수준의 선수들뿐이었다.
‘장일제, 이수담! 이 선수들 대신 솔리드 플레이어 2명만 넣어도 내 머리가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텐데.’
특히 두 선수는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큰 의욕을 보여주지 않아서 구태성의 눈밖에 난 인물들이었다.
‘2군에서 쓸만한 자원을 찾아봐야겠어.’
문제는 장일제와 이수담이 태업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절망에 가까운 대전 호크스 2군의 실력 때문이었다.
야수들을 모두 체크한 구태성은 투수진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1선발에 구태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제자 사이영의 이름을 써 넣었다.
‘사이영, 루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만큼 대단한 멘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60km/h가 넘는 직구와 낙차 큰 커브만으로도 KBO를 씹어먹을 녀석, 그리고 정병민 역시 2선발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토종 선발로 1,2선발을 구축한 팀은 대전 호크스가 유일했다.
거기에 작년에 계약해지한 2명의 용병 대신 영입한 용병들도 썩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톰은 다른 팀에 간다면 2선발 경쟁은 충분히 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투수다. 그리고 핫토리는 일본투수답게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성격도 조용하지만 포크볼 하나만큼은 일품이지. 핫토리 역시 2선발 경쟁은 충분한 자원이다.’
두 용병투수들에게는 애석하게도 올해 대전 호크스의 마운드는 너무 높았다.
‘5선발은 작년 롱 릴리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주광연이 좋겠지?’
선발진만 놓고 보면 대전 호크스는 분명 강팀이었다.
리그를 씹어먹고도 남을 1선발, 그리고 KBO에서 2손가락 안에 꼽히는 2선발, 그에 못지않은 3,4선발까지 그나마 5선발이 조금 약하다 싶지만 5선발이 약하지 않은 구단은 없었다.
문제는 계투쪽이었다.
‘필승조라 할 수 있는 변용병, 주칠중은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그 외에는 로스터가 아까울 정도로 형편없는 녀석들 뿐이다.’
분명 대전 호크스에는 대 투수라고 할 수 있는 송진욱, 구태성, 장민철 같은 레전드 투수들이 마운드를 지키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 대전 호크스는 철벽 마운드라 불릴만큼 든든한 투수왕국이었다.
‘만약 사이영이 없고 용병 투수들이 시즌을 망친다고 생각하면 암울할 것 같긴하군.’
프로에서 구를만큼 구른 구태성은 용병들이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어느정도 용병들의 활약도를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구태성이 보기에 톰과 핫토리의 경우 리그에 적응해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마무린데······.’
대전 호크스의 뒷문을 책임져줄 마무리는 공석이나 다름없었다.
‘이정균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만 했다면 마무리감이긴 한데······.’
2024시즌을 구상하는 구태성의 고민이 깊어졌다.
감독실 밖 창문에는 어둠이 찾아왔지만 감독실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
#3 1선발
대망의 시범경기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광주 재규어즈의 구장 챔피언스 필드에서 짐을 풀고 시범 경기를 준비했다.
“오늘 선발은 사이영이다.”
당연히 내가 선발이여야지! 팀에서 나보다 잘 던지는 선수는 없다.
“축하한다.”
“선배, 고맙습니다.”
“사이영,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는 다르다. 알고 있겠지.”
구 애송이 말처럼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는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관중의 유무!
“알고 있습니다.”
이미 챔피언스 필드 내부에는 상당한 숫자의 관중이 올해 처음 시작하는 야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으로 보여주는 경기, 정규시즌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기지만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지는 경기다.
구단에게는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구단의 전력을 평가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선수에게는 정규시즌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 하는 기회다.
“이영아,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것처럼만 던져.”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메이저에서 22년을 던진 베테랑 오브 베테랑이다.
고작 수백 수천명의 관중에 짓눌릴 만큼 말랑한 루키가 아니라는 소리다.
“평소 하던 것보다 못 던져도 어차피 제 공을 칠 인간은 몇 없을 겁니다.”
“와, 너는 어찌된 게 나보다 더 긴장을 안 하는 것 같다?”
싸가지 없는 중범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른다.
확 검지와 중지로 양쪽 눈을 찔러버리려다가 중범이가 두 눈을 잃으면 중견수가 사라지기에 참았다.
“선배는 긴장 좀 하시구요.”
“아, 그나마 사직이면 긴장 좀 하겠는데 챔피언스 필드에서 긴장할 내가 아니지.”
“그렇습니까? 좋으시겠습니다.”
“너 임마! 선배가 말하는데 말투가 띠껍다?”
박중범이 내 옆구리를 다시 찌르려고 하자 나는 몸을 피하기 보다 오히려 옆구리를 들이 밀었다.
뚜둑!
겨우내 코어훈련을 많이 해서인지 내 옆구리는 강철처럼 단단했기에 녀석의 손가락이 오히려 접혀버렸다.
“악! 야! 아프잖아.”
“아프라고 그런 겁니다.”
“너 이 자식 선배에 대한 존중이 없어! 야, 라떼는 말이야 감히 선배님들의 그림자도 못 밟고 그랬어!”
“그래서 제가 선배님을 밟지는 않는 겁니다.”
너는 우리팀만 아니었으면 진짜 마운드에 툼 스톤 파일드라이버로 묻어버렸어.
“와, 선배님들 저 싸가지 없는 놈이 하는 이야기좀 들어보세요!”
“하여튼 유성중 애들은 은근 지들끼리 똘똘 뭉친다니까.”
“에휴, 내 동기들은 뭐하냐? 나도 좀 괜찮은 명문을 다녔어야 하나?”
중범선배의 버스터 콜에도 우리팀 선배 애송이들은 그냥 ‘잘 논다.’는 식으로 방관할 뿐이었다.
“거봐요. 중범 선배는 선배님들한테 인기 없다니까요.”
“와, 선배님들 후배 서럽습니다!”
“선배,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빨리 외야로 가세요!”
평소와 같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대신에 덕 아웃에서 입을 푼 나는 마운드로 향했다.
마운드로 향하는 길 팬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쟤가 한기준의 기록을 훌쩍 넘은 15억짜라 신인이지?”
“어, 고등학교때 벌써 160짜리 공을 던졌다나?”
“160? 그런 애가 왜 메이저 안가고 한국에 남았지? 요즘은 대부분 조금만 싹수가 있어도 메이저에서 오퍼 들어오잖아.”
“생긴 것도 그렇고 딱봐도 허프라 할배 양아들각 아니냐?”
“그건 맞지. 그 할배 잘생기고 어린 선수들만보면 아주 그냥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니까. 쟤도 조금만 잘하면 당연히 양아들 입양 하겠지.”
“요즘 국내 유망주들이 자꾸 미국가서 이렇다 할 거물급 선수가 안보였는데 다행히 사이영 쟤는 남았네.”
“근데 쟤도 대전 호크스 우승시키면 바로 방출옵션 발동되서 메이저 간다던데?”
“너는 방출 옵션 발동되는 조건이 대전 호크스 우승인데 가능할거라고 보냐?”
“엌! 그렇네. 적어도 쟤는 7~8년 보겠다!”
팬들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는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수비를 할때도 콜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정규시즌은 각 타자의 등장 테마송이나 응원가로 인해서 매우 시끄럽지만 시범경기에는 그런 응원가가 울려 퍼지지 않았기에 나는 재규어즈 팬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하, 솔직하게 대전 호크스의 우승은 이 덴튼 트루 영님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덴튼 트루 영님이 대전 호크스에 입단 한 이상 올해 한국시리즈 위너는 대전 호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