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Chapter 15. 각자의 길을 걷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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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 각자의 길을 걷다. (3)
#1 긴급 모임
내가 15억에 대전 호크스로 간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단톡방이 불이 났다.
[골든 리트리버 : 이영아, 이게 머선12go?]
[눈치0할 : 우리는 다 메이저가는데 이영이 눈치 없네.]
[싹퉁바가지 : 일단 얼굴 좀 보고 이야기하자. 2M으로 모여!]
[골든 리트리버 : 마침 나도 2M에서 훈련중이야. 늦은사람 피자쏘기!]
[싹퉁바가지 : 콜! 아참 민우 너도 올 수 있지?]
[선비 : (누런 강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모티콘)]
[선비 : (누런 강아지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모티콘)]
[선비 : (누런 강아지가 달려오는 이모티콘)]
하, 이 자식들 갑자기 이 어르신을 부르다니 백만년은 이르다 이 자식들아!
[사이영 : 응, 나 수지랑 놀아야해서 바빠.]
[선비 : (누런 강아지가 충격을 받은 이모티콘)]
[싹퉁바가지 : 누군 여친없어서 이러는 줄 알아?]
[눈치0할 : 진우야 너 여친 없잖아.]
[싹퉁바가지 : 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 여친이 없는게 아니잖아! 나는 지금 야구랑 열애중이라 여친이 없는거야!]
[골든 리트리버 : 이왕이면 수지도 같이 데려와. 우리가 뭉칠 기회도 이제 얼마 없잖아.]
하긴 이제 고등학생 생활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와 다른 학교를 선택한 민우의 경우 서울연고권 학교로 진학했기에 정말 이번이 아니면 모이기 힘들 수도 있었다.
“수지야, 애들이 너 얼굴좀 보자는데 같이 2M갈래? 민우도 온데.”
“민우가? 잘됐다! 민우 중학교때부터 서울 올라가서 얼굴보기 진짜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모이겠네 가자!”
그리고 수지는 타고난 방송인답게 V-log를 켜고 방송을 했다.
┗>수하! 수하!
┗>수지야 건강보다는 방송이 우선이다.
┗>옆에는 남자친구? 누구는 남자친구 없는 줄 아나!
┗>언니 이뻐요!
선구안으로 단련된 내 동체시력이 따라가기 힘들만큼 체팅창이 화르륵 타올랐다.
“오, 정수지 인기 좋은데?”
“봤냐? 내가 이정도야!”
┗>거들먹거리는 수지 커엽 ㅋㅋ
┗>오방무?(오늘 방송 뭐냐는 뜻)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나 떨거에요. 제가 초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인데 아마 여러분들도 야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알만한 친구들일거에요.”
┗>오 남친도 초등학교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친해졌다고 했으니까 우민규 만나러 가나?
┗>그래서 우민규가 누군데 씹덕새끼야.
┗>우민규라고 있음 방장 남친이랑 우민규 그리고 기타등등해서 고교야구 판타스틱 4로 활동하는 애들임
┗>다들 좀 생겨서 여자애들 구름처럼 몰고다님 ㅋㅋ
┗>그런데 왠 판타스틱 4? 축구도 아니고 야구에 판타스틱 4가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뭔데? 판타스틱이 축구에만 붙으라는 법 있냐?
┗>에휴 축빠 좀 꺼져!
우리는 택시를 타고 2M 리틀야구단에 도착했다.
“어, 왔냐?”
2M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주빈이가 우리를 반겨줬다.
역시 골든 리트리버 녀석, 이렇게 정이 많은 녀석이 그 험한 마이너 녀석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을까?
가만, 의외로 꼬리를 잘 흔들어서 마이너 녀석들의 마음을 녹일지도?
한국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항상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웃는 얼굴의 주빈이는 어딜가나 이쁨을 받을 녀석이긴 하다.
문제는 저기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진우다.
“흥, 왔냐?”
“야! 김진우 오랜만에 누나랑 만나는데 왜 오리 주둥이야?”
“오리주둥이라니! 오리궁댕이 주제에!”
“너 그거 성희롱이야!”
“뭐래! 너야 말로 보자말자 시비 걸었잖아!”
참고로 수지와 진우는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한 왈가닥 하는 수지와 틱틱거리는 말투를 사용하는 진우는 견원지간 같기도 했지만 또 가만히 놔두면 자기들끼리 잘 놀기도 했다.
“이영아, 수지야 어서와!”
“오 민우, 이게 얼마만이냐? 청룡기때 보고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지 아마? 청룡기때 네가 날 상대로 악마같이 커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처음보네?”
“그러게 생각없이 공 던지면 안된다고 했냐 안했냐?”
“너는 생각하고 공을 던져도 짜증나게 다 끊어버리잖아. 만약 네가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냥 빈 볼이 날아갔을 걸?”
말을 저렇게 해도 민우 저 녀석은 백기사라고 불렸던 월터 존슨처럼 공을 던진다.
내가 괜히 민우의 별명을 선비라고 지은게 아니다.
멍청이 존슨은 공이라도 빠르지 민우는 고작해봐야 155km/h에 평균 구속은 140 후반을 겨우 넘기는 녀석이다.
물론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매우 빠른공을 던진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저 녀석이 저런 성격으로 마이너 리그에서 버틸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을 가린다.
“친구 한테도 빈볼을 날릴 수 있어야 투수지!”
“설마 너 내가 상대팀 타자라도 나한테 빈볼을 날릴거야?”
골든 리트리버가 충격을 받았다는 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하, 네가 상대팀이면 절대 빈볼을 안던지지!”
“역시 그렇지? 너는 참 좋은 친구야.”
“너 같은 타자가 타선에 있어주는데 괜히 빈볼로 부상이라도 입으면 곤란하잖아.”
골든 리트리버가 상처를 받았다는 듯이 어깨가 축 쳐졌다.
저렇게 물러터져서야 그 드센 미국 양키들을 상대로 어떻게 버틸려고······.
“물론 세상 어떤 타자가 와도 위협이 되지 않긴 하지만 말이야.”
내 이야기에 다시 기가 살아난 골든 리트리버는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민우를 포함해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수지가 시킨 피자 10박스가 도착했다.
수지도 혼자서 피자 한판은 충분히 먹는 대식가고 나랑 꼬맹이들도 먹성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피자 박스는 거대한 탑을 보는 것 같았다.
“오, 정수지! 네가 쏘는거야?”
“당연하지, 어디 돈도 못버는 고딩들이 돈을 내려고 해? 자, 이 누님께서 너희들 먹을 피자를 시켰으니까 마음껏 먹어!”
“하! 이제 우리도 돈 벌거든?”
“응, 아직 계약금 안 들어왔죠?”
다행히 수지가 시킨 피자는 매우 넉넉했고 평소에도 많이 먹되 천천히 먹는 것을 훈련한 꼬맹이들은 천천히 야무지게 피자를 씹었다.
“그런데 이영이 너는 왜 메이저팀이랑 계약안했어? 대전 호크스는 좀 그렇잖아.”
“부모님이 꼭좀 대전 호크스 우승시켜 달라고 하셔서 1년정도만 뛰어주기로 했어.”
“1년안에 우승시킬 자신은 있고?”
“없을거 같냐?”
꼬맹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귀여운 짜식들!
#2 차기 대전 호크스 사령탑
[롸끈하신 아버지 : 준비물 사줬다.]
[롸끈하신 아버지 :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아저씨 케릭터)]
김동진은 김승화에게 온 톡을 확인하면서 안도감과 함께 부담감을 느꼈다.
“박단장, 어찌저찌 사이영은 우리 손에 넣었네. 다음 드래프트는 어떻게 할 거지?”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F4중 리더이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선발투수 사이영을 얻었지만 다른 팀은 고작해봐야 전년보다 조금 뛰어난 수준의 선수들을 수급한 정도입니다. 심지어 2라운드 10번픽에서 우리의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올 확률도 높습니다.”
상황은 박민우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게 흘러갔다.
‘처음 계획했던대로 신인 최대어라 할 수 있는 사이영을 얻었다. 이것만 해도 작년 10위를 할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픽이다. 심지어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메이저행을 선택해줬으니 다른 팀과 전력차이를 더욱 좁힐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선수들이 메이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쓰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메이저에서 실패한 선수들이 KBO에서 못 쓰는 자원은 아니다.
오히려 메이저에서 유턴한 해외파들이 KBO에서는 용병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용병 엔트리가 3명으로 제한이 있는 KBO에서 용병급 퍼포먼스를 내주는 한국인 선수는 팀의 1라운드 n차 지명권을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
“문제는 올해가 판타스틱 4를 제외하고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해라는 점입니다. 이민우를 포함한 Big 5를 제외한 선수들의 능력이 고만고만 한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옥석을 골라야 합니다.”
“그래도 박단장이라면 확실한 플랜A는 준비해 놨겠지?”
박민우는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박민우가 작년에 탱킹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뽑을 때부터 올해 드래프트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플랜 A 뿐만아니라 플랜 ZZZ까지 세워뒀을 정도입니다.”
‘박단장 허세인가?’
김동진은 박단장의 단호한 표정에서 허세를 읽을 순 없었다.
“그래, 올해는 아주 기대가 되는 해야. 심지어 작년에 우리가 뿌렸던 신인들도 많이 성장했지 않나.”
“아직은 모자란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유독 유망주들이 많은 올해 드래프트에 더 많은 신경을 쓴 상황입니다.”
물론 고교 선수들은 1년 사이에도 괄목상대 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박민우는 그 조차 꼼꼼하게 리포트를 챙기며 드래프트 플랜을 짜뒀다.
물론 드래프트 플랜이라는게 다른 한팀이 예상밖에 인물을 선택하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문재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의 현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쉽게 유연한 전략을 구사 할 수 있지!’
“올해 성적이 확실히 좋아진 선수들도 있는데도 부족하다는 건가?”
“당연합니다. 사실 우리 팀은 말이 좋아 프로 팀이지 프로 수준에 걸맞지 않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아 너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유격수는 차라리 지금 고등학생을 당장 선발로 써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문제가 많습니다.”
“크음, 그래도 정상종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데······.”
“문제는 그 선수가 WAR이 –0.2가 나왔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정상종은 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팀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물론 정상종도 전성기에는 좋은 유격수였다.
그래서 큰 돈을 들여 FA로 영입한 선수이기도 했다.
문제는 정상종이 프로야구판에서 손에 꼽힐 만큼 엄청난 먹튀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유격수뿐만 아닙니다. 키스톤 콤비는 물론 좌익수도 문제가 많습니다.”
박민우의 보고를 받은 김동진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어질어질했다.
“그럼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가?”
“우선 2라운드 10차 지명은 유격수로 서울고 조치현을 뽑겠습니다.”
“조치현이라? 수비는 나쁘지 않지만 타격은······.”
“그래도 정상종 보다는 100배 팀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하아, 그 큰 돈을 들여 영입한 정상종을 대신할 선수가 고작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라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군.”
“이렇게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 팀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거야! 도대체 그 문제가 뭔가?”
“팀의 감독에 대한 문제입니다.”
박민우가 감독 이야기를 꺼내들자 김동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감독, 감독이라! 언제 대전 호크스의 감독이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