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Chapter 15. 각자의 길을 걷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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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 각자의 길을 걷다. (1)
#1 노력 속에서 꽃핀 재능러 우민규
“허억! 허억! 허억!”
고교 드래프트를 앞둔 우민규는 불안감에 아침부터 달리고 또 달렸다.
우민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였다.
첫 번째는 미국 메이저리그 팀의 오퍼를 받아들이고 마이너리그로 진출하는 유망주가 될 것이냐? 아니면 편안한 한국에서 8년 동안 야구를 하다가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택지였다.
고교 3년 동안 보여준 성적을 바탕으로 프로 구단들은 사이영과 더불어 우민규를 비롯한 몇몇을 해외진출이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영이는 곧장 메이저로 진출하겠지? 주빈이는 나에게 한국에 남을 거라고 이야기했어. 진우는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모르겠네.’
어린 시절 사이영 덕분에 우연히 야구를 접하게 된 우민규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야구가 즐거웠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사이영이 간다는 유성중학교를 따라갔고 또 대전고까지 따라갔다.
아쉽게도 이민우 같이 형편이 어려운 친구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민규는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프로야구 선수로써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자 우민규는 자신의 아버지 우태석을 찾아갔다.
“아버지. 저 고민이 있습니다.”
“네가? 평생 고민이 없이 뇌맑은 아이로 지낼 것 같은 네가 고민이 있다니 오늘 해가 서쪽에서 뗬나 보구나.”
평소 사이영와 다툼의 원인이 되는 직설적인 화법은 우태석에게 배운 것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아버지를 닮아서 고민 하나 없을 제가 고민을 하다니 참 놀랍네요.”
보통 사람들이 들었다면 아들이 싸가지가 참 없네요. 라는 소리를 들을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우민규였다.
하지만 정작 우태석은 그런 우민규의 화법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 고민이 뭔데?”
“진로에 대한 고민이에요. 메이저를 가는 게 옳을까요? 아니면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게 옳을까요?”
“그게 고민 꺼리가 되냐? 내가 어떻게 살라고 했지?”
“마음이 가는대로 살라고 하셨죠?”
그것은 우민규 집안의 가훈이기도 했다.
“······제가 메이저리그로 가도 될까요?”
‘아마 이영이도 마이너로 진출하겠지? 같은 구단에 소속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을 거야. 운이 좋으면 같은 구단에 소속 될 수도 있고!’
“아들아, 제발 너 하고 싶은 데로 살아. 인생은 짧어. 그런데 마이너리그가 그렇게 힘들다던데 실력에는 자신이 있냐?”
“자신이라······.”
우민규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사이영과 함께 체력훈련을 엄청 열심히 했다.
중학교 시절 경기 막판에는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 하락으로 인해 간간히 실책성 플레이를 하던 우민규는 더 이상 없었다.
사이영의 혹독한 체력훈련 덕분에 9이닝 내내 유격수로 뛰어도 충분할 체력을 얻게 된 우민규는 2023년도 타자 최대어로 꼽힐 수 있었다.
사이영은 늘 우민규에게 재능만 믿고 설치는 애송이라고 했지만 사실 우민규는 사이영과 같이 야구를 하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노력한 노력파였다.
“한 1년이면 마이너리그에 있는 투수들 다 두들겨 패고 올라갈 자신은 있습니다.”
“그럼 가. 응원하고 있으마.”
“잘 할게요.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게.”
“뭐 금발 미녀한테 정신 못차리고 성추문 같은것만 안나면 나는 네가 부끄러울 일은 없을 게다.”
#2 포수 최대어 최주빈
고교 3학년인 최주빈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 박해민을 찾았다.
어린시절 F4 탄생의 산실이 된 2M 리틀야구단은 이제 대전의 명물이 되어 평일 저녁에도 많은 사회인 야구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휴, 감독님! 오늘도 손님이 많네요?”
“아직 한국은 야구연습할 연습장이 부족하니까. 그래도 리틀야구단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시는 분들이야.”
“저는 구석에서 포구 연습을 하겠습니다.”
‘에휴, 재능이 있는데 친구들이 워낙 대단하니 저렇게 마음이 다급한거겠지.’
퍼엉! 슈우우우웅 퍼엉!
최주빈은 사이영에게 지적받은 프레이밍을 연습하고 있었다.
사이영이야 워낙에 말 도 안되는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보니 프레이밍을 쓸 필요가 없었지만 팀에 다른 투수들은 사이영 같은 제구력을 갖추지 못했다.
최주빈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아마 그런 괴물은 프로에도 몇 명 없겠지.’
객관적으로 최주빈은 F4중에서도 가장 기대치가 낮은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물론 또래 중에선 발군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드래프트에서 상위픽이 예상되고 있었다.
최주빈은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사이영에게 자신의 약점을 물었고 사이영은 거침없이 최주빈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보통의 또래들이라면 그런 사이영의 모습에 짜증을 내거나 사이가 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야구를 했던 최주빈은 사이영이 자신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단점을 지적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녀석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걸지도 모르지.’
솔직하게 생각하면 사이영은 김진우가 재능이 없는 편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최주빈이 생각하기에 사이영, 우민규, 김진우는 천재나 다름없었다.
최주빈은 그런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중학교 시절에는 훈련을 마치고 매일 박해민을 찾아가 따로 훈련을 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공식 대신 볼 배합 공식을 외울 만큼 야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주빈아, 물 좀 마시고 해.”
포수 장비가 땀으로 흠뻑 젖을만큼 열심히 포구를 한 최주빈에게 다가온 박해민은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마침 목이마른 최주빈은 박해민이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주빈아, 아직 더 할 거니?”
“감독님, 딱 10개! 아니 20개만 더 받고 그만하겠습니다.”
“너같이 지독한 녀석은 프로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녀석들에게 부끄러운 친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죠.”
최주빈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했다.
잠시의 휴식후 최주빈은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에 앉았다.
“조금만 더 쉬지. 안 힘들어?”
박해민은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어 주는 최주빈을 보면서 더는 자신의 제자를 말릴 수 없었다.
“부상만 당하지 마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영이에게 제 몸 하나 건사하는 법은 확실하게 배웠으니까요.”
‘하여튼 사이영 그 녀석은 참 대단한 녀석이란 말이지.’
그렇게 늦은 저녁까지 최주빈의 훈련은 계속 되었다.
박해민은 자신의 제자를 위해서 밤 늦은 시간까지 리틀야구단에 불을 켜고 제자의 훈련을 도아줬다.
그때 한 남자가 2M리틀야구단의 훈련장 문을 열고 나타났다.
“와우! 최주빈 선수 아주 열심히네요.”
“누구시죠?”
“저는 미네소타 트윈즈의 스카우터 제키 리라고 합니다. 최주빈 선수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예? 저를요?”
“최근들어 한국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미네소타 트윈즈는 포수 전력이 매우 빈약한 구단에 속합니다. 한국고교 포수 최대어를 노리는건 당연합니다.”
최주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메이저에서 성공 할 수 있을까?’
“조금 고민을 해봐도 될까요?”
제키는 자신의 명함을 최주빈에게 건네주었다.
“그럼요. 아직 드래프트까지는 시간이 제법 있으니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 자존심으로 무장한 김진우
김진우는 친구들 중에서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선발로 나서는데 자신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자 큰 충격을 받으며 하루에 수백개의 펑고를 받는 훈련을 할 만큼 독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야 수비만큼은 사이영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수준높은 안목을 지닌 사이영에게 인정을 받은 수비실력은 당연 프로구단눈에도 띄었다.
2023년 드래프트 시장은 그야말로 초호화 뷔페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장타력 없는 2루수는 그렇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비력 괜찮고 나름 장타도 있는 주빈이 녀석이 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겠지.’
김진우는 물론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야구에서 만큼은 절대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사이영 그 괴물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민규 그 멍청이 보다는 잘 해야 한다.’
그래서 김진우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진우 선수, 저희 템파베이 레이스의 제안을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마이너리그라면 저에게 충분한 자극이 되어줄지도 모르겠군요.”
김진우가 생각하기에 사이영은 무조건적으로 메이저리그와 계약을 할 녀석이었다.
그리고 고교시절 내내 거포 유격수로 활약한 우민규 역시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군침을 흘리는 자원이었다.
김진우는 단 1년이라도 친구들에게 뒤처지는것이 싫었기에 과감하게 안정적인 국내 드래프트를 포기하고 마이너를 도전하기로 했다.
‘흥! 잘하면 우민규 녀석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지.’
#4 꿈을 찾아 떠나는 이민우
이민우는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기가 원하는 곳이 아닌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학교로 가야했다.
자연스럽게 리틀야구단 때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이민우는 리틀야구단에서 배운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민우는 한국 드래프트 투수 순위 2위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나 투수가 많이 부족한 부산 타이탄스는 작년 9위라는 성적을 바탕으로 무조건 이민우를 지목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버님! 8억입니다. 신인 선수에게 배팅하기에는 제법 무리가 큰 액수죠. 어떻습니까?”
부산 타이탄스의 영업팀장이 내민 계약서에는 8억원이라는 막대한 액수가 적혀 있었다.
“······잠시 우리 민우와 이야기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타이탄즈 팀장은 ‘제까짓 놈이 가봤자 어딜 가겠어? 라는 생각에 순순히 자리를 비켜줬다.
“민우야. 어쩔래?”
“아직 집에 빚이 많지 않아요?”
“지난 6년간 네 엄마랑 밤잠을 줄여가면서 거의 빚을 다 정리했다. 나는 부산 타이탄스라는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거기는 부산 출신이 아니면 눈칫밥도 엄청 먹는다면서?”
“아뇨, 부산 타이탄스도 좋은 팀이에요. 그리고 8억이면 빚도 다 갚고 부산에 우리 집도 얻을 수 있는 돈이잖아요.”
“너 한테 해준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손을 벌리겠니.”
“해준게 없다뇨! 저를 이렇게 잘 키워주셨고 수진이도 ······인성을 별로지만 이쁘게 잘 키우셨잖아요.”
“차라리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게 낫지 않겠어? 내 자식 팔 뽑아먹으면서까지 부산 타이탄스로 보낼 수는 없다.”
“메이저에 간다고 제가 성공할거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이민우는 솔직하게 메이저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꿈 때문에 가족이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 볼 수 없었다.
그때 이민우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이민우 선수! 저는 다저스 스카우트 팀에 있는 마틴 최라고 합니다.
“다저스요?”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다저스는 이민우 선수의 미래를 보고 50만달러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십니까?
‘50만달러? 그거면 집안 빚은 깔끔하게 해결 할 수 있어! 그리고 아껴 쓰면 메이저 진출할때까지 버틸 돈이 될 거야.’
“이, 일단 부모님이랑 상담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