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Chapter 11. 초고교급 투수 사이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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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초고교급 투수 사이영 (3)
#1 합숙훈련? 아니죠. 전지훈련? 맞습니다.
고교야구는 학기 초에 벌어지는 주말리그를 시작으로 6월에 시작되는 황금사자기, 7월의 청룡기, 8월의 대통령배, 8월 말에 시작되는 봉황대기를 끝으로 한해 마무리가 된다.
당연히 고교 감독들은 팀의 단합력을 올리고 선수들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합숙훈련을 진행한다.
대전고의 경우에는 워낙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부에 대한 예산도 삭감되어 대전고 야구장에서 합숙훈련을 하게 되었다.
구태성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아, 이 한 겨울에 고등학생들을 대전에서 훈련시키게 될 줄이야. 마음 같아서는 내 사비라도 털어서 전지훈련을 가고싶다. 정말!’
구태성은 따뜻한 곳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프로들이 괜히 돈을 써가면서 따뜻한 지역으로 훈련을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지훈련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이제 일정한 수익도 없는 구태성이 전지훈련에 필요한 돈을 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아! 민상아, 내일 애들 모이면 하체 스트레칭부터 확실하게 시켜. 이 날씨에는 걷다가도 발목 부러지는 수가 있어.”
“저, 선배님.”
“선배가 아니라 감독 이 새끼야.”
구태성은 박민상을 편하게 불렀다.
박민상은 대전 호크스의 내야수 출신으로 구태성이 직접 영입한 투수코치였다.
“네, 감독님. 이영이 부모님이 잠깐 감독님을 뵙자고 찾아오셨습니다.”
“이영이 부모님이?”
‘아, 뒷돈 주고 그러는거 별론데.’
대부분 고등학교 감독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이런 학무보의 촌지였다.
구태성은 워낙 재능이 특출해서 부모님이 촌지를 건네지 않았지만 구태성이 학교를 다닐때도 야구 못하는 부자집 동기가 선발출전 하는 것을 보며 부당함을 느끼곤 했다.
심지어 이제 막 부임한 구태성에게 자신의 자식을 잘 부탁한다고 쌈짓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였다.
구태성은 직접 돈을 들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을 조용히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저는 이영이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구태성입니다.”
사무진은 어린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구태성을 바라봤다.
“하하하. 진짜 팬이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아직도 호크스를 응원하고 있지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이영이가 제 사인을 받아간 이유가 있었군요.”
구태성은 씁쓸하게 웃으면서도 사무진과 악수를 했다.
“감독님, 우선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사무진의 품에서 꺼낸 흰 봉투를 본 구태성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영이 아버님, 죄송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구태성은 사이영의 재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사무진이 건네는 봉투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런 돈을 주시지 않아도 이영이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중용을 받을 겁니다.”
“아,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우리 이영이의 재능은 감독님 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영이를 선발로 써달라고 드리는게 아닙니다.”
“예? 그런데 왜 이런 돈을 주시는 겁니까?”
“우리 이영이에게 고등학교 3년은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도 고등학교 3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지요.”
구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체육 엘리트주의로 소수의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즉 고등학교까지 살아남은 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약 10년간 고르고 고른 옥석이라는 뜻이다.
물론 모든 고등학교 선수들이 프로에 지망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고르고 고른 옥석 중에서도 가치가 있는 옥만이 살아남아서 프로가 된다.
고등학교 감독은 그 옥석을 보다 가치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황금사자기부터 봉황대기까지 프로구단에 쇼케이스를 해야 한다.
“그러니 더욱 이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 이건 돈이 아닙니다.”
“예? 돈이 아니라구요?”
“이번 겨울방학 내내 제가 소유하고 있는 애리조나의 호텔로 대전고 야구부를 초대하는 초대장입니다.”
“예?!”
구태성은 깜짝 놀랬다.
“아, 물론 대전고 야구부 전원 비니지스석을 발급해줄 예정이고 합숙훈련 기간 동안 호텔 인근에 있는 야구장까지 임대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대전고의 전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프로 구단들이 한해 스프링캠프 비용으로 소비하는 돈이 약 15억에서 20억 정도다.
비록 대전고의 경우에는 프로 구단보다 인원이 적지만 이와 비슷한 금액이 소모될 것이다.
하지만 프로구단이 멍청해서 한해에 20억에 가까운 돈을 사용해가면서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것이 아니다.
스프링 캠프는 한해 농사를 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저는 올해 이미 3학년들에게 무한 경쟁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영이가 능력이 있다면 선발로 나올 것이고 능력이 없다면 벤치 맴버일겁니다. 즉 제가 이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제 호텔을 건방진 서울 그리즐리 녀석들이 예약을 하려고 해서 싹다 비운 참입니다.”
“······.”
“단 조건이 있습니다. 이영이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지 아빠가 전지훈련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익명의 후원자’가 이번 전지훈련에 도움을 주셨다고 아이들에게 밝혀 주신다면 대전고의 전지훈련은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구태성은 더 이상 사무진의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었다.
#2 전지훈련
이번 겨울방학동안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가게 된 대전고 야구부는 비행기에서부터 설램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여기가 비즈니스 석이야?”
“나 비즈니스 석 처음타봐!”
“개쩐다!”
으휴, 촌놈들 비즈니스 석 처음타보나?
물론 나도 비즈니스 석은 처음 타본다.
내가 타본 비행기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때 탄 일반석과 가족여행 때 탄 퍼스트클레스 뿐이거든!
퍼스트클레스처럼 편안한 좌석은 아니지만 닭장같은 일반석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최소한의 공간은 나오는 비즈니스석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솔직하게 일반석은 1890년대 열차와 무슨 차인지 모를만큼 좁고 불편했다.
“야, 이영아 너 또 잘거야?”
“너희들도 좀 자라! 나 좀 그만 괴롭히고!”
“그나저나 대전고가 명문은 명문인가봐. 무슨 합숙훈련으로 애리조나를 가냐?”
“멍청아 합숙훈련이 아니라 전지훈련이잖아. 그리고 추운 대전에서 훈련하는 것보다는 따뜻한 애리조나에서 훈련하는게 더 좋잖아.”
“내가 선배에게 물어봤는데 선배들중에선 한번도 전지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던데?”
“그럼 우리가 처음이야? 우린 참 운이좋네.”
“그러게 말이다.”
이 멍청이들은 누구 덕분에 전지훈련을 하는지 모르겠지.
뭐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으니 나는 신경끄고 악력기나 만지면서 잠이나 자야지.
운이 좋으면 로바를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안타깝게도 이번 비행 내내 거의 잠만 잔 나지만 로바를 만나는 행운은 바랄 수 없었다.
비록 수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로바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기 때문이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었다.
방은 4인용 방이었는데 감독은 나와 나의 꼬맹이들을 한방에 몰아넣는 만행을 저질렀다.
“야, 창가쪽 침대는 내꺼야!”
“싫어! 창가 쪽은 내꺼야!”
하아, 감독 언젠가는 복수할테다! 내가 그동안 갈고 닦은 1895년식 벤치클리어링의 정수를 맛보여 줄테다!
“시끄럽고 가위바위보로 정해.”
“오, 사이영 똑똑한데?”
너희들이 멍청한거겠지!
꼬맹이들이 신나게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을 떼 박민상이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이영아, 감독님이 찾으신다.”
“예, 갈게요. 야, 너희들 자리 정해지면 내 짐 알아서 풀어놔라.”
“흥! 네가 창가쪽 침대를 양보해줘서 풀어놔주는건 아니야.”
너희들까지 츤데레인척 할 필요는 없다 이것드라!
나는 감독이 있는 감독실로 향했다.
오, 감독은 1인실이네?
“부르셨습니까?”
“그래, 이영이 나는 너희집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른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지금 코인가격이 얼마더라? 빠질거라 예상했던 코인가격은 또 다시 천장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내 감이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고 있는 게 우리 집 자산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자산 안정화를 생각하시고 자신 배분으로 부동산과 다른 주식에도 투자를 하셨다.
나는 감이 안 좋은 중국쪽 주식을 제외한 다른 주식들을 추천해드렸고 거기서도 대박이 났다.
어쩌면 우리 집은 비공식적으로 사성 회장가보다도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물론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어서 걸릴 것도 없다.
요즘은 고액체납자 같은 자랑스러운 인간들을 상대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주기에 아버지는 철저하게 세금납부를 하셨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성실세금납세자로 아버지를 초청하셨지만 아버지는 ‘언론에 노출을 피하고 싶다.’고 청와대의 초청도 거부하셨다.
“사실 나는 이번 합숙훈련이 끝나면 황금사자기에 너를 주축으로 마운드를 꾸리려고 했다.”
“실력순이라면 당연히 제가 에이스가 되어야 할겁니다.”
‘배짱하나만큼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하지만 너희 아버지 때문에 나는 네 성적이 3학년들을 압도하지 않는다면 너를 에이스로 쓸 수 없게 되었다.”
확실히 감독이 양심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만약 네가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설령 네 성적이 3학년들보다 좋아도 너를 마운드에 세울 수 없다.”
“그런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동일한 기회만 주시면 감독님이 저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없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3 훈련 시작
구태성의 훈련스케줄은 정말 간단했다.
오전 스트레칭 및 팀 전술훈련 그리고 오후 미국 고등학교와 실전을 한 다음 개인훈련이 전부였다.
만약 실전이 안잡힌 날은 모든 스케줄이 개인훈련이었다.
나와 내 꼬맹이들은 1학년이다 보니 전술훈련을 끝내고 뒷정리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내 꼬맹이들은 중학교 3년 내내 나와 비슷한 수준의 훈련으로 체력이 좋아져 있어서 전술훈련에 사용된 수백개의 공을 줍는 것 정도는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나는 개인훈련 시간을 이용해 호텔에 있는 야외 풀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했다.
아버지의 배려덕분에 호텔에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풀장은 무제한으로 이용 할 수 있었기에 나와 꼬맹이들은 수중훈련을 할 수 있었다.
“미친, 그냥 물놀인줄 알았는데 개 힘들잖아!”
“이걸 매일 했다고? 구라치지 마라!”
“구라가 아닌 것 같아. 이영이는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잖아. 심지어 우리보다 더 많이 뛰었는데 말이야.”
흥 그것이 나와 너희들의 차이다 이 꼬맹이들아!
우리와 함께 훈련하는 이들은 1학년 혹은 간절해 보이는 고학년 뿐이었다.
그중에는 외야수로 뛰고있는 박태민 이라는 2학년 애송이도 있었다.
“그런데 물 속에서 배트를 돌리는게 정말 도움이 될까?”
“물론 잘못된 자세로 방망이를 돌렸다가는 타격폼만 무너지지 아무 의미가 없을 겁니다. 당연히 최대한 평소와 같은 타격폼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야 도움이 될 겁니다.”
호텔 야외 풀장은 1.65m정도 되는 깊이였기에 충분히 배트와 몸이 잠길만큼 높이가 되었다.
“음, 그래 믿고 한번 해볼게!”
하아, 애리조나까지 와서 내 꼬맹이들이 아닌 선배 꼬맹이들까지 도와줘야 하다니!
열심히 개인훈련을 하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2학년과 3학년들은 며칠은 감독의 눈치를 보다가 감독이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자 제대로 풀어져 버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부터 스타팅 맴버를 알려주겠다.”
오후에 열심히 훈련에 임한 선수들은 스타팅 맴버로 뽑혔다.
“감독님!”
2학년 3학년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구태성은 반발을 손쉽게 제압했다.
“그동안 훈련 태도로 봐서 간절하지 않은 녀석들은 스타팅맴버에서 제외시켰다. 내 팀에 간절하지 않은 녀석들은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도 좋다. 원한다면 전학도 알아봐주겠다.”
배짱이 같이 놀던 녀석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쟤들도 오후에는 물놀이만 했습니다.”
“아니, 이번 경기로 저 친구들이 놀았는지 아니면 훈련을 했는지 들어날 것이다.”
흥 꼴좋다! 이 베짱이 자식들아.
야구가 이런 스포츠라는것도 모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