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Chapter 11. 초고교급 투수 사이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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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초고교급 투수 사이영 (2)
# 사이영 15세 시즌
“대전고, 역시 대전의 아들은 대전고에 가야지.”
대전고는 현재 약팀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고교야구계에 역사와 전통의 강호로 부모님이 정말 사랑하는 투수 구태성 애송이의 모교이기도 하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구태성이 직접 무너진 모교를 살리기 위해서 고교야구 감독으로 부임한 상황이다.
구태성은 대전 호크스의 레전드 투수이면서 한 미 일 모든 리그를 거친 경험많은 애송이다.
한국에서는 애송‘임’이라는 대구 리카온즈의 애송이와 더불어 [불패]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마무리 투수이기도 하다.
내가 대전고를 선택하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대전고에는 구태성이 있다.
딱히 구태성에게 투구의 기술을 전수 받거나 그의 전략이 뛰어날 것을 예상해서가 아니다.
그저 대전고에 입단하면 부모님이 그토록 좋아하셨던 구태성의 사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전고를 선택했다.
두 번째 아무래도 대전고의 현재 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학야구도 그랬지만 고교야구는 프로로 향하는 직접적인 ‘돈’과 관련되어 있기에 비슷한 실력이면 무조건 3학년을 먼저 뽑아 쓰게 되어있다.
물론 나 같은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1학년부터 중용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력이 약하면 던질 기회가 줄어든다.
내 계획은 이렇다.
“결국 그거네. 약팀충!”
“내 이럴 줄 알았다! 너 대전 호크스 편들때부터 알아봤다!”
“하, 그럼 너는 어디 응원하는데?”
“흐흐, 대전호크스! 역시 나도 대전고등학교나 가야지.”
“너희들이 가는데 내가 빠질 순 없지!”
“또 너희들이랑 3년이나 같이 뒹굴어야 하다니, 내 인생이 레전드다.”
“무슨 소리야! 네가 사고칠지도 몰라서 억지로 같이 가주는 거거든?”
“진우 너 고등학교 선배들 무섭다고 이영이랑 같은 학교 간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아까 전에.”
하아, 잘들 논다.
“주빈아 바보들은 버리고 입부신청서나 넣으러 가자.”
“그래.”
내가 골든리트리버 녀석을 끌고가자 KBO식 크보의 정수를 보여주던 두 녀석이 동시에 외쳤다.
“같이 가!” 같이 가!”
#2 사이영 16세 시즌 대전고등학교 입부 테스트
오시면 감사하다고 절부터 한 유성중학교와 달리 전통과 명문을 자랑하는 대전고는 우리가 입부신청서를 넣자 테스트 날짜를 알려줬다.
이게 근본이지! 사실 수지가 유성중에 입학하지만 않았어도 근본이라고는 담을 쌓은 유성중학교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5번, 유성중 사이영!”
구태성이 나를 호명한다.
나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구태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찌된 게 눈빛은 중학교에 그 변태 감독과 비슷한 것 같은데?
설마 대한민국 감독들의 기본 소양이 저런 눈빛이었던 건가? 그렇다면 3년 동안 변태 감독이라고 부른게 너무 미안한데?
“듣기로는 직구만 던진다고?”
직구가 아니라 패스트 볼입니다만? 한국어로는 속구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투심도 못 던지고?”
투심을 못 던지는게 아니라 안 던지는 겁니다만?
“패스트 볼만 던져도 타자들이 못치더라구요.”
“푸하하! 짜식 마음에 들었다. 어디 한번 잘 던져봐!”
“혹시, 잘 던지면 싸인 해주십니까?”
“싸인? 잘만 던지면 얼마든지 해주지!”
구태성이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흥! 네가 그러니까 애송이라는 것이다.
메이저리거라는 녀석이 팬들의 싸인 요청에 조건을 달다니! 어디 못 배워먹은 팬 서비스냐!
내가 메이저리거였던 시절에는 싸인보다 더 찐한 몸으로 하는 스킨쉽으로 팬들과 소통을 했지만 말이다.
물론 어웨이 팬들에게만 특별하게 해주는 서비스였고 홈팬들의 사인요청은 흔쾌히 받아주는 것이 기본 매너였다.
나는 구태성이 전해준 야구공을 쥐고 공을 던졌다.
슈우우우우우웅~~ 빠각!
응? 또 빠각?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린데?
“으아아아악!”
내 공을 받던 포수가 홈플레이트 앞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에휴, 요즘 어린것들은 너무 연약하다니까.
고작 엄지손가락 하나 부러지는 걸로 죽는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다니!
나는 익숙하게 포수의 글러브를 벗겼다.
오우야, 중학교 때 본 골절상보다 더 부어있는데? 하긴 진목선배가 받았던 공은 중학교 때 던진 공이라 지금 던지는 공보다 확실하게 구위가 떨어지는 공이긴 했다.
“하아, 철민아! 예랑 같이 병원좀 다녀와라.”
“예, 감독님.”
“그리고 이영이 네 공을 좀 더 보고 싶은데 너랑 중학교때 같이 배터리 한 애가 누구였지?”
“예, 감독님! 접니다.”
주빈이 녀석이 두 눈을 반짝이며 나섰다.
“일단 공 몇 개만 더 던져보자.”
구태성은 사이영이 마음에 들었다.
구태성의 현역시절 그는 배짱이 좋은 투수였다.
메이저 스케일로 배짱이라는 스텟이 생긴다면 80점을 받을 만큼 배짱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아 이 녀석 마치 내 고등학교 시절을 보는 것 같구만!’
구태성의 고등학교 시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고 대전고등학교는 그동안 성적이 부진해 폐부의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 시절 대전고 감독은 1000만원이라는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태성을 영입했다.
당대 최고의 고등학교인 휘문고와 경기에서 구태성은 9회 클로저로 등판했다.
그리고 3명의 타자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낸 다음 나머지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던 기억이 떠오를 만큼 사이영이라는 투수는 패기가 넘쳤다.
슈우우우우우웅~ 뻐어엉!
사이영이 던진 공을 잡은 미트에서는 터질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이런 소리는 타자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휴, 재능 넘치는 후배 덕분에 체면치레는 하겠구만!“
사이영과 함께 입부신청을 낸 F4라는 녀석들도 마음에 들었다.
구대성은 메이지리그 통산 타율이 무려 5할에 이르는 강타자였다.
고작 단 한 번의 안타이긴 하지만 그 안타가 무려 명예의 전당 투수 렌디 존슨이었다.
그만큼 타격에도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던 구태성은 단번에 세명의 가치를 꿰뚫어 봤다.
‘김진우라는 녀석은 타격보다는 수비에 재능이 있다. 그렇다고 방망이도 나쁘지 않아. 팀의 1번 타자로 키워볼만한 녀석이다. 그리고 우민규는 사이영과 마찬가지로 초고교급 타자다. 지금 당장 프로에 가져다 놔도 0.250은 칠 녀석이다. 거기다 어깨도 좋고 수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구태성의 마음에 든 선수는 최주빈이었다.
‘저런 포수가 있다면 투수들은 너무 쉽게 공을 던질 수 있지. 저 녀석 역시 무조건 주전이다.’
2번째 폐부를 눈 앞에 둔 대전고였기에 구태성은 3학년을 주전으로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구차하게 살려서 프로에 보내봤자 몇 년 못 버티고 떨어져나갈 녀석들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치열한 프로의 경쟁구도를 맛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구태성은 그 자리에서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선수층이 빈약한 대전고등학교 야구부의 특성상 입부 신청을 한 학생들을 모두 받아드려야 함에도 구태성은 자신의 눈에 띤 선수를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입부를 받아드리지 않았다.
‘재능이 없는 녀석들을 계속 야구부에 잡아둬선 안 된다. 녀석들에겐 또 다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태성의 발표에 따라서 어떤 학생은 환한 미소를 짓고 어떤 학생은 울상이 되었다.
구태성은 대전고등학교 야구부를 운동장에 집합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대전고등학교 야구부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짤꺼다. 실력이 없는 3학년은 지금이라도 당장 수능 공부를 하도록 배려해 주겠다.”
3학년들의 눈에 불이 켜졌다.
물론 만년 밴치 맴버로 활동하던 2학년들 또한 투지를 불태웠다.
그중에 단 한명 사이영만이 감독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상이다.”
“감독님 끝나셨으면 싸인이나 해주시죠.”
‘이 새끼 또라인가?’
프로야구에 또라이라면 둘째가라고 할 때 서러워 할 구태성이 사이영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3 사이영 16세 시즌
“엄마! 여기 구태성 감독님 싸인볼이에요.”
“어머나! 진짜 태성불패 싸인볼이잖아! 내가 우리 아들을 참 잘 키웠지!”
비록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낡은 야구공에다가 받은 사인볼이지만 어머니는 내가 드린 구태성의 싸인볼을 소중하게 받아드셨다.
“아들, 아빠꺼는 없냐?”
아버지도 구태성을 참 좋아하셨다.
“당연히 여기 준비했죠!”
나는 구태성의 사인배트를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배트를 품에 안으셨다.
“으하하! 역시 우리아들 뿐이야.”
사실 대전 호크스 팬이라면 구태성은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선수기는 하다.
한국 야구 최고의 재능이라 할 수 있는 류형진의 주무기 서클 체인지업은 사실 구태성이 류형진에게 전수해준 무기였다.
만약 구태성이 조금만 늦게 태어나서 메이저리그에 일찍 데뷔했다면 류형진보다도 좋은 성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있다.
메이저 22년차 투수인 나 덴튼 트루 영의 객관적인 시선에서도 구태성은 류형진에게 밀리는 재능이 아니었다.
특유의 디셉션은 타자들에게 더욱 까다롭게 느껴질 것이고 전성기 때 그의 공은 나조차 고개가 끄덕여 질만큼 괜찮았다.
“그나저나 사이영 선수, 이제 고교야군데 감상은 어떠십니까?”
“글쎄요? 고교야구에는 내 공을 제대로 칠 타자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오! 역시 이래야 내 아들이지! 하하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내 공을 건드릴만한 타자는 적어도 프로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적다고 생각됩니다만!
나는 가끔 과거의 내가 전성기 때 기량을 가지고 현대의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봤다.
내가 던지던 데드볼 시대에 공은 떼가 타서 시꺼멓게 변하고 반발력도 낮은 공이라 투수에게 유리한 점이 있었다.
그 반대로 스트라이크 존은 현대 스트라이크 존보다 좁았고 타자들의 타격폼은 지금처럼 체중을 실어서 확실하게 장타를 노리는 타격폼이 아니라 나처럼 극단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뒤에다 놓고 때리는 형식의 컨택형 타격폼을 선호했다.
그 결과 장타율은 더욱 떨어졌고 극단적인 투고타저의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대의 타격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안다는 속담뿐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나의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육체는 데드볼 시대의 덴튼 트루 영의 육체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생의 나를 뛰어넘는 것이기에 앞으로 3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아들, 다음주부터 합숙훈련이지?”
“네,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합숙훈련을 더 좋아하네요.”
개인적으로 합숙훈련은 내 훈련 스케줄보다 비효율적이라 그다지 선호하는 훈련방식은 아니었다.
나처럼 자발적인 목표를 가지고 자발적인 훈련을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한국의 학생들은 정말 누가 시켜야지만 움직이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중학교 내내 내가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