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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29화 (29/70)

〈 29화 〉 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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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시켜줘 유성중 명예소방관(1)

#1 사이영 명예소방관 되다.

“드디어 약속 된 시간이 도래했다. 꼬맹이들아! 비밀병기께서 활약할 시간이 왔다!”

“이영아, 첫 등판 축하해.”

웬일로 민규 녀석이 순순히 축하해줬다.

“너 혼자서 주장하던 비밀병기설이지만 여기서 호연중학교 타선을 틀어막으면 비밀병기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역시 그러면 그렇지!

“비밀병기‘설’이 아니라 비밀병기인거다.”

“그건 네 생각이고!”

“드디어 자칭 비밀병기의 등장인가?”

꼬맹이들이 또 다시 날 물어뜯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메이저 리그 22년 통산 511승 315패의 전설적인 투수 덴튼 트루 영님이시다.

당연히 저런 꼬맹이들의 도발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흥, 허접들아 잘 봐둬! 팀이 위기일 때 나타나는 소방관의 모습을 너희들에게 똑똑하게 보여 줄 테니까!”

나는 3루수 글러브를 벗고 투수 글러브를 착용했다.

사실 경기가 진행되는 며칠간 나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운드가 아닌 그라운드는 나에게 즐거운 공간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라운드에 가장 높은 곳에서 타자를 내려 보는 신과 같은 존재에서 그냥 저냥 그라운드에 뛰고 있는 인간이 된 기분은 뭐랄까?

그래, 굳이 비유를 하자면 땅콩이 떨어진 고양이의 기분을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번 떨어지면 더 이상 붙일 수 없는 고양이의 땅콩과 달리 나는 언제든지 다시 마운드 위에 올라올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오랜만에 불펜등판이다.

사실 불펜이라는 단어의 뜻은 시합 중에 구원투수가 경기에 들어가기 전 몸을 푸는 간이 마운드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나는 불펜에서 등판해본 적이 없다.

실력없는 투수들이야 불펜에서 연습투구를 20~30개는 하지만 나는 그런 공을 던지는 어깨조차 아까웠기에 그냥 마운드 위에 올라가서 공을 뿌렸다.

지금처럼!

슈우우우우우웅~~~ 파아앙!

깔끔하게 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140km/h짜리 패스트 볼, 비록 마운드까지 거리가 멀어져서 종속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공의 무브먼트 자체는 늘어났기에 동내 꼬맹이들이 건드릴 공은 아니다.

“스트라이크!”

타자는 반응조차 못했지만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었기에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오늘은 고작 1점을 앞서고 있기에 내가 3이닝을 던져야 한다.

그것도 실점 없이 3이닝을 마쳐야 한다.

등판 경기 대부분을 완투로 끝낸 나지만 나도 계투로 마운드에 선적이 있다.

당연히 내가 계투로 올라온 경기는 대부분 팀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이나 상대를 추격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는 선발등판한 바로 다음날 계투로 올라와 5이닝 이상을 던진 기억도 있다.

당시에는 홀드나 세이브라는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을 시기였다.

오직 팀의 승리를 위해서 마운드에 올라갔고 나는 계투에서도 잘 던졌다.

역시 투수는 구속 구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다.

공 11개로 간단하게 이닝을 마친 나는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봤냐? 이게 바로 비밀병기님의 실력이다.”

“뭐 별거 없네. 리틀 리그에서 하던거랑 차이가 없잖아.”

진우 저 자식! 만약 지금이 시합도중만 아니었으면 당장 덕아웃에서 툼 스톤 파일드라이버로 묻어버렸을텐데!

“야, 이영아 참아! 진우가 요즘 경기를 못해서 날카로운거야.”

“민규야. 너는 내가 시합도중에 같은 팀과 싸울만큼 모지리로 보이냐?”

“응? 아니었어?”

민규의 물음에 팀원 전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이휘현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잘 던져 주는 사이영을 바라봤다.

‘분명 생에 첫 불펜등판이었을 텐데도 긴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특유의 졸린 표정으로 천천히 마운드에 올라가더니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른 탬포로 공을 뿌리고 순식간에 이닝을 종료해 버리는 모습은 마치 프로야구의 끝판왕 대구 리카온즈의 오승한을 보는 것 같았다.

‘진짜 공에 돌을 넣어서 던지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묵직한 구위,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구속, 거기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핀포인트 제구까지 당장 고등야구에도 저런 투수는 몇 명 없다.’

사실 이휘현은 사이영을 숨겨두고 3학년 2학년 투수들 위주로 마운드를 운영하면서도 불안했다.

사이영의 위력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투수들이 타자를 내보낼 때 마다 혹은 실점을 할 때마다 남 몰래 사이영을 바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또 참았다.

‘마음 같아서는 경대 그 녀석의 얼빠진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사실 상대가 호연중학교만 아니었다면 이휘현은 사이영을 아끼고 아껴서 결승전에만 딱 등판을 시키고 싶었다.

사이영보다는 못하지만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것 같은 정병민이 예상보다 더 잘 던져줬기에 가능한 계획이기도 했다.

이휘현은 아이싱을 하고 후배의 투구를 지켜보는 정병민을 바라봤다.

‘광열이가 졸업하고 앞으로 어떻게 마운드를 운영하나 답답했는데 정말 잘 커줬어.’

작년 유성중의 에이스였던 서광열은 약팀의 에이스였지만 대전에 많은 고교야구부가 탐을 낼 만큼 대단한 인재였다.

하지만 올해의 정병민은 작년 서광열 못지않은 투구를 보여주면서 이휘현의 답답하던 가슴을 뻥 뚫어준 존재였다.

‘예상대로 판타스틱 4가 성장해주면 전국소년체전 우승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 지역의 최강자 대전 체육 중학교를 꺾어야만 한다.

#2 결승 전날

“우리 아들이 늦었지만 중학교 투수 데뷔 축하해!”

“오, 아들 드디어 중학교 투수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중학교 야구는 그냥 거쳐 가는 것이었지만 내 부모님에게는 다르게 느껴지시나 보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전생에 메이저에서 511승을 한 투수가 아닌 이제 막 중학교 투수가 된 어린 아들로 보이시는지도 모른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덴튼 트루 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만 그래도 이 분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이번 생에 처음으로 중학교 마운드에 선다는 사실이 중요할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중학생 시절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본건 처음이네요.”

“정말?”

부모님은 내가 첫 경험을 하는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놀이공원도 가고 1900년대에 없던 아쿠아리움 같은곳도 데려가셨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공을 던진건 전생 현생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예, 제가 본격적으로 공을 던졌던 시기가 아마18살인가 그랬을 거에요.”

“그렇게 늦은 나이에 야구를 시작했는데도 511승을 했단 말이야?”

아버지가 깜짝 놀라신다.

“저때는 다들 그랬어요. 먹고살 고민을 하다가 야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청년들이 무작정 메이저에 노크를 할 때였으니까요.”

반대로 어머니는 내가 전생에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 당시 나는 행복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내가 전생에 고생했던 사실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하셨다.

“왜 자꾸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 그래요! 이영이가 좋아하는 반찬도 많이 했으니까 많이 먹으렴.”

“죄송해요!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3인 가족이 먹기에는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카페에서 직접 베이킹을 하실 정도다.

나는 맛보다 어머니가 해주신 정성이 더 좋다.

내 전생에 어머니도 분명 온힘을 다해 나를 사랑해 주셨지만 전생에 나에게는 5명의 형제 자매가 있었다.

물론 첫째인 나에게 많은 정과 사랑을 주셨지만 내가 자라면서 나보다는 동생들을 더 많이 챙겨주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어머니가 나를 위해 해주시는 모든 사랑의 종류들에게 감사한다.

물론 그것은 내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다 먹고 나가서 캐치볼 해요.”

“캐치볼? 좋지!”

나는 어깨를 사용하는 훈련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하는 캐치볼은 다르다.

캐치볼을 할 때면 아버지는 가끔 자신의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으신다.

나는 아버지보다 많은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아버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영아, 나는 어릴 때 돈이 많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도 그래요. 돈은 상당히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죠.”

“그런데 아빠는 말이야. 10년도 넘게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인 삶을 살았어.”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 대부분 그렇다.

돈은 나와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기에 가장들은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돈을 번다.

“돈은 수단이자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네 엄마를 봐라. 돈이 생가고 나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잖니? 그런데 나는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가끔 메이저에서도 아버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야구를 하고 싶은데 당시 메이저리그는 부와 명예를 안겨다주는 곳이 아니었다.

오직 선수들의 고혈을 빨아서 구단주의 배를 불리는 그런 곳이었다.

야구 선수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지만 꿈은 행복과는 아주 먼 지옥에 있었다.

대다수의 투수들은 시즌당 500이닝이 넘는 투구를 하면서 자신의 몸을 망가트려야 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고통을 잊기위해 술과 진통제 마약등을 찾았고(심지어 그때는 어린 아이들에게 졸음이 오는 약이라며 마약을 팔 때였다.) 많은 투수들의 인생이 망가졌다.

그들이라고 행복하고싶지 않았을까?

단언컨대 그들도 행복하고 싶어서 야구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들은 야구를 선택해서 불행해졌다.

심지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한 애송이도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날 명예의 전당 명패를 뜯어먹고 살 수는 없다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한 삶을 살아야 했다.

“지금 불행하신가요?”

“행복하지! 행복한데 뭔가 답답하기도 해. 그런데 네 엄마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살고 있으면 안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

아버지는 지금 돈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한 열차와 같았다.

“아버지도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일을 해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일?”

“아빠는 야구를 좋아하니까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해보세요.”

“오? 나쁘지 않은데?”

아버지의 눈이 반짝이신다.

나는 이런 아버지의 눈이 좋다.

나는 아버지가 제 2의 목적지를 찾기를 바란다.

파앙!

아버지가 던진 공이 내 글러브를 파고든다.

“오! 공 좋은데요?”

나는 최대한 약하게 공을 아버지에게 던졌다.

아버지 언제나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후아! 좋아 이제 소화도 다 시켰으니까 들어가 볼까? 이영이 너는 수중훈련 해야 하지?”

“네, 아무래도 근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선 수중훈련 만한게 없으니까요.”

돈이 많다면 이런 것이 좋다.

내가 수중훈련을 하기 위해선 수영장을 직접 찾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러한 사정을 깨달으시고 바로 집 옆에 있는 집을 사서 그 집을 허물고 수영장을 지어주셨다.

오직 나만 훈련 할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을 나에게 선물해 주신 거다.

그때 아버지는 지금과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앞으로도 아버지가 그때처럼, 지금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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