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Chapter 7. 사이영을 노리는 사람들(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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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사이영을 노리는 사람들(1)
#1 한일전 반응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는 분명 크게 주목받는 대회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많은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한일전에서 130km/h의 공을 연신 뿌리는 사이영을 보는 네티즌들은 자연스럽게 사이영을 응원했다.
[네이브 중계 |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3라운드 한국 vs 일본]
[13251명 시청중]
-아, 우리 사이영 선수 비록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마운드에서만큼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타격이라는게 그렇습니다. 그래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말씀 드린 순간! 사이영선수가 또 3구로 삼진을 잡아내고 이닝을 종료합니다.
┗>아, 저 꼬맹이 뭔데? 뭔데 우리 불펜 애들보다 잘 던지는 거 같냐?ㅋㅋㅋ
┗>ㅅㅂ 방어율 실화냐?ㅋㅋㅋ
┗>ㅂㅅ아 방어율이아니라 평균자책점
┗>대충알아들어라! 개 찐따 새끼야. 손가락을 고이 접어 용접기 해버리기 전에
┗>급발진 먼데?ㅋㅋ
┗>그런데 사이영 저 꼬맹이 좀 귀엽다? 누나가 팥빙수 사줄까?
┗>아줌마, 그러다가 잡혀가요.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이런 중계를 지켜보는 대한야구협회 회장 정명식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어떤가? 내 큰 그림이?”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박감독 그 친구 아주 크게 될 친구야.”
“그렇습니다. 비록 프로에서는 실패한 선수지만 지도자로써 역량은 충분해 보입니다.”
“박감독이 키운 친구들이 올해 11살이라지?”
“지금 던지고 있는 사이영이라는 친구를 포함해 팀 주전 7명이 모두 11살입니다.”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는 참여가능한 나이가 12살까지만 참석이 가능한 대회였기에 정명식은 대회 2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노렸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겠지?”
“충분히 가능할겁니다.”
“하하하하! 아주 좋아. 박감독이 들어오는 날에 맞춰서 괜찮은 한정식집 예약좀 잡아놓게.”
정명식이 유소년 야구에 투자하기 이전에도 한국은 가끔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그 성적의 바탕에는 천재의 등장이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물론 이번에도 사이영이라는 천재의 등장이 있었기에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사이영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정명식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알겠습니다.”
‘대회 2연속 우승만 한다면 박감독을 차기 청소년야구 감독으로 임명하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정명식은 은퇴를 앞두고 정경련의 추천으로 대한야구협회 협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평소 야구 팬으로써 야구 발전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왔던 정명식은 독불장군처럼 유소년 야구와 청소년 야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처음에는 반대도 심했지만 차츰 결과가 눈에 보이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친구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부산 타이탄즈에 입단한다면 부산도 우승 할 수 있겠지?’
참고로 정명식이 근무하던 회사는 부산 타이탄즈의 모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로테그룹이었다.
부산은 워낙 꼴등을 많이해 꼴산이라 불렸고 프로야구 팬들은 부산의 팬을 꼴빠 혹은 꼴리건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정명식은 꼴리건이었다.
“으하하! 이대로만 자라다오.”
정명식은 숙적 일본을 꺽고도 불만어린 꼬마 에이스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2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
우리는 간단하게 일본을 제압하고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더블엘리미네이션으로 진행되는 세미파이널은 패자조로 떨어진 이들 중에서 패자부활전을 통해 4강행 티켓을 손에 쥔 팀과 3라운드를 모두 승리한 승자조 팀이 붙는다.
3라운드 승리를 거둔 우리는 당연히 승자조의 혜택인 하루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패자조에서 올라온 팀은 호주팀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팀은 그동안 경험해본 리틀 리그 팀들 중에서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당연히 일본과 2차전을 준비했다.
나 또한 내심 일본팀과의 재경기를 원했다.
빌어먹을 꼬맹이 녀석들이 나를 매국노라 부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88년 동안 미국에 살아서 미국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11년간 살아온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일본놈들을 향해 4타석 4홈런을 날리겠다고 꼬맹이들에게 선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탈탈 털려서 맨탈이 날아간 일본 타자들이 제대로 삽질을 하는 바람에 준결승전은 호주팀과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컨디션이 좋아보였던 민우가 2이닝 만에 3실점을 하면서 조기 강판을 당했고 이후 올라온 애송이들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기는 타격전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세 얼간이와 야구천재인 내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는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쳇, 멍청한 일본 꼬맹이들! 이를 악물고 기어 올라와서 나한테 홈런 4방은 맞아야 했는데!
“운이 좋았어.”
“뭐가? 호주전?”
“아니, 일본 꼬맹이들 말이야. 내 방망이를 피하기 위해서 자진탈락을 선택하다니 역시 카미카제의 나라인가?”
세계 2차 대전을 경험한 나에게 일본의 카미카제는 제법 유명한 이야기다.
일본 꼬맹이들에게 술을 먹이고 비행기를 조종하게 하는 정신 나간 일본제국의 만행은 미국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뭐래? 일본애들만 만나면 시원하게 선풍기나 돌리면서!”
“그래도 4이닝 정도는 막았잖아. 아빠가 그러시던데 시영이 너 마운드에선 애국 타석에서는 매국했다던데?”
도대체 민규 너희 아버지는 뭐하는 애송이시냐? 나중에 한번 꼭 만나보고 싶구나!
“자 자, 주목! 방금 전 우리 결승상대가 정해졌다.”
어차피 결승전 상대는 미국 애송이들 아닌가? 뭐가 중요하지?
“이번에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팀은 미국 애틀란틱리그의 M2 리틀 야구단이다.”
“M2? 우리는 2M인데?”
“M2 리틀 야구단은 지금껏 우리가 상대한 어떤 팀들보다도 강한 팀이다. 투수쪽으로는 이름난 친구가 없지만 기본 팀 타율이 5할에 육박할 정도로 막강하다.”
메이저에서 타이 ‘멍청이’ 콥이 잊을 만하면 4할을 쳐서 그렇지 대부분의 타자들은 3할만 쳐도 잘 친다는 소리를 듣는다.
요즘은 과거처럼 타율에 큰 의미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팀 타율이 5할이라는 소리는 2 타자 중 한명인 1루 이상으로 간다는 소리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팀 역시 4할을 살짝 넘기는 팀 타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틀 리그 야구단이 그렇듯 절대적인 에이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망이로 상대방을 쓰러트리는게 더 주요한 전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타자들에게 극도로 유리한 알루미늄베트, 그리고 짧은 1루 거리와 펜스 거리는 타자들에게 극도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물론 투수도 넓은 스트라이크 존과 14m의 투구거리라는 이점이 있지만 리틀 야구는 여러모로 투수에게 불리한 전장임은 틀림없다.
“이번 결승전은 제 활약이 중요하겠군요.”
“이영이 말이 맞다. 이번에 이영이가 어떻게든 전과 같이 4이닝을 책임져준다면 우리 우승 확률이 올라간다.”
“하, 그냥 완투해도 되는데 요즘 어린것들이 너무 약해서 에잉!”
‘이영아. 너도 충분히 어린데?’
박해민은 당황해서 자신이 해야할 말을 삼켰다.
물론 박해민과 달리 사이영이 멍청이 삼형제라 부르는 친구들은 이런 기회를 놓칠 녀석들이 아니었다.
“가끔보면 이영이 머리가 좀 이상한 것 같지않아?”
“가끔이 아닌걸? 가끔가다가 정상으로 보이는거 아냐?”
“음, 맞지 맞지!”
“시끄러워! 너희들 당일 선발투수를 상대로 트레쉬토킹을 하지 마!”
아무래도 이 시건방진 꼬맹이들은 팀내 에이스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3 결승전 당일
22년 메이저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 주었다.
그중에서도 3회의 노히트 노런, 1회의 퍼팩트 게임 그리고 1903년에 기적같은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나에게 꼬맹이들과 하는 야구 시합은 조금의 긴장감도 털어버릴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줬다.
평소와 다름없는 마운드위에 선 나는 타자를 내려다 봤다.
······저 꼬맹이 제법 큰데?
우리팀 꼬맹이들과는 비교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165cm는 되어 보이는 신장에 발달해있는 상체 근육, 지금껏 만나본 타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녀석임을 깨닫게 해줬다.
슈우우우우웅~ 까앙!
내가 던진 공이 3루 파울라인 근처로 지나갔다.
내 공의 위력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틀림없이 안타였을 타구다.
흥, 그래봤자 1903년부터 파울은 스트라이크로 처리된다.
“퉷!”
살짝 풀려있던 마음이 녀석의 파울타구 덕분에 팽팽해졌다.
녀석은 손이 아픈지 인상을 쓰면서 나를 노려봤다.
저것도 타자가 미숙하다는 증거다.
메이저의 불문율 중에 괜히 사구에 맞은 타자는 아픈 척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약한 것을 보여주는 순간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들은 사기가 올라간다.
나는 어디 한번 칠태면 쳐봐라는 식으로 한 가운데 패스트 볼을 찔러넣었다.
슈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웅! 파아아앙!
파울타구로 인해 살짝 경직된 녀석은 내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한편 최주빈은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공을 뿌려대는 사이영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흐흐흐흐!”
상대 타자가 최주빈을 노려봤지만 최주빈은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희들 이제 녀석의 공을 스치지도 못 할 거야.”
“WHAT?”
“그냥 삼진먹고 덕아웃으로 가. 오늘은 야구가 일찍 끝나는 날이니까.”
‘도대체 뭐라는 거야?’
M2야구단의 1번 타자 카를로스는 평소에 경험 할 수 없는 강력한 공을 마구 뿌려대는 투수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거는 포수 때문에 심통이 났다.
감독에게 상대 투수에 대해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카를로스지만 평소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있던 그는 자신을 압도하는 재능을 만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길 너무 빠르잖아.’
결국 어깨 높이로 날아오는 패스트 볼에 그대로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스트라이크! 베터 아웃!”
마운드 위에선 화난 것 같은 투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처음으로 재능이라는 벽을 느끼게 되었다.
하, 참 나도 아직 수련이 덜 되었나?
고작 꼬맹이에게 안타를 맞을 뻔 했다고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 버렸다.
그 증거로 분명 몸 쪽 높은 방향으로 던진 공이 생각보다 더 높게 그리고 가운데로 향하고 말았다.
다행히 상대가 내 공에 완전히 쫄아 있었으니까 그나마 스윙 삼진을 뽑아낼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그냥 쓸데없는 볼 카운트 하나만 날릴 뻔 했다.
나는 주빈이 녀석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주빈이 녀석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날 보며 씨익 웃는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는 우리가 가져갈 것 같다.
[리틀리그 월드 시리즈 2M 리틀 야구단 전승 우승!]
시리즈 MVP 사이영(11세) 3승 평균자책점 0점 31탈삼진 투수 삼관왕!
그가 갑자기 시상식에서 “메달!”을 외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