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Chapter 6. 낭중지추는 언젠가 드러난다.(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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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낭중지추는 언젠가 드러난다.(2)
#1 사이영11세 시즌
우리 2m 리틀 야구단은 미국 펜실베니아주로 향했다.
이 말인즉 또 다시 빌어먹을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소리였다.
나는 좌석에 앉자마자 안대와 목 베개를 세팅했다.
“야, 이영이 또 자려는거 같은데?”
“원래 이영이 비행기 타는거 무서워하잖아.”
뿌드득!
어지간하면 치아건강을 생각해서 이를 안 갈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녀석들과 함께하면 이빨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 명예를 위해서 녀석들에게 잘못된 정보는 정정해줘야 할 것 같다.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비행시간이 기니까 지루해서 자는 거다. 너희들도 할 일 없으면 누워서 잠이나 자.”
“응, 우린 비행기 안 무서워.”
“괜찮아. 우리 엄마가 누구나 무서워하는 건 있다고 하셨어.”
빌어먹을 꼬맹이들 평생 저주할테다.
“이 멍청이들아. 지금 잠을 자둬야 시차적응을 할 수 있을 걸? 너희야말로 밤낮이 바뀌어서 경기 때 실수하지 말고 나처럼 푹 자둬!”
“······그런가?”
“이영이가 틀린 말을 자주하지만 이 말은 맞는 거 같기도 한데?”
나는 늘 옳은 말만 한다! 이것들아!
1890년대 메이저는 열차로 이동을 하면서 경기를 치렀다.
지금이야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가는데 13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옛날에는 바로 옆에있는 주를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정도 소모되었다.
이동이후 바로 야구를 해야 했기에 홈팀의 승률이 더욱 좋았을 때다.
당연히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도가 사람의 몸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었기에 내 주장은 설득력을 가졌다.
사실 대만까지 가는 첫 비행은 솔직하게 무섭긴 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비행을 끝낸 나는 오래전 현역시절에 그랬듯이 ‘이동=휴식’이라는 루틴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밥 나오면 깨워라.”
일단 잠은 자더라도 먹을 건 먹어야지! 성장긴데!
요즘 들어서 밥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라고!
“그래, 잘 자.”
#2 사이영11세 시즌
결국 녀석들은 내 이야기에 설득되어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골아 떨어졌고 우리는 기내식을 놓치고 13시간이라는 숙면에 성공했다.
“이 멍청이들! 밥 나오면 깨워준다면서!”
“아, 나도 모르게 자고 말았네?”
“하루 굶는다고 안 죽어.”
“자자, 예들아 그만 떠들고 짐챙겨서 숙소로 이동하자.”
우리가 도착한 숙소는 대만에서 잡았던 숙소랑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감독님! 숙소가 너무 별로에요.”
‘그야 지난번에는 이영이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주셔서 좋은 숙소를 잡은거고 이번에는 야구협회에서 지원을 해줘서······.’
대한야구협회 협회장 정명식은 프로위주로 돌아가던 야구판을 키우기 위해 유소년 야구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인물이었다.
보통 국제대회에 나간다고 해도 이전에는 부모들의 사비로 대회 출전을 감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도 이영이 부모님도 갑작스럽게 큰 돈을 지출하셨으니 또 지원을 받을 수는 없을 거고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어?’
물론 박해민은 지원을 받은 만큼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박해민은 질 자신이 없었다.
‘이영이가 있는데 진다고? 말이 안 되지!’
“대만이 물가가 싸서 좋은 숙소를 싸게 잡을 수 있었어. 이곳은 미국이잖니? 거기다가 근처에 야구장도 있단다.”
“와아아아아아!”
나 덕분에 푹 쉰 녀석들은 곧장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한국에서는 야구가 비싼 스포츠가 되어서 생활 체육으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은 동내마다 크고 작은 야구장이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있다.
하긴 야구장은 단순하게 마운드, 홈플레이트, 베이스, 폴대만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골대만 있으면 되는 축구장보다는 복잡하긴 하지만 만드는 것 자체는 넓은 부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동내 야구장이라고 해도 제법 시설이 깔끔하고 마운드도 마음에 든다.
아, 요즘 녀석들은 참 좋은 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군!
옛날에는 메이저들도 돌밭에서 야구를 했는데 말이야!
우리는 일단 야구장에서 몸부터 풀었다.
비행기가 아무리 좋은 운송수단이라고 해도 반나절 넘게 한 자세로 움직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상당히 굳어 있었고 가벼운 러닝으로 굳어있는 몸을 풀어주었다.
꼬맹이들은 나를 따라서 저마다 러닝을 하거나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었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는 두 번 패배하면 탈락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진행된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그게뭐지?”
하아, 이 멍청이들과 함께 야구를 해야 한다고? 앞길이 막막하다.
“더블 엘리미네이션은 쉽게 말해서 한번 패배해도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뜻이야. 대신 두 번 패배하면 바로 탈락이라는 소리지.”
“아? 그럼 그냥 다 이기면 된다는 소리잖아?”
“뭐야, 괜히 쫄았네.”
참고로 이 녀석들은 나와 함께 야구를 하면서 패배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내가 내려가고 나서 경기가 뒤집어져도 어차피 나라는 강타자가 있으니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한 패배가 작년에 민규가 복통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고 주빈이가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안좋을 때 진우가 불을 지르면서 경기가 뒤집힌적이 있다.
물론 그 경기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경기지만 애석하게도 리틀 리그는 정규이닝도 짧은데 규정시간까지 존재한다.
“내일은 이탈리아랑 1차전이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면 될 거야.”
이탈리아? 아, 거기도 야구를 하나?
#3 사이영11세 시즌
이탈리아와의 1차전은 11:2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우리가 승리를 따냈다.
이탈리아쪽 애들이 하는걸 보니 더블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방식이라고 해도 다시 만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2차전은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전통의 강자 중 하나인 멕시코였다.
유럽리그에서 예선을 치루고 올라온 이탈리아 팀은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했지만 멕시코 팀은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걸 봐서는 멕시코 토박이들이 미국 애들을 누르고 인터네셔널 그룹에 진출한 것 같았다.
멕시코 녀석들은 인사 대신 눈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우리를 도발했다.
이제는 워낙 유명해져서 꼬맹이들도 알고있는 인종차별 제스쳐에 성격 좋은 주빈이 녀석도 화를 냈다.
인종차별이라, 문득 검둥이 꼬맹이가 떠오른다.
그 주인공은 사첼 '꼬맹이' 페이지 본명은 리로이 로버트 페이지지만 나에게는 그냥 검둥이 꼬맹이 녀석이다.
요즘에야 흑인을 검둥이라고 부르면 상당한 욕을 먹겠지만 당시에 검둥이는 그냥 사회에서 흑인을 부르는 단어였다.
그게 점점 모욕적인 언어로 인식되면서 인종혐오발언으로 발전한 것이다.
녀석은 나 만큼이나 위대한 투수였다.
가장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비공식적으로는 2000승 이상을 거뒀다고 알려진 녀석이다.
나는 죽기 진전에도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각종 야구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그중 나의 관심을 끈 녀석이 바로 페이지였다.
내가 죽기 전 페이지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내가 뛸 때보단 좋아졌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거칠었고 인종차별을 일상이었다.
페이지, 너는 어떤 싸움을 해온거냐?
“저 자식들이!”
주빈이 너 이 자식 의외로 다혈질이었구나?
앞으로 놀릴 때 조심해서 놀려야겠어.
주빈이가 눈에 불을 켜고 맥스코 녀석들을 노려보자 오랜만에 민규가 옳은 소리를 했다.
“놔둬. 못 배운 아이들이잖아. 우리 엄마가 못 배운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하셨어.”
민규가 눈치가 없긴 하지만 틀린 소리를 하는 법은 없다.
“그래, 못 배운 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 하지만 저런 못 배운 놈들보다 야구를 못하는 건 부끄러운 거야.”
그리고 오늘은 내가 등판을 할 수 없는 날이다.
가끔은 이런 제약이 짜증난다.
물론 어린 아이들의 어깨를 보호하는 건 좋은 취지다.
나조차 꼬맹이들이 공을 던지는걸 보면 언제 부러질까 무서울 지경이니까
하지만 나는 완벽한 투구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공을 많이 던져도 어깨가 무겁거나 팔꿈치가 욱신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깨가 달아오를 만하면 아이싱을 해야 해서 짜증날 정도다.
그렇다고 옛날에 던지듯이 던지면 아직은 연약한 육체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과 보호받을 만큼 내 육체가 연약하지도 않다.
고작 10일 동안 5번 정도 던지는 걸로 부상을 당했다면 덴튼 트루 영은 첫 시즌에 부상자명단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대회수뇌부는 오늘도 나의 등판을 막았다.
내가 등판한다면 충분히 손에 피를 묻혔겠지만 오늘 등판하는 녀석은 민우다.
어쩔 수 없나? 차도살인을 하는 수 밖에!
“민우야, 짜증나면 그냥 머리를 향해서 공을 던져버려.”
“그, 그래도 돼?”
“당연하지. 원래 투수는 그럴 수 있는 직업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지고 나면 결과는 둘 중에 하나야. 맞은 놈이 실려나가거나 피한놈이 바지에 오줌을 지리거나.”
“······민우야, 제발 저 미친놈 말 듣지 마.”
“그래, 그리고 민우 네 공을 느려서 던져봤자 아프지도 않을 거야.”
“······.”
하 민규 저 자식 안 그래도 자신감이 부족한 녀석한테 공이 느리다고 디스를 하다니!
“나만 믿어! 만약에 저 멕시코산 꼬맹이들이 널 향해 달려들면 내가 다 처리해줄게.”
민우는 가만히 내 손을 바라본다.
덴튼 트루 영만큼 큰 손은 아니지만 또래들 중에선 제법 큰 손이다.
아직 이번에는 한 번도 주먹질을 해본적은 없지만 1890년대식 벤치클리어링으로 단련된 나를 이길 꼬맹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상대팀뿐만아니라 잘못하면 상대팀 팬들까지 합류해서 패싸움이 벌어지곤 했으니까!
“······일단은 그냥 던질게.”
쳇, 차도살인은 실팬가?
우리를 향해 눈을 찟는 행동을 했던 꼬맹이는 선발투수로 마운드 위에 올라왔다.
역시 요즘 투수놈들 중에 정상인 놈들을 찾기가 힘들다니까.
시작도 전에 사람을 도발하다니 마운드 위라고 안전할거라 생각지 마라!
깡! 깡! 깡!
안 그래도 타격감이 좋은 진-민-주 라인을 향해 무식하게 정면승부를 한 녀석은 1회 초부터 무사 만루에 몰리고 말았다.
좋아, 민우가 공을 던지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내가 대신 처리를 하는 수 밖에 없나?
그렇다고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투수를 향해 강습 타구를 날릴 실력은 나에게 없다.
아니 타이 ‘멍청이’ 콥이나 호너스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들도 그런 능력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잘 던지는 투수들은 강습타구를 얻어맞고 진작에 은퇴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도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방망이로 승부를 할 생각이다.
까~~~앙!
이 맑고 청량한 알루미늄 배트의 소리는?!
인종차별 멕시코 꼬맹이가 던진 공은 내가 휘두른 방망이에 맞고 우중간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중견수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려보지만 내가 보기에 이미 공은 넘어갔다.
평소와 달리 타구를 감상한 나는 투수와 눈이 마주쳤다.
1회부터 만루홈런을 맞은 녀석은 기분이 더러운지 나를 노려봤다.
“뭘 봐? 못생긴 놈이.”
나는 있는 힘껏 그리고 최대한 화려하게 손목에 스넵을 줘서 방망이를 던졌다.
휘리리리리리릭!
내 방망이는 화려하게 허공을 돌았다.
봤냐! 이 멕시코 못난이 녀석아! 이게 바로 전통과 근본의 KBO식 빠던이라는 거다!
허접하게 배트를 높이 던지기만하는 MLB의 배트 플립과는 차원이 다르지?
그리고 나는 최대한 천천히 세레머니를 하듯이 베이스를 돌았다.
“이 미친놈아! 왜 이제와?”
“방망이는 왜 던진 거야? 던지면 안 된다면서?”
“너희들은 저런 녀석들에게까지 매너를 지켜주고 싶냐?”
“그럼 오늘은 배트 플립을 마음껏 해도 되는 건가?”
“배트 플립이라니 너는 내 빠던을 무시했다!”
“빠던이나 배트 플립이나!”
“다르다!” “뭐가 다른데?” “여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