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Chapter 6. 낭중지추는 언젠가 드러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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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낭중지추는 언젠가 드러난다.(1)
#1 사이영11세 시즌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대만 예선, 대한민국 2m리틀 야구단 우승!]
KBO 대한야구협회 회장 정명식은 대한민국의 건아들이 대만을 누르고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자격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비서, 2m리틀 야구단 단장과 미팅 약속 좀 잡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KBO는 점점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산업의 발달로 야구에 대한 관심은 게임, 문화산업에게 빼앗겼다.
‘요즘 아이들은 야구보다는 게임에 더 관심을 가지지.’
하지만 정명식은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뒤집어보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그럼에도 KBO의 누적관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컸다.
2000년대 후반 야구는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야구의 흥행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나이를 먹거나 메이저를 도전하러 KBO를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정명식은 야구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프로도 프로지만 유소년 야구를 진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유소년 야구단 지원금을 늘린 효과를 보는건가?’
그동안 한국에게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는 남에 집 잔치나 다름없었다.
70년 동안 이어진 유서 깊은 국제대회지만 여기서 대한민국이 우승을 차지한 건 고작 3번 뿐이었다.
“아, 그리고 김기자도 좀 불러주고 말이야.”
“KL스포츠 김현준 기자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친구가 싸가지는 없어도 일은 잘하지 않나.”
정명식은 이번에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을 밀어줄 생각이었다.
‘확실히 사이영이라는 이 녀석 재능이 있어.’
낭중지추, 사이영의 재능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 사이영11세 시즌, 일생일대의 위험
대만 전 승리를 거뒀지만 내 일상은 크게 변한게 없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훈련, 훈련이 전부였다.
나는 새벽부터 러닝을 하면서 워밍업을 했다.
이런 내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줄 녀석이 나타났다.
“야, 사이영!”
“어? 수지야? 오랜만이네?”
“우승을 했으면 나한테 줄게 있지 않아?”
뭐였지? 아! 맞다.
“줄 거? 당연히 있지! 어차피 집도 가까우니까 같이 갈래? 집에 놔뒀어!”
“너 내가 이틀이나 기다려 준거야.”
“미안해! 내가 정신이 좀 없었어.”
집에 도착한 나는 수지를 주려고 사뒀던 파인애플 케이크를 들고 수지에게 달려갔다.
“자! 대만에서 제일 맛있는 펑리수야. 멍청이 3형제가 네 선물인지도 모르고 뜯어먹어서 출국전에 겨우 구한거야!”
당일날 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실 녀석에게 선물을 주기로 한 것을 깜빡했다.
나이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마워, 잘 먹을게. 가 아니잖아!”
왜 갑자기 도끼눈을 뜨고 저를 노려보시죠? 제가 뭔 잘못이라도?
“이런거 말고 준다고 약속한게 있잖아!”“펑리수 말고?”
다른게 있었던가?
갑자기 수지 녀석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뭐지? 기억해내라! 덴튼 트루 영! 너는 할 수 있어.
나는 수지와 만났던 날에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아! 당연히 있지! 다행히 예선전을 우승해도 기념이라고 메달을 주긴 주더라! 잠깐만 기다려봐.”
“따, 딱히 받고싶어서 이야기한건 아니야.”
무슨 소리세요? 빚쟁이마냥 내가 러닝하는 코스에서 나를 기다리신건 정수지양 당신 아니신가요?
내가 그걸 어디다 놔뒀더라? 아, 내 야구 가방에 넣어놨지?
나는 내 방으로 달려가 야구가방을 가져왔다.
배트 케이스와 각종 야구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대만에서 받았던 메달도 넣어둔 가방이다.
나는 가방을 뒤져 내가 넣어둔 우승기념메달을 찾았다.
그런데, 메달이 없다.
“어?”
“무슨 문제라도?”
“자, 잠깐만 기다려봐!”
와르르르륵!
가방을 뒤집어보니 배트, 야구글러브, 예전에 주빈이에게 생일날 받은 스파이크 클리너같은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지만 그 어디에도 메달은 보이지 않았다.
“어?! 분명히 넣어놨는데? 왜 없지?”
“없어? 기념 메달이?”
눈 앞이 깜깜해진다. 마치 호크스의 미래같다고 해야하나?
“······미안, 잊어버렸나봐.”
왜 가방에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달을 가지고 놀다가 숙소에 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와 동시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이 떨어진다.
내 심장도 같이 떨어진다.
“자, 잠깐! 고작 예선전에서 우승했다고 받는 메달을 너에게 줄 순 없지! 이번에 미국가서 우승하고 오면 메달이건 반지건 줄게!”
“흥! 이번에도 잊어먹었다고 하게?”
잊어먹었다고 하는게 아니라 진짜 잊어먹은거라니까?
“나 사이영 똑같은 실수를 두 번하는 남자가 아니야! 이번엔 진짜 줄 거니까 딱 기다려.”
“이번엔 본선인데?”
“예선이건 본선이건! 정수지 너 나 못 믿어?”
그까짓 미국 꼬맹이들 수백명이 덤벼도 안무섭다 이 말씀! 물론 지금 내 눈앞에서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저 꼬맹이는 좀 무섭다.
“······이번 한번만 믿어준다.”
거봐. 빚 받으러 온 거 맞잖아.
사무진 부부는 거실에서 꽁냥거리는 어린 커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여보, 우리 아들 다 큰거같죠?”
“원래 다 큰 녀석이잖아요.”
“참 좋을 때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들아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는게 좋단다.’
물론 사무진은 행복했다.
#3 사이영11세 시즌, 첫 인터뷰
나는 기본적으로 기레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명예의 전당에 투표를 왜 기레기들이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사람이 나다.
심지어 요즘 기레기들은 고작 야구를 좀 했다고 비겁한 치터들에게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한다는 투표해 준다.
기레기들의 머릿속에는 그런 비겁한 녀석들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순간 명예의 전당은 불명예의 전당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여튼 내가 기레기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내가 기레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유는 오늘 기레기와 인터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김현준, 이 덴튼 트루 영이 월터 존슨보다 못한 투수라는 기사를 쓴 기레기 중에 기레기와 인터뷰는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다.
평소와같이 리틀 야구단에 도착한 나는 몸을 풀다가 마스터에게 불려갔다.
그리고 오늘 인터뷰가 있을거니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나이 11살,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이런 꼬맹이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걸로 봐서 그 기레기는 기레기중에 할 일이 없는 기레기임이 틀림없다.
“안녕? 네가 사이영이니? 반가워. 나는 칼럼리스트 김현준이라고해.”
김현준이라는 기레기는 40대 중반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은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2m리틀 야구단 에이스 오브 에이스 사이영이라고 합니다.”
김현준은 다양한 선수들을 인터뷰해본 베테랑 기자였다.
그런 김현준에게도 사이영이라는 아이는 상당히 특이한 인터뷰어 였다.
‘보통 이런 나이의 아이들은 부끄러워하거나 어버버거리는게 정상인데······.’
사이영이라는 아이는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고 거친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한국 프로야구에서 곧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와 인터뷰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번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활약이 대단했다고 들었어. 혹시 긴장은 되지 않았어?”
“김장이요? 그거 김치 담글때나 하는거 아닙니까?”
물론 진우 녀석을 담글때도 필요한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하하하! 재미있는 녀석이네? 그래도 대만애들도 야구를 못하는건 아니잖아. 그리고 첫 결승전이니 떨릴수도 있는데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건 대단한 거야.”
이래서 기레기들이란 어쩔 수 없다니까.
야구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꼭 야구를 아는 척 가르치려 든다니까!
“별거 아니죠, 고작 11살 12살 꼬맹이들이랑 놀아준거니까요.”
“혹시 사이영 선수의 나이가?”
“저는 올해 11살입니다.”
물론 전생까지 포함하면 내년에 100살이겠네요.
“그럼 다음주에 있을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이런 호투 기대해봐도 될까?”
“어차피 우승은 2m리틀 야구단껍니다.”
“오, 자신만만한데?”
김현준은 장난스럽게 사이영의 팔을 찔렀다.
‘무슨 몸이 돌덩이같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이렇게 탄력있고 단단한 근육을 지닌 선수들을 몇 명 없었다.
“그런데 김현준 기자님,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응? 나한테?”
김현준은 인터뷰어에게 질문을 받게되자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한테 물어볼게 뭘까?”
“기자님의 전설의 이야기 시리즈를 다 읽어봤는데 그중 최고의 투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최고의 투수라······.”
김현준은 잠시 고민을 했다.
자신의 칼럼에 등장한 투수들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시대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는 전수들이었다.
“역시 최고의 투스는 월터 존슨이지 않을까?”
“그럼 혹시 라이브볼 시대에 데드볼 시대같이 던지는 투수가 등장한다면 월터 존슨보다 대단한 투수라고 인정해주실수 있을까요?”
김현준은 꿈을 꾸는 아이에게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데드볼시대의 투수라, 사실 나는 데드볼 시대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는 야구의 암흑기라 생각한단다. 10년 이상 던진 투수가 손에 꼽을만큼 적으니까 말이다. 절대 다시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야.”
“그래도 사이 영은 그때도 22년을 던진 투수잖아요.”
“사이 영이라, 너랑 이름이 똑같네?”
‘잘하면 재미있는 기사가 나올지도 모르겠어.’
“지금은 어깨가 싱싱하니까 네가 던지고 싶은만큼 던질 수 있을지 몰라. 그래도 데드볼 시대만큼 던지겠다는 생각은 당장 때려치우는게 어떠니? 그러다가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지도 몰라.”
“······.”
인터뷰를 마친 김현준은 박해민을 만났다.
“우리 이영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워낙 당찬아이라 저도 기분 좋은 인터뷰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당차긴 하죠.”
사실 사실 김현준은 갑작스러운 정명식의 인터뷰 요청에 짜증이 나있었다.
이제 곧 회사를 나와 개인 칼럼리스트가 될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현준이었기에 이런 인터뷰 청탁은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특정선수를 띄워주기 위한 기사가 아닌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인터부였기에 김현준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2m 리틀 야구단은 재미있는 야구단이었다.
아무리 리틀 야구라지만 한 팀에 5할이 넘는 타자가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투수진도 인터뷰한 사이영이 평균자책점 0점으로 5년 내내 미스터 0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그 이후에 나오는 투수들 역시 괜찮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혹시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아무래도 대한야구협회에서 이번에 일을 크게 벌일 것 같습니다.”
“아, 저도 들었습니다. 이번에 케이블 채널에서 이번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를 편성할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런데 제가 이번에 저 아이들을 팔로잉하면서 기사를 써볼까 합니다.”
“그래주시면 저희야 고맙죠.”
“그럼 일단 박해민 감독님부터 인터뷰를 할까하는데 사이영 저 친구와 첫 만남부터 시작할까여?”
‘첫만남?’
박해민은 사이영과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이걸 사실대로 말하는게 과연 이영이의 미래에 좋을까? 그리고 잘못하다가 나도 오타쿠로 찍힐거 같은데······.’
“하하하, 첫만남이라······.”
그때 팀에서 가장 눈치 없는 꼬맹이 우민규가 나타났다.
“감독님! 저도 알아요. 이영이가 입단했을 때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하면서 감독님의 씹덕력을 테스트 했다면서요.”
“민규야? 가서 운동해야지? 친구들이 기다린단다.”
“더워서 잠시 물좀 마시러 나왔어요.”
애석하게도 민규의 인터뷰 덕분에 묻혀야할 어두운 과거중에 하나가 밝혀지고 말았다.
“감독님, 애니 좋아하시나봐요?”
“하. 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