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Chapter 4.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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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1)
#1 사이영 8세 시즌
오늘은 토요일 학교에 가지 않는 성스러운 날이다!
그렇다는 것은 오늘 오후에 리틀야구단에 가야한다는 뜻이다!
주말의 오전일과는 늘 달리기로 시작된다.
요즘 투수놈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지 몰라도 달리기는 모든 운동에 기본이 되는 운동이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체의 밸런스가 잡히며 체력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고 온 몸에 근육이 고루 발달하게 도와준다.
거기에 나는 8살부터 특별하게 던지기 훈련을 추가했다.
내 전생에 할아버지에게 배운 돌팔매 솜씨를 이용해 강가로 가 혼자 돌을 던졌다.
어깨를 너무 쓰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생에 기억에 따르면 이렇게 유연하게 돌을 던지면 손에 감각도 좋아지면서 유연한 팔을 만들 수 있었다.
퐁당!
정확하게 노린 지점에 날아간 돌멩이를 본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운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굳어버리지 않은 관절을 말랑하게 유지시켜주는 요가, 그리고 요즘은 요가보다 괜찮은 필라테스를 배웠다.
필라테스에는 몇 가지 기구가 필요했지만 아버지는 ‘호크스의 우승을 위해서라면!’이라 외치면서 감춰두었던 비상금을 꺼냈다가 어머니에게 들켜서 크게 혼이 나셨다.
물론 그 덕분에 나는 전생보다 더 강력한 육체를 만들 수 있었다.
예전에는 백인이 황인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릴 때 잘 먹고 운동을 잘하면 더 강력한 신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육체에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아버지는 188cm로 전생의 나보다는 작았지만 충분히 큰 키를 자랑하셨고 어머니도 늘씬하신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 8살 또래중에 나보다 큰 녀석이 없으니까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이영이 왔니? 얼른 씻고 와.”
“네~”
오전 운동을 마친 나는 리틀야구단에 갈 준비를 했다.
일주일반에 도착하는 운동장, 일주일만에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전생에 내 천직이 농부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농사보다도 야구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있는데 야알못 마스터가 낯익은 두 꼬맹이를 데리고 오셨다?
“와! 이영이다!”
“어? 수지, 민규? 너희들이 왜 여기있어?”
“오늘부터 우리도 M2리틀야구단에 들어왔어!”
빌어먹을! 주중에도 지겹게 보는 얼굴들을 이제 주말에도 봐야하는 건가?
아무래도 친구들과 같이 야구를 하면서 놀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에 관심이 생긴거라 추측된다.
“어? 진짜 야구는 생각보다 힘들 텐데?”
딱!
누구냐? 감히 어르신의 신성한 두뇌를 방망이로 강타하는 건방진 꼬맹이 놈이!
주빈이 너냐? 이 망할 꼬맹이가!
“이 바보야! 야구는 힘든게 아니라 재미있는 거야!”
음, 멍청한 주빈이 녀석의 이야기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
주빈이는 나에게 그랬듯이 늘 새롭게 팀에 합류하는 꼬맹이들을 살갑게 맞이해줬다.
사실 나는 녀석의 전생이 골든 리트리버가 아닐까 의심을 한 적이 있다.
원체 사람을 좋아해야지!
주빈이는 마치 3일만에 주인을 만나는 골든 리트리버처럼 두 꼬맹이를 향해 달려갔다.
“너희들 야구는 해봤어?”
“음, 이영이가 가르쳐줬어!”
“수지야, 그건 진짜 야구가 아니잖아.”
“아니야! 나는 이영이 한테 야구를 배웠단 말이야.”
하아, 눈치 없는 꼬맹이, 사람 좋아하는 꼬맹이, 잘 우는 꼬맹이 참 환장의 조합이다.
“에휴, 앞날이 막막하다.”
아차, 싸가지 없는 꼬맹이까지 그래도 네 의견에 동감하는 바이다.
#2 생일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영이,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영이,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영이, 생일! 축하! 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21세기가 되고나서 가장 이해 할 수 없는 풍습이 바로 생일축하 파티다.
내 전생에 부모님은 생일을 축하해주긴 했지만 이런 파티를 벌이는 건 상류층이나 하는 행사였다.
메이저에서도 이런 파티를 경험한 녀석은 적어도 하는짓은 망나닌데 그래도 상류층 출신인 타이 콥 말고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농촌지역의 꼬맹이었던 나에게 이런 행사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심지어 올해는 나랑 친하게 지내는 꼬맹이들을 모두 불러모아 파티룸이라는곳을 빌려 대대적으로 벌이는 행사이니 만큼 그 부끄러움은 더했다.
사실 부끄럽다는 기분보다는 고맙다는 기분이 더 크긴 하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고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니 인사를 해야겠다.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
아이들은 다들 자기의 수준에서 고른 선물을 줬다.
예를 들자면 골든 리트리버의 환생이 확실한 주빈이의 경우에는 스파이크 클리너를 선물로 줬다.
오, 마침 가지고 싶었던 물건인데!
안 그래도 나는 조만간 스파이크 클리너를 사려고 했다.
아마도 지난 경기에 한 꼬맹이가 스파이크 클리너를 사용하는 걸 유심히 지켜봐서 내 선물로 준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야구 용품은 나에게 신세계나 다름없다.
옛날에는 질척이는 그라운드에 떡이 스파이크 바닥을 청소하려면 청소용 솔로 박박 문질러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발판으로 나온 스파이크 클리너에 발을 몇 번 문지르면 간단하게 흙이 털려져 나간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에게는 엄청난 발명품이다!
애디슨 아저씨, 쓸데없는 특허권 산다고 세월을 보내지 말고 이런 발명품이나 발명하지 뭐하셨데 그래?
어지간한 위인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꼬맹이들이지만 애디슨 아저씨는 무려 남북전쟁이 벌어지기도 한참 전에 태어나신 분이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나 같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이들에게 ‘요즘 애들은 어려움을 몰라!’하고 이야기 했다는 소문은 들어봤다.
다른 친구들도 야구용품을 선물로 줬다.
진우는 투수가 사용하는 로진백을 선물로 줬고 민규는 타격에 사용하는 파인타르 스틱을 줬다.
역시 민규다은 선물이다.
파인타르 스틱은 타자가 배트의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으로 이걸 방망이에 바르면 방망이가 손에 촥 감기는 효과를 준다.
물론 내가 타석에 서면 타율 7할 이상의 초 강타자긴 하지만 나한테 굳이 타자용품을 주다니! 너는 내년 생일 선물은 골기퍼 글러브다 이 자식아!
의외로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선물은 수지가 준 선물이다.
“이건 너랑 이름이 똑같은 사이 영이라는 투수가 몸 담았던 보스턴 레드 삭스의 모자야. 내가 직접 골랐어!”
오, 수지양 물론 나 덴튼 트루 영의 가장 빛나는 커리어를 쓴 구단은 보스턴 레드 삭스의 모자가 맞지만 내 이름은 사이 영이 아니라 덴튼 트루 영이라네.
그래도 이런 헛소리를 했다가 좋은 분위기에 울보가 울음을 터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마워! 잘 쓰고 다닐게!”
생일 파티는 기분좋게 끝났고 우리는 신나게 먹고 놀면서 (솔직하게 8살 짜리 꼬맹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더블헤더 경기를 2번 다 완투하는것보다 힘들었다.) 내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휴, 힘들었다.”
“우리 이영이 친구들이랑 놀아준다고 고생이 많았어.”
“하, 차라리 호크스를 우승시키는게 더 쉽겠어요.”
“아들!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호크스를 얕보면 곤란해! 오늘도 환상의 티키타카를 하는 걸 보고 저혈압이 그냥 치료가 됐어요!”
호크스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은 입을 닫아야 한다.
심지어 올해 분위기는 작년보다 안 좋다.
“여보! 왜 좋은 날에 호크스를 들먹이는 거에요!”
“그건 이영이가 먼저······.”
“시끄러워요!”
어머니가 도끼눈을 뜨고 아버지를 노려보자 아버지는 잠깐 눈싸움을 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돌렸다.
“끄응!”
아버지, 존경합니다.
“아참! 올해 생일 선물은 뭘까요?”
아버지의 직업은 주식트레이더다.
그래서 내 생일이 되면 다양한 주식들을 사주시곤 했는데 그 중에는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알파벳 같은 다양한 외국 주식과 삼정 전기나 흉아 자동차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있었다.
아, 주식 이야기 하니까 콥 그 녀석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네.
콥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보낸 몇 안되는 투수였던 나는 은퇴한 콥과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콥 녀석이 코카콜라라는 회사의 주식을 사라고 권유를 했다.
그때 나는 아주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9회 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콥 다음 타자가 빌어먹을 와그너녀석이 서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투수 입장에서 개자식들이지만 1900년대 후반을 뜨겁게 달군 두 녀석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살 떨리는 기분이 아닐 수 없었기에 나는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농부가 흙을 만지고 살면 그것이 행복이다.’라는 말과 함께 코카콜라 주식대신 농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평생을 후회했다.
빌어먹을 그때 살걸! 심지어 지금 이 시대에도 코카콜라라는 주식은 압도적인 시장 지배율을 기반으로 엄청난 주가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선물해준 주식들 중에 콥과 이야기 했을 때 느꼈던 감각이 떠오르면 항상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처음에는 아버지도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겠거니 하면서 넘어가셨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이야기 했던 주식이 떡상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이후 아버지는 자신의 자산 중 30%를 활용해 그 주식을 사 모으셨다.
아마 그때가 내 정체를 밝히고 나서니까 한 4년정도 전에 일이다.
그 다음날부터 우리집 식탁에는 평소에 보기 힘든 소고기나 제철 과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감각은 미국의 은행이 망하기 직전에도 발동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직전에 주식을 현금화 했고 다시 저점이 되었을 때까지 맞췄다.
그래서인지 어린시절에도 못 사는게 아니었던 우리집은 이제 준 재벌에 가까운 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생일 선물로 줄 물건은 주식이 아니야.”
엥? 주식이 아니라고? 그럼 뭐지?
“이건 비트코인이라는 건데 요즘 유행하고 있다고 하더라. 개당 한 만 원 정도 하길래 가볍게 100개만 사봤어.”
아들 생일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백만원은 제법 큰 액수다.
하지만 리먼인가 리만인가 하는 은행이 터지고나서부터는 아버지도 금전 감각이 많이 없어지셨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내 가슴은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뭐지? 이 두근거림은? 타이 콥 녀석이 나에게 코카콜라를 추천해줄 때조차 살짝 긴장이 되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아빠. 비트 코인이라는게 뭐죠?”
내가 관심을 보이자 아버지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깔면 이 코인을 채굴 할 수 있는데 많이 채굴 될수록 가치가 채굴이 힘들어져서 나중에는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 하다나 뭐라나?”
“비트 코인이라는걸 채굴 할 수 있다구요?”
“응? 왜, 혹시 이것도 느낌이 좋아? 한 1억원어치 정도 살까?”
1억을 껌 사듯이 사려고 하시는 아버지도 문제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아버지 일단 채굴부터 하시죠.”
전생에 날려버린 코카콜라라는 주식보다 대박인 물건은 이번 생에 처음이다.
채굴이 가능하다는 것도 대박인 것 같다.
예전 조상님들이 골드 러쉬를 할때가 이 심정이셨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채굴을 하라고? 그냥 사는게 더 좋지 않아?”
그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우리 어머니가 현답을 내리셨다.
“뭘 고민해. 채굴도 하고 비트 코인인지 뭔지도 사면 되잖아.”
“오, 역시 우리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
“아버지 이거는 진짜 ‘감’이 좋은데 여유 자금이 있으시면 바로 넣으시죠.”
“그래? 한 3억 정도 있는 거 같은데 일단 다 긁어보지 뭐!”
그로부터 1년 뒤 만원에 샀던 비트 코인은 10만원이 넘는 가격이 되었다.
단 1년 만에 재산이 10배가 늘어났고 아버지는 호크스가 8위를 찍어도 진짜 행복을 되찾으셨다.
“이영아 이제 팔까?”
아니 아직도 내 감각은 묻고 더블로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느낌이 너무 좋은데 더 들고 계시죠?”
“그럴까?”
2013년 말 10만원 하던 비트 코인은 100만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