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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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이, 뭔 개소리야? (3)
#1 사이영 7세 시즌, 진심으로 분노하다!
“월터 페리 존슨,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이자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라고 불리는 사나이의 이름이란다.”
뭐? 덴튼 트루 영도 아닐 수 있어! 그래 백번양보해서 내 등록명이 사이 영인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가 사이 영이 아니라 월터 페리 존슨이라고?
“이, 뭔 개소리야?”
아차, 나도 모르게 너무 본심을 꺼내버리고 말았네?
“응? 뭐라고? 내가 잘못들었나?”
나는 모른척하고 화제를 전환했다.
마운드 위에 서는 투수라면 이정도 뻔뻔함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마스터, 야알못이세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는 당연히······.”
제길 내 입으로 또 사이 영이라는 빌어먹을 별명을 사용하게 될 줄을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야알못 마스터를 위해서 진실을 알려주는 수밖에!
“사이 영이라는 선수잖아요! 메이저리그 511승 315패의 전설중에 전설! 몰라요?”
“아, 우리 이영이가 사이 영이라는 투수를 존경하는가 보구나. 하긴 이름도 똑같네?”
“이름이 같진 않죠. 사이 영의 등록명이 사이 영이지, 사이 영의 본명은 덴튼 트루 영이니까요.”
“오, 우리 이영이가 진짜 사이 영의 열혈팬이었구나. 하긴 사이 영도 대단한 투수긴 해. 얼마나 대단하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들에게 사이 영이라는 상을 주겠어?”
이제야 맞는 소리를 하시는 군요. 마스터 전까지는 빈볼 맞을 소리를 하시더니!
“그럼요! 역시 최고의 투수는 사이 영이죠!”
비록 야알못 마스터긴 하지만 마스터의 이야기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도 사이 영이라는 선수보다는 월터 존슨이라는 투수가 세간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단다.”
하, 내 마스터가 야알못 기레기 같은 녀석이라니!
참고로 나는 기레기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기레기가 있다.
내가 71살땐가? 뉴욕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기레기 한 놈이 나에게 물었다.
‘영씨, 혹시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본 적 있나요?’
그때 내가 한국어를 알고 있었다면 기자 면전에다 대고 ‘이, 뭔 개소리야?’라고 시원하게 사자후를 질러 줬을 텐데······.
여튼 나는 그 기레기에게 친절하게 ‘애송이, 나는 네가 죽을 때까지 볼 승보다 더 많은 승을 쌓았어.’라고 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네! 요즘 같으면 강제 예절주입 유교 펀치가 뭔지 알려줬을텐데 말이야.
그때 내 심정이 오래 살다보니 별 거지같은 일도 다 당한다는 것이었는데 다시 살아나고 나니 더 거지같은 일도 당해본다.
“어째서요? 사이 영이 승도 더 많은데요?”
“우리 이영이 세이버메트릭스가 뭔지는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죠.”
알죠. 야구도 못하는 것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계산기 두들기는거 아님?
“요즘 세이버메트릭스에서 투수의 승리는 투수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지표로써 힘을 잃어가고 있단다.”
두 사제는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원!’
진짜 맷돌 손잡이 어디갔냐?
내가 다시 살아나고 나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이야기가 바로 투수에게 승리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너무 황당한 주장이다.
이 주장은 투수가 던진 공이 안타가 되는지 범타가 되는지 차이가 없다는 개소리만큼 얼척이 없는 소리다.
내 동료 중에 유독 승운이 없는 녀석이 있었다.
진짜 1실점으로 잘 던진 날에는 타자들이 0점을 쳐서 패전투수가 되고 실수로 3~5실점 해버리는 날에는 타자들이 그것보다 점수를 잘내다가 불펜투수가 승리를 날려버리는 녀석이었다.
처음 한두번은 타자들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갔다.
하지만 그 녀석이 등판할때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타자들은 슬슬 투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얼토당토 않은 공에 방망이를 내고 말도 안되는 실책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타자 녀석들은 내가 등판할 때도 타격감에 영향이 와서 더욱 득점지원을 못 받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녀석의 평균자책점은 하늘을 찍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얼마가지 않아 은퇴를 하고 말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은 사실 프로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야구 선수도 사람이고 동료가 힘들어하면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하지만 야구라닌 종목은 마음만 앞선다고 안타를 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만 앞서서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순간 활활 타오르던 불방망이도 나이아가라폭포수를 맞은 것처럼 차디차게 식어버리는게 야구다.
승리를 할 경우에는 타자같이 단순한 녀석들은 피곤한 것도 모르고 다음날에도 날뛰기 마련이다.
반면 패배를 할 경우에는 팀 분위기가 축 처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야구판에 절대적인 에이스는 팀의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어가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나는 야알못 마스터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승리는 승리죠.”
툭 튀어나온 입, 투덜거리는 말투 영락없이 삐진 꼬마의 모습이다.
박해민은 사이영이라는 괴물이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꼬맹이다운데?’
물론 박해민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사이 영이라는 거인의 자존심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 가장 중요한건 팀이 이겼다는 거니까! 그래도 혼자만의 기준이 아닌 모두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세이버메트리션들은 월터 존슨을 최고의 투수로 뽑고 있단다.”
“······.”
“그리고 나는 네가 월터 존슨을 능가하는 최고의 투수가 될 거라 믿어!”
하, 이미 그런 꼬맹이 따위는 가볍게 능가하는 투수가 바로 접니다만?
일단은 야알못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세상에 ‘내 시대’의 야구를 보여줄 의미가 생겨버렸다.
그동안은 대충 한국에서 공 좀 던지다가 은퇴해서 밭이나 갈고 진우나 심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충’ 야구를 해선 안되겠다는 목적의식이 생겨났다.
하, 요즘은 막 일주일에 3번 등판해서 완투 3번하면 감독이 욕먹는다는데 참 세상 좋아졌어!
진우로 시작되는 타선은 삼자범퇴로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마운드로 향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운드 위에 섰다.
너무나 싱싱한 어깨와 오랜시간 달려온 하체 덕분인지 9개의 공을 던지고도 말짱했다.
하긴 내가 공9개 던지고 퍼지는 것도 웃기잖아?
나는 4번 타자를 향해 한 복판에 직구를 꽂아 넣었다.
4번 타자는 속수무책으로 내 공을 공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5번 타자도, 6번 타자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내 몫으로 할당된 6마리의 사냥감을 사냥하는데 사용 된 탄환은 고작해봐야 18개 나쁘지 않은 사냥이었다.
2회 말 우리팀의 공격은 시끄러운 포수 최주빈부터 시작되었다.
“잘 보고 있어! 형이 홈런치고 올게!”
참고로 최주빈은 7살 당연히 나랑 동갑이다.
어린노무 자식이! 야구 조상님에게 못하는 말이 없네! 안타 치고 오면 봐준다! 못 치면 진우라는 녀석 옆에 묻힐 줄 알아!
까앙~!
최주빈은 투수의 초구를 그대로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오, 다행히 건방진 꼬맹이 녀석은 묻어버릴 필요가 없겠군 그래!
“자, 이영아 네 차례야.”
후, 이 몸이 나설 차례인가?
나는 야알못이지만 그래도 나의 마스터가 건네준 방망이를 들었다.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몇 년 만이지?”
한 60년 된 거 같은데?
‘저건 어디서 나오는 대사지? 에휴, 요즘 꼬맹이들이랑 맞춰주기가 참 힘들단 말이지.’
나는 타석에 섰다.
내 시야에는 실룩실룩 엉덩이를 흔드는 최주빈 어린이와 안타를 맞아서 기분이 나쁜지 씩씩 거리는 꼬맹이가 있었다.
에휴, 자고로 투수란 말이다.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하는 직업이란다.
너는 아무런 재능도 없어 보이니 더 이상 시간낭비하지 않게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줄게!
나는 투수의 초구를 지켜봤다.
하품이 나올만큼 느린 공(얼마나 느린지 타이 콥이 아닌데도 방망이를 한번 휘두른 다음에 타격을 해도 될 것 같다.)은 꿈틀꿈틀 거리면서 나를 향해 날아왔다.
치려면 칠 수도 있는 공이다.
내가 살던 시절과 지금의 야구는 가장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명타자제도라는 것이다.
투수의 타석에 대신 수비를 하지 않는 방망이가 좋은 타자를 넣는 제도, 당연히 나 때는 이런 말랑한 규칙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시대였다.
그 말인즉 나는 투수였지만 2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타자이기도 했다는 소리다.
물론 내 타격이 리그를 대표할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
타격만 놓고 보면 타이 콥 그 꼬마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격을 못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투구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과정이다 보니 나는 투수의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있는 타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타격기록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내 타격 이론 때문이었다.
내 타격이론에서 초구 타격은 개멍청이나 하는 짓이었다.
일단 콩만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집어넣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는 나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도 실투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령 스트라이크가 되더라도 나에게는 2개의 공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나의 투구 이론은 적은 공으로 많은 타자를 잡아내는 것이 좋은 투수라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 이론을 타자에게 적용시키면 투수의 공을 많이 던지게 만드는 것이 좋은 타자라는 철학이 된다.
그렇기에 나는 2스트라이크까지 몰리기 전에는 절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이론을 가지게 되었다.
‘하, 그리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걸 타석마다 3~4번씩이나 돌리겠어.’
한 가지 실수한 것은 내가 활동하던 시대의 스트라이크 존은 좁쌀만한 크기를 가졌지만 지금 내가 던지는 리틀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태평양보다 넓다는 사실이다.
“스트라이크!”
하, 이정도면 내 등 뒤로 공이 날아가도 스트라이크라 하겠는데?
투수의 2구 실제로 내 등 뒤로 공이 날아왔다.
“볼! 1-1!”
어라? 그만큼은 넓지 않다고 가르쳐 준건가? 여튼 꼬맹이 너는 공을 너무 막던지고 있어!
투수의 3구, 당연히 나는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볼! 1-2!”
내가 야구를 보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된게 이거다.
메이저에서는 볼 카운트를 볼 다음에 스트라이크로 부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스트라이크 다음에 볼을 부른다.
이게 다 세이버메트릭스 같은 이상한 학문이 야구를 지배해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생각을 이어가는 찰나 60먹은 늙은이가 바지에 실례를 하는 것처럼 공을 무작위로 뿌리는 투수가 또 스트라이크존에서 한참 벗어난 지점으로 공을 던졌다.
“볼! 1-3”
아, 내가 2스트라이크까지 몰리기 전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타격이론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예외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볼카운트 3-1아니! 볼 카운트 1-3 상황이다.
내가 만약 포볼로 나간다고 해도 여기서 상대 투수에게 공을 하나 더 던지게 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스윙’을 통해 볼카운트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타석에서 처음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노려봤다.
마침 느릿느릿하게 정 중앙으로 날아오는 공을 본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타이 콥 같은 꼬맹이의 재능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충분히 치고 남는다!
깡!
알루미늄 배트의 스위트 스폿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뭔 소리야?”
뒤에 포수 마스크를 쓴 꼬맹이가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꼬맹이랑 대화를 나누기엔 너무 큰 격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간단하게 무시했다.
내가 날린 공은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이 되었다.
하, 라이브볼 만세! 얼토당토않게 공을 때렸는데 그게 넘어간다고?
나는 얌전하게 방망이를 내려놓고 전력으로 베이스러닝을 했다.
마운드와 홈플레이트간의 거리가 짧아졌듯이 루사이의 거리도 짧아졌기에 나는 금방 주빈이라는 꼬맹이와 가까워 졌다.
“거북아 거북아 더 빨리 달려라 그러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무슨 소리야! 홈런을 치고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거야! 이 멍청아!”
하, 이 멍청한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꼬?
나때는 타자가 홈런을 쳤으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했어! 천천히 달리다가 투수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머리위로 공이 날아왔으니까 말이야!
참고로 그 당시에는 그것이 매너였다.
요즘것들은 홈런도 아닌 내야 플라이를 치고도 화려한 빠따던지기를 하던데 나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일단 경기가 끝나는 건 당연한 거고 타자 9명이 모두 머리에 공을 맞아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에휴, 요즘 같은 세상에서 공치는 네가 뭘 알겠냐? 그냥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그게 무슨소리야?”
덕아웃에 도착한 우리는 마스터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들어왔다.
“주빈이, 이영이! 잘했어!”
이것으로 마스터도 야알못이라는게 들어났다.
전생에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감독이 있었다면 당장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왜 대한민국의 축구선수지만 이런 유명한 명언을 남가지도 않았나?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고!
하지만 소란스러운 덕아웃은 내 홈런을 축하해주기 위한 꼬맹이들의 응원으로 소란스러웠다.
“우와! 이영아 너 진짜 야구 잘한다.”
흥, 진우라고 했나? 그래, 내가 너를 밭에 묻어버리는 거 딱 한번은 참아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