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Chapter 1. 덴튼 트루 영이 사이영을 숨김(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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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덴튼 트루 영이 사이영을 숨김(3)
#1 사이영 7세 시즌
역시 뿌로로 센세가 옳았다.
물론 나는 진작에 뿌로로 센세와 이별을 하고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작품을 찾아 보게 되었지만 어릴 때 뿌로로 센세가 알려주신 인생의 진리를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아서일까?
초등학교 입학,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나는 잘 성장했다.
처음 정체를 밝히기 전에 나는 부모님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몰라서 두려웠다.
하지만 내 정체를 밝히고 나서도 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사랑해 주셨고 나는 한층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내가 짜둔 커리큘럼으로 나는 하루에 8시간 수면,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훈련(을 가장한 놀이)을 했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각장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 전생에는 먹을게 없어서 애들이랑 모여서 숲속에서 작은 동식물들을 잡아먹고 살았는데 말이야!
지금은 먹을게 넘쳐나서 오히려 영양소에 균형을 잡아야 할 만큼 삶이 여유로워졌다.
문제는 너무 커버린 신체 덕분에 꼬맹이들이 나를 무서워 한다는 점이었다.
내 근처에 앉아있는 꼬맹이는 내가 말을 걸기도 무섭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뒤로 나는 그냥 아이들을 지켜봐야만 했다.
“야, 어제 뿌로로 봤어?”
“응! 재미있었어!”
에고, 꼬맹이들아. 이 할아버지는 2년 전부터 더 깊이가 있는 작품을 찾아보고 있어요. 너희들 나블원이라고는 아냐?
7살이 된 나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하루 2시간이라는 오전 훈련시간을 오후로 미루고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나를 제외한 7살 짜리들에게 40분 정도 되는 시간을 책 상앞에 앉아있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꼬맹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야, 너는 뿌로로 봤어?”
“아, 아니. 못 봤는데?”
“너희 집 TV 없어? 왜 못 봐?”
아이들은 순수하다.
물론 순수한만큼 거침없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방금 전 민규라는 녀석이 수지에게 한 말도 그랬다.
에휴 꼬맹아 네가 던진 한마디에 수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수지가 서럽게 닭 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자 민규는 당황한 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민규야.”
“어, 어?”
“수지한테 사과해야지.”
“왜, 왜! 내가 쟤한테 사과해?”
하아, 이 꼬맹이를 어찌할꼬? 거의 한 100년가까이 살아온 내가 꼬맹이한테 완력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아듣게 설명을 해줘야 할텐데······.
아! 뿌로로 센세! 센세가 있었지?
“뿌로로 센세가 그렇게 가르쳤니? 우리 뿌로로 센세는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지 않잖아.”
물론 장난을 치고 친구들과 마찰을 빗긴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나중에 화해하고 다 같이 노는 것이 뿌로로의 플렛, 당연히 친구에게 나쁜 마을 하라고 시킬 리 없다.
“나는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는걸.”
하아, 민규네 부모님은 민규를 어떻게 키우신건지 원! 그래, 이 할아버지가 너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마.
“너는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수지는 너랑 이야기를 하고 나서 울기 시작했잖아.”
“······.”
민규는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수지에게 다가갔다.
“미, 미안해.”
그래, 친하게 지내야 한다.
#2 사이영 7세 시즌
그동안 꾸준히 달리기를 해온 내 육체는 도저히 7살이라고 하기 힘들만큼 단련되어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8살이나 9살 수준이겠지만 이 나이때는 한 살 한 살의 차이가 크니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8살이나 9살 수준이라는 것은 1870년대생인 나를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마을만 해도 숲속으로 들어가면 쿠거같은 포식동물의 흔적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숲속으로 들어가 열매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배고픔을 달랬다.
자연스럽게 나는 마을의 아이들 보다 강해졌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골목대장이 되었달까?
내가 환생을 하고 가장 이해 할 수 없었던 콘텐츠가 바로 아버지가 보시던 남자 vs 야생이라는 다큐멘터리였는데 그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남자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라 왜 이런 걸 프로로 만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요약하지면 1870년대 내 또래애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꼬맹이들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친 환경에서 자랐으며 나는 그중에서도 탑 클레스에 달하는 꼬맹이였다.
그런 꼬맹이의 1년을 뛰어넘은 지금의 육체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오늘부터 달리기뿐만 아니라 슬슬 어깨와 팔꿈치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 커리큘럼을 추가하려고 한다.
어린 나이라 그런지 아직 육체는 말랑말랑하고 강력한 근력운동은 할 수 없었지만 어릴때부터 꾸준히 달리기를 해와서인지 몸에 잔근육은 많이 발달해 있었다.
현역시절 나는 물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피칭 폼으로 22년 동안 7000이닝이 넘는 이닝을 던졌다.
여기에는 체력도 필요하지만 근지구력, 유연성도 중요하다.
“우리 이영이, 오늘은 달리기가 빨리 끝났네?”
“네, 이제부터 요가를 하려구요.”
“요가?”
“네, 아침에 TV에서 알려줬어요.”
몸에 유연성을 높여주는 이 좋은 운동을 왜 이제 알게 되었을까? 1900년도에만 알았더라도 몸도 안 풀고 바로 공을 던지는 미친 짓을 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나는 과거의 나보다 강력한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요가를 끝내고 나는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하루의 일과를 끝냈다.
그리고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 어제와 비슷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이영, 7세 나는 이제 노는게 제일 좋은 뿌로로 센세의 말을 따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인생의 진리를 실천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이정도 스케줄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스케줄 중에 가장 힘든 스케줄은 꼬맹이들과 놀아주는 것이었다.
꼬맹이들은 시합전까지 술을 마시고 온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과 같았다.
엄청난 텐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 그리고 절대무기라 할 수 있는 떼쓰기까지!
꼬맹이들을 조율해서 하루하루 사고 없이 마무리하는게 내가 해야하는 중대 일과였다.
그러다 문득 나는 대한민국 교육과정이 앞으로 11년이 더 남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맙소사! 이런짓을 11년간 더해야 한다고? 차라리 매일 완투를 하고 말지!
내 정신력이 서서히 무너질 때 즘 주말이 찾아왔다.
“우리 이영이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네?”
“시끄러운 꼬맹이들을 안볼 수 있으니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아요.”
“······그래, 이제 슬슬 우리 이영이도 이빨이 빠질 때가 되긴 했지.”
가끔 어머니는 내가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면 못 들으신 척 엉뚱한 소리를 하곤 하신다.
나는 루틴에 맞춰 오전 훈련으로 러닝과 스트레칭을 겸한 요가를 끝냈다.
“자, 오늘은 이영이랑 같이 갈데가 있어요.”
“어디를 가는데요?”
“가보면 알아요.”
뭐지? 나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도심 외곽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2M 리틀야구단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리틀야구단이었다.
초등학생이 되고나서 나는 리틀야구에 입문하게 되었다.
“자, 인사드리렴. 오늘부터 너에게 야구를 알려 줄 박해민 감독님이셔.”
어머니? 저 풋내기가 저에게 야구를 알려준 다구요?
내가 첫 번째로 죽기 전에 들었던 농담 중에 가장 웃긴 농담이었어요.
“안녕? 난 박해민이라고 해! 7살이라고 들었는데 9살은 되 보이는 걸?”
박해민은 무릎을 꿇고 내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나는 이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를 해봤다.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아, 감독님 저희 아이가 애니를 좋아해서······.”
아버지가 다급하게 변명을 하셨다.
하지만 박해민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정답을 이야기했다.
“······세이버짱?”
“합격.”
야구는 나보다 못하겠지만 세이버짱을 아는 이상 우리는 동지다.
그것이 나의 2번 째 야구인생의 시작이었다.
#3 사이영 7세 시즌 – 리틀야구단에 들어가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참 재미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아직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물론 어린 시절 먼저 교육을 받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야구라는 종목은 기술을 갈고 닦음에 따라서 더욱 재능을 빛낼 수 있기에 어릴때부터 야구를 접한다면 또래 아이들보다는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기본적으로 재능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다.
나야 이미 7000이닝도 넘게 던진 ‘경험’만으로도 어떤 재능과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될것임을 알고 야구를 시작했지만 내 눈앞에 꼬맹이들의 부모는 여기 있는 꼬맹이들이 재능이 있다고 확신을 하는 건가?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취미반으로 일주일에 한번정도 야구를 하는 것이 전부겠지만 내가 보기에 사실 뿌로로 센세의 말씀을 이행하지 않고 자식을 괴롭히는 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쯧, 자고로 아이들은 노는 것이 제일 좋아야 하는것이거늘! 에잉! 요즘 젊은 부모들이란!
장담하는데 여기 있는 꼬맹이들중에 한명이라도 프로무대에 선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
“자, 주목! 오늘은 새로온 친구를 소개시켜 줄 거에요. 사이영 어린이.”
“반갑다. 사이영이다.”
내 인사를 받은 아이들중 몇몇은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몇몇은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한 녀석이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안녕! 나는 주빈, 최주빈이야.”
녀석은 프로테터와 포수 마스크, 그리고 두꺼운 미트를 끼고 있었다.
“포수인가?”
“응! 너는 포지션이 어디야?”
“투수다.”
“오! 투수? 공은 던질 줄 알아? 내가 그립을 알려줄까? 잘 봐, 이게 포심 그립이야.”
하, 콩만한 녀석이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다니!
“알고 있어.”
“오, 어디서 공 좀 던져봤어? 사실 나도 투수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나보고 공을 받는 포수를 하라고 하셨어.”
“내공 한 번 받아볼래?”
“그래!”
나는 당당하게 현역 시절 던졌던 18.44미터 떨어진 마운드 위로 향했다.
박해민은 마운드 위에 올라간 사이영을 보면서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성인무대에서 사용하는 마운드가 어울리는 씹덕 꼬맹이라니······.’
“뭐해! 거긴 다 큰 형들이 쓰는 거야. 네 마운드는 저기야.”
주빈이의 손가락 끝에는 내가 현역 시절에 던졌던 마운드의 반에 반정도 되어 보이는 리틀야구용 마운드가 있었다.
“뭐야, 이거 10m도 안되보이는데?”
“무슨 소리야! 14m나 된다구! 그쵸 감독님?”
“음 정확히는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4.02m로 리틀야구 규격에 맞는 마운드란다.”
하, 내가 그래도 덴튼 트루 영인데 애들이 던지는 마운드 위에서 던져야 하는 건가?
나는 부모님을 바라봤지만 부모님은 그냥 멀리서 나를 응원만 하고 계셨다.
“잘 받아.”
전생에 내 공을 받던 포수는 손바닥이 아파서 쇠고기를 미트 사이에 넣어서 진짜 미트로 받았다구!
나는 전생에 현역시절 던지던 투구폼으로 주빈이의 미트를 향해 공을 뿌렸다.
슈우우웅 탱!
응? 펑이 아니라 탱?
내가 던진 공은 미트에서 한참 벗어나 안전망 프레임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와, 앞으로 절대 내가 사이영이라는 것을 밝히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