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48화
에필로그
송일중 중령과 방대철 주임원사에 대한 치부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당초 계획대로 일심회는 85사단에서 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마무리도 85사단에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옷을 벗으려고 했던 85사단장이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했다. 그리고 송일중 중령과 방대철 주임원사는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것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또한 익명으로 된 기사에 ‘송 중령, 방 원사’ 이런 식으로 언급한 기사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두 사람도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85사단에서도 새로운 사단장이 취임을 했다.
곽종윤 준장도 일말의 책임을 지고 연대장에서 보직해임을 당했다. 또한 작전처 배운혁 중령은 육본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어쨌거나 현재는 일시적으로 보직해임 상태였다.
3대대 자체도 대대장 자리와 주임원사 자리가 공석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 조만간 새로운 사람이 취임을 할 것 같다는 소문에 대대 전체에 퍼졌다.
그러면서 간부들 사이에서 누가 대대장, 주임원사로 올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음, 과연 3대대 대대장으로 누가 올까?”
“아마 서로 오기 싫어할걸.”
“우리 부대 난리도 아니잖아.”
“그러게 이럴 때 오는 사람 혹시 꼴통 아닐까?”
“하아······. 그러게나 말이야. 나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 와.”
이런 식으로 3대대 분위기는 불안함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 날 4중대로 홍민우 소령이 나타났다. 그는 곧장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충성. 어서 오십시오.”
“잠깐 괜찮나?”
“네. 뭐 괜찮습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죠.”
“그래.”
홍민우 소령이 자리로 와서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오상진이 슬쩍 홍민우 소령을 봤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는지 얼굴이 좀 상해 있었다.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힘들었습니까?”
“어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조사를 받느라고.”
송일중 중령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가장 많은 조사를 당한 사람이 바로 홍민우 소령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서로 부르며 이건 어떻게 알았는지, 저건 또 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에 홍민우 소령은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송일중 중령을 지킬 것도 없고, 지킬 이유도 없고. 또 여차하면 송일중 중령과 엮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송일중 중령은 지금까지 저지른 일에다가 이기철 소령이 김명주 대위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간통죄를 걸어버린 상태였다.
솔직히 다른 때 같으면 무슨 군 내부에서 대놓고 간통죄를 거느냐는 둥, 그런 식으로 일을 벌여서 좋을 게 뭐냐는 둥, 서로 얼굴을 붉히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가며 여러 사람을 통해 그러면 안 된다는 식으로 무마를 시켰을 것이다.
이미 일심회 쪽에서는 송일중 중령을 타깃으로 삼아 찍어 누르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기철 소령의 간통죄 고소와 관련해 대서특필했다.
송일중 중령 하나로 국민들의 모든 분노와 비난을 받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모든 비난과 화살을 송일중 중령이 받게 만든 것이다. 그 덕분에 홍민우 소령은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대대장이 되면서 진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홍민우 소령이 미소를 보였다.
“허허허, 그 소리는 또 어디서 들었어. 뭐, 사실 그 일 때문에 자네를 찾아왔네.”
“네?”
“사실 한 것도 없고 우리 부대 올 사람도 없고 해서 어찌해서 내가 진급 대상이 되면서 대대장 자리를 맡게 되었네. 그런데 나 혼자서는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4중대장.”
“네.”
“4중대장이 나 좀 도와주지.”
“제가 말입니까?”
“그래.”
“에이, 과장님 옆에는 이재식 대위가 있지 않습니까.”
“이 대위? 그 친구는 물러. 그 친구를 어떻게 믿고 부대를 이끌어. 그러지 말고 자네가 좀 날 도와줘. 솔직히 말해서 자네 조만간 진급해야 하지 않겠어.”
“아닙니다. 저 대위 단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진급입니까.”
“이 친구가······. 짬 채워서 진급하는 그들과 자네가 같아? 그 친구들은 내 생각에 일이 년 있으면 금방 소령 달 거야. 그러니 1중대를 자네가 맡아서 해줘.”
1중대는 대대의 핵심 중대다. 그 핵심 중대를 오상진보고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홍민우 소령은 비록 오상진과 치고받고 그랬지만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게다가 오상진의 라인 때문이라도 옆에 두면 좋다고 생각했다. 오상진을 통해서 자신도 새롭게 줄을 잡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오상진도 더 이상 이 부대에 남아 있을 의미가 없었다.
“저도 조만간 전출될 것 같습니다.”
“뭐? 벌써?”
“네.”
“하긴 자네를 예뻐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 계속 두지 않겠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
“알겠네. 이해해.”
홍민우 소령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참!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말씀하십시오.”
“우리 부대 왜 온 거야? 혹시 이런 것을 예상하고 온 거야?”
“전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제가 윗분들이 좀 예뻐하셔서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사단에서도 이리저리 눈칫밥도 먹고, 어차피 진급하려면 중대장을 겪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대로 가고 싶다고 얘기를 한 것인데 여기로 보내주신 겁니다.”
“이야, 윗분들도 대단하시네. 아니, 처음에 자네가 이곳에 왔을 때 윗분들에게 찍힌 줄 알았어. 낙동강 오리 알이 된 줄 알았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야.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자네를 보낸 것 같단 말이야.”
“그럴까요?”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아닐 수도 있고. 아무튼 어딜 가더라도 잘 지내게. 그리고 우리 다음에 만났을 때는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편안하게 만나자고.”
“네. 알겠습니다.”
홍민우 소령은 볼일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상진도 따라 일어났다. 홍민우 소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지내게.”
“네. 과장님도 잘 지내십시오.”
그렇게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곤 헤어졌다. 오상진은 떠난 홍민우 소령의 자리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영화 스캔들 메이커는 과거에 12월에 개봉을 했는데 이번에는 두 달 빨리 추석 연휴에 개봉을 했다. 그래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완전 대박이 났다.
첫날부터 관객몰이를 시작하더니 개봉 열흘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과거의 기록을 훌쩍 뛰어 넘겼다. 그 덕분에 투자회사인 소중 픽처스도 돈을 왕창 벌었다.
“역시 오 이사야.”
한중만이 눈을 반짝이며 연신 오상진을 칭찬했다. 그 옆에 한소희가 와 있었다.
“거 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 상진 씨 말만 잘 들으면 잘될 거라고 했잖아.”
“그래. 그래. 네 남자친구가 최고다.”
오상진 역시도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한중만의 스캔들 메이커의 소식을 들은 한소희 집에서도 약혼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한소희는 오상진을 만나서 약혼 얘기를 꺼냈다.
“약혼요?”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한소희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영화 때문이 아니라 엄마랑 아빠도 이렇게 우리 가족들이 상진 씨 득을 보는데 언제까지 차일피일 미룰 수 있냐고 말이에요. 제 학업도 그런데 오래도 만났고, 약혼을 통해 부부처럼 지내는 것이 어떠냐고 그러셨어요.”
“오오. 나야 완전 좋죠. 소희 씨는요?”
“내가 싫을 리가 뭐가 있겠어요. 상진 씨가 지금 당장에라도 결혼하자고 하면 할 건데요.”
“왜요? OH 엔터 대표 자리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그 말에 한소희가 바로 우는소리를 했다.
“이잉, 너무 힘들어요. 무슨 대표가 하루를 편히 쉬는 날이 없어요.”
솔직히 한소희가 일을 많이 하긴 한다. OH 엔터테인먼트 대표고, 오상진을 대신해 집안도 챙기면서 신순애 국밥집의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돌봐야 했다. 거기다가 한중만의 소중픽처스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스케줄이 너무 빠듯했다.
그래서인지 요새 오상진을 보러 오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아니, 통화하는 시간 역시도 줄어들었다.
“그래요. 우리 약혼해요. 저는 완전 좋아요.”
“정말이죠.”
“그런데 어머니, 아버님이 저희 집안을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
오상진이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얘기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이미 얘기 다 했어요. 그리고 아빠가 그러던데요. 어머니 프랜차이즈 사업하신다고 하니 그럼 사업가 집안이 아니냐고요. 오히려 좋아하시던데요.”
“하하하. 우리 집안이 어느새 사업가 집안이 된 겁니까?”
“다 좋게 포장하면 그런 거죠. 또 우리 아버지가 워낙에 상진 씨를 좋아하잖아요.”
“아, 정말요?”
“그럼요. 못 느끼셨어요?”
“아뇨. 충분히 느꼈죠.”
“거봐요.”
“이참에 아버님 좋아하시는 좋은 술을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상진 씨, 그러지 마요. 그렇지 않아도 아빠는 저만 보면 노래를 불러요.”
오상진은 한소희의 핀잔에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김철환이었다.
“어? 잠깐만······.”
오상진은 양해를 구한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중대장님.”
-상진아.
“네?”
-너는 언제까지 날 부를 때 중대장님이라고 할 거야.
“입에 붙은 것을 어쩝니까. 그보다 중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맞다. 나 이번에 중령 진급한다.
“네? 벌써요?”
이번에 전수조사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다수의 군인이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홍민우 소령처럼 조기 진급을 하거나 해서 부대 이동이 많았다. 김철환도 그런 케이스였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딜 것 같냐?
김철환의 목소리가 밝은 것으로 보아 딱 한 군데가 떠올랐다.
“혹시······ 충성대대 가십니까?”
-오오, 역시 감이 좋아.
“감은 무슨요, 축하드립니다.”
-축하만?
“네?”
-그러지 말고 너도 충성대대로 넘어와라. 나 혼자 거기서 뭐 하냐. 너라도 있어야지.
“저 지금 불러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바늘이 가는데 실이 안 따라오면 안 되는 거지.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제가 왜 중대장님의 실입니까?”
-야! 네가 바늘일 수는 없잖아.
“무슨 말입니까.”
-됐고 올 거야 말 거야.
“후후후, 당연히 저를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그렇지 않아도 충성대대 얘기를 듣고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은 다 불러 준다고 했거든. 무조건 너 짐 싸라. 알았지.
“알겠어요.”
-그래. 그럼 충성대대에서 보자.
“넵!”
오상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한소희가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왜요?”
“저 아무래도 다시 서울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요? 오예!”
한소희는 너무도 좋은지 오상진을 끌어안았다.
오상진이 부대로 내려왔다. 떠나기 전 홍민우 소령을 따로 만났다.
“그래. 잘 올라가.”
“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그 뒤로 4중대 소대장들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그들 모두 아쉬워했다.
“중대장님 잘 가십시오.”
“건강하십시오.”
“감사했습니다, 중대장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김진수 1소대장을 봤다.
“참, 김 중위.”
“네.”
“잠깐 나 좀 보지.”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김진수 1소대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휴게실로 간 오상진이 자판 커피를 뽑아 주며 물었다.
“김 중위는 이곳 생활에 만족해?”
“네? 저야······. 중대장님께서 가시면 좀 풀이 죽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나랑 함께 갈까?”
“네?”
“아니, 다른 사람들이야 여기 가족도 있고······. 그런데 김 중위는 같이 데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진수 1소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의 눈빛에 생기가 맴돌았다.
“정말입니까? 저야 영광입니다.”
“그럼 같이 가면 날 도와주는 거지?”
“당연합니다. 제 뼈가 부서지도록 중대장님을 돕겠습니다. 아니, 중대장님의 진정한 오른팔이 되겠습니다.”
“그래. 그래!”
오상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김진수 1소대장을 봤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이래저래 부대도 옮기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오상진은 모처럼 한소희와 단둘이 길가를 걸어가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주변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롤송이 흘러나왔다. 팔짱을 낀 한소희의 표정 역시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크리스마스인데 눈이라도 좀 내려주지.”
“그러게요. 왜 이렇게 서울에 눈이 안 내리죠.”
그렇게 투덜거리며 걷는데 큰 전광판에 엔젤스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 우리 애들 노래다.”
한소희가 큰 전광판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엔젤스도 많은 성공을 거뒀다. 나오는 노래마다 대박을 쳤고, 지금은 톱 클래스 아이돌이었다.
한소희는 그런 엔젤스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로 박수를 치며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오상진도 미소를 보이며 대형 전광판에 나오는 엔젤스를 바라봤다.
“상진 씨, 우리 애들 너무 예쁘지 않아요?”
“네. 엄청 예쁘네요.”
“그럼요. 누가 키웠는데요.”
한소희는 뿌듯한 얼굴로 얘기했다. 그런 한소희를 보며 오상진도 따라 뿌듯한 얼굴로 미소를 보였다. 그때 하늘에서 작은 눈이 보슬보슬 내렸다.
“어? 눈이다!”
“그러게요, 눈이네요.”
“이야. 설마 정말 눈이 안 내리는 줄 알았는데······.”
“저도요. 살짝 실망할 뻔했는데 눈이 내려주네요. 이제야 진정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네, 상진 씨.”
한소희도 눈을 바라보며 살며시 오상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아, 맞다. 크리스마스의 눈인데 우리 소원 빌어요.”
한소희가 기댔던 머리를 바로 떼어내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두 사람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후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잠시 후 눈을 뜬 한소희가 물었다.
“상진 씨 무슨 소원 빌었어요?”
“나요? 난 비밀인데.”
“칫, 뭐예요. 난 상진 씨랑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하고 빌었는데.”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빌었어요.’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