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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17화 (1,017/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8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4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81)

“사실 제가 은지 씨에게 전화한 것은 사과도 할 겸 부탁이 있어서 연락을 했습니다.”

-부탁요? 상진 씨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줘야지. 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실은······.”

오상진이 방대철 주임원사에 대한 얘기를 쭉 늘어놓았다. 최윤희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 박지영 중사를 성추행한 것까지 말이다.

-와······.

듣고 있는 박은지는 놀란 나머지 탄성을 질렀다.

“그것 말고도 제가 몇 개 더 들은 얘기가 있어요.”

-그럼 방금 그 얘기는 그저 빙산의 일각이겠네요. 그냥 뒤로 좀 해 먹고 그랬으면 사실 다른 부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기사로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거든요. 그런데 와 여자 부사관들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에요.

“박지영 중사는 녹음파일이 있어요. 그 녹음파일을 헌병대에 넘겼고요. 필요하면 그 녹음파일을 따로 구해서 전달해 드릴게요. 아니, 어쩌면 박지영 중사에게 또 다른 복사본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케이, 알겠어요. 최윤희 씨는요?

“최윤희 씨는 좀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셔야 해요. 그 사건 이후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실어증에 걸려 있어요.”

-아이고 어떻게 해요.

“사실 부대 내에서도 이 사건을 조사한다고 들쑤셔서 아마 최윤희 씨가 심적으로 많이 불편해하고 힘들 겁니다. 은지 씨도 알다시피 군 내부에서 조사를 하면······.”

-알죠! 알아요. 어떻게든 덮고 넘어가려고 하겠죠. 중간에 최윤희 씨만 고생하고요.

“그렇죠. 그래서 최윤희 씨의 속내를 대변해 줄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건 내가 해야죠. 걱정하지 마요. 주소만 보내주세요. 제가 조용히 찾아가 볼게요.

“그렇게 해줄래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이렇게라도 연락 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늘 이렇듯 귀찮고 번거로운 부탁만 해서 미안해요.”

-절대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 마요.

“네, 고마워요. 참, 오늘 장 대위님과 술 한잔할 건데······. 같이 하실래요?”

-정말요? 이 인간은 또 언제 그런 약속을 했대요.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오상진은 또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박은지 역시 장석태 대위의 여자친구였다.

-거짓말하지 마요. 분명 석태 씨가 먼저 만나자고 했겠죠.

“······하하하. 아닙니다.”

-아니긴요. 뻔히 다 아는데. 그보다 으음, 어떻게 한다?

“어? 바쁘시면 안 오셔도 돼요.”

-뭐예요. 그냥 한번 튕겨 본 건데.

“그럼 같이할 거예요?”

-당연하죠. 그보다 상진 씨 까먹었나 본데요. 술은 제가 더 센 거 아시죠?

“아, 맞다. 그렇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사실 술을 먹을 때마다 항상 최종승자는 박은지였다. 그녀만 끝까지 살아남아 남자들을 챙겼다.

-석태 씨 또 술 몇 잔 들어가면 했던 말 또 하고 그러는데. 내가 중간에서 잘 끊어야죠.

“아, 맞다. 그런 버릇이 있었죠. 그럼 은지 씨가 꼭 같이 와야 되네요.

-그럼요.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

“네.”

오상진은 환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튼 변함이 없다니까. 그래서 참 좋은 사람이지. 둘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오상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문이 열리며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충성. 다음 주 훈련 내용에 대한 결재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래. 가져와.”

“넵!”

김진수 1소대장이 결재 보고서를 오상진에게 내밀었다. 오상진은 곧바로 결재 보고서를 확인했다.

그날 저녁 부대 근처 돼지 껍데기집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오상진은 오랜만에 보는 장석태 대위와 박은지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어서들 오십시오.”

“많이 기다렸어요?”

박은지가 환한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도 방금 왔습니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미 30분 전에 도착해 있었다.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방금 도착했다고 했다.

“다행이다. 혹시나 기다릴까 봐 걱정했거든요.”

“아,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요.”

“거봐. 내가 그렇다니까. 은지는 괜한 걱정을 참 많이 해.”

“뭐가. 당연한 건데.”

두 사람은 오자마자 티격태격거렸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돼지껍데기가 나오고 불판에 노릇노릇 익어갔다. 장석태 대위는 돼지껍데기를 굽고 있는 박은지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자기는 돼지껍데기를 먹어?”

“그럼. 맛있잖아. 나 가끔 회식할 때도 먹는데.”

“그래?”

“그럼 마포에 돼지껍데기집 맛있는 곳 있잖아. 몰랐어?”

“아, 그래?”

장석태 대위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데이트를 하면서 돼지 껍데기집에는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가 못 먹는 줄 알았다.

“우리 회사가 회식만 했다 하면 돼지껍데기 집이야. 그래서 그런지 좀 물리기도 해.”

“그, 그럼 다른 곳에 갈까요?”

오상진이 당황하며 말했다. 박은지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여기 돼지껍데기 맛은 어떤지 궁금하긴 하네요.”

박은지가 환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를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주다가 오상진을 봤다. 오상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자, 뜨끔하며 물었다.

“크흠, 그래. 오 대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조언을 구할 것이 있어서요.”

“조언? 물어봐.”

“다른 것이 아니라······.”

오상진은 송일중 중령과 김명주 대위의 관계를 대해서 얘기를 쭉 했다. 물론 박은지도 있었지만 그녀 역시 기자지만 나름 입이 무거웠다. 그래서 편안하게 얘기를 했다. 그러자 장석태 대위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아, 이것 참 골치 아파지네.”

“네?”

“이기철 소령 말이야. 내 직속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얼굴을 부딪히는 분이거든.”

“그렇습니까?”

“어. 이것 참 환장하겠네.”

장석태 대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박은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환장할 것이 뭐가 있어. 그냥 딱 잡아떼면 되는데······.”

“자기야. 차라리 몰랐다면 모를까. 다 알아버렸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 그리고 사실 이기철 소령 와이프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은 나도 들었어.”

“김명주 대위에 대해서?”

“어!”

“그럼 귀띔도 안 해줬던 거야?”

“귀띔을 하고 싶었지. 그런데 이기철 소령이 워낙에 고지식해. 뭐랄까······. 아내의 부정을 배척하고 싶어 한달까?”

박은지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내를 사랑한 것도 사랑한 것이지만 믿고 싶은 것이 가장 컸구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그것을 확신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으니까.”

“하아, 참······. 그 사람도 안타깝다.”

박은지가 나직이 말했다. 장석태 대위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그래서 오 대위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방대철 주임원사 성격상 분명히 혼자서는 죽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터뜨리려고 할 텐데······. 이런 아내의 일들을 이기철 소령이 주변 사람을 통해 듣게 된다면 그 충격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렇지 확실히 충격이 클 거야. 자기 말처럼 억지로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라면······. 하다못해 그 충격으로 군복까지 벗을지도 몰라.”

“그럼 어떻게 해? 계속 모른 척해?”

박은지가 물었다. 장석태 대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속 모른 척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지. 분명 주임원사가 터뜨릴 테니까.”

“그렇다고 이제 와 중재를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와 열띤 토론을 했다. 오상진은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간혹 집게로 돼지껍데기를 구우면서 말이다.

“그건 그렇지.”

장석태 대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송일중 중령의 일이라든지, 방대철 주임원사 일을 아무도 모르고 단둘이 서로 알고 있고, 군 내부에서만 대충의 상황만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거라면 그냥 조용조용히 군 내부에서 덮고 넘어갈 수 있다.

이 둘의 관계치고는 아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언젠가는 이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고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성추문에 걸려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 다 군 생활을 위해서 서로서로 입 다물고 모른 척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이 원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고, 누구 하나 배신을 해서 터뜨린다면 그 후폭풍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부대 분위기는 어때?”

장석태 대위가 오상진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작전과장이 왔다 갔습니다.”

“작전과장? 홍민우 소령?”

“네. 어떻게 알고 계십니다.”

“나야 그쪽에 관한 일은 다 꿰고 있지. 설마 오 대위를 그냥 보내겠어. 이미 다 조사를 하고 파악하고 그렇게 해서 보낸 거지.”

물론 오상진을 평택 11보병 여단으로 보낸 것은 장석태 대위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오상진이 부임할 때 주요 프로필이나 주의해야 할 것도 보내줬고, 필요할 때마다 그 사람에 대한 주변 인물들까지 파악해 알려준 것이다.

“그래서 홍 소령은 뭐래?”

“홍 소령은 손을 뗀 느낌입니다.”

“손을 뗀 느낌이다. 으음······. 어쩌면 사단에서는 두 사람을 다 쳐낼 생각인지도 모르겠네.”

장석태 대위는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꺼냈다. 오상진이 조용히 말했다.

“정말 그럴까요?”

“그래! 내가 홍 소령이라면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지 않아.”

홍민우 소령은 송일중 중령의 오른팔이고 완전히 심복인 데다 전 부대에서부터 같이 생활해 왔으니, 만에 하나 홍민우 소령이 배신해 버리면 송일중 중령은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잘 생각을 해봐. 홍민우 소령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방대철 주임원사?”

“그건 아닐 겁니다.”

“그래. 그건 아닐 거야. 분명히 위쪽에서 얘기가 나왔을 거야. 그보다 나도 슬쩍 들은 얘기가 있어.”

장석태 대위의 말에 오상진의 눈빛이 바로 바뀌었다.

“얘기······ 말입니까?”

“어. 윤태민 소위 건이 3대대에서 나왔잖아.”

“그렇죠.”

“아마 송일중 중령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인 것 같더라.”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다소 놀란 얼굴이 되었다. 윤태민 소위 사건은 이미 끝이 났다. 시간도 꽤 지났고 말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넘어가나 했는데 뒤에서 몰래 송일중 중령을 쳐내려고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래서 작전과장을······.’

오상진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석태 대위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 오 대위는 전혀 그런 낌새를 못 느꼈어?”

“네. 아시다시피 제가 4중대에 있지 않습니까.”

“하긴······. 4중대는 독립중대이지. 대대에서 떨어져 있고 말이야.”

“네.”

그 말에 박은지가 끼어들었다.

“독립중대가 뭐야?”

“아, 독립중대. 원래 군 조직에 대대가 있어. 그 밑에 중대가 있고. 원래는 한 건물에 중대가 함께 생활을 해.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같은 대대이지만 따로 중대를 둬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어. 뭐, 오 대위의 독립중대는 대부분 경계초소 위주이지만.”

“아, 그렇구나. 그럼 대대에서 떨어져 있는 거야?”

“어! 대대 소속은 맞지만 따로 떨어져 작전수행을 한다는 의미지.”

“그렇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박은지는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석태 대위가 슬쩍 물었다.

“왜? 자기 살짝 오 대위를 원망했었어?”

“원망한 것은 아니고. 분명 줄 소스가 있었을 텐데 너무 안 주니까. 와, 너무 말 안 해준다. 이런 생각은 잠깐 했었지. 아주 잠깐!”

박은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오상진에게 말했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오히려 매번 이럴 때만 부탁을 해서 내가 더 미안하죠.”

박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부탁한 김에 하나만 더 부탁하실래요?”

“네?”

오상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박은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이기철 소령 말이에요. 내가 한번 슬쩍 접근해 보면 어때요?”

“은지 씨가요?”

오상진이 놀라며 물었고, 장석태 대위도 돼지껍데기를 먹다가 눈을 끔뻑거리며 바라봤다.

“제가요. 워낙에 군부대 취재를 많이 해서요. 회사에서 아예 국방일보로 이직하라는 소리가 나와서요. 호호호.”

“······.”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제 이름이 국방부에 많이 알려져 있어요. 제가 조용히 한번 이기철 소령을 만나볼게요.”

장석태 대위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박수를 쳤다.

“오호, 그러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네.”

“상진 씨는요?”

“저도 뭐······ 괜찮긴 하겠는데요.”

“좋아요. 그럼 제가 한번 이기철 소령을 만나볼게요.”

“그래. 뭘 하더라도 그 이후에 움직이도록 해보자고.”

장석태 대위가 바로 결정을 내렸다. 오상진도, 박은지도 이해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장석태 대위가 소주잔을 들었다.

“자, 그럼 이제 무거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한잔할까?”

오상진과 박은지도 술잔을 들었다.

“좋죠!”

“좋아요.”

그렇게 세 사람의 술잔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장석태 대위가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는 다시 소주병을 들었다.

“자자, 다들 한 잔씩 받아. 오랜만에 본 만큼 끝까지 가 보자고.”

그 말에 박은지가 믿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어휴, 술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 오늘은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퍽이나!”

박은지가 피식 웃으며 말했지만 이미 그녀는 소주잔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엄청나게 술을 마셨다. 장석태 대위와 오상진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역시나 최종승자는 박은지였다.

다음 날 오후.

박은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상진은 바로 폴더를 열어 받았다.

“네. 은지 씨.”

-지금 잠깐 통화 괜찮죠?

“그럼요.”

-나 지금 이기철 소령 만나고 있어요.

“그래요?”

-그런데 완전 대박이에요. 이기철 소령이 아내의 외도를 부정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더라고요.

“네? 좀 자세히 말해봐요.”

오상진이 바로 흥미를 가지며 물었다. 박은지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소송 준비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요?”

-네. 그리고 최근에 김명주 대위가 또 송일중 중령을 만났나 보더라고요. 이기철 소령은 그것까지 이미 파악을 해놓은 상태였고요. 원래 그전에 김명주 대위가 한 번만 용서를 해달라고 빌었다고 해요. 그래서 믿고 있었는데 또 최근에 송일중 중령을 만난 거죠. 이제는 용서 없이 바로 이혼소송 준비 중에 있었다고 해요.

“아, 그래요.”

-네. 증거도 이미 충분히 모아뒀고요. 이기철 소령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한데요? 오히려 이기철 소령은 자신의 아내인 김명주 대위와 관련된 일이 터지기를 기다리던 눈치였어요.

“하하······ 그래요?”

오상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기철 소령에 대해서 좋은 얘기만 들어서 혼자 마음고생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만 했었다. 막상 얘기를 들어보니 이기철 소령도 어수룩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기야 육본에 있는 소령의 마음에 심약하지는 않겠지.’

오상진은 속으로 중얼거린 후 바로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그러면 한번 제대로 진행해 봐요.”

-알겠어요.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전화가 왔다.

“이 사람도 참······. 어지간히 급하긴 급한 모양이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에. 4중대장······.”

-4중대장 어떻게 할 겁니까. 이제 답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었다. 오상진의 말을 바로 잘라버리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오상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중재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정말입니까? 정말 이러면 내가 다 터뜨릴 겁니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난 그저 일개 중대장일 뿐이잖아요. 내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오상진이 당당하게 말을 했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방대철 주임원사였다.

-4, 4중대장님······.

“주임원사. 지금 상황을 보니 이미 조사는 진행되고 있더군요.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니까요.”

-이러면 정말 다 죽는 겁니다. 그걸 원하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오상진은 방대철 주임원사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바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 뒤로 방대철 주임원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질 알았다. 그러면서 오상진은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오상진은 과거에서 회귀를 한 후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 참견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느꼈다. 지금처럼 올바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한발 물러나서 순리대로 그냥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만하면 내가 할 일은 다 했어.”

오상진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며칠 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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