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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13화 (1,013/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4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7)

“만날 사람끼리는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가?”

“네.”

“아무튼 오늘 내가 제대로 대접할 테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대답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임규태 중령도 미소를 보였다. 임규태 중령은 이렇듯 최익현 의원과의 인연을 맺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좀 유별나게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똑똑똑.

문이 열리며 종업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정갈한 한복 차림으로 인사를 했다.

“지금 식사를 내올까요?”

“네. 그래 주세요.”

오상진이 말했고, 뒤이어 임규태 중령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성격들이 급해서 하나씩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한꺼번에 가져다주세요. 우리가 알아서 먹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종업원이 다시 인사를 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나왔다. 빈 공간이었던 상 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 채워졌다.

“오 대위. 일단 먹자고. 배고프네.”

“네. 중령님.”

오상진이 천천히 젓가락을 들었다. 사실 오상진은 회귀를 하기 전에도 이런 고급 한정식집에는 자주 왔었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최익현 의원 단골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음식의 퀄리티가 남달랐다.

“어후, 여기 엄청 맛있습니다.”

“그렇지. 나도 이런 곳 안 와보지는 않았지만. 그때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자자, 이거 산낙지 한번 먹어봐. 산낙지가 말이야. 아주······.”

임규태 중령은 신나 하며 오상진에게 음식을 권했다. 오상진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들을 받아먹었다.

“오오, 맛있네요.”

“그렇지! 맛있다니까. 그보다 우리 술 한잔해야지.”

“아직 술 안 시켰습니까?”

“뭐? 허허허, 이 사람······.”

임규태 중령이 크게 웃으며 종업원을 불렀고, 이미 준비되어 있던 술이 흰 빛깔로 만들어진 사기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차 가져왔지?”

“대리 부르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기분 좋게 한번 마셔보자고.”

“그럴 생각입니다.”

오상진이 냉큼 술잔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임규태 중령 역시 크게 웃었다.

오상진이 먼저 술주전자를 들어 임규태 중령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임규태 중령 역시 오상진의 잔에 술을 따라 줬다.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친 후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하하하, 오 대위랑 술을 먹어서 그런지 술맛이 좋구먼.”

임규태 중령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오상진 역시 오랜만에 하는 술자리라 기분이 좋았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좋지. 얼마 만에 우리 둘이 술을 마시는 거야.”

“좀 되었죠.”

“그래. 서로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무 이런 자리를 안 가졌어.”

“네. 제가 좀 더 시간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두 사람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기울였고, 그사이 이런저런 얘기도 주고받았다. 그렇게 술이 들어가고 기분이 좀 좋아진 상태였다.

임규태 중령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참! 일단 자네 얘기부터 들어볼까?”

“제 얘기부터 말입니까?”

“그래. 한번 말해봐.”

“별것은 아니고 말입니다. 실은······.”

오상진이 방대철 주임원사에 대한 말을 쭉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임규태 중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주임원사란 사람이 자네보고 중재를 하라 요구했단 그 말이지?”

“네.”

“재미있는 사람이네. 그렇지 않아도 그 양반 헌병대에서 따로 조사를 했는데······. 그 양반 말이야. 그 일 말고도 여러 일이 있더군. 그 일만 봐도 아주 악질이야. 악질! 이리저리 부대에 사업으로 안 해먹은 것이 없고, 이리저리 뒷돈 받은 것도 상당하고.”

방대철 주임원사는 계속 송일중 중령만 주시하고 있지만 그 뒤를 파는 것은 송일중 중령만이 아니었다. 헌병대는 물론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주시를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현재 방대철 주임원사는 사방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가운데 평소 가깝지도 않은 오상진에게 중재를 강요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중간에 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서 거절을 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그게 맞지. 아무리 주임원사가 그렇다고 해도 대대장과 주임원사 사이에 자네가 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지. 자네가 작전과장쯤 되면 모를까.”

“네. 그렇지 않아도 작전과장에게 말을 해보라고 했죠. 그런데 주임원사는 작전과장도 대대장과 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러고 있습니다.”

“보나 마나 돌아가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겠지. 방법은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네.”

임규태 중령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상진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응? 왜? 설마 흔들리고 그런 거야? 자네가 중재를 해야 할 것 같아?”

“아뇨. 그것보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이기철 소령 얘기를 했습니다.”

“이기철 소령? 가만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임규태 중령이 가만히 고민을 하는데 오상진이 말했다.

“육본에 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아아아, 그래. 이 소령. 내가 좀 알지. 그 친구 아주 일을 열심히 하고.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참 군인이지.”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이기철 소령은 왜? 방대철 주임원사가 이기철 소령을 알아?”

“그게······. 송일중 중령하고 이기철 소령 와이프랑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사람이 그렇게만 얘기한 거야?”

“아뇨. 사진을 증거로 내밀었습니다. 사진상으로도 두 사람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군. 으음······. 자네 생각은 어때?”

“저는 아예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상진이 잠시 뜸을 들였다.

“어허, 이 사람아. 편안하게 얘기를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것이 아니라 이기철 소령 혹시 아이가 있습니까?”

“아이 있지! 아마 3살쯤 되었을 거야. 내가 돌잔치에도 찾아갔던 것 같아. 그 아이가 왜?”

“아마 송일중 중령과 이기철 소령 와이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 것 같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아직 제가 정확하게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 다만 방대철 주임원사가 그 얘기까지 꺼내며 만약 제가 돕지 않으면 다 터뜨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아, 주임원사······. 독하네. 독해. 하긴 그러니 주임원사까지 올라갔겠지.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이거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들었네.”

“혹시 듣긴 하셨습니까?”

“모르지. 뭐, 이리저리 떠드는 소문은 있지만······. 아니, 이기철 소령 와이프가 외도를 했다는 소문은 나도 얼핏 들었어. 하지만 그 당시 이기철 소령이 아니라고 잡아뗐지. 절대 아니라고 말이야. 남편이 그렇게 나서서 아니라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누가 뭐라고 그러겠나. 그러니 그 사건은 흐지부지 끝난 것 같더라고. 그래서 잊혀진 것이지.”

“아······.”

“그것보다 내가 이번에 말이야. 방대철 주임원사를 조사하다 보니 오히려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라. 군인이라는 인간들이 자신의 직위를 앞세워 어떻게든 사심과 욕심을 채우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여군들이 불쌍해. 그리고 나는 그렇게 떠도는 소문은 잘 믿지 않는 편이야. 내가 직접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그런데 주임원사가 그렇게까지 말을 했다고 하니 사실 좀 충격스럽긴 하네.”

“그럼 이걸 어떻게 합니까?”

“하아······. 이것 참 곤란하네. 방대철 주임원사를 찾아가 얘기를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두고 보자니 부대가 시끄러워질 것 같고 말이야.”

“부대가 시끄러워지는 것도 그렇지만 애꿎은 이기철 소령이 피해를 보게 될 것 같아 그게 가장 걱정이 됩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솔직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고, 이러다가 대대장의 다툼 때문에 주변이 피해를 보는 것은 솔직히 나도 원치 않아. 이 일이 비하되고 커져 버리면 조사단 자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막말로 우리 조사단은 조사전에 철저히 성범죄에 관련해서 조사만 하자고 그렇게 말한 상태야.”

“그렇습니까.”

“의원님께서 대충 말해서 그런데. 처음에 국방부장관을 찾아갔을 때, 뭘 그렇게 부대를 뒤집어 놓을 생각이냐며 분개를 했대. 그런데 의원님이 그것이 아니라 국방위원회에 올라온 자료 중에서 성범죄 관련해서 그 부분이 썩어 있으니, 딱 그 부분만 도려내서 정화하자고 설득을 하셨다고 그러더라.”

“그런 겁니까?”

“그래. 그런데 진짜로 주임원사가 그런 식으로 터뜨려버리면 일이 좀 이상해져. 폭로전이 되어서 서로 언론에 떠들어대면 우리가 지금 고생하고 있는 것들이 다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임규태 중령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모든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무작정 칼을 들이대면 버틸 재간이 없다.

“으음······. 그 일은 일단 좀 더 고민을 해 보자고. 나도 이기철 소령에 대해서 알아볼 테니.”

“네. 알겠습니다.”

“당장 답을 주거나 그럴 필요는 없지?”

“네. 주임원사도 나흘 정도 시간을 준다고 했습니다.”

“웃기는군. 아무리 주임원사라고 해도 중대장을 찾아와 그딴식으로 협박을 해? 진짜 그 사람 안 될 사람이구만. 안 되겠어. 그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군대에서 떠나게 만들어야겠어.”

임규태 중령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오상진은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되어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따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뭡니까?”

“어! 기분 좋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기분이 영 별로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자네가 사과할 것은 없고······. 이번에 내가 조사를 하고 있잖아.”

“네네.”

“막말로 내가 다른 사단을 조사해야지. 헌병대대장인 내가 우리 사단을 조사하라고 하면 내가 뭐 어떻게 하겠어? 빡세게 조사를 하자니 내부반발이 있을 것 같고, 그냥 대충 넘어가자니 의원님 볼 면목이 없고 말이야. 그래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사단에서 반발이 장난 아니야.”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사단장부터 시작해 하루가 멀다 하고 불러내어 차 한잔하자고 하니······. 그렇다고 불러내서 한다는 소리가 적당히 하자, 적당히 하고 넘어가자. 이딴 소리만 하고 있으니······. 이 양반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오직 자신들의 안위, 몸보신이 먼저야. 부대가 어떻게 되든······. 부대를 왜 조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말이지. 아니지, 아예 신경도 안 쓴다고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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