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42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6)
그래서 방대철 주임원사가 원래 자기가 생각했던 것을 얘기했다.
“만약에 그렇다면 나는 이기철 소령을 찾아갈 수밖에 없어요.”
“네? 이기철 소령님이라면······.”
오상진이 의문을 가졌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기철 소령을 모릅니까?”
“그렇게 말해도 저는 몰라요.”
“어? 이기철 소령이 바로 김명주 대위의 남편이에요. 대대장님의 내연녀! 이기철 소령 말이에요. 진짜 남자로서 불쌍한 사람입니다. 와이프가 부대 상관하고 놀아나서 임신까지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기 자식이라며 키우고 있고. 내가 그 얘기를 듣고 어찌나 속이 타들어가던지······.”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은 눈빛이 흔들렸다. 송일중 중령이 설마하니 김명주 대위와 외도를 해서 따로 자식까지 가졌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 말이 정말 사실입니까?”
“그럼요. 설마하니 내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여기 왔을 것 같습니까. 만약에 4중대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도 방법이 없어요. 그냥 바로 찾아가는 수밖에요. 모든 것을 다 폭로할 겁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말을 하면서 힐끔 오상진을 살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쩔 수 없이 도와줘야겠지? 자, 말해봐.’
오상진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두 사람 사이에 뭔 짓을 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말대로라면 이기철 소령은 선의의 피해자였다. 김명수 대위 송일중 중령과의 사이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대 일로 이기철 소령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말도 안 되었다.
“주임원사 아무리 그래도 그건 선을 넘는 일입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방대철 주임원사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내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그게 뭔 상관입니까. 일단 살고 봐야지. 그리고 중재를 좀 해달라고 했더니 콧방귀도 뀌지 않더니. 왜? 이기철 소령을 찾아간다고 하니 생각이 달라집니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기철 소령님과 아는 사이도 아니고,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 전 주임원사가 말하지 않았어요.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일을 키우면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아니,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나는 전혀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요. 자꾸 우리 대대장님이 뒤에서 내 목줄을 잡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습니까. 이기철 소령뿐이겠습니까? 앞으로 우리 부대에 문제 되는 것은 다 터뜨릴 겁니다. 나는 절대 나 혼자 죽지 않아요!”
방대철 주임원사가 강하게 나갔다. 오상진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방대철 주임원사 협박에 굴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폭주하게 두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네. 그러니까 며칠만 시간을 주십시오.”
방대철 주임원사가 손가락을 3개 폈다.
“3일! 그 이상은 못 줍니다. 3일 안에 중재를 하든 뭘 하든 방법을 찾아내십시오. 그러지 못하면 나도 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알겠어요.”
“그럼 4중대장님을 믿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험······.”
방대철 주임원사가 중대장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오상진은 표정을 굳혔다.
“하아, 왜 또 나에게 난리지.”
오상진은 4중대로 와서 자신이 할 도리는 다했다. 윤태민이라는 썩은 부위를 도려냈고, 결과적으로 부대 전수조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에 오상진이 관여를 했다. 이렇듯 오상진 스스로도 자신이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생각하고 전수조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저런 식으로 나오니 답답했다. 잠깐 고민하던 오상진이 휴대폰을 들었다. 발신자는 헌병대대장이며 현 진상위원회 단장인 임규태 중령이었다.
-어, 오 대위.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잘했군. 그래 무슨 일이야?
“네. 잠깐 통화 가능하십니까?”
-괜찮아, 말해. 나 요즘 한가해.
“조사 중 아닙니까?”
-조사야 밑에 애들이 하는 거고, 나야 이 부대 저 부대 다니면서 차나 얻어 마시고 있어. 다들 아주 그냥 내가 조사에 참여할까 봐 난리도 아니야.
임규태 중령은 사단 헌병대대장이다. 자신이 속한 85사단 소속이었다. 그래서 임규태 중령이 그 누구보다 깐깐한 사람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86사단 내에 있는 대대장들이 앞다퉈서 그를 불러내어 차 한잔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임규태 중령에게 알게 모르게 잘 부탁한다고 회유의 말을 은근슬쩍 흘리고 그랬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다른 것이 아니라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통화로는 곤란해?
“그것이······ 통화로 말을 전달하기에는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 으음, 그럼 뭐 오늘 저녁 어때?
“오늘 저녁 말입니까?”
-그래. 안 그래도 오 대위에게 할 말이 있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 아까 말했잖아 나도 오 대위에게 전화하려고 했다고 말이야. 그런데 마침 전화가 왔네.
“아, 저는 그냥 하신 말인 줄 알았습니다.”
-이 친구가. 사람 실없게 만들고 있어. 아무튼 오늘 저녁에 우리 근사한 곳에 밥이나 한 끼 하자.
“중령님께서 사시는 겁니까?”
-당연히 내가 사야지. 당연히 내가 자네보다 계급이 높고, 돈도 잘 벌잖아. 대위 월급 해봤자 얼마나 되겠어.
“그럼 사양하지 않고 얻어먹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친구야. 이럴 때는 한두 번 거절을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냉큼 받아먹고······.
“가만,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데 말입니다.”
-어? 어디서?
“어디겠습니까?”
-아아아······. 그렇군. 하하하!
임규태 중령이 최익현 의원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을 오상진이 임규태 중령에게 고스란히 하고 있었다.
-그럼 퇴근할 때 내가 주소를 보내줄 테니까 그리로 와. 우리 오랜만에 조용히 식사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저녁에 뵙겠습니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휴대폰을 끊었다. 그러곤 잠깐 생각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4중대 행정반 김민수 1소대장에게 연락했다.
-통신보안 4중대 1소대장 중위 김진수입니다.
“나다, 중대장.”
-충성. 네, 중대장님.
“잠깐 내 방에 좀 와.”
-알겠습니다.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중대장님.”
“그래. 요새 중대 분위기는 어때?”
“네. 아주 좋습니다.”
“지난번 집들이는?”
“잘 다녀왔습니다.”
“잘했네.”
“아, 중대장님께서 주셨던 집들이 선물도 잘 전달했습니다.”
오상진은 집들이 선물로 원하는 것을 사라고 상품권을 김진수 1소대장 편으로 보냈다. 그것도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었다.
“잘했네. 그걸로 자기들이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면 되는 거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하진규 하사 와이프가 엄청 놀라던데 말입니다.”
“그래?”
“네! 도대체 얼마나 넣으셨습니까?”
“정 궁금하면 1소대장도 따로 밖에 나갈 때 집들이를 해봐.”
“저는 장교 관사 생활 합니다.”
“만나는 여자는 없어?”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중대장님께서 소개 좀 시켜주십시오.”
김진수 1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그 말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처음 김진수 1소대장을 봤을 때 딱딱한 표정에 선을 그었다. 제대로 다가오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김진수 1소대장이 육사 후배처럼 느껴졌다.
“1소대장은 따로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
“저는 그냥 참하고, 가정적인 여자를 좋아합니다. 사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군인 와이프로 사는 것이 쉽지 않지 않습니까. 저는 내조 잘하는 여자가 좋습니다.”
“그래? 다른 것은 따지지 않고?”
“네. 그 와중에 얼굴도 예쁘면 더 좋죠.”
“하하하, 이 친구가······.”
오상진이 크게 웃었다. 김진수 1소대장 역시 환하게 웃음을 보였다.
“그러지 마시고 중대장님 사모님 친구분 있으면 연결 좀 해주십시오.”
김진수 1소대장이 대담하게 나갔다.
“뭐? 사모님? 내 여자 친구를 말하는 거야?”
“네. 듣기로 엄청 미인이라고 들었습니다.”
“미인? 맞아, 예쁘긴 하지.”
오상진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솔직히 한소희는 정말 예쁜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와, 진짜 아니라고는 안 하십니다.”
“사실이니까.”
“대박······.”
“하하하······. 그것보다 자네를 부른 이유는 내가 없더라도 중대를 잘 살펴보라고 불렀어. 조금이라도 일이 있으면 중대장에게 바로바로 보고하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중대장님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만 해줘.”
“네!”
“이만 나가봐.”
“충성!”
김진수 1소대장이 경례를 하고는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오상진은 방금까지 허물없이 나눴던 대화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상진의 차량이 어느 주차장에 들어섰다.
“여기가 맞나?”
오상진이 주차한 곳은 어느 한정식집이었다. 문자가 왔을 때는 주소만 찍혔지 어느 곳인지는 소상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으음······.”
한정식집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임규태 중령에게 연락을 했다.
-그래, 오 대위. 어디야?
“한정식집 주차장입니다. 여기가 맞습니까?”
-어, 맞아! 안으로 들어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한정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옛날 조선시대 대문만 한 크기를 가진 입구였다. 그 옆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작은 문이 있었다.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종업원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오상진입니다.”
“오상진······.”
뭔가를 확인하던 종업원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네에. 오상진 님. 저를 따라오십시오.”
종업원은 환한 미소와 함께 오상진을 데리고 안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어떤 방으로 안내를 받았고 그 안에 들어가자 임규태 중령이 먼저 자리해 있었다.
“어서 와.”
“오래 기다렸습니까?”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오상진은 대화를 하면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는 주위를 잠깐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임 중령님.”
“응?”
“여기······.”
“왜? 여기가 좀 비쌀 것 같아?”
“네. 그렇습니다. 식삿값이 제법 나올 것 같은데요.”
“맞아! 여기 음식값 제법 비싸.”
“네?”
“예전에 의원님 따라서 왔었는데 제법 맛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자네하고 밥 한 끼 먹었으면 좋겠다. 같이 오지 않아서 좀 서운하다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 그랬더니 의원님께서 한 말씀 하시더라. 말만 그러지 말고 직접 데리고 와서 밥 한 끼 사라고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의원님 말씀이 맞아. 내가 자네한테 밥 산다고 말만 했지, 만날 부대 근처에서 삼겹살이나 먹었지.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임 중령님께서 왜 저에게 대접을 하시는 겁니까.”
“아니야. 아니야. 내 솔직히 자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지. 그리고 최익현 의원님하고 만날 수가 있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