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9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3)
“저어, 실은······. 제가 이렇게 된 것도 전부 주임원사님 탓입니다.”
“네?”
조인석 소령이 모르는 척 되물었다. 홍성율 중사는 이참에 자신도 위기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않았어요? 그런데요?”
“그런데 주임원사님이······.”
“그건 또 무슨 얘기입니까?”
홍성율 중사가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방대철 주임원사 얘기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잠깐의 망설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인석 소령이 다시 A4 용지를 내밀었다.
“홍 중사.”
“네.”
“홍 중사가 저지른 잘못을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처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어요.”
“······.”
“그래서 묻죠. 계속 군 생활을 하고 싶은 겁니까?”
“네. 하고 싶습니다. 꼭 하고 싶습니다. 저는 군인이 아니면 할 것도 없습니다.”
홍성율 중사가 강하게 말했다. 조인석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른 부대 전출을 가더라도 군 생활은 하게 해주겠습니다. 대신에 홍 중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여기에 적어야 할 겁니다.”
그 말은 방대철 주임원사에 대해 전부 밀고하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성율 중사는 A4 용지를 자신 앞으로 가져왔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나부터 살고 보자.’
그렇게 홍성율 중사가 방대철 주임원사에 대한 폭로를 적어 내려갔다.
부사관들의 조사가 이루어지자 방대철 주임원사도 똥줄이 탔다. 부사관들 조사를 소령이 직접 조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었다.
“하아······ 이것 참 가서 뭐라고 한마디 할 수도 없고 말이야. 하필이면 부단장이 직접 나서서 조사를 해.”
전수조사 부단장인 조인석 소령을 가리키면 말이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그런 생각을 했다. 보통은 장교들 급들은 고위장교인 소령급들이 맞는 것이 당연했다. 부사관들은 계급이 낮으니 대위나 중위가 조사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건 뭐 임규태 중령 다음으로 조인석 소령이 조사를 하고 있으니 왠지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애들이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조사를 마친 김만식 하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본 방대철 주임원사의 눈이 커졌다.
“야, 김만식 하사!”
“네?”
“빨리 이리와.”
방대철 주임원사가 손짓을 했다. 김만식 하사가 쭈뼛거리다가 마지못해 다가갔다.
“김 하사······.”
“네. 주임원사님.”
대답을 하는 김만식 하사가 방대철 주임원사의 시선을 피했다.
“뭐야. 너 방금 조사받고 나온 거 아니야?”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내 눈을 피해. 설마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거야.”
“······.”
김만식 하사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야. 뭐야. 똑바로 말해. 너 내 얘기 했어 안 했어?”
김만식 하사가 바로 답했다.
“안 했습니다.”
“정말 안 했어?”
“네.”
“그런데 왜 피해. 왜 내 눈을 피하냐고.”
“후우, 사실은 말입니다. 저 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뭐?”
“너무 무서웠습니다. 뭔가 기운이 제 목을 확 쪼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분위기가 어땠는데?”
“그냥 저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는데 말입니다.”
“조사를 했는데, 뭐?”
“느낌적으로 저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자세히 말해봐.”
방대철 주임원사는 다급했다. 김만식 하사는 조금 전 조사하는 것을 떠올리며 조용히 얘기했다.
“그러니까, 전 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다 알고 있더란 말입니다.”
“전부 다 알고 있었어?”
방대철 주임원사도 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전 부대에서 김만식 하사가 저지른 짓은 이 부대에서 오직 방대철 주임원사만 알고 있었다.
주임원사인 데다 워낙에 마당발이다 보니 전 부대 주임원사를 통해 확인을 했다. 왜 김만식 하사가 이 부대로 전출을 오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 일 때문에 김만식 하사를 초장부터 그걸 빌미 삼아 쥐고 흔들어 왔다.
그런데 그것을 조사위원회 조인석 소령이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적인 조사는 다 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저에 대해서 다 아는데 뭘 어쩌겠습니까. 그냥 완전 깨지고 나왔습니다.”
“너에 대한 처벌은 뭐래?”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벌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절 잡으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뭐야? 날 노리는 거야?”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적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김만식 하사가 슬쩍 말을 하니 방대철 주임원사가 작게 버럭 했다.
“이런 시발!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이야. 뭐야!”
그렇게 씩씩거리던 방대철 주임원사가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김만식 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김만식 하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사실 아까 김만식 하사는 임시 조사실에서 나가려 할 때 조인석 소령이 얘기를 꺼냈다.
“혹시라도 방대철 주임원사가 불러서 물어보면 이렇게 얘기하세요.”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노리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확실한 실적을 노리는 것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딱 그 얘기만 해요.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요.”
“꼭 그리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이만 나가봐요.”
“네. 충성.”
김만식 하사가 각 잡힌 경례를 하고 조사실을 나갔다. 처음에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의아했다. 그런데 방대철 주임원사의 반응을 보니 아마도 제 발 저려서 사고를 칠 것 같았다.
“제발, 제발 걸려라. 나도 좀 살자.”
김만식 하사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리로 돌아온 방대철 주임원사는 이기철 소령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기철 소령은 육본에 있는 김명주 대위의 남편이었다.
“이래서는 안 돼. 내가 가만히 당할 것 같아? 살 방도를 마련해 놔야지.”
방대철 주임원사는 흘러가는 분위기가 자신을 옥죄어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 방도는 생각했는데 바로 이기철 소령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래. 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소령뿐이야. 핫! 젠장할······. 진짜 설마설마했네. 진상조사위원회 같은 소리 하네. 다들 장교다 이거지. 만만한 것이 부사관이고······.”
방대철 주임원사는 휴대폰을 꺼내 들며 씩씩거렸다.
“내가 불안하다 했어. 조인석 소령이 부사관을 담당했을 때 분명 이런 판이 짜였을 거야. 날 어떻게 하려고 말이야.”
게다가 방대철 주임원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 진장조사위원회가 내려왔을 때 먼저 송일중 중령하고 얘기를 했었다. 이미 그때 얘기가 되었다고 방대철 주임원사는 오해를 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돼. 확실한 걸로 대대장을 잡아야 해.”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이기철 소령이었다. 이 판에 끌어들여서 뛰게만 하면 분명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저지른 죄보다 대대장이 부하직원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 더 커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대철 주임원사는 충분히 자신도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저쪽에서 자신을 타깃을 삼더라도 송일중 중령 건이 있으면 쉽게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까짓것 날 건드리면 같이 옷 벗는 거야. 아니면 둘 다 조용히 넘어가는 거고. 절대 나 혼자서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방대철 주임원사가 단단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기철 소령이었다. 그가 육본에 있어서 어떤 접점이 없었다.
일반 다른 부대에 있다면 그 부대의 주임원사를 통해서 자리를 만들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대철 주임원사가 아무리 짬이 많다고 해도 육본과 연이 닿아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기철 소령을 찾아가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이걸 어떻게 한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방대철 주임원사. 어느덧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맞아. 있다. 우리 부대에 한 명 있어.”
방대철 주임원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육본에 연이 닿아 있는 인물. 3대대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3대대 4중대장인 오상진 대위였다.
오상진은 일단 4중대장이지만 송일중 중령과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듣기로는 라인도 달랐다.
“대대장의 라인은 일심회고, 4중대장의 라인은 아마 육군 참모 라인이겠지.”
방대철 주임원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쩌면 오상진을 이용하면 이기철 소령과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번 해보자.”
물론 방대철 주임원사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동생인 방대호와 치킨 사건이 있었다. 또 자신이 4중대에 신경을 써주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상진과 사이가 좋다거나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번 최윤희의 아버지인 최대성이 부대를 방문했을 때 4중대를 직접 찾아가 소란을 떨었다.
그것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만나보자. 만나서 얘기를 해보는 거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방대철 주임원사는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방대철 주임원사는 전투모를 챙겨서 사무실을 나갔다. 그 길로 4중대장인 오상진을 만나러 갔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4중대로 넘어오던 그 시각 오상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으음, 2소대 훈련은 이런 식으로 하면 될 것 같고······. 초소 근무는······.”
오상진이 혼잣말을 하며 훈련 계획을 확인했다. 그때 주머니에 넣어 뒀던 휴대폰이 지잉 울렸다. 펜을 놓은 오상진이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이모부였다. 오상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이모부랑 통화도 오랜만이네.”
오상진이 바로 폴더를 열어 받았다.
“네. 이모부. 잘 지내셨죠.”
-어어, 그래. 상진아. 너는 어때?
“저야, 항상 똑같죠. 이모부는 어때요?”
-나야, 뭐 항상 똑같지.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하하하, 건강하시죠.”
-그럼 너무 튼튼해서 탈이야.
“다행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은······. 보고도 할 겸 너의 안부도 묻고, 겸사겸사 연락을 했지.
“잘하셨어요. 그래도 이모부께서 알아서 잘 처리해 주니 제가 신경을 안 써도 되더라고요.”
-그래도 확인할 것은 해야지. 아무리 나에게 맡겼다고 해도 네가 빌딩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면 쓰나.
“네. 알겠습니다. 이모부가 알아서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내가 알아서 하긴 하는데 그래도 네가 알아야 할 건 알아야지.
“하하하, 네. 그래요. 그래도 항상 수고해 주시는 이모부 때문에 저는 안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