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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07화 (1,007/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1)

그랬다. 입영 일자는 이틀 후였다. 이틀 후 훈련소로 입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김만식은 잔뜩 억울한 얼굴로 엄마를 향해 쏘아붙였다.

“이게 뭐야? 엄마 왜 영장 왔다는 소리를 안 해?”

“이놈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군대 보내려고 말 안 했다. 왜!”

“아이씨! 이건 아니지. 정말 아니지!”

그렇게 떼를 쓰고 소리를 쳐봤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영장은 나왔고, 이틀 후면 훈련소에 입소를 해야 했다.

부모님이 김만식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일부러 군대 영장 나왔다는 소식을 늦게 알려준 것이다.

김만식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군대에 들어온 케이스였다. 전혀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군 생활에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인석 소령은 굳이 그런 얘기를 들으려고 물은 것이 아니었다.

“아아, 굳이 그런 가정사까지는······.”

“아, 네에.”

김만식 하사가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어쨌든 26살에 입대를 해서 후방부대에서 신병훈련을 받았네요.”

“네.”

“운전병으로 왔고, 어? 1호차 운전병을 했네요.”

조인석 소령이 깜짝 놀란 눈으로 김만식 하사를 봤다. 김만식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했죠. 잠깐 몇 달 동안입니다.”

“그런데 왜 부사관에 지원을 했습니까?”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부사관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고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조인석 소령이 피식 웃었다. 보통은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조인석 소령은 바로 감이 왔다.

“아, 26살에 군대에 들어와 상병이 다 되었을 때쯤 부사관을 동경하게 되었단 말이죠?”

“네?”

“재미있네. 보통 부사관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부사관 지원신청을 초반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그렇죠. 어차피 병 생활하다가 상병이면 거의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데, 하필 그때 부사관을 동경하게 되어서 지원을 한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 물론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은데······. 내가 볼 때 김 하사는 그럴 성격처럼 안 보여서 말이죠. 생각을 해봐요. 이제 군 생활도 다 끝날 마당에 다시 부사관을 지원해서 군 생활을 연장한다?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인석 소령은 핵심을 두드리며 얘기를 했다. 하지만 김만식 하사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말했다.

“아, 제가 그 당시에는 몰라서 말입니다.”

그 말에 조인석 소령이 피식 웃었다.

“김 하사. 내가 재미난 얘기 해줄까요?”

“······.”

“어떤 부대에 말입니다. 잘생긴 운전병이 한 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 운전병이 처음부터 운전병이 아니었어요. 출신이 화려했어요.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돈도 좀 만지고 여자들도 만나고. 그걸 신병 때 들어와서 자랑삼아 떠들었는데 하필이면 고참 중에 엄마가 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다고 해요. 그것도 늦게 춤바람이 나서 말이죠. 그래서 그 고참은 제비라든지 그런 조속들을 아주 극혐한다고 해요. 그런데 그 고참에게 찍혀버렸네?”

그 말에 김만식 하사의 표정이 떨떠름해지며 굳어졌다. 그 얘기가 자신도 잘 아는 얘기였다.

“그렇게 고참에게 찍혀 군 생활을 하는데 어느 날 대대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거죠. 대대장이 너무 안쓰러워서 부대를 옮겨 주죠. 운전병으로 말입니다. 너무 우울해하니까, 자신의 1호차 운전병을 맡긴 겁니다. 짬도 안 되는 허접한 그 사람에게 말이죠. 그러면서 대대장은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얘기도 해줍니다. 그랬는데 그 운전병 녀석이 배은망덕하게 대대장 사모를 건드렸네.”

조인석 소령의 말에 김만식 하사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에 조인석 소령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반응이 왜 그럽니까? 재미없어요? 이 얘기 재미있는 건데······.”

“그, 그것이······.”

“웃어요. 어쨌든 이런 일이 어디 한두 개입니까. 기무사에 있다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다른 부대에 가서 사건을 들어보면 많이 들어요.”

“아, 예에.”

“아무튼 계속 얘기할게요.”

“······네.”

대답을 하는 김만식 하사의 목소리가 매우 힘이 없었다.

“어쨌든 대대장은 자신의 부대에 있는 병사가 신경도 못 써줘서 미안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좀 더 신경을 써 줬는데 그놈은 대대장 앞에서는 알랑방귀를 뀌고, 뒤에서는 사모랑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어. 그 사실을 대대장이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대대장은 이놈을 어떻게 처리할 수도 없었던 거야. 자기 스스로가 일을 키웠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좋게 영창을 보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놈은 지레 겁을 먹고 부사관 신청을 해버렸네. 지 혼자 살겠다고 말이야. 그 녀석도 똑똑한 놈이지. 부사관 지원을 하면 부대를 떠나 다른 곳에서 부사관 훈련을 해야 하니 말이야. 그렇게 해서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갈 목적이었던 겁니다. 정말 대단한 놈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조인석 소령의 물음에 김만식 하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왜 그럽니까? 혹시 본인 얘기인 것 같아서 막 찔리고 그런 겁니까?”

“네?”

“본인 얘기 맞습니까?”

“어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이 부대 저 부대 많이 돌아다닌다고 말이죠. 설마하니 본인이 그렇게 똥을 싸지르고 갔는데 아무도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죠?”

“······.”

“김 하사. 그 대대장 부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요?”

“모, 모릅니다.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못 들었겠지. 대대장님 책임을 지고 옷 벗었고, 그 사모님과는 이혼을 했어요. 사모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나 봅니다.”

“네?”

김만식 하사가 대답을 했지만 그의 구석진 기억 한 자리가 떠올랐다.

부사관 훈련을 다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기 전 대대장 사모로부터 연락이 오긴 했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괜히 엮여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휴대폰 번호까지 바꿔 버렸다. 아예 새 출발을 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군대에 말뚝 박을 생각도 없었는데 대대장에게 찍혀 군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부사관 지원을 통해 도망을 갔다. 그런데 대대장 사모가 연락을 했고, 받지 않았다.

김만식 하사는 자신이 두 사람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

김만식 하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조인석 소령이 입을 열었다.

“이래서 참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쌍해서 도와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뒤통수를 치고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 그건······.”

“그런데 말이죠. 여기 있는 부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아나?”

“네?”

“아니, 그 사실을 알려나 모르려나.”

“······.”

당황한 김만식 하사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동자만 파르르 떨렸다. 사실 조인석 소령이 한 말은 바로 김만식 하사 본인 얘기였다.

그는 이곳으로 오면서 철저히 과거를 숨겼다.

그 당시 대대장도 이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

김만식 하사 본인도 나이 들어서 병 생활을 하려니 힘들고 해서 부사관에 지원을 했다.

그런 식으로 둘러댔고, 주위 부사관들도 그리 생각을 했다.

이렇듯 김만식 하사는 이곳에서 조용히 과거를 묻은 채 지내왔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자가 나타나 이렇듯 김만식 하사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 이 사실이 부대 전체에 돌게 된다면 난 완전 좆되는데······.’

불안한 눈빛으로 조인석 소령을 바라봤다. 조인석 소령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죠. 이 부대 와서도 그렇게 조용히 지내지는 않았나 봐요.”

“네? 무슨······.”

“어디 보자. 최 하사······. 김 중사······. 박 소위, 윤 소위, 최 중위? 아이고 취향이 참 다양해.”

조인석 소령은 서류를 하나하나 넘기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김만식 하사의 표정은 더욱 당황했다.

최 하사, 김 중사, 박 소위, 윤 소위, 최 중위까지. 총 다섯 명이다. 물론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만식 하사가 이 부대로 넘어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었다.

“어라? 그런데 두 사람은 또 유부녀네.”

“네?”

김만식 하사의 머리가 회전을 멈췄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예 새하얀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멍한 듯 대답만 하는 김만식 하사였다.

“으흠······. 나머지는 다 남자 친구가 있었다고 하고······. 취향이 다 그런 쪽인가?”

“무,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다들 임자가 있잖아. 막 그런 쪽을 건들면 더 성취감이 들고 그래요?”

“······.”

김만식 하사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조인석 소령이 바로 자세를 바꾸며 중얼거렸다.

“하긴 임자 있는 사람을 건드려야 편하겠지. 질질 달라붙지도 않고 말이야. 적당히 즐기다가 끝내면 아무 문제도 없고 말이죠.”

“그, 그게······.”

김만식 하사가 뭐라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조인석 소령의 시선이 바로 서류로 향했다.

“그 외에도 부대에서 이리저리 소문이 난 군인들이 한둘이 아니네요. 이것 참······. 아무리 좋아서 만났다고 하지만 이거 군 기강이······. 모른 척 그냥 넘어가야 하나?”

조인석 소령이 의지를 남겨두는 척 슬쩍 말을 돌렸다.

그랬더니 김만식 하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게 말입니다.”

탁자 위에 올라온 두 손이 부르르 떨었다. 그것을 본 조인석 소령이 피식 웃었다.

“아아, 떨지는 마요. 다른 사람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첫 시작부터 이러는 것을 보니 이 부대는 아무래도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많이 조사를 해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면 상대적으로 처벌이 낮아질 수도 있어요. 개나 소나 다 똑같은 잘못을 했는데 그걸 가지고 다 죽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그보다 만약에 김 하사가 좀 심하다. 그러면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겠죠.”

김만식 하사는 부르르 떨리는 손을 마주 잡았다. 애써 불안함을 숨기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 그도 확실하게 느꼈다. 자신이 완전히 끝이 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 소문들이 들려와도 외면을 해왔고, 아니라고 발뺌을 해 왔다. 자신이 건드렸던 여자들의 남편들이 찾아와 따진 적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폭행도 당했지만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그렇게 무사히 넘겨왔다.

만약에 이 조사가 현실이 된다면 김만식 하사 자신은 진짜 끝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정말 빨간 줄이 그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잠깐 머리를 굴리던 김만식 하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인석 소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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