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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06화 (1,006/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0)

자신들이 움직이는 것이 어떤 임규태 중령의 조사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듯 알아서 증거와 증인이 나타나니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럼 한턱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술 한잔하기로 했다.”

“다행입니다.”

“어쨌든 연락처 받으면 박 중위 자네가 가서 한번 만나봐.”

“제가 말입니까?”

“내가 움직이기에는 좀 그렇잖아. 지금 상황도 좀 그렇고······.”

이 말에 박태준 중위도 공감을 했다. 어쨌든 계급이 낮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만나보겠습니다.”

“그래.”

최영도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한편 방대철 주임원사도 그냥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이정명 중사를 불러 서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야! 정보를 얻긴 했는데 말이야.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말에 이정명 중사가 바로 말했다.

“이거 말입니다. 그냥 정공법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정공법? 어떻게 들이받으라고?”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담판을 지으셔도 되고 말입니다.”

“핫! 이 중사야. 너 그 대가리는 장식품이냐?”

“네?”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걸 그냥 들고나 있어. 아니지,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왜 들고 다니냐.”

“······.”

방대철 주임원사의 노골적인 핀잔에 이정명 중사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주임원사님······.”

“야. 저쪽에서 저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것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거야. 그리고 그 희생양이 최소한 나 정도 급은 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 그런 겁니까?”

“그래, 인마. 아무리 대대장이라고 해도. 대가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나 주임원사를 건드리겠어? 지금 이 상황을 면피하기 위해서는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옷을 벗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 부대에서 나 정도 되는 급이 누가 있어?”

“대대장님?”

“그래, 인마. 내가 살라면 대대장이 옷을 벗고, 대대장이 살려고 하면 내가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인 거야. 이거 대충 쇼부 치고 될 상황이 아니라는 거야.”

“아······. 그런 것이란 말입니까.”

“어후, 내가 진짜······. 너에게 일을 맡긴 내가 등신이다. 등신이야. 넌 지금까지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거야?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적당히 시간 되면 알아서 끝이 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네,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정명 중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시선을 피한 체 뻘쭘한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는 방대철 주임원사는 답답했다.

“어쩐지 알아 오라고 해도 차일피일 미루더니······. 아니, 너 제대로 알아보기는 했냐?”

“알아봤습니다.”

이정명 중사가 발끈했다. 저 모습을 보니 진짜 알아보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알아보는 것도 대충 알아봤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러니 내가 뭘 믿고 너에게 일을 맡길 것인지······.”

방대철 주임원사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참! 내가 받아 오라고 한 것은?”

“네? 어떤 걸······.”

“진술서 말이야. 진술서!”

“아, 네에. 받아 왔습니다.”

이정명 중사가 곧바로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그것을 훑어보며 물었다.

“이거 다 몇 장이야?”

“10장입니다.”

“야! 우리 부대에 부사관이 몇 명인데······. 고작 10장이 뭐냐.”

“그게 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한 명 한 명 얘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단톡방에다가 말을 해버리면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어휴, 이럴 때만 꼼꼼하지.”

방대철 주임원사가 혀를 차며 하나하나 진술서를 확인했다. 진술서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부사관들에게 불합리한 일들을 강요하고 있다.

-부사관들과 장교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

-대대장이 주임원사와 매우 사이가 좋지 않다.

대충 이런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진술서를 챙겼다.

“으음······. 괜찮네.”

하지만 이정명 중사는 걱정이 되었다.

“주임원사님. 정말 이런 거로 되겠습니까?”

“뭐가?”

“대대장님과 주임원사님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 말입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 정도는 충분해. 분명 저쪽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날 찍어 누르려고 할 텐데 이런 거라도 있어야지 대대장 말을 100% 안 믿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정명 중사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중사. 이런 것이 있어야 조사위원회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 딱 봐도 장교들과 부사관들 사이가 좋지 않은데 무조건 장교들 편만 들어봐. 가만히 있겠냐?”

“아······.”

“이게 다 밑밥을 까는 거야.”

“그런 겁니까.”

“그래. 어쨌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까. 진술서 더 받아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애들 입단속 철저히 시키고. 누차 말했지만 만에 하나 나에 대해서 쓸데없는 얘기 했다간······.”

“걱정 마십시오. 그보다 4중대는 어떻게 합니까?”

“4중대? 야! 4중대는 우리 대대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거기는 좀 말하기가······.”

“왜?”

“거긴 별종들이 모여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부사관들 중에서도 중대장과 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 맞다. 거기 김태호 그 새끼가 있지.”

“네. 맞습니다.”

“이것 참······. 곤란하네.”

“아니면 지난번처럼 따로따로 부릅니까?”

“안 돼. 지금 조사위원회가 움직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 그러다가 소문이 나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럼. 어떻게 합니까?”

“야, 그냥 거긴 냅둬!”

“네? 4중대는 버리는 겁니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막말로 거기 오상진이 있잖아.”

“당연히 있죠. 그래도 4중대장인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녀석 정의감이 투철하잖아. 괜히 그 녀석 귀에 들어가면 정의감 어쩌고 하며 나서버리면 골치 아파져. 내가 지난번에 봤는데 오상진 그 녀석 깡다구가 장난이 아니야.”

“으음······.”

“윤태민 날린 것을 봐라. 우리 부대에서 대대장도 날리지 못한 녀석이야. 그런데 오상진이 날렸어.”

“아, 그런 겁니까?”

“그래. 솔직히 내가 그 녀석 뒤를 좀 조사해 봤거든. 그 라인이 아주 삐까번쩍해.”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너도 알다시피 우리 군에 라인이 두 개 있는 거 알고 있지.”

“네네. 저기 뭐냐. 일심회하고 육참 라인을 말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 그런데 알고 보니 오상진이 육참 라인 정통 라인이더라.”

“어후, 그렇습니까?”

“어! 일심회만큼은 아니겠지만······. 사실 짬 있는 사람은 일심회에 모여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육참 라인 쪽에 있다고 하잖아. 그건 너도 들어봤지?”

“네. 저도 그리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상진이 그 육참 라인에 서 있다? 그게 뭘 의미할까?”

“······.”

이정명 중사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딱 보면 위에서 오상진을 지켜보며 밀어주고 있다는 뜻이야.”

“아, 그런 겁니까?”

“그래. 괜히 오상진하고 부딪치는 일 만들지 마.”

“알겠습니다.”

“그래.”

방대철 주임원사는 단단히 일러뒀다. 이정명 중사 역시 오상진을 건들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그러면서 방대철 주임원사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아? 절대 이대로 죽지 않아.”

이정명 중사의 눈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3대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임규태 중령을 포함한 조인석 소령, 황영호 대위가 3대대에 나타났다. 그들은 미리 마련된 사무실에 임시 조사구역으로 정했다.

“조 소령.”

“네. 위원장님.”

“자네가 부사관을 맡는 건가?”

“그렇습니다.”

“준비는 다 했고?”

“물론 다 했습니다.”

조인석 소령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황영호 대위에게 향했다.

“황 대위는 장교들을 맡고?”

“네.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알았네. 이제 시작해 보자고.”

“네. 위원장님.”

두 사람은 대답을 한 후 이미 준비된 사무실로 이동했다. 한 곳은 부사관 담당, 다른 한 곳은 장교들 담당으로 구역을 나눠놨다.

“황 대위.”

“네.”

“오늘 잘해보자고.”

“네. 수고하십시오.”

두 사람은 상담할 방으로 각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조인석 소령이 있는 곳으로 문 두드림이 들려왔다.

똑똑똑!

“네!”

천천히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부사관은 바로 김만식 하사였다. 그는 잔뜩 긴장한 채로 들어왔다. 조인석 소령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김만식 하사?”

“네. 그렇습니다.”

“어서 와요. 일단 여기에 앉으세요.”

조인석 소령이 웃는 얼굴로 자리를 권했다. 쭈뼛쭈뼛거리며 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전투모를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렸다.

그사이 조인석 소령은 김만식 하사를 바라보다가 서류를 넘겼다.

‘김만식 하사······.’

조인석 소령이 제일 먼저 김만식 하사를 부른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김만식 하사는 나름 얼굴이 잘생긴 편에 속했다. 그래서 그런지 여부사관들에게 나름 인기가 많았다.

그것 때문인지 남자 부사관들이나 장교들에게 눈치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김만식 하사는 부사관 생활이 2년이 조금 안 되었나? 중사 진급이 조금 늦네.’

늦는 이유도 다 있었다. 어쨌든 서류를 훑어보는 동안 김만식 하사는 절로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렇게 침묵이 잠시 동안 흘러갔다.

“······.”

말없이 있던 그때 조인석 소령이 고개를 들었다.

“김만식 하사?”

“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확인만 하는 거니까요.”

“아, 네에······.”

그 말이 끝나고 다시 조인석 소령은 서류를 넘기며 김만식 하사에 관한 신상명세서를 확인했다.

“김 하사는 병사로 갔다가 부사관으로 지원을 한 케이스네요.”

“네. 맞습니다.”

“26살에 군대를 갔다는 것은······. 좀 늦게 갔네요.”

조인석 소령이 말을 하며 앞에 앉은 김만식 하사를 슬쩍 봤다. 김만식 하사는 멋쩍은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것이 말입니다. 이런 말 하기 조금 민망한데 말입니다.”

김만식 하사는 슬슬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군대에 오기 전 호스트바에서 일을 했다. 한마디로 얼굴로 먹고살았다는 얘기다. 대학교도 다녔는데 낮에는 후배들을 후리고 다니고, 밤에는 호스트바에 출근해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나이도 어느 정도 차고, 계속해서 놀고먹고 있을 때 집에서 연락이 왔다. 군대 영장이 나왔다는 소리였다.

“뭔 소리야. 왜 영장이 나와?”

김만식 하사는 당황한 듯 크게 소리쳤다.

-내가 아니!

“아이씨! 알았어.”

김만식는 당장 집에 가서 확인했다.

“진짜 영장 나왔어?”

“그래, 나왔다. 자!”

엄마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김만식은 떨리는 손으로 영장을 봤다. 그리고 날짜를 확인한 김만식은 절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 이게 뭐야! 왜 입대가 이틀 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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