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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05화 (1,005/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5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9)

박지영 중사는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대대장실 안에서 마음을 먹긴 했지만 이래저래 심란 상태였다. 뭔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맘을 먹어야겠다고는 했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조사 위원회가 왔고, 전수조사를 위해 그들을 만났을 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그걸 건너뛰고 헌병대에 신고를 하는 것이 맞는지 그것도 고민이었다.

물론 군대는 절차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절차를 다 지키는 바보도 없다. 그 절차대로 보고가 올라갔다가는 무조건 방대철 주임원사 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그리된다면 자신에게는 물론, 자신의 남편에게도 피해가 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지영 중사는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홍민우 소령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봤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해해. 박 중사도 이런 일이 처음이지?”

“네?”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이 말이야.”

“아, 네에······.”

“그럼 박 중사는 군 생활한 지 얼마나 되었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 우리 부대가 처음인가?”

“두 번째입니다.”

“두 번째? 그럼 전 부대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어?”

“없었습니다.”

“그렇군.”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잠깐의 틈이 있었다. 다리를 꼬던 홍민우 소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어. 대대장님을 믿고 이 부대로 넘어왔는데······. 이 부대는 나랑 잘 안 맞는 기분이 드네.”

홍민우 소령은 얘기를 하면서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

박지영 중사는 동조를 하기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홍민우 소령이 얘기하는 것만 가만히 들었다.

“나도 한때는 위로 올라갈 생각만 했어. 그래서 악착같이 일했지. 그리고 동기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간다고 생각을 하니 자부심도 있었고. 그런데 말이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 알아?”

“네.”

“그게 확실하더라고. 동기들보다 앞서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 하면 선배님들에게는 오히려 내가 그들과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거야. 동기들만 생각하고 그들을 추월해 앞서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처진 선배들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더라고. 그 선배들 입장에서는 날 어떻게 볼까?”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뭐, 앞에서는 대대장님 후배라고 추켜 세워주고, 잘한다. 잘한다. 열심히 해라. 그렇게 말을 해주지. 하지만 뒤에서는 내 흉을 그렇게 본다. 어린놈이 건방지고, 싸가지가 없다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이라고 동기들 위할 줄 모른다고. 그러다 보니 군 생활이 상당히 힘들어. 그런데 어떻게든 라인이라도 잘 타보려고 하는데 쉽지도 않고······.”

그 말에 박지영 중사가 슬쩍 눈을 가늘게 하며 물었다.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아······. 다른 것은 아니고. 신경 쓰지 마.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자는 거야. 대대장님께서 언제까지 저 자리에 있을 것도 아니잖아. 나라고 계속 이 자리에 있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박 중사라고 해서 계속 이 부대에 있을 것도 아니고······. 아까 대대장님께서 하신 말씀 기억하지? 남편 따라서 수방사로 갈 수도 있잖아.”

“네.”

박지영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홍민우 소령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박 중사는 어때? 남편과 함께 부대에서 생활하면 좀 괜찮을 것 같아?”

그의 물음에 박지영 중사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박지영 중사도 한때는 남편과 함께 같은 부대에서 군 생활을 꿈꿔 본 적도 있다. 한데 막상 여기 와서 주임원사에게 시달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수방사에서도 이런 주임원사 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방대철 주임원사는 오히려 유부녀라고 해서 편하니 뭐니 그딴 소리를 지껄였다. 그런 식으로 집적댈 수도 있다. 지금도 이 부대 안에서 그런 폭력을 당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함을 남편에게도 말 못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남편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민우 소령은 박지영 중사의 표정 변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박지영 중사는 겁도 많고, 딱히 용기가 있고 결단력이 있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다만 방대철 주임원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 보니 마지못해 이렇듯 나서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박지영 중사에게 이런 식으로 해라, 등만 떠밀면 절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홍민우 소령 입장에서는 그러면 절대로 안 되었다.

“결단이 쉽지 않다면 내가 한번 조언을 해줘도 될까?”

“조언 말입니까?”

“그래.”

“······네, 해주십시오.”

“내 생각은 말이야. 헌병대를 통해서 주임원사를 고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헌병대를 통해서 말입니까?”

“어.”

“그렇게 되면 주임원사님께서 아시게 될 텐데 말입니다.”

“만약 내가 잘 아는 헌병대 과장을 소개시켜 주면 어때?”

“헌병대 과장 말입니까?”

“그래. 헌병대 과장이라 하면 어느 정도 위치인 줄은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11사단 헌병대 과장이 소령이라는 것과, 웬만한 대대장급과 비벼볼 정도라는 것 정도였다.

“대충 눈치는 챘겠지만 헌병대 과장이 내 동기야.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지난번 윤태민 소위 관련해서 조사한 사람이기도 해.”

“아, 네에······.”

박지영 중사가 대답을 하고는 그때 기억 속 헌병과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홍민우 소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는 윤태민 소위에게 속아서 조사 방향성을 잘못 잡아서 깨진 모양인데······. 아, 그렇다고 그 친구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야.”

“네.”

“반대로 생각을 해봐. 그 친구는 윤태민 소위의 말에 너무 속았던 것이야. 사실 까놓고 말해서 대대장님께서 그런 언질을 좀 했어.”

“대대장님께서 말입니까?”

홍민우 소령은 괜히 송일중 중령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어. 예전에 윤태민 소위 사건이 커지면 안 되니까. 잘 좀 봐달라고 얘기를 했지. 그래서 헌병과장이 조사를 그렇게 한 것도 있어. 어찌 보면 그 친구도 피해자지.”

“······아 네.”

“이걸 반대로 얘기해 보면 어떨까?”

“네?”

“헌병과장은 내 동기고 이미 한 번 전례도 있고 말이야. 박 중사가 솔직히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친구도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하지 않겠어?”

“아! 네에······.”

박지영 중사는 점점 홍민우 소령의 말에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고개까지 끄덕이며 동조해 줬다.

“비밀 보장이나 그런 것은 그 친구가 알아서 해줄 것이고······. 그 친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움직여. 그러니까,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그 말에 박지영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러면 말입니다. 전에 제가 드렸던 녹음파일은······.”

“어어. 그것이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니까. 그것만 있다면 헌병과장이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야. 어쨌든 헌병과장이 자네를 신뢰하고 믿고 움직일 거야.”

“아, 네에.”

“어떻게, 내 말대로 한번 해볼 거야?”

박지영 중사의 입장에서는 저렇듯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나서주는 홍민우 소령이 고마웠다.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래. 그래. 그럼 내가 이제 헌병과장에게 연락을 해놓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만나더라도 떨지 말고 얘기 잘해.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네, 과장님.”

“알았어. 박 중사 이만 나가봐.”

박지영 중사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그곳을 나섰다. 나가는 그녀를 보며 홍민우 소령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괜찮겠지.”

홍민우 소령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홍민우 소령이 박지영 중사를 전수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게 맡기지 않고, 바로 헌병대에게 맡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일 처리를 제대로 할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방대철 주임원사 귀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공개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 보니 얼마든지 대대장이 어느 정도 간섭을 할 수 있다.

반면에 헌병대를 통해서 움직이면 제아무리 대대장이라고 해도 그곳에 연줄이 없는 이상은 바로바로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홍민우 소령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홍민우 소령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는 목록에서 최영도 소령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잠시후 최영도 소령이 전화를 받았다.

-어, 홍 소령.

“그래, 최 소령. 내가 말이야. 긴히 부탁할 것이 있는데 말이야.”

-부탁?

“어, 그게 말이야. 사실은······.”

홍민우 소령이 휴대폰을 들고 얘기를 시작했다.

한편, 최영도 소령은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홍민우 소령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해주면 돼.

“어어, 알았어. 그렇게 할게.”

-고맙다. 나중에 술 한잔하자.

“그래. 이만 끊는다.”

최영도 소령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태준 중위가 궁금한 듯 물었다.

“누구입니까?”

“어, 홍 소령.”

“3대대 홍민우 소령님 말입니까?”

“그래.”

최영도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서 그가 피식 웃었다.

“박 중위.”

“네.”

“일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간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헌병대대장님께서 내렸던 지시 있잖아.”

“알고 있죠. 3대대 조사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거 관련해서 홍 소령이 증인을 붙여준다네.”

“증인을 말입니까?”

“그래. 어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지.”

“피해자······.”

최영도 소령이 고개를 돌려 박태준 중위를 봤다.

“자네도 내가 통화하는 것을 대충 들었잖아.”

“네. 뭐······. 주임원사 얘기를 하시는 것을 얼핏 들었습니다. 이 일이 주임원사와 관련되어 있습니까?”

“맞아. 3대대 주임원사 말 많잖아. 우리가 나름 조사한 것도 있고.”

“네. 여 부사관들에게 성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파악은 하고 있죠.”

박태준 중위도 나름 조용히 조사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방대철 주임원사에 관한 조사도 어느 정도는 끝을 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증언을 해줄 증인을 찾았다고 하네.”

“누굽니까?”

“거기 여자 부사관이라고 하는데······. 증거로 녹취록까지 있다고 하네.”

“녹취록까지 말입니까? 증인에 녹취록이라면······. 완전히 빼박 아닙니까.”

“빼박이지.”

“어쩌면 일이 쉬워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 이제야 좀 면이 설 것 같네.”

사실 두 사람이 뒤늦게 3대대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인력적인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앞서 조사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조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헌병대대장이 직접 조사단을 이끌고 사단전수조사 중이니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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