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7)
“네.”
“그거 전부 준비해서 터뜨려버려.”
“성 추문 빼고 전부 다 말입니까?”
“그래.”
“잘못하면 걸릴 사람이 많은데 말입니다.”
“그건 신경 쓰지 마. 지금 대대장님 완전 빡돌았어. 아예 주임원사를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심산인 것 같아. 그리고 생각을 해봐라. 저쪽에서 대대장님을 노렸다면 그다음은 우리 아니야. 우리라고 무사할 것 같아?”
“아······.”
“어차피 저쪽에서는 장교들을 털기로 한 거야. 우리도 절대로 지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준비해 둬.”
“네.”
“그리고 앞으로 부사관들 밀리는 새끼는 가만 안 둔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이재식 대위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홍민우 소령을 통해 부대 장교들에게 비밀리에 지시가 전해졌다.
그날 점심. 식사를 하던 장교들 휴대폰으로 지잉지잉 문자가 왔다.
“응, 뭐지?”
“뭐야?”
“이게 뭐지?”
각 장교들마다 한마디씩 했다.
“부대 무슨 일 있나?”
“설마 너도 받았어?”
“어! 나도 받았어.”
그들에게 온 문자는 바로 이것이었다.
-3대대 장교들에게 전한다. 이 시간 이후부터 부사관 관리 철저히 하기 바람.
그 문자만 봐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설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부사관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무적으로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이 부사관들이었다. 하지만 일부 부사관들에게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은 이때다 싶었다.
어느 한 곳에 장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장교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그리고 부사관들보다 계급이 높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오늘 온 문자 봤어?”
“봤지.”
“완전 공감되지 않냐?”
“공감되지. 이제야 부대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맞아! 부사관들은 말이야. 개념이 없는 것 같아.”
“맞는 말이야. 내가 말이야. 저번에······.”
장교들이 모여서 부사관 흉을 봤다. 그런데 지나가던 중사가 그 얘기를 얼핏 들었다.
“저 새끼들 뭐라는 거야?”
“네?”
“저기 모여 있는 소바리들 말이야. 방금 우리 욕하지 않았냐? 아니, 우리 부사관들 말이야.”
“사실 저도 들었습니다. 개념이 없다고 막 그러던 것 같던데······.”
“그렇지. 저 새끼들이 진짜······.”
한 명의 중사가 당장에라도 뛰어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바로 상사 한 명이 막았다.
“야. 김 중사. 그만 됐어. 실제로 하는 것도 없이 돈만 많이 받는 놈들 상대해서 뭐해.”
“그래도 한 상사님······.”
“신경 꺼! 저들이 저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대놓고 싸우면 우리만 분리해. 우리가 항상 하는 것이 있잖아.”
그 말에 김 중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맞습니다. 공적으로 고립을 시키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러면 똥줄이 타는 쪽이 누구일까?”
“아마도 저 녀석들이겠죠.”
“그래.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두 손 두 발 다 빌게 되어 있어.”
“넵!”
“자자, 저쪽 신경 끄고 가자고.”
그렇듯 부사관들 역시 눈빛이 사납게 바뀌며 멀어졌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장교와 부사관들 사이에 점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태호 상사가 4중대 중대장실로 갔다. 그는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열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오상진을 보며 경례했다.
“충성.”
“오, 행보관님. 어서 오십시오.”
오상진은 환한 얼굴로 김태호 상사를 맞이했다. 김태호 상사는 슬쩍 오상진의 책상 위에 있는 서류들을 보며 물었다.
“지금 바쁘십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오상진은 작업하던 서류를 멈추며 물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대대 얘기 들으셨습니까?”
“대대 말입니까? 아뇨, 못 들었는데요. 무슨 일 있습니까?”
“갑자기 대대 부사관들이랑 장교들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그래요? 왜 그러지.”
오상진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김태호 상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오늘 대대에 올라갔다가 영 분위기가 이상해서 아는 부사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주임원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주임원사가요?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합니까?”
주임원사란 말을 듣고 이맛살을 찌푸린 오상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임원사가 직접 부사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현재 대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시라고만 하는데······. 아무래도 주임원사님이랑 장교들과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겠죠.”
“으음······.”
심각한 표정이 된 오상진.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일은 제가 좀 더 알아보겠······.”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호 상사는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어. 1소대장.”
“충성.”
김진수 1소대장은 김태호 상사를 보며 눈인사를 했다.
“행보관님도 계셨네요.”
“네.”
“두 분 얘기 중이시면 제가 나중에 오겠습니다.”
“아니야. 들어와. 괜찮아.”
“네.”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들어온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오상진이 물었다.
“1소대장.”
“네.”
“혹시 말이야. 대대 분위기 좀 알아?”
“대대 분위기 말입니까? 저도 대충 얘기는 들었습니다.”
“얘기를 들었어? 안 그래도 나도 행보관님에게 얘기는 들었다. 부사관들이랑 장교들이랑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오상진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슬쩍 김태호 상사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들은 얘기입니다. 주임원사가 대대장님 뒷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뭐? 대대장님 뒷조사를 했다고?”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자, 김태호 상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내가 들은 것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행보관님은 뭐라고 들었습니까?”
“반대로 들었습니다. 대대장님이 주임원사 뒷조사를 지시했다고······.”
“그래요?”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상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길게 신음을 흘렸다.
“흐음······. 아무래도 사단 조사위원회 때문에 두 분이 서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조사를 했나 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서로 한 모양입니다.”
오상진의 말에 김태호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주임원사님 편들 생각 없습니다. 주임원사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가 잘 알지 않습니까.”
“그렇죠.”
오상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 상사는 최윤희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니 말이다. 김진수 1소대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제 생각에도 그런 얘기를 듣고 대대장님께서 조사를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전에도 작전과에서 전술 조사에 대하 따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대대장님께서 그리 움직이신다는 것을 듣고 주임원사가 반격을 한 것이란 것이지?”
“아무래도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주임원사가 먼저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태호 상사가 바로 말을 받았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주임원사라고 해도 먼저 대대장님의 뒷조사입니다. 그 위험한 일을 먼저 하지는 않았겠죠.”
오상진은 얘기를 듣고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그 일 때문에 대대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는 말이지?”
“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
오상진의 물음에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네?”
“네?”
“아니, 어떻게 할까요? 대대 분위기에 맞춰 우리도 할까요? 내부에서 그리 보이도록. 아니면 우리는 모르는 척을 할까요?”
김태호 상사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 분위기를 안 맞춰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계속 4중대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가끔씩 대대에 올라가는데 분위기가 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괜히 조용히 있으면 이 문제가 끝나고 나서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으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김태호 상사가 뜬금없이 물었다.
“중대장님 혹시 야구 좋아하십니까?”
“네? 야구요? 네, 뭐, 좋아합니다.”
“그럼 야구용어 중에 벤치클리어링이라고 아십니까?”
“알죠.”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 양쪽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다 튀어나옵니다. 서로 욕도 하고 치고 의미 없는 싸움을 하죠. 단지 자신의 소속선수가 피해를 당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 와중에 어떤 한 사람은 관계없다며 참여를 안 한다? 그러면 그 팀에서 배척을 당합니다. 한마디로 왕따를 당하죠.”
“아, 그래요?”
김진수 1소대장도 처음에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다가 얘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행보관님께서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끼리는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저희도 장단은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장단을 맞추는 걸로 하죠. 대신에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안 됩니다. 그리고 서로서로 장단을 맞춰주는 과정에서 뒷담화와 욕은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적당히 알아서 하도록 합시다.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서로서로 잘 지내는 걸로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네, 중대장님.”
김진수 1소대장과 김태호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김태호 상사를 봤다.
“그럼 부사관은 행보관님께서 잘 맡아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눈치껏 중대장실을 나갔다. 오상진이 김진수 1소대장을 봤다.
“1소대장?”
“네?”
오상진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확인하고는 바로 내밀었다.
“아, 여기 있습니다. 다음 달 초소 근무에 관한 내용과 훈련 일정입니다.”
“알았어. 그 외는?”
김진수 1소대장이 차근차근 보고를 이어갔다. 모든 보고를 마치고 사인을 받은 김진수 1소대장도 중대장실을 나왔다. 문을 닫고 몸을 돌렸는데 그곳에 김태호 상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보관님? 아직 안 가셨습니까?”
“네. 1소대장님과 얘기 좀 하려고 기다렸습니다.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아, 네에······.”
김진수 1소대장이 김태호 상사 옆으로 갔다. 김태호 상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중대장님 말씀처럼 하실 것이죠?”
“당연히 그래야죠. 어쨌든 중대장님의 지시사항 아닙니까. 그리고 중대장님도 장교시고······.”
“어? 벌써 시작입니까?”
“네?”
“벌써부터 선 긋고 막 그러는 겁니까.”
“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중대장님 그런 거 신경 안 쓰시는 거 말입니다.”
“하긴 그렇죠. 그러면 이거 어떻습니까. 그냥 우리 4중대 간부끼리 모여서 술이나 한잔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