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2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6)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해줬다. 황기신 상사는 신나 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김명주 대위 입장에서는 속이 얼마나 상했겠어요. 기껏 뒷바라지해 줬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해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 그런데 말이야. 황 상사. 그거랑 진급이란 뭔 상관이 있다고 그래?”
“저도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상관이 있더라 말입니다.”
“상관이 있어?”
“네. 알고 보니 결혼한 그 여자가 장군 딸이었단 말입니다.”
“장군 딸? 그래서 계속해 봐.”
“그러니 뭐겠어요? 당연히 복수를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복수를 하려면 뭐가 있겠습니까. 자기가 빨리 진급해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기를 이끌어 줄 만한 사람을 찾는 거라고?”
“그렇죠.”
“그 와중에 남편을 만났고?”
“남편을 만난 것이 아니라 송 중령을 제일 먼저 만났죠.”
“우리 대대장님을?”
“네. 그때 당시에 아마 소령이었을 겁니다. 사단 작전처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작전처에 결원이 생긴 겁니다. 당연히 사람을 뽑아야 했고 말이죠. 그런데 김명주 대위가 자기가 들어가고 싶다고 말을 한 것입니다.”
“작전처는 아무나 뽑지 않잖아.”
“그러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인맥도 없고, 연줄도 없는 김명주 대위가 그때 당시 할 수 있었던 것이 뭐가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지 몸을 던졌다 이 말이지?”
“네. 뭐 처음에는 송 중령이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랬다고 하던데 어쨌거나 둘이 붙어먹은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래?”
“네. 어쨌든 소문이 쫙 돈 거죠. 그러니 형님네 대대장 입장에서도 위로 올라가야 하고 결혼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좋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 와중에 김명주 대위를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지 말입니다.”
“그게 지금의 남편?”
“맞습니다. 지금의 남편이 송 중령과의 일도 다 알고 있고, 그랬는데도 김명주 대위가 좋고 그랬다고 합니다. 김명주 대위 역시 지금의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겠죠. 뭐, 현 남편도 좋고 말입니다.”
“으음······. 그래 뭐 그렇게 되어서 결혼은 했다고 치고. 둘 사이에 애는 있고?”
“애 있죠. 이제 3살이 되었다고 합니다.”
“3살? 결혼은 얼마나 되었고?”
“5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5년? 그래? 생각보다 늦게 가졌네.”
방대철 주임원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황기신 상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항간에 이런 소문이 들더란 말입니다. 그 애가 남편의 애가 아니라는 소문 말입니다.”
“그런 소문이 돌아?”
“네. 그런데 형님네 대대장이 언제 그리로 넘어갔습니까?”
“3년 전이니까. 2003년쯤······.”
“오? 설마?”
황기신 상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방대철 주임원사 역시 눈을 반짝였다.
“가만······. 송 중령이 왜 이쪽으로 넘어왔을까? 원래라면 대대장으로 안 가고 육본으로 갈 수 있었다고 했는데······.”
방대철 주임원사도 그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았다. 무슨 이유로 이곳 대대장으로 내려는지 말이다.
“나도 대대장보다는 육본으로 올라갈 사람이라는 것을 들었어. 알기론 일을 참 잘했다고 들었거든.”
“그렇죠.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송 중령이 넘어갈 때 같이 넘어간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황기신 상사의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같이 넘어온 사람? 그런 사람이 있긴 한데······.”
“내가 듣기론 홍 뭐시기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홍민우 소령?”
“맞다. 홍민우! 그 사람에게서 얘기 못 들었습니까?”
“야이씨! 그 인간이 송 중령 커버 친다고 정신이 없는데 나랑 뭔 얘기를 해.”
“그래도 홍 소령과 친하게 지내십시오. 그래야 뭐든 얘기를 듣죠.”
“하긴 그렇긴 한데······.”
그렇지만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약간 고심하는 눈빛을 본 황기신 상사가 그 문제는 내버려 두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건 나중에 형님이 알아서 하고. 어쨌든 그 당시 상황이 그렇게 됐습니다. 애 때문에 남편하고 이혼을 하니 마니 그런 소리가 나왔는데 이혼은 하지 않는 것 같고. 남편도 열심히 군 생활을 하다가 진급해서 소령이고 말이죠.”
“오, 그래? 남편 진급이 좀 빠르네.”
“모르겠습니다. 그 일을 무마시키는 조건에서 남편 진급을 빨라진 것인지 그런지 저는 잘 모르겠고 말입니다.”
“그래도 증거만 있다면 확실할 것 같은데······. 정말 증거는 없는 거야?”
“증거라······. 내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남편 휴대폰 뒤져보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야이씨. 그걸 어떻게 뒤져?”
“남편을 살살 구슬려 봐야죠. 남편 입장에서도 형님네 대대장을 쓰러뜨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걸 조건으로 살살 구슬리면 뭔가 나올 수도 있겠죠.”
황기신 상사가 넌지시 던졌다.
“으음······.”
방대철 주임원사가 자신의 턱을 손으로 문질렀다. 솔직히 자신이 장교였다면 한번 슬쩍 찔러볼 만했다. 하지만 자신은 부사관이고 주임원사였다. 장교들끼리도 커넥션이 있다. 그 소문이 잘못 나면 오히려 자신에게 역공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네가 좀 더 알아봐.”
“하아, 안 됩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조금 있다가 돈 좀 보내 줄 테니까. 그것으로 애들 좀 구워삶아 봐.”
“알았어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내가 황 상사를 믿지 누굴 믿겠어.”
“말만 그러시면서······.”
“에헤이. 이 사람 참······.”
그렇지만 두 사람 다 좀 더 대화를 나눈 후 자리를 파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황기신 상사를 만나고 돌아오던 그 시각 송일중 중령도 김명주 대위의 전화를 받았다.
“응?”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김명주 대위였다.
“김 대위가 왜?”
송일중 중령은 지난번 만났던 그때를 살짝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어, 그래 김 대위 어쩐 일이야? 혹시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
송일중 중령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들려온 김명주 대위의 말에 송일중 중령이 눈을 크게 떴다.
-오빠. 오빠 부대에 혹시 방대철이라는 사람 있어?
“방대철? 있지. 우리 부대 주임원사인데?”
-내가 진짜 미쳐······.
“왜, 왜, 왜? 무슨 일인데?”
-아니, 그 사람이 내 뒷조사를 했다지 뭐야.
“뭐? 아니 그 사람이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 내가 그 양반하고 접점도 없는데······. 오빠가 혹시 짚이는 거라도 없어?
그 말에 송일중 중령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어쩌면 자신이 방대철 주임원사의 뒷조사를 한 것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뭐 어떻게 됐어?”
-그래 가지고 우리 부대에서 일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입단속을 한 것 같은데······. 모르지, 또 누가 입을 털지.
“내가 주임원사 이 인간을 그냥······.”
-오빠. 단속 좀 잘 해줘요. 이 일이 잘못되면 오빠도 죽고, 나도 죽어요. 그건 알고 있죠?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걱정 말고 전화 끊자.”
그렇게 전화를 끊은 송일중 중령.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주임원사······. 이 새끼를 그냥.”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던 송일중 중령이 당장 홍민우 소령을 불렀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홍민우 소령이 나타났다. 그를 보자마자 송일중 중령이 대뜸 화를 냈다.
“작전과장. 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네?”
“일을 어떻게 했기에 방대철이 내 뒤를 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야이씨, 방대철이가······.”
송일중 중령이 한숨을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
“······명주 뒤를 팠다고.”
“김명주 대위를 말입니까?”
“그래.”
“하아, 주임원사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이제 막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홍민우 소령이 방대철 주임원사와 부딪쳤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얘기를 다 들은 송일중 중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네 말은 지난번에 있었던 최윤희 걔 때문에 그런 거라고?”
“네. 조사를 위해 슬쩍 방문했었는데 하필 그때 방대철 주임원사도 그곳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함 중위한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주임원사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장교에게 지랄을 떨게 해. 자네는 그걸 그냥 지켜만 봤어!”
“저도 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지 않습니까. 주임원사가 워낙에 안하무인인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함 중위가 지금 완전 멘탈이 나간 상태입니다.”
“하아, 주임원사 이 인간을 어떻게 죽이지? 어떻게 하냐 말이야.”
송일중 중령이 이를 갈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보다 말이야. 자네 어떻게 건진 거라도 있어?”
바로 방대철 주임원사에 관한 물음이었다.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말했다.
“최윤희 하사와 관련해서는 일단 스톱한 상태입니다. 저쪽에서 알아보니 최윤희 하사가 실어증에 걸려서 말을 못 한다고 합니다.”
“뭐? 얼마나 지랄을 했기에 말을 못 해. 그래서 찾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건 아니고 말입니다. 박지영 중사라고 최근에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 증거는 있고?”
“네. 증거는 확보했고 말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헌병대 쪽에 찔러 넣었습니다.”
“좋아, 잘했어. 그리고 또? 다른 것은 더 없어?”
“성추문 관련해서는 일단 적발된 것은 그것입니다. 다른 부사관들도 피해 사실이 제법 있을 텐데 아무래도 방대철 주임원사이기 때문에 말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을 불러서 그냥 확 터뜨릴 수는 없어?”
“뭐, 대대장님께서 좀 나서 주신다면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내가? 그런 것도 내가 나서야 해?”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제가 작전과장이라고 해도 상대가 주임원사이기 때문에······.”
홍민우 소령의 변명에 송일중 중령이 바로 손을 휙휙 저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언제 날 잡아서 한번 자리 만들어 봐. 내가 넌지시 말해볼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대철 주임원사 비리에 관한 것도 전부 다 찾아.”
“알겠습니다.”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참에 방대철 주임원사 날려 버리든가 해야 할 것 같아.”
“네. 준비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준비되는 대로 보고해.”
“네. 충성.”
홍민우 소령이 경례를 하고는 대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작전과 사무실로 와서는 자신의 오른팔인 이재식 대위를 불렀다.
“네, 과장님.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주임원사가 대대장님 뒤를 팠다고 하네.”
“네에? 어떻게 말입니까?”
이재식 대위가 깜짝 놀랐다. 그는 잠깐 주위를 살피고는 홍민우 소령 가까이 다가갔다. 홍민우 소령 역시 작전과를 훑어보고는 낮게 말했다.
“뭘 어떻게야. 그냥 똥줄이 탄 것이겠지.”
“와, 대박입니다.”
“대박이 아니라 제정신이 아닌 거지.”
“그래서 대대장님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뭐라고 하긴 길길이 날뛰시지. 이제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없어.”
“으음, 그렇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대위.”
“네. 과장님.”
“내가 지난번에 주임원사 조사시킨 거 있잖아. 그거 자료 가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