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1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5)
3대대에 진상조사위원단이 방문한 그 시각 방대철 주임원사는 외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다른 부대 근처 다방에 앉은 방대철 주임원사는 쌍화차를 시켜놓고 시선은 입구로 향해 있었다.
“거참 왜 이렇게 안 와.”
그렇게 투덜거리며 쌍화차를 작은 수저로 떠먹었다.
후루룩.
“아, 뜨뜨거.”
황급히 인상을 쓰며 휴지로 입을 닦았다.
“아, 뜨거워라. 뭐가 이리 뜨거워.”
방대철 주임원사가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 쌍화차를 수저로 휙휙 저으며 좀 식혔다. 그때 다방 종업원이 높은 구두를 신고 다가왔다.
또각또각.
“오빠!”
그 소리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들었다. 짙은 화장에 머리는 근처 미용실에서 뽑았는지 돌돌 말려있었다. 짧은 핫팬츠를 입고 방대철 주임원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오빠는 여기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군인이에요?”
그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수저를 내려놓고 씨익 웃었다.
“맞아. 군인이야. 어떻게 알았어?”
“우리 가게 군인들 엄청 자주 와서 나는 딱 보면 알아. 아무리 사복을 입었다고 해도 말이야.”
그녀는 피식 웃으며 방대철 주임원사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본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사를 하려면 그 정도 센스는 있어야지.”
“센스뿐이겠어. 다른 것도 다 좋아.”
“그래?”
방대철 주임원사가 피식하고 웃자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보다 오빠는 애인 있어?”
“난 애인 말고 마누라가 있지.”
“칫. 재미없어. 그럼 오빠는 애인 안 키워요?”
“나?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붙잡는 주의랄까?”
“어멋! 이 오빠 재미있네. 호호호.”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때 다방 문이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곳으로 딱 봐도 얼굴이 좀 삭아 보이는 그런 남자가 들어왔다. 그를 본 방대철 주임원사가 손을 들었다.
“어, 황 상사, 여기.”
“네.”
황 상사도 방대철 주임원사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갔다. 자리에 앉은 황 상사가 자리에 앉고 모자를 벗자 드러난 허연 대머리가 눈에 띄었다. 그러자 그녀가 바로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어멋! 어멋! 푸후후후······.”
“야. 왜 웃어?”
“아니에요. 오빠. 쌍화차 한 잔 타 드려요?”
“어.”
“잠시만 기다려요.”
그녀가 주방으로 갔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황 상사의 머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왜, 왜 그럽니까?”
“야. 너 머리 전에보다 더 없어 보인다.”
그러자 황 상사가 황급히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없긴요. 그대론데······.”
“아닌 것 같은데. 전보다 더 없어진 것 같아.”
“아닙니다. 그대로입니다.”
황 상사가 바로 발끈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피식 웃었다.
“알았어, 인마. 그대로네. 그대로야.”
그 말에 황 상사가 바로 기분 나쁜 얼굴이 되었다.
“뭡니까? 지금 나 놀리려고 찾아온 겁니까?”
“아냐. 그냥 해본 소리야.”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럽니다.”
“에헤이. 이 사람 진짜······. 농담도 못 하나.”
“농담 말입니까?”
“그래! 농담이야. 농담!”
“······.”
황 상사가 말없이 방대철 주임원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방대철 주임원사가 말했다.
“거참 노려보기는······. 황 상사 나도 여기 봐봐. 안 그래도 나도 조짐이 좀 보여서 걱정이야.”
방대철 주임원사는 괜히 화제를 돌리며 자신의 머리를 보여줬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습니까?”
“그래! 요즘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수두룩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나도 고민이다.”
“형님께서 말입니까?”
“그럼! 나도 조만간 대머리 되겠다. 그보다 너 샴푸 뭐 쓰냐? 탈모방지 샴푸 사용하고 있지 않아?”
“당연히 사용하고 있죠. 그게 제법 비쌉니다.”
“비싸?”
“네.”
“아, 많이 비싸구나······.”
그 말을 하며 방대철 주임원사가 슬쩍 그 샴푸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맞아?”
황 상사가 눈을 크게 하며 그 샴푸를 봤다. 그러곤 방대철 주임원사를 보며 물었다.
“이걸 사 오셨습니까?”
“사 왔지. 자네 주려고.”
“절 말입니까?”
“그래! 그럼 자네 말고 또 누가 있어.”
“형님께선······.”
“나? 나야 뭐······. 애들에게 말하면 또 사다주고 그러니까. 집에도 몇 개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자네나 사용해.”
“일단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들 삥 듣고 그러면 나중에 문제 됩니다.”
“이 사람이 진짜······. 무슨 애들 삥을 뜯는다고 그래. 그냥 서로 돕는 거지.”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쌍화차가 나왔다. 쌍화차 위에는 계란이 동동 떠 있었다. 그걸 본 황 상사는 눈을 반짝이며 작은 수저로 스윽 저어서는 한 모금 마셨다.
“어흐, 좋다.”
쌍화차 한 모금에 기분이 좋아진 황기신 상사는 싱글벙글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슬쩍 물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내가 알아보라고 한 것은 알아봤어?”
황기신 상사가 수저를 내려놓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곤 소파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아, 형님. 진짜 제가 말입니다. 이거 알아내려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아십니까.”
“또또또, 앓은 소리. 내가 나중에 술 한잔 사 준다고 했지.”
“에헤이. 형님! 이거 술 한잔 가지고는 안 됩니다. 내가 진짜······ 하마터면 옷 벗을 뻔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김명주 대위 말입니다. 그 여자 보통이 아니더만요.”
“왜?”
“나는 형님네 대대장하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만.”
“뭐? 자세히 좀 말해봐.”
“아이고, 여우야. 완전 여우! 이리저리 어찌나 흘리고 다니던지······.”
황기신 상사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못 볼 것을 봤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말이우. 슬쩍 김명주 대위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갑자기 작전과장이 와서는 왜 그러는지 물어보지를 않나. 또 인사과장이 찾아와서는 뭐라고 하지를 않나. 완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 뭐야? 그러면 우리 대대장하고 그런 것이 아니었어?”
방대철 주임원사의 물음에 황기신 상사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 생각을 해보십시오. 생각을······. 김명주 대위 남편도 군인인데 지 남편 놔두고 딴 남자랑 그렇고 그랬으면 어디 보통 여자겠습니까? 완전 진급에 눈이 돌았다니까요.”
“그렇게 진급해서 뭐 하려고 그래.”
“나도 모르죠.”
“그건 그렇고 증거는 있어?”
“증거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황기신 상사가 안주머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냈다. 사진 속에는 김명주 대위와 송일중 중령이 정답게 얘기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아, 이건 좀 약한데······. 이거 말고 뭔가 더 확실할 것이 없어?”
“확실한 것 말입니까? 확실한 것은 잘하면 구할 수 있긴 한데 말입니다.”
황기신 상사가 말을 하면서 슬쩍 눈치를 살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그 눈치를 보며 물었다.
“뭔데? 뭐야? 원하는 것이 있으면 빨리 말해봐.”
“알잖아요, 형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나도 뭔가 위험을 감수할 만한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데? 돈이야?”
“제가 뭐 돈을 바랍니까? 물론 돈이 좋긴 하죠. 그전에 뭐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 아니면 좋은 곳에 데리고 가든지 해야죠. 그래야 뭐든 나오죠. 무슨 맨땅에 헤딩합니까.”
“야. 너 많이 컸다. 예전에 너 사고 쳤을 때 내가 돈 빌려주고 그랬잖아.”
“아이고, 형님. 벌써 7년 전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거 하나로 도대체 얼마나 우려먹고 있습니까. 내가 그걸 꽁으로 빌렸습니까? 이자도 꼬박꼬박 갚고 그랬잖아요.”
“이자? 은행 이자도 아니고······. 요즘 이자가 얼마인데 말이야. 그냥 꼴랑 코딱지만 한 이자를 줘놓고는 생색은. 내가 그 돈 빌려주면서 갚으라고 했냐.”
“네네. 알았어요.”
황기신 상사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휙휙 저었다.
“황 상사······.”
“알았다니까요. 얘기해 드릴게요. 기다려 봐요. 사실 그 증거를 얻기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야이씨······. 급하다니까.”
“그럼 형님께서 김명주 대위 남편분을 만나보시든가요.”
“뭐? 김명주 대위 남편을?”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끔뻑거렸다. 황기신 상사가 바로 남편에 대해서 늘어놓았다.
“네. 이기철 소령이라고 있어요.”
“이기철 소령?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이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
“당연히 육본에 있죠.”
“뭐? 육본? 인마 육본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만나!”
“형님. 주위에 뭐 좀 찾아보면 육본과 연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황기신 상사의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인상을 썼다.
“내가 육본에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러니까, 잘 알아보십시오.”
“그래서 뭐? 정확하게 어떻게 된 스토리인지 한번 늘어놔 봐.”
방대철 주임원사가 소파에 등을 기대었고, 황기신 상사는 남은 쌍화차를 쭉 들이켰다.
“하아, 이것 참······. 목이 타네.”
자신의 목을 슬쩍 만지며 눈치를 보냈다. 그것을 본 방대철 주임원사가 인상을 썼다.
“어이구······. 빌어먹을 놈.”
그 말을 하면서 저 멀리 있는 종업원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쌍화차 한 잔 더!”
“네, 오빠!”
그리고 앞에 앉은 황기신 상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참 지독하다, 지독해.”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형님처럼 지독한 사람은 못 봤는데······. 자꾸 그러면 나 그냥 갑니다.”
“아니야. 아니야. 알았어, 인마. 어서 말해봐.”
방대철 주임원사가 황기신 상사를 달래며 물었다. 황기신 상사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찬찬히 얘기를 늘어놓았다.
“크흠. 아까도 말했지만 김명주 대위가 진급에 눈이 뒤집힌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안 그랬죠.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이유? 이유가 있었어?”
“네. 그 이유가 뭐냐면. 예전에 김명주 대위가 원래 만나던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만나던 사람? 지금 남편 말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황기신 상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남편은 나중에 만났고요. 예전부터 만나던 남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뒷바라지를 다 해줬는데 그놈이 딴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 야, 원래 육사에서는 그렇고 그렇지 않냐?”
“에헤이. 아이고 형님. 순진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육사라고 해도 할 것 다 합니다. 걔네들이 어디 부처입니까? 아무리 육사에서 4년 동안 못한다고 해도 몰래몰래 다 합니다. 막말로 진상조사위원회들? 그들을 육사에 한번 보내보십시오. 거기 완전 개 털립니다. 아마 반 이상 퇴학당할걸요.”
“그래?”
황기신 상사의 확신에 찬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장교 녀석들도 별거 없네.”
“아이고 그 새끼들이 더하죠. 까놓고 말해서 우린 그냥 양심껏 해 먹는 거고. 그들은 양심도 없이 해 먹으면서 소리만 빽빽 지르는 거잖아요.”
“하긴 장교 녀석들이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