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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000화 (1,000/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30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4)

“후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홍민우 소령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이재식 대위가 다가왔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진상조사위원회가 도착했습니다.”

“벌써 도착했어?”

“알고 계셨습니까?”

홍민우 소령은 이미 배운혁 중령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진상 조사단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3대대부터 찾아갈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재식 대위가 홍민우 소령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물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평상시처럼 하면 되는 거지.”

“그럼 자료 달라는 것은 다 주면 되는 겁니까?”

“내줘도 되는 것은 주고, 안 되는 것은 좀 뜸을 들여.”

“뜸을 들이라는 말씀은······.”

“뭘 그렇게 단순해. 저쪽도 시간이 촉박할 것인데 자료 다 내주면 어떻게 다 분류를 하겠어. 그러다가 막상 하나를 빼 먹으면 어떻게 하려고.”

홍민우 소령의 말에 이재식 대위는 바로 이해가 된다는 듯 말했다.

“아······. 저희가 자료를 감추는 척을 해서 파헤치게끔······.”

“쓰읍!”

홍민수 소령이 눈치를 주자 이재식 대위가 바로 주위를 확인하며 입을 닫았다.

“그래. 이제야 좀 이 대위가 내 말뜻을 이해하는군.”

“네.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이재식 대위가 씨익 웃었다. 홍민우 소령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주임원사 쪽은 어때? 요즘 뭐 하고 있어?”

“주임원사 요새 정신없어 보입니다.”

“정신이 없어?”

“주임원사가 이리저리 건들고 집적거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며 입단속을 시키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이재식 대위가 살짝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홍민우 소령도 마찬가지였다.

“그 양반 참······. 나이 먹고 추태다, 추태야. 주임원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이야. 그러고 앉아 있으니······.”

“그 핑계로 어지간히 주물럭거리고 다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방대철 주임원사 쪽 자료는 확실히 정리된 것이지?”

“네. 자료는 확실하게 준비해 뒀습니다.”

“잘했어.”

“그런데 말입니다. 4중대장이 뜻대로 움직여줄지 걱정입니다.”

이재식 대위의 걱정스러운 말에 홍민우 소령이 피식 웃었다.

“4중대장 성격이라면 무조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건 걱정 마. 그리고 우리 군대 생활 오래 해야 하잖아. 우리가 부사관들에게 책잡힐 수는 없잖아.”

“맞는 말씀입니다.”

이재식 대위기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찍어서 넘길 경우에는 계속 3대대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부사관들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오상진으로 하여금 대신 손을 쓰게 할 것이다.

“완벽한 이이제이란 말씀이시죠?”

“뭘 이이제이씩이나······. 아무튼 우리는 하던 대로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이재식 대위가 힘차게 대답했다.

4중대 중대장실에 있던 오상진은 휴대폰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했다. 임규태 중령이었다.

“어? 임 중령님께서?”

오상진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신보안 3대대 4중대 오상진 대위입니다.”

-어. 날세.

“네. 임 중령님.”

-오 대위 밥은 먹었나?

“아! 지금 먹으려고 합니다.”

오상진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임 중령님은 식사하셨습니까?”

-나야 지금 먹었지.

“뭐 드셨습니까?”

-비빔밥!

“그렇습니까?”

-그렇지. 안 그래도 지금 3대대로 이동 중이야.

“아······. 그럼 오늘부터 조사 들어가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지금 3대대 도착했다고 연락한 거야.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조사 잘하시고 부탁하실 일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그래, 알았네. 그리고 3대대 가면 아무래도 내가 단장인데 오 대위하고는 많은 얘기를 못 나눌 거야.

“괜찮습니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수고하고.

“수고하십시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드디어 시작인가.”

오상진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진상조사에 들어간다. 잠깐 생각에 잠겨 있을 그때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상진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은 김진수 1소대장이었다.

“어, 1소대장 무슨 일이야?”

“훈련 관련해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래? 그거 책상 위에 내려놔.”

“네.”

김진수 1소대장이 슬쩍 눈치를 살피며 보고서를 책상 위에 내려놨다. 그러곤 조용히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붙잡았다.

“아, 참! 1소대장.”

“네.”

“지금 3대대에 조사위원회가 내려왔어.”

“오늘 말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우리 대대부터 조사를 시작할 것 같아. 그러니 미리미리 주지를 시켜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조사단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자고. 또 뭔가 얘기할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를 하고.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감추고 숨긴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야. 지금까지 생겼던 일들을 봐. 부대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야. 그 고름을 짜지 않고, 치료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둬 버리니 커진 것이 아니야.”

오상진의 지적에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아무튼 1소대장이 혹시라도 중대에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애들에게 잘 얘기하고.”

“네. 알겠습니다.”

“중대장은 1소대장만 믿고 있는다.”

그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중대장실을 나온 김진수 1소대장이 행정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들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본 후 말했다.

“자, 다들 주목!”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김진수 1소대장에게 향했다.

“현재 3대대에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려왔다.”

“그럼 저희들 다 조사를 받는 겁니까?”

“진상조사위원회가 어떻게 할지에 따라 다르지. 그런데 혹시라도 위원회에서 조사 진행이 들어온다면 최대한 협조를 하도록 해. 이건 중대장님 지시야.”

“아, 네!”

그리고 부사관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협조는 하더라도 동료를 팔아먹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4소대 부소대장인 하진규 하사가 입을 열었다. 곧바로 1소대 부소대장인 정연호 하사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조사에 임할 때는 상식적인 선에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 해서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정연호 하사의 말이 마치 협박처럼 들렸다. 그 사실을 몰랐다면 모를까. 우리 김진수 1소대장도 부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정 하사.”

“네.”

“말을 이상하게 하네.”

“네? 뭐가 말입니까?”

“엊그제 주임원사님 댁에 다녀와서 그래?”

“네? 그게 무슨······.”

정연호 하사가 순간 당황하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김진수 1소대장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정 하사. 주임원사님께서 뭐라고 하셔?”

“아, 아닙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이야?”

“······네.”

“가만 정 하사, 하진규 하사랑 같이 다니지.”

김진수 1소대장의 시선이 하진규 하사에게 향했다. 하진규 하사 역시 시선을 받자 바로 말을 더듬었다.

“아, 그것이······.”

“두 사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윤태민 소위 건을 잘 기억해. 윤태민 소위 그렇게 사고 치고 그럴 때 위에서 봐주고, 봐주고 그러다 보니 이런 사달이 났잖아. 지금 진상조사가 왜 내려왔는지 전혀 감이 안 와? 위에서 장난하듯이 생색내기식으로 내려온 것 같아? 그런 것 아니야.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말이야. 국회까지 움직였어. 그런데 윤 소위 사건이 있는 우리 대대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얘기를 하면 위에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어? 더 심도 있게 독하게 파고들지 않겠어? 그러고 나면 자네들이 말하는 온갖 치부들이 다 드러날 텐데······. 혹시 자네들은 그걸 원하는 거야?”

김진수 1소대장의 물음에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두 사람도 사실 4중대로 내려오면서 서운한 것도 많았을 거야. 그렇다고 자네들이 특별히 군 생활을 잘한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도 4중대 오기 전 이런저런 사고도 많았고, 사건들도 많았을 거야. 아니, 4중대 와서 아무렇지 않게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세상에 먼지 털어서 안 나오는 사람은 없어.”

“······.”

“······.”

김진수 1소대장의 뼈 있는 말에 정연호 하사와 하진규 하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런 허물들을 누가 다 알고 있겠나. 아마도 대대 주임원사일 것이다. 아무래도 그걸로 두 사람을 협박했는지도 모른다. 그건 김진수 1소대장도 어렵지 않게 추리할 수 있었다.

지난밤 두 사람이 방대철 주임원사 집에 불려갔다. 그때 주임원사가 신신당부를 했다.

“너희들 말이야. 만에 하나 중대장 믿고 함부로 입 털어서 좋을 것 없어. 나 너희들이 뭘 했는지 다 알고 있다. 정 하사.”

“네.”

“너 내 앞에서 말해봐. 너도 자신 있게 군 생활 했다고 말할 수 있어? 아니, 내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군 생활했다고 말할 수 있냔 말이야.”

“······.”

정연호 하사가 입을 닫았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시선이 하진규 하사에게 향했다.

“하 하사, 너는 어때?”

“······없습니다.”

“그래! 야, 지금 뭐 장교들이 윤태민 소위 건 때문에 부사관들 중 한 명을 희생양 삼으려고 한 것 같다. 왠지 그 화살이 나에게 올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말하는 거다. 잘 생각하라고.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희들도 무사할 것 같아? 너희들 군 생활 앞으로 어떻게 할래?”

방대철 주임원사는 뜸을 들였다. 두 사람은 힐끔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너희들 철저하게 누가 나 험담을 하더라도 아니라고 잡아떼란 말이야. 우리 부사관들은 하나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에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진수 1소대장의 말을 듣고 한 말을 잃었다. 그리고 김진수 1소대장은 그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도 잘 들어. 없는 말 지어내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서 의견이 갈리는 것까지 시시콜콜 조사단에게 말하라는 것도 아니야. 본인들이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면 돼. 그렇다고 무조건 아니라고 덮고 그러지 말란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들 힘없이 대답을 했다. 김진수 1소대장이 대답을 하는 소대장, 부사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4중대 소대장 책임자로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 같아 내심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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