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1)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그 시각 김승호 이사가 생각했다.
원래 대부분의 PD들은 대접받기 좋아하고 술 먹기를 좋아한다. 하물며 사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재철 PD쯤 되는 사람이 노골적으로 뭔가를 밝히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당연히 얼굴 좀 보자고 하는 이유를 술 한잔 마시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재철 PD의 목적은 김승호 이사와 엔젤스가 아니라 선진그룹이었다. 그래서 절대 엔젤스에게 절대 사적인 감정을 가질 생각이 없었다.
“후우······.”
방송국을 나온 김승호 이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2박3일에 출연한다는 거잖아. 완전 대박인데.”
김승호 이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돌렸다. KBX 본관에 걸린 2박3일 현수막이 보였다. 그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김승호 이사였다.
그때 김승호 이사의 전화기가 울렸다.
“응?”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 김승호 이사가 깜짝 놀랐다. 발신자는 바로 SBX 강윤식 PD의 전화였다.
SBX 강윤식 PD는 패밀리가 간다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패밀리가 간다는 현재 2박3일과 더불어 가장 재미있는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고 있다.
“이 사람이 왜?”
휴대폰 발신자 번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강윤식 PD도 김재철 PD 못지않게 콧대가 높다는 것을 안다.
한 번 찾아갔을 때 매몰차게 거절을 했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 데뷔하지도 않은 신인을 어떻게 출연시켜요. 안 그래요?”
“······.”
“아실 만한 분이······.”
“알죠. 그래도······.”
“나중에요.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 찾아오세요.”
같은 말을 해도 강윤식 PD는 좀 고압적이었다. 하지만 방송계에서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김승호 이사는 끈질기게 그를 쫓아다니며 부탁을 했다.
“강 PD님. 저 아시잖아요.”
“알죠. 김 이사님을 아니까. 이렇게 상대를 해주는 거죠. 다른 사람이었다면 저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요. 절 봐서라도······.”
“에헤이. 진짜 김 이사님. 저 바빠요. 이렇게 일일이 상대할 시간이 없다니까요.”
“그럼요. 연락처라도 좀 주십시오. 제가 나중에 또 연락을 하려면요.”
그때 강윤식 PD는 질렸다는 듯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얻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후 지금껏 안부 문자를 보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다. 그래도 SBX와 발은 넣어두고 있어야 하기에 말이다.
또한 그곳 프로그램과 연이 닿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듯 먼저 강윤식 PD에게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김승호 이사는 바로 상념에서 깨어나며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김승호입니다.”
-김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강 PD입니다.
“네. 강 PD님.”
-전화로 통화하는 것은 처음이죠?
“하하하, 그렇죠.”
당연히 이렇듯 전화통화는 처음이었다. 강윤식 PD도 문자를 온 것만 간혹 봤지. 이렇듯 직접 통화를 한 적은 처음이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어디에요?
김승호 이사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지금 KBX에 와 있습니다.”
-네? KBX에요? 거긴 왜요?
“아······ 그것이요.”
김승호 이사가 잠깐 망설였다. 설마하니 패밀리가 간다 섭외 차 연락을 한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김재철 PD님을 잠깐 뵙고 오는 길입니다.”
-김재철 PD요? 2박3일?
“네.”
-그래서 김재철 PD가 뭐라고 하는데요?
“어어, 그게요.”
-혹시 섭외였어요?
“네.”
-와이씨! 미치겠네.
“무슨 일 있습니까?”
-그건······. 아, 됐고요. 혹시 언제 시간 되세요?
“편안한 시간대를 말씀해 주세요. 제가 맞춰보겠습니다.”
당연히 강윤식 PD가 갑이기에 그에게 시간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강윤식 PD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 봅시다. 지금!
“지금요?”
-왜요? 지금 안 돼요?
“아닙니다. 그런데 강 PD님은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당연히 시간 괜찮으니 연락드렸죠. 바로 목동으로 넘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김승호 이사는 전화를 끊고는 잠깐 생각했다. 갑자기 KBX와 SBX에서 연락이 오다니. 그것도 간판 예능프로그램 연출자에게서 말이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김승호 이사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곧바로 SBX가 있는 목동으로 차를 몰았다.
“설마 패밀리가 간다도?”
그러다가 김승호 이사가 다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아니지 아니야. 패밀리가 간다가 뭐가 아쉬워서······. 아닐 거야.”
사실 2박3일도 데뷔하지 않은 엔젤스 멤버를 출연시켜 주려고 하지 않았었다. 김재철 PD도 벌칙도우미로 세나를 쓰려고 했었고.
그에 비해서 패밀리가 간다는 2박3일처럼 제작진과 출연진 간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출연진들이 둘로 나뉘어서 경쟁하는 프로였다.
그렇다보니 엔젤스 멤버들이 끼어 들 상황은 없었다. 그래서 별생각이 없었다.
“에이. 아닐 거야. 아니야.”
김승호 이사는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차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애써 미련을 접고 황인찬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사님.
“그래, 황 팀장. 나 방금 KBX미팅 마치고 나왔어.”
-아, 그래요? 뭐라고 합니까?
“아무래도 우리 세나가 2박3일에 잠깐 출연할 것 같은데.”
-네에? 세나가요? 어떻게요?
“일단 자세한 것은 들어가서 얘기를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사님 지금 들어오시는 겁니까?
“아니. 나 다시 SBX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SBX요?
“그래. 패밀리가 간다. 연출 PD가 만나자고 하네.”
-패밀리가 간다? 설마 강윤식 PD가요?
“그러네요.”
-그럼 혹시······.
“에이, 패밀리가 간다는 아니겠지. 그보다 우리 대표님께서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신 것 같은데······. 그래서 한 번씩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 같아.”
-그래도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BX에도 패밀리가 간다 말고도 좋은 예능프로그램이 많거든요. 그중 하나만 되어도 좋은데요.
“그러게. 아무튼 강 PD 만나보고 연락할게.”
-네. 이사님 고생하십시오.
“그래요.”
김승호 이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차량 문을 열고 탔다.
OH 엔터테인먼트에 있는 황인찬 팀장은 김승호 이사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후 흥분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조인혜 실장을 황급히 불렀다.
“조 실장! 조 실장.”
“네? 무슨 일인데요?”
“지금 말이에요. 이사님과 방금 통화를 했는데요. 우리 세나 2박3일 출연한다네요.”
“네? 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우린 아직······.”
“그건 나도 모르겠고. 아무튼 이사님께서 확실하게 출연 확답을 받으신 모양이에요.”
“와! 진짜 깜짝 놀랄 일이네요. 어떻게 2박3일에 출연할 수가 있죠.”
조인혜 실장이 깜짝 놀랐다. 그녀 역시 2박3일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잘 알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 전체가 2박3일 프로그램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황인찬 팀장의 말은 끝나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사님 지금 또 어디 가셨는 줄 알아요?
“어디요?”
“지금 목동 SBX로 향하고 있데.”
“네? 거기라면······.”
“패밀리가 간다. 거기 연출 PD를 만난다고 해.”
“네에? 그럼 설마······.”
“거기까지는 잘 몰라. 아무튼 강윤식 PD를 만나기로 했나 봐.”
“와, 대박!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되는 거죠?”
조인혜 실장도 정말 깜짝 놀란 만한 일이었다. 막말로 김승호 이사가 엔젤스를 띄우려고 노력할 때 조인혜 실장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물론 조인혜 실장이 김승호 이사처럼 발로 뛰는 그런 것은 아니다.
조인혜 실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엔젤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엔젤스 멤버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김승호 이사가 밖에서 고생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또한 고생한 만큼 성과가 없기에 애들 멘탈 관리가 많이 힘들었다.
특히나 데뷔가 가까워질수록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조인혜 실장도 말로 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듯 좋은 결과가 있으니 그녀 역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저, 황 팀장님.”
“응?”
“애들에게 알려줘도 되죠?”
“으음, 해도 될 것 같은데. 이사님께서 먼저 얘기를 해준 것이라면.”
“알겠어요. 애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조인혜 실장이 서둘러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는 엔젤스 멤버들이 데뷔를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었다.
“잠깐 10분만 쉬자.”
리더인 세나의 말에 다들 연습실 한편으로 가서 앉았다.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
오상희가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말했다. 세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힘들어도 기분은 좋잖아. 우리 드디어 데뷔를 하니까.”
“그건 그래.”
오상희를 비롯해 세나와 다른 멤버들 전원 힘들지만 표정은 밝았다. 데뷔가 아예 무산될 위기를 겪었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나는 다이어트 때문에 너무 힘들어.”
김승혜(레나)가 힘든 표정을 지으며 연습실 바닥에 엎드렸다.
“그래도 해야지. 넌 TV에 뚱뚱하게 나오고 싶어?”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너무 힘들어. 이건 진짜야.”
“다들 똑같지. 안 그래요. 언니?”
세나가 환하게 웃었다. 세나 역시 현재 똑같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절대 힘든 내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엔젤스의 리더로서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보다 세나에게는 이번의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 아이돌 평균 데뷔 나이가 18살이다. 그런데 세나는 4살이나 많다.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강박 관념이 컸다.
그런데 잠깐 휴식을 취하던 오상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다시 연습하자.”
“뭐야. 우리 얼마 쉬지도 못했는데?”
박승미(리아)가 볼멘소리를 냈다.
“우리 곧 데뷔야.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그 말에 최정아(조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나 언니만 독한 줄 알았는데 상희도 독해졌어.”
“그건 나도 동감!”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가 다가오면서 오상희가 솔선수범으로 연습을 했다. 그것도 엄청난 연습량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세나를 따라서 연습을 시작했다. 이제 한소희가 회사 대표가 되고 자신의 큰오빠인 오상진이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보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어쨌든 오빠하고 미래의 새언니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오상희가 박승미와 최정아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도 열심히 좀 해. 이러다가 우리 엄청나게 뚱뚱한 모습으로 나올걸.”
아까 했던 얘기를 다시 꺼냈다. 어쨌든 엔젤스에게는 데뷔와 다이어트. 이 두 가지만으로도 눈에 불이 켜지는 것이었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세나마저도 1㎏을 감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오상희는 3㎏를 더 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솔직히 단시간에 3㎏ 감량은 먹는 것을 줄이고, 열심히 운동을 해야 했다. 다른 멤버들 역시도 3㎏을 빼야 했다. 그런데 세나 다음으로 오상희가 목표치를 달성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