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0)
막말로 김재철 PD가 아이돌 하나 만들어서 2박3일에 출연만 시켜도 그 아이돌은 전국적은 인지도를 쌓을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2박3일이라는 프로그램은 인기 프로그램이고, 그 프로그램의 선장이 바로 김재철 PD다. 그래서 아무나 자기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황석중 예능국장의 부름을 받고 대화를 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
“야, 김 PD야. 너 이번에 무슨 특집 한다고 하지 않았어?”
“네. 맞습니다. 이번에 저희 멤버들도 고생했고, 해외 나가서 피서도 할 겸 열심히 프로그램 찍어서 오고 싶습니다.”
“그거 솔직히 예산 안 나와서 깔려고 했거든.”
황석중 예능국장의 말에 김재철 PD는 바로 앓는 소리를 했다.
“국장님. 우리 2박3일입니다. 시청율 20%를 넘겼고, 그에 따른 광고비가 얼마인데요.”
“그래도 우리는 공영방송이야. 공영방송에서 예능 프로그램 한 주 운영비가 얼마인 줄 뻔히 알면서 그래. 게다가 해외 나가서 촬영하잖아. 그에 따른 운영비는 몇 배로 들고. 그나마 2박3일이니까. 운영비를 풀로 쓰고 있잖아. 그것도 많이 봐준 거다.”
“에이. 알죠. 압니다. 그래도 저희가 KBX 먹여 살린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막말로 드라마도 해외 로케 촬영까지 하는 판국에 우리 예능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는데······.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 많잖아.”
“그래서요? 안 된다고요?”
김재철 PD가 서운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황석중 예능국장이 바로 말했다.
“안 됐지! 안 됐는데······. 선진그룹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온다.”
“네? 선진그룹에서요? 오오······.”
선진그룹이라는 말에 김재철 PD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아니면 휴대폰 새로 출시하나?”
“아니.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럼요?”
“엔젤스라고 아니?”
“엔젤스요? 이름은 얼핏 들어본 것 같은데요.”
“거기 무슨 엔터라고 하던데······.”
“에헤이. 국장님은 좀 제대로 듣고 말씀하시지.”
“맞다. 신소라! 신소라가 있는 곳 말이야.”
“아, 거기 어디인지 알아요. OH 엔터라고 했던가?”
“맞아, 맞아. OH 엔터테인먼트. 거기에서 여자 아이돌 이번에 데뷔한다고 하던데.”
“잠깐만요. 거기 여자 아이돌이라면······. 아! 누군지 알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거기 이사가 찾아 왔었거든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
“뭘 뭐라고 해요.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고, 데뷔 준비 중인 아이돌을 뭐에 쓰라고요.”
“야! 웬만하면 써줘라.”
“네?”
“웬만하면 써줘!”
김재철 PD가 놀란 표정이 되며 두 손을 흔들었다.
“에이. 국장님도······.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선진그룹이라고 해도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김재철 PD가 여기서 말을 멈췄다. 그리고 황석중 예능국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걔네들을 써 주면 이번 특집 프로그램 때 지원을 해주겠다는 거예요?”
“맞아!”
“전액?”
“전액! 그것도 선진그룹에서 숙소까지 다 지원해 주기로 했어.”
“진짜요?”
“그래!”
“아니, 왜 그러겠대요?”
“나도 모르지. 그냥 그렇게 해주겠대. 싫어?”
“아니······.”
김재철 PD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답을 주지 못했다.
“그쪽에서 협력업체들까지 다 얘기해서 지원 빵빵하게 해주겠다는데······. 정말 싫어?”
“그렇게까지 하는데 싫을 것이 뭐가 있나요. 그렇게 하면 제작비도 대폭 아낄 수 있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짤 수 있는 거죠.”
아무리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제작비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KBX는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예능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아무튼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매번 특집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면 그놈의 제작비에 막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진짜 큰마음 먹고 진행을 시켜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매번 비슷한 장소, 똑같은 분위기, 점점 시청자들도 출연자들도 식상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확 바꿔보려는 의미에서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제작비에 부딪혀 또 다시 파투 날 분위기였다.
이에 김재철 PD도 엄청 답답해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선진그룹에서 그 많은 돈을 지원해 준다면 엔젤스를 출연시키는 것쯤이야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방송에 출연만 시켜주면 된다는 거죠?”
“야이씨! 적당히 생색은 내야지. 그냥 막 출연시키면 어떻게 하냐.”
“하아······. 알겠습니다. 일단 김 이사 불러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너 하는 거다. 정말 하는 거야.”
“그럼 해야죠. 우리 특집 방송이 걸려 있는데요.”
김재철 PD도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렇게 해서 김재철 PD가 기분 좋게 예능국장실을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 전화통화를 했고, 오늘 이렇게 김승호 이사를 만나고 있는 상태였다. 김재철 PD가 다시 한번 아메리카노에 꽂힌 빨대로 쭉 빨아당겼다.
‘그런데 김승호 이사는 무슨 수로 선진그룹을 구워삶았지?’
김재철 PD는 그 한 가지가 의문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그것도 데뷔도 하지 않은 엔젤스를 위해 그런 후원을 한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으음······. 그럼 설마 선진그룹에서 투자를 하나?’
김재철 PD가 드는 생각은 바로 저거 하나였다.
‘하긴······. 거기 최 본부장이랑 신소라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지.’
역시나 방송국 PD답게 두 사람의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사실 대외적으로 떠들고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선진그룹에서 받는 광고비가 워낙에 많다 보니 그런 일을 입 밖으로 꺼내고 다니지는 않았다. 만약에 최강호 본부장이 신소라가 속한 OH 엔터테인먼트를 제대로 키워 볼 생각이라면······. 그곳에 소속 된 엔젤스를 밀어주는 것이라면······. 그 생각에 미치자 김재철 PD는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래. 그거네. 그거!’
김재철 PD는 마지막 남은 커피를 쪼르르 빨아 당겼다. 얼음만 남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엔젤스 언제 데뷔하죠?”
“2주 뒤에 데뷔할 예정입니다.”
“부대는 정해졌어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왕이면 KBX에서 합시다.”
“······.”
“우리가 순서대로라면 제일 빠르지 않나?”
“네. 그렇죠. 뭐, 엠닷컴이 있긴 하지만 공중파에서는 제일 먼저죠.”
음악 프로그램 3사 중에 제일 먼저 하는 곳이 바로 KBX였다.
“에이. 엠닷컴은 케이블이라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네. 뭐 그렇긴 한데······.”
김승호 이사가 말끝을 흐렸다. 그 눈치를 보던 김재철 PD가 물었다.
“왜요? 어디 출연 계획이 잡혀 있어요?”
“네. 아이돌 생활백서라고 해서요. 엠닷컴에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거기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어떻게 하죠?”
“으음······.”
김재철 PD는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졌다. 심각한 얼굴로 있다가 물었다.
“그건 언제 출연하기로 했죠?”
“그건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데뷔하기 직전에 나갈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시간이 별로 없네요. 이렇게 하죠. 다음 주에 바로 출연하는 거로 하죠.”
“네? 다음 주에요?”
“네. 기왕이면 우리 2박3일에서 제일 먼저 나와야죠. 안 그래요?”
김재철 PD가 씨익 웃었다. 물론 누군지도 모르는 엔젤스를 출연시키려고 하니 여전히 떨떠름했다. 하지만 만약에 엔젤스를 통해 선진그룹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특집 프로그램과 또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김승호 이사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 지난번에 보여줬던 프로필 말이에요.”
“네.”
“그 프로필 가지고 오셨어요?”
“물론이죠.”
김승호 이사가 재빨리 가방에서 엔젤스에 대한 프로필을 꺼냈다.
“내가 가물가물해서 말이죠.”
김재철 PD는 프로필을 꺼내 확인했다. 솔직히 그때는 정말 손에 받아서 힐끔 한 번 보고는 다시 건넸다.
김승호 이사도 그런 행동을 봤고 말이다. 그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고 말았다.
사실 프로필을 내밀었을 때는 우리 이런 식으로 섭외 안 합니다, 이런 식으로 김재철 PD가 정중히 거절을 해서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런데 제대로 본 것처럼 말을 하니 좀 웃겼다. 하지만 김승호 이사는 티를 내지 않았다.
김재철 PD가 프로필을 하나하나 넘겼다. 그러면서 프로필에 적히 예명을 하나하나 불렀다.
“레나, 엘리스······. 리아, 제시카, 조이, 다 영어 이름이네. 그리고 세나?”
세나를 본 김재철 PD가 화들짝 놀라며 자세히 살폈다. 그러곤 김승호 이사를 보며 물었다.
“여기 세나요. 이 애가 리더입니까?”
“네, 맞습니다.”
“나이가······.”
“현재 22살입니다.”
“22살. 성인이네요.”
“네. 저희 애들이 연습 기간이 길어서요.”
“괜찮아요.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려면 성인이 좋죠. 다 성인 맞죠.”
“네. 맞습니다.”
김승호 이사가 바로 대답했다. 김재철 PD는 계속해서 세나를 살폈다.
“세나라······. 세나! 이 애 참 괜찮네요.”
“마음에 드십니까?”
“네. 마스크도 참 신선하고······. 우리 출연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네요.”
그러면서 김재철 PD가 한 참 동안 세나를 바라봤다. 2박3일의 특성상 야외취침도 하고 벌칙도 받고 그래야 했다.
자꾸 제작진이 벌칙을 수행하다 보니 현재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가 좀 좋지 않았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제작진이 일부러 벌칙을 시키기 위해 만든 게임에 마지못해 참여한다.
그 게임을 통해 지거나 미션에 실패하면 또 약이 올랐다. 그래서 제작진 내부에서는 벌칙 도우미를 따로 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벌칙 도우미로 출연시킬 사람을 찾고 있었다. 세나라면, 한마디로 그녀의 마스크 정도라면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인 데다 그것도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함께 출연시켜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혹시 멤버들 미팅 가능합니까?”
“네. 가능합니다. 말씀만 해주세요.”
“그러면 내일도 좋고 애들 얼굴 한번 봅시다.”
“그럼 저희가 좋은 곳에서 모시겠습니다.”
김승호 이사가 그 말을 하자 김재철 PD가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아후, 무슨 소리를 하세요. 난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편안하게 밥만 먹읍시다. 나도 일일이 얼굴 보면서 캐릭터 분석도 하고 그래야 해서요. 오해하지는 마시고요.”
김승호 이사가 괜히 멋쩍은 얼굴이 되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약속과 장소는 알아서 해주시고 연락만 주세요.”
“네. PD님.”
“그럼 전 이만 회의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김재철 PD가 일어나고 김승호 이사도 같이 일어났다. 두 사람이 회의실에서 나오고 김승호 이사는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네.”
그렇게 김승호 이사가 나왔다.